교단과 세대를 뛰어넘은 여성들의 연대
<뉴스앤조이> 여성 사역자 네트워크 파티 '함께 걷는 길' 후기
기자명 박요셉 기자
승인 2023.06.15
"언니 믿고 따라와~!"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민숙희 사제(대한성공회 광명교회)가 옆에 앉은 김정원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여름교회)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합니다.
"와하하하!"
민 사제의 예상치 못한 '언니'라는 말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합니다. 김 목사도 10년 차 선배의 말을 거듭니다. "네, 언니 믿고 따라갈게요." 긴장과 어색함으로 가득할 뻔했던 분위기가 녹아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여성'이라는 동질감과 연결감도 한껏 부풀어 올랐고요.
사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교단도 다르고 나이도 다릅니다. 사역하면서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을 정도로 활동 영역이 겹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교파와 세대를 초월해, 이들이 경험해 온 고통과 좌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뉴스앤조이>는 6월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교회 카페효리에서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라는 주제로 '여성 사역자 네트워크 파티 - 함께 걷는 길(함길)'을 열었습니다. 교회나 기관에서 사역하거나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여성 목사·전도사 등 20여 명이 함께했습니다.
'함길'은 <뉴스앤조이> 가 지난해 보도한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의 후속 모임입니다. 이 기획은 여성들이 목사·장로가 될 자격을 얻어 내고, 교단 내 차별 조항을 없애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적 현실들도 조명했습니다.
후속 모임은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기획에는 6개 교단 사역자 10명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는데, 그중 6분을 대화자로 모셨습니다. 주제를 넓히기 위해 1980~1990년대생 사역자 두 분을 새로 섭외했습니다.
김지선 목사는 파란색 클리어 파일을 들고 나왔습니다. 안에는 오늘 이야기할 내용이 담긴 서류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수를 얻어 내기까지:
조직, 연대, 운동
첫 번째 시간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김지선 목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이수경 목사(새사랑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출신 강호숙 박사가 대화자로 나왔습니다.
안수는 운동의 결과였습니다. 김지선·이수경 목사는 여성 목사·장로 자격을 얻기까지 모이고 말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교인과 교역자들은 뜻을 모아 단체를 조직했습니다. 여성을 상대로 교육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목소리를 모아 교단에 제도 개혁을 요구했고요. 김지선 목사는 연대와 교육을 무기로 계속해서 싸웠을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경 목사도 동료들과 목회자 모임이나 기도회가 열리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고 했습니다. 남성들에게 호소하고, 뒤따라오는 모진 말에도 웃으면서 받아쳤습니다. 이 목사는 이런 과정을 감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 받은 부르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목사로 부르셨다는 확신이 분명했기에 그 길이 어려워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하나님의 음성을 똑바로 듣지 못하고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지 가슴 아플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을 믿고 기도하며 싸워 왔습니다."
이수경 목사는 처음부터 '목사'가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목회'라는 사명을 좇다 결국에는 여성 안수 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수는 성취이자 과제입니다. 안수는 앞서 두 목사에게는 이미 이룩한 결실이지만, 강호숙 박사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강 박사는 평소 여성 리더십을 강조해 오다가, 총신대학교에서 부당 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남성 중심의 성경 해석이 여성에게 차별적인 교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총신대에서 여성 안수를 반대할 때 한 유명한 말이 있어요. 여자가 어떻게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오르느냐고요. 그러면 저처럼 폐경한 여자는 올라가도 되는 건가요? 월경 전인 여자들은 올라갈 수 있는 건가요?
저는 교단이 남성 중심 가부장적 해석에 치우쳤다고 봐요.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진리를 분별하지 못해요. 물컵 하나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게 보여요. 사복음서도 마찬가지잖아요. 네 저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하지만 관점이 다 달라요. 그런데 어떻게 남성의 눈으로 본 해석만이 진리가 될 수 있겠어요?"
강 박사는 교단 목회자들이 문화가 바뀌는 것을 마치 진리가 변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수 이후의 과제:
자기 증명
두 번째 시간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김명희 목사, 대한성공회 민숙희 사제, 기장 김정원 목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이은재 전도사가 대화자로 나왔습니다.
안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결혼·출산·육아를 이유로 안수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제도가 바뀌어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이유를 들며 여성 사역자들의 목회를 힘들게 했습니다.
감리회는 '결혼한 여성 목사는 담임 목회를 할 수 없다'는 차별 조항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법을 없애는 데 앞장선 김명희 목사는, 결혼부터 임신·출산까지 주변 목회자들로부터 불편한 시선과 말을 받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회의 출석 여부나 지각 등 작은 행동 하나에도 트집을 잡았습니다. "여성이라서." 김 목사는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남들보다 두세 배 더 열심히 살았다고 했습니다. 만삭이었을 때 새벽에 양수가 터졌는데도, 오전 교역자 회의에 참석한 뒤 응급실로 달려가 출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김명희 목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민숙희 사제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하면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어요", "문제가 있다면 그건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있는 거죠", "그냥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만 합시다", "그래도 싫어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솔직하고 거침없는 민 사제의 '띵언'은 다른 사역자들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알려 주는 등불 같았습니다. 그 역시 선배들이 밝혀 준 빛을 따라 걸어왔다고 했습니다. 신학대학원에서 여성을 받아 주지 않던 시절, 교계 연합 기구에서 김지선·김명희 목사를 보면서 '여성도 목회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워 왔다고요.
이날 MVP는 단연코 민숙희 사제(사진 왼쪽)였습니다. 그의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젊은 사역자들의 고민:
평등, 생존
공동의 목표였던 안수는 개개인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젊은 사역자들은 안수를 받을지 고민합니다. 신학교에서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어려움들을 떠올리며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지 갈등하고, 여성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비좁은 교계 현실을 바라보며 주저합니다. 실제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고요.
김정원 목사는 신학교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역자라는 의식과 문화는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가 속한 기장 교단이 비교적 진보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과 다를 것 같지만, 오히려 장점이 단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교단의 문제는 이런 거예요. '우리는 진보야', '우리는 차별하지 않고 제도를 빠르게 도입했어'라는 자의식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요. 성평등 의식도 전반적으로 조금 떨어져 있고요. 명확하지 않지만 암묵적인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감리회에서 소속된 이은재 전도사는 담임 목회를 하며 목사 안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학번인 그는 가끔 교단 리더들이 "네게 여성 목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대표성을 부여하는 모습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했습니다. 남성 전도사에게는 그런 부담을 주지 않는데 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요. 저는 제 사역을 하기도 바쁘고, 안수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제 실패가 곧 여성의 실패가 되는 것 같거든요. 가급적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젊은 사역자 김정원 목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이은재 전도사(사진에서 맨 오른쪽)가 대화자로 참여해 준 덕분에 대화가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승인 2023.06.15
"언니 믿고 따라와~!"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민숙희 사제(대한성공회 광명교회)가 옆에 앉은 김정원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여름교회)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합니다.
"와하하하!"
민 사제의 예상치 못한 '언니'라는 말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합니다. 김 목사도 10년 차 선배의 말을 거듭니다. "네, 언니 믿고 따라갈게요." 긴장과 어색함으로 가득할 뻔했던 분위기가 녹아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여성'이라는 동질감과 연결감도 한껏 부풀어 올랐고요.
사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교단도 다르고 나이도 다릅니다. 사역하면서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을 정도로 활동 영역이 겹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교파와 세대를 초월해, 이들이 경험해 온 고통과 좌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뉴스앤조이>는 6월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교회 카페효리에서 '당신의 안부가 궁금합니다'라는 주제로 '여성 사역자 네트워크 파티 - 함께 걷는 길(함길)'을 열었습니다. 교회나 기관에서 사역하거나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여성 목사·전도사 등 20여 명이 함께했습니다.
'함길'은 <뉴스앤조이> 가 지난해 보도한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의 후속 모임입니다. 이 기획은 여성들이 목사·장로가 될 자격을 얻어 내고, 교단 내 차별 조항을 없애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적 현실들도 조명했습니다.
후속 모임은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기획에는 6개 교단 사역자 10명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는데, 그중 6분을 대화자로 모셨습니다. 주제를 넓히기 위해 1980~1990년대생 사역자 두 분을 새로 섭외했습니다.
김지선 목사는 파란색 클리어 파일을 들고 나왔습니다. 안에는 오늘 이야기할 내용이 담긴 서류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수를 얻어 내기까지:
조직, 연대, 운동
첫 번째 시간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김지선 목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이수경 목사(새사랑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출신 강호숙 박사가 대화자로 나왔습니다.
안수는 운동의 결과였습니다. 김지선·이수경 목사는 여성 목사·장로 자격을 얻기까지 모이고 말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교인과 교역자들은 뜻을 모아 단체를 조직했습니다. 여성을 상대로 교육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목소리를 모아 교단에 제도 개혁을 요구했고요. 김지선 목사는 연대와 교육을 무기로 계속해서 싸웠을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경 목사도 동료들과 목회자 모임이나 기도회가 열리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고 했습니다. 남성들에게 호소하고, 뒤따라오는 모진 말에도 웃으면서 받아쳤습니다. 이 목사는 이런 과정을 감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 받은 부르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목사로 부르셨다는 확신이 분명했기에 그 길이 어려워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하나님의 음성을 똑바로 듣지 못하고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지 가슴 아플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을 믿고 기도하며 싸워 왔습니다."
이수경 목사는 처음부터 '목사'가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목회'라는 사명을 좇다 결국에는 여성 안수 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수는 성취이자 과제입니다. 안수는 앞서 두 목사에게는 이미 이룩한 결실이지만, 강호숙 박사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강 박사는 평소 여성 리더십을 강조해 오다가, 총신대학교에서 부당 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남성 중심의 성경 해석이 여성에게 차별적인 교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총신대에서 여성 안수를 반대할 때 한 유명한 말이 있어요. 여자가 어떻게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오르느냐고요. 그러면 저처럼 폐경한 여자는 올라가도 되는 건가요? 월경 전인 여자들은 올라갈 수 있는 건가요?
저는 교단이 남성 중심 가부장적 해석에 치우쳤다고 봐요.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진리를 분별하지 못해요. 물컵 하나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게 보여요. 사복음서도 마찬가지잖아요. 네 저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하지만 관점이 다 달라요. 그런데 어떻게 남성의 눈으로 본 해석만이 진리가 될 수 있겠어요?"
강 박사는 교단 목회자들이 문화가 바뀌는 것을 마치 진리가 변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안수 이후의 과제:
자기 증명
두 번째 시간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김명희 목사, 대한성공회 민숙희 사제, 기장 김정원 목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이은재 전도사가 대화자로 나왔습니다.
안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결혼·출산·육아를 이유로 안수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제도가 바뀌어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이유를 들며 여성 사역자들의 목회를 힘들게 했습니다.
감리회는 '결혼한 여성 목사는 담임 목회를 할 수 없다'는 차별 조항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법을 없애는 데 앞장선 김명희 목사는, 결혼부터 임신·출산까지 주변 목회자들로부터 불편한 시선과 말을 받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회의 출석 여부나 지각 등 작은 행동 하나에도 트집을 잡았습니다. "여성이라서." 김 목사는 그런 말을 듣기 싫어서 남들보다 두세 배 더 열심히 살았다고 했습니다. 만삭이었을 때 새벽에 양수가 터졌는데도, 오전 교역자 회의에 참석한 뒤 응급실로 달려가 출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김명희 목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민숙희 사제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하면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어요", "문제가 있다면 그건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있는 거죠", "그냥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만 합시다", "그래도 싫어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솔직하고 거침없는 민 사제의 '띵언'은 다른 사역자들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알려 주는 등불 같았습니다. 그 역시 선배들이 밝혀 준 빛을 따라 걸어왔다고 했습니다. 신학대학원에서 여성을 받아 주지 않던 시절, 교계 연합 기구에서 김지선·김명희 목사를 보면서 '여성도 목회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워 왔다고요.
이날 MVP는 단연코 민숙희 사제(사진 왼쪽)였습니다. 그의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젊은 사역자들의 고민:
평등, 생존
공동의 목표였던 안수는 개개인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젊은 사역자들은 안수를 받을지 고민합니다. 신학교에서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어려움들을 떠올리며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지 갈등하고, 여성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비좁은 교계 현실을 바라보며 주저합니다. 실제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고요.
김정원 목사는 신학교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역자라는 의식과 문화는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가 속한 기장 교단이 비교적 진보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과 다를 것 같지만, 오히려 장점이 단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교단의 문제는 이런 거예요. '우리는 진보야', '우리는 차별하지 않고 제도를 빠르게 도입했어'라는 자의식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요. 성평등 의식도 전반적으로 조금 떨어져 있고요. 명확하지 않지만 암묵적인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감리회에서 소속된 이은재 전도사는 담임 목회를 하며 목사 안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학번인 그는 가끔 교단 리더들이 "네게 여성 목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대표성을 부여하는 모습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했습니다. 남성 전도사에게는 그런 부담을 주지 않는데 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요. 저는 제 사역을 하기도 바쁘고, 안수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제 실패가 곧 여성의 실패가 되는 것 같거든요. 가급적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젊은 사역자 김정원 목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이은재 전도사(사진에서 맨 오른쪽)가 대화자로 참여해 준 덕분에 대화가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분위기 좋아 보이죠? 뉴스앤조이 최승현
'함길'을 준비하면서 단순 대화 형식의 모임이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모임이 시작하자, 대화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세대와 교단을 묶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돌아보는 공간도 만들어 주었고요. 이것을 우리는 다른 말로 '연대'라고 부릅니다.
사실 토크쇼에서는 '젊은 사역자들이 왜 여성 연합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민감한 주제일 수 있고 세대 차이만 확인하고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필요를 거짓 없이 말했고, 선배들은 몸을 숙여 경청했습니다. 김명희 목사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애써 잘할 필요가 없어요."
'함길'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한 참석자는 다음 모임 날짜가 언제냐고 물었는데요. 죄송하지만 아직까지 계획된 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나왔던 고민과 다짐이 이대로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도 여성 사역자들이 겪는 문제에 집중하며 함께하겠습니다.
'함길'을 준비하면서 단순 대화 형식의 모임이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모임이 시작하자, 대화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세대와 교단을 묶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돌아보는 공간도 만들어 주었고요. 이것을 우리는 다른 말로 '연대'라고 부릅니다.
사실 토크쇼에서는 '젊은 사역자들이 왜 여성 연합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민감한 주제일 수 있고 세대 차이만 확인하고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필요를 거짓 없이 말했고, 선배들은 몸을 숙여 경청했습니다. 김명희 목사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애써 잘할 필요가 없어요."
'함길'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한 참석자는 다음 모임 날짜가 언제냐고 물었는데요. 죄송하지만 아직까지 계획된 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나왔던 고민과 다짐이 이대로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도 여성 사역자들이 겪는 문제에 집중하며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