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9
[통일 에세이]강인덕/北기근 부른 「주체농법」
[통일 에세이]강인덕/北기근 부른 「주체농법」
강인덕/北기근 부른 「주체농법」
입력 1997-10-20 20:15수정 2009-09-26 07:34
지금부터 25년전의 일이다.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고 남북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2년 11월 나는 남북조절위원의 한 사람으로 평양에서 개최되는 남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에 갔다. ▼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 판문점에서 북쪽으로 2,3㎞ 떨어진 곳에서 북측 헬기를 타고 1천피트 상공을 40여분 날아 평양에서 30여리 남쪽인 평안남도 중화군에 임시로 마련한 헬기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내가 어릴 때 자란 고향(평남 대동군 용연면)에서 지척에 위치한 곳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산천을 다시 밟으면서 나는 북받치는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눈앞에 보이는 야산은 온통 벌거숭이가 아닌가. 해방 직후 땔감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도 나무가 무성해 꿩과 산비둘기가 많기로 유명하던 이곳이 왜 이처럼 벌거숭이가 됐단 말인가. 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를 마중나온 북측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의 답변은 이른바 주체농법과 자연개조사업으로 계단식 밭을 만들어 그렇게 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간청하다시피 주체농법을 중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을 추수 후 겨울 동안 눈비가 내려 땅이 얼었다가 봄에 해동이 되면 틀림없이 눈녹은 물이 토사와 함께 샛강을 메우고 큰 강의 하상을 높여 홍수를 막을 길이 없어지는 게 뻔한데 어쩌자고 이런 방법을 계속하느냐고 설교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이었던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런 사정을 모를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수령님의 위대한 농업정책이 결코 그런 후과를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후 20여년이 지난 요즘 북한에서는 수십만의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참담한 소식이 들려온다. ▼ 독재자 오만의 산물 ▼ 그래서 그때 그 생각만 하면 더욱 분노가 치솟는다. 북한이 무모하게 나무를 베어내지 않았더라면 홍수로 인한 농작물의 유실을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결국 자연의 순리를 거역한 독재자의 오만함이 빚어낸 응당한 결과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강인덕<극동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