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8

가부장적인 교회, '며느리' 된 여성 사역자들 - 교회와 여성들 연재 뉴스앤조이

가부장적인 교회, '며느리' 된 여성 사역자들 < 교회와 여성들 < 연재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연재
교회와 여성들
가부장적인 교회, '며느리' 된 여성 사역자들
[교회와 여성들-종합①] 신학교·교회에서 겪는 다양한 성차별

기자명 구권효 기자
승인 2021.08.06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교회는 가부장적인 공간이다. 전체 신도 비율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지만, 교회에서 권한을 많이 가진 직책일수록 여성 비율은 현격히 줄어든다. 보통의 교회에서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하는 담임목사는 남성이 절대다수다. 이런 환경이니 담임목사가 신도들의 '영적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가부장적인 공간에서 '여성 사역자'의 위치는 이중적이다. '사역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신도들을 양육하는 역할을 하며 리더의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보조 역할이 강조된다. 이는 때로 직책이나 목사 안수 연차와 관계없이, 여성 사역자가 남성 신자·사역자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역자'보다 '여성' 역할이 강조될 때, 여성 사역자는 교회의 '며느리'가 된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성차별에 민감하다. 특히 2016년 전후 '페미니즘 리부트'를 경험한 젊은 여성들은 가부장제 질서에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 분위기와 대조되는 교회 현실에서, 젊은 여성 신학생·사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고충을 겪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젊은 여성 신학생·사역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각각의 인터뷰 기사는 '교회와 여성들'이라는 시리즈로 연재됐다. 연재를 일단락하며 10명의 인터뷰를 종합한 기사를 2개로 나눠 쓴다. 기사를 통해 지금 한국교회 여성 신학생·사역자들이 어떻게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신학교와 교회에 어떤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을 '사모감'으로 본다는 것은


인터뷰이 10명 중 7명이 신학교에서부터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남성 신학생들의 '사모 찾기'였다. '사모'라는 표현은 한국교회에서 남성 사역자를 '내조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미 타자화되어 주체적 생명력이 사라진 호칭"이다(정신실, <신앙 사춘기>). 남성 신학생들이 여성 동료를 '사모감'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여성을 미래에 자신을 보조해 줄 사람으로만 보는 행동이다.


"남학생들은 '사모감'이라는 기준으로 여학생들을 평가했어요. '유아교육과나 교회음악과 여자들이 내조를 잘할 것 같아. 신학과 여자들은 기가 세서 내가 설교하면 딴지 걸 것 같단 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면서요. 신학과 여학생은 사모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자신들과 동등한 신학생이라 여기지도 않았어요." - D


"제가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동안 고백을 5번이나 받았어요. 이런 얘기하면 '자랑한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당시 저는 자퇴를 고민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고백은 대부분 남학생들이 했고, 여학생들은 대부분 착해서 완곡하게 거절했어요. 그러면 또 '내숭 떤다', '그렇게 밥 얻어먹고 다니더니', '남자들을 이용했다' 등등 별 소문이 다 돌았어요.



저처럼 사회적 미美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그 정도였는데, 그 기준에 맞는 친구들은 더 힘들었죠. 쉬는 시간마다 남자들이 찾아와서 '네가 13학번 톱 #이라며?', '너는 인기 많아서 나 같은 애는 싫겠네' 이런 소리나 하고. 어떤 복학생들은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갈 나무 없다'는 태도로 계속 고백하고…. 이런 문화가 너무 당연하고 팽배했어요." - G

인터뷰이 중에는 신학교에 여성 교수가 적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A는 학교 채플에서 성찬식을 할 때, 성찬 위원 중 여성 교수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항의하는 의미로 성찬을 보이콧했다. '신학교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G는 여성 교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 교수가 현격히 적다는 사실은 여성 신학생들의 진로 하나가 제한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 사역자들은 학교에서부터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한 문화를 경험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 사회는 2016년 강남역 사건과 2018년 미투 운동으로 급격한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났고 이에 대한 반발, 즉 '백래시(backlash)'를 겪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각 대학에 총여학생회가 줄줄이 폐지됐다. 신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I는 "보수적이고 검열적인 교단 신학교 환경에서 페미니즘은 곧 '동성애 옹호'로 연결됐다. 남학생들과 남성 교수들은 자주 총여학생회를 의심했고, 총여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고 전했다.

여성들이 신학생 시절부터 많이 듣는 질문도 성차별적 현실을 드러낸다. 인터뷰이들은 남성 신학생들과 교수·목사들에게 "목회를 계속할 생각인가", "목사가 될 계획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직영 신학교 총신대학교에서, 교수들은 여성 신학생들에게 목사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선교사, 심지어 '사모'를 권하기도 했다.


"남성 신학생은 '목회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는 반면, 여성 신학생은 '목회 여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죠. 이런 질문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싹부터 잘리는 느낌이에요. '내가 정말 준비는 돼 있나', '자격은 있는 걸까' 등등 단순한 고민만 반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검열하게 돼요. 그래서 지금도 신대원에 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남성들은 일단 신대원 가고 생각하는데, 여성들은 검열하느라 목회를 꿈꾸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끼는 거죠." - D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걸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여성과 남성이 받는 질문이 다르다는 게 확연하게 보이는 현실에서 이런 질문을 또 받는 건, 여성 사역자들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더 선명하게 그려 주는 느낌이에요. 물어보시는 분의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죠.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 F
선명하게 보이는 '유리 천장'


대부분 신학생은 학부 때부터 교회 사역자로 나간다. 파트타임 간사나 전도사로 일하며 교회에 도움을 주고 용돈도 버는 식이다. 교회는 이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발붙이고 살아 나가야 할 일터다. 하지만 많은 여성 사역자가 교회에서 강고한 성차별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별다른 차별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답한 인터뷰이들도, 교회에서는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의 성차별은 많은 경우 '고정된 성 역할'으로 드러난다. 여성 사역자에게는 옷차림부터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들을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 요구된다. 여성 사역자와 남성 사역자에게는 각각 명확한 역할이 정해져 있다. 여성 사역자는 음식 차리기, 데코레이션, 의전을, 남성 사역자는 운전, 방송실 업무, 찬양·기도 인도를 맡는다. 능력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업무를 준다는 시각으로 보면 여성·남성 모두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같은 종류의 차별이 아니다.


"여성 사역자가 하는 간식 차리기, 데코레이션, 의전 같은 건 인정을 받지 못해요. 이런 걸 아무리 잘한다고 사역자로서의 역량이 느는 것도 아니고요. 반면, 남성 사역자들은 운전만 해도 '힘든 일 한다'고 인정받죠. 찬양 인도를 하면 사역자로서의 역량이 커지는 거잖아요. 여성 사역자는 몸을 크게 쓰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히려 '편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거든요." - I


"목회자 세계에서 '다과상 차리기' 같은 일은 항상 여성들 몫이에요. 심지어 남성 파트타임 전도사들 먹을거리도 한참 선배인 여성 목사가 챙겨 줘요. 아니, 상하 관계를 그렇게 따지는 집단에서 왜 이런 일은 성별로 나뉘는 거냐고요. '부엌일'이라고 하는 것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여성 사역자에게 맡겨졌어요." - H


"처음 사역했던 대형 교회에서 여성 사역자는 모두 허리 라인이 들어간 정장 상의에 'H라인 스커트'를 입었어요. 제가 한 전도사에게 '여자는 왜 치마를 입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담임목사님이 좋아해서'라고 답하더라고요. 반면, 제가 사역한 다른 교회에서는 여성 사역자에게 치마를 입지 못하게 했어요. '남성 성도들이 시험에 든다'는 이유였죠." - G

여성 사역자들이 느끼는 유리 천장은 강고했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연스럽게 진로와도 연결된다. 인터뷰이 중에서는 여성 사역자가 청소년부 이상을 맡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예 청빙 공고를 낼 때부터 청소년부는 '군필자'라는 요건을 써 놓는 교회들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남성을 기본값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반면, 육아 경험이 없어도 미취학·어린이 부서는 자연스럽게 여성 사역자가 맡았다. 아이를 '돌보는' 영역은 여성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청소년 사역에 관심이 많던 B는 사역하던 교회에서 3년간 유아부를 맡은 뒤 교육부서 담당 목사에게 "나는 청소년 사역을 하고 싶다. 지난 3년간 내 역량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교회에 여성 사역자는 청소년부 이상은 할 수 없다는 유리 천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리 천장을 깨고 싶다. 그럴 수 없다면 나는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는 '계약 해지'였다.

H는 가는 교회마다 청소년부를 지원했는데, 7년간 교회 3곳을 거치며 모두 유치부만 맡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낸 게 서른 살 때다. 나이가 좀 들었으니까 청소년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또 좌절됐다. 청소년 사역을 하고 싶은데, 나에게는 어느새 유치부 사역이 특장점이 돼 있었다. 남성 사역자에게는 한 번도 안 해 본 일도 가능성을 보고 맡기는데, 여성 사역자에게는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그거 해'라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사역한 선배 여성 사역자들을 보면 '유리 천장'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들이 사역하며 지켜본 선배 여성 사역자들은 어느 정도 위치에서 수년간 정체돼 있었다. 잘해야 교육부서를 담당하는 '교육목사'였다. 역할의 중요도와는 별개로 교육목사는 부목사들의 직책 중 가장 낮게 평가됐다. 여성 사역자들은 정체된 상태에서, 그보다 연차가 낮고 경험도 부족한 남성 사역자들이 교구 목사나 수석목사로 '올라갔다'.


"제가 교회 사역할 때 여성 목사님이 계셨는데요. 그분은 그냥 '심방 목사'라는 타이틀로 계속 정체돼 있고, 남성 목사들만 자꾸 바뀌어 가며 교구 목사가 되는 거예요. 그분이 다른 남성 목사보다 안수도 먼저 받고 교회에도 먼저 왔는데 말이죠. 그 모습이 제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성 사역자는 특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남성 사역자는 기타도 칠 줄 모르고 특별히 잘하는 것 없어도, 교육부서 하다가 때 되면 안수받고 부목사나 담임목사로 가는데 말이죠. 그냥 설교만 할 줄 알아도 앞으로 잘 나가는데. 왜 여성 사역자는 꼭 특장점이 있어야 하고, 잘하는 게 있어도 계속 제자리일까···." - H
성폭력,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성폭력은 '폭력'의 문제다. 폭력은 위계 관계가 명확한 곳에서 발생하기 쉽다. 가부장제는 가부장을 정점으로 한 위계 관계를 형성한다. 담임목사(절대다수 남성)를 정점으로 한 권력관계가 형성될 때 교회 또한 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공간이 된다. 담임목사·교수 등이 각각 신도·학생을 대상으로 성적 비위를 저지르는 것은 개인 일탈이라기보다 구조와 문화의 문제다.

인터뷰이 중에는 교회나 신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성희롱부터 불법 촬영, 강간까지 다양했다. 약물 사용이 의심되는 정황도 있었다. 가해자는 담임목사, 부목사, 신학 교수였다.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신학생이던 청소년부 교사와 찬양 사역자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 사건을 같은 교회에서 목격한 인터뷰이도 있었다.

갖가지 성폭력이 교회·신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끔찍한 일은 이러한 범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C는 신학교에 다닐 때 '여자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을 겪었다.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학교에 다니던 남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학교 당국은 가해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했다. C는 "그 사람이 지금 목회자가 됐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C는 사역하던 교회에서도 한 부목사에게 불법 촬영을 당했다. 그 목사는 지금도 교회에서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I가 교회에서 목격한,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남성들도 현재 목사 안수를 받고 사역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성폭력을 경험한 인터뷰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와 신학교가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J는 성폭력 범죄자를 용인하는 교단에 속한 교회들을 보이콧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교회 안에서 성범죄가 반복된다는 건, 지도자들이 성범죄를 대단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전히 일부의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에서는 성범죄 형량이 너무 낮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교단들은 형량이 낮은 건 둘째 치고 아예 치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교단들을 전부 보이콧하자면, 벌써 여기도 안 되고 저기도 안 돼요. 갈 데가 없어요." - J

여성 사역자들은 대부분 교계에서 성폭력이 제대로 처리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페미니즘과 여성신학의 현장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이들이 모두 '페미니스트'여서 비판적인 말들만 한 것이 아니다. 20대 초반부터 페미니즘을 공부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신학교 생활을 했다. 인터뷰이 중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사람도 있었고, 페미니즘의 언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교회 내 성차별은 도저히 없다고 할 수 없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었다.

많은 여성이 그랬던 것처럼, 여성 사역자들에게도 페미니즘은 자신이 경험한 현실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언어가 됐다.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여성신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B는 "여성신학을 배우니 '내가 이래서 기분이 나빴구나'라고 정리가 됐다. 그간 성차별이라고 느끼는 내가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H는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에도 사고방식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내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갖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I는 "내 일상이 페미니즘과 여성신학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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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성 사역자는 훨씬 더 많아야 한다
[교회와 여성들–종합②] 미래를 가로막는 것들…방향은 명확하지만 희망은 안갯속

기자명 구권효 기자
승인 2021.08.06 14:56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신학교와 교회에서 다양한 성차별, 심지어 성폭력을 겪으며 여성 사역자들은 목회 꿈을 접기도 했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젊은 여성 신학생·사역자 10명 중 2명이 교계에 만연한 성차별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하고서도 목회를 포기했다. 다른 길을 갈지 심각하게 고민 중인 사람이 1명, 사역은 하고 싶지만 목사 안수는 받을 생각이 없다는 사람이 2명이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해야 했던 일들이 분명 있었고, 그것들을 없었던 일처럼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지금 교회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보니 이 길을 가면 계속 피 터지게 싸우면서 지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교회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느꼈고, 그 벽을 깰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 벽을 피해, 그렇지 않은 공동체를 찾아가는 게 저에게 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쉽지만···." - G


"내가 목회를 원한다고 해서 교회에 만연한 이 성차별적 현실을 못 본 척할 수 있을까···. 난 이제 그런 게 다 보이는데. 나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목회자 세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내 '내 안에 그런 지속적인 힘이 있을까', '다시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멈추지 말아야 할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도전을 못하는 거죠." - H

목회를 접은 G와 H 모두 자신이 '남자였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G는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그래서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목회를 접지는 않았겠다', '너무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가서 목사가 됐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있다"고 말했다. H는 남자였다면 "날아다녔을 것"이라며 "적어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교회에 망설이지 않고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자신감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리가 없다


여성에게 보조 역할만 주어지는 교회 환경에서, 구성원들이 '여성 지도자'를 어색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 사역자들이 미래를 그리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어렵게 목사가 돼도 갈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담임 목회자 비율이다. 비교적 진보적인 교단으로 꼽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도 여성 담임 목회자 비율은 8.5%에 불과하다. 목회자들도, 교인들도 여성 사역자를 꺼린다.

교회에서 교역자 인사권은 보통 담임목사에게 있다. 그리고 담임목사는 절대다수 남성이다. E는 남성들이 여성과 함께하지 않으려 하는 '펜스 룰(Pence rule)'이 가장 심한 곳이 바로 교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면접 자리에서 담임목사가 스스럼없이 '나는 남자 부교역자가 더 편하다'고 말한다. 남자여야 이것저것 시키기 편하고 단둘이 있어도 오해를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미혼 여성 사역자를 부담스러워했는데, 그렇다고 기혼 여성 사역자를 환영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F는 보수 교단치고는 비교적 여성 목회자가 많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소속이다. 그는 신학교에서 딱히 차별이라 할 만한 상황을 경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교회에서 사역할 때 자신에게 맡겨지는 고정된 성 역할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사역지를 알아볼 때는 절망스럽다고 했다.


"우리 교단이 여성에게 안수를 주기는 하지만, 여성 사역자의 입지가 좁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교단과 별다른 게 없는 것 같아요. 사이트를 뒤져 봐도, 여성 목사를 찾는 데가 정말 없더라고요. 페이지를 넘기고 넘겨서 겨우 한두 군데 찾아도,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 교단에서 여성 전도사님들이 하시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죠. 심방 따라다니는 역할 정도. 제출 서류 부분에 괄호 치고 '설교 동영상은 첨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애초에 설교 능력은 볼 필요가 없다는 거죠. '담임목사님이 여성 사역자들과는 동역하지 않는 게 목회 철학입니다'라고 쓴 청빙 공고도 봤어요." - F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I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사역을 계속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그는 학부를 졸업한 후 이미 한 번 '탈교회'한 경험이 있다.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대원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선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여성 목회자의 자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I는 "교계에서 비교적 의식 있다고 평가받는 교회에서 사역했는데, 거기도 전임 여성 목회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사역자는 전임으로 뽑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성은 목사 안수를 받는 순간 갈 수 있는 자리가 더 없어진다'는 말은 교단을 불문한 통설이다. E는 "여성은 파트타임으로 찾는 교회가 많아서 전도사일 때 오히려 자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목사가 되면 파트로 채용하기도 뭣하고 사례도 더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교회들이 꺼린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결혼 + 출산 = 사임?


여성 사역자들이 미래를 그리기 힘든 또 한 가지 이유는 '결혼과 출산'이다. 개신교만큼 결혼·출산을 신성하게 여기고 권장하는 집단이 없는데, 이것이 여성 사역자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는 현실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인터뷰이들은 결혼, 특히 출산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사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젊은 사역자라 파트타임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전임 부목사로 일하는 선배들도 출산할 때가 되면 대다수가 교회를 그만둔다고 했다.

인터뷰이 10명 중 2명이 현재 육아로 사역을 2년간 쉬고 있었다. D는 결혼하면서, F는 출산하면서 사역하던 교회를 그만두게 됐다. 둘은 앞으로도 사역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언제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9년 결혼하면서 쫓겨나듯이 사역하던 교회에서 나오게 됐어요. 제가 사역 열심히 할 때는 좋아하더니, 결혼 소식을 알리자 곧 나갈 사람 취급하더군요. 이후로는 제가 사역을 열심히 해도 탐탁치 않아 했어요. 교회는 결혼과 육아가 여성의 가장 큰 사명인 것처럼 가르쳤는데, 여성 사역자가 결혼하니까 씹다 버린 껌 취급하더라고요." - D


"언제 다시 사역할 수 있을지가 요새 가장 큰 고민이에요. 다시 돌아가도 파트타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렇고, 벌써 사역 쉰 지가 1년 반이 넘어가니까 현장성이 떨어진 느낌이랄까···. 혹시 둘째를 가지게 되면 또 금방 나와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과연 교회에서 반겨 줄까 싶어요. 교회들이 언제든지 육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 F

한국교회에는 여성 사역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 목회자는 삶의 바운더리 특성상 남성 목회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목회자가 아닌 사람과 결혼했을 때보다 더욱 사역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남성 목회자 아내에게 '사모' 역할을 강요하는 한국교회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다. 아이를 낳을 경우 현실적인 문제도 생긴다. 사역자는 주말에 일해야 하는데, 아내·남편 모두 사역자면 주말에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아내가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귀결된다.

사역자끼리 결혼하면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커플도 있다. I는 현재 사역자인 남자 친구와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교회 환경상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C는 결혼할 때 남편과 명확하게 약속했다. 자신은 '사모'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며, 둘 중 한 명이 사역을 그만둬야 한다면 남편이 그만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아내와 남편의 약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신학교 다닐 때부터 '목회하려면 결혼은 못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돼요. 사역자와 결혼하는 순간, 여성이 목회를 그만두는 게 미덕이 되는 분위기니까요. 남편과 둘이 아무리 약속했다고 해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남편이 나빠서라기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거죠. 시댁·친정 식구들과 교회 눈치도 봐야 하니···. 아무리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 C


"제 친구 중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남자가 있거든요. 걔가 결혼을 했는데 그러는 거예요. '결혼한 거 자체로 아내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하면 겪는 문제가 많잖아요. 남편과 아내의 개인적인 노력에 상관없이 가부장제에 휩쓸려 가는 부분이 있다는 거예요. 제 남자 친구도 결혼하면 의도치 않게 저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걱정하더라고요.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는 거죠. 둘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진짜 진퇴양난이에요." - I

한편, 한국 사회 결혼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껴 '비혼'을 선택한 인터뷰이도 2명 있었다. 이들은 결혼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한국교회가 여성을 종속적 존재로 여기면서 결혼을 권장하는 현실은 비판했다.


"결혼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교회가 결혼을 신성시하면서 권하는 건 좀 갸우뚱해요. '돕는 배필'이라는 말을 남편 뒷바라지하는 정도로 생각하면서 결혼을 추천한다는 건, 여성들을 그 정도로 본다는 의미 아닌가요? 출산의 고통도 일종의 저주로 해석하잖아요.



안타까운 건 여성 사역자들이 아이를 낳으면 열에 아홉은 그만둔다는 사실이에요. 제 주변을 봐도 너무 아까워요. 달란트가 참 대단한 사람들인데···. 이런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지금 남편보다 월등히 잘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그냥 사모와 엄마 역할만 하면서 지내는 거예요." - H
목사가 되기로 하다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여성 사역자는 모두 교계에 여성 목회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목회 길을 포기한 여성들 생각도 같았다. 자신은 포기했지만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여성 목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이를 알기 때문에 목회를 포기하기가 어렵다. 여러 고민을 돌고 돌아 목사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는 중요한 이유다.

인터뷰이 중 현재 목사가 되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이들 역시 신학교와 교회에서 겪은 여러 차별로 실망했다. 그중에는 '이 바닥을 떠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한국교회에서 여성 목사는 여전히 존재 자체로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장 여성 목사님들 역할이 정말 감사하고 중요하다고 느껴요. 기장은 '여성 할당제'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여성 목사가 있어야 할당제도 채우죠. 저는 그래서 목사 안수를 받으려고 해요. 인권 활동도 저의 비전 중 하나인데요. '그러면 내가 왜 인권 활동가가 아닌 목회를 선택했을까' 생각해 봤어요. 교회가 너무 보수적이고 뒤처져서 실망한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제가 지금 그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버티고 있고요. 그분들이 얼마 되지 않으니 짐이 무거울 거예요. 그걸 조금이라도 같이 지고 싶은 마음이죠." - E


"제가 결혼을 앞두고 사역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한 여성 목사님이 해 주신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별거 아냐, 할 수 있어.' 다들 저에게 '이제 사모 되겠네', '남편 따라가겠네'라고 얘기할 때 유일하게 그분만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셨거든요. 어떤 거창한 일을 하기보다 그냥 꾸준히 이 길을 밟아 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이 목회하는 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 C

여성주의적 사고를 가진 여성 목사가 많아지는 게 한국교회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여성에게 기회를 줘라


인터뷰이들은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사역자를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로만 보지 말고, 한 명의 '리더'로 인정하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사역자들이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총회 대의원 선출 시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는 교단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교회·교단의 의사 결정 권한을 남성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방향은 명확하다고 했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어요. 신학교에서도 여성 교수 비율을 많이 늘려야 하고요. 여성들은 신학생 때부터 '우린 뭐 해 먹고 살지'라는 고민 정말 많이 하거든요. 어떤 롤 모델이 없으니까요. 교계에는 '여성은 결혼하면 떠날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여자 전도사 중에서도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고, 결혼하더라도 일을 지장 없이 할 사람도 있어요. 여자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하지 않았으면 해요." - C


"미국 연방 대법관이었던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1933~2020)가 한 유명한 말 있잖아요. '이상적인 여성 대법관 수를 몇 명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9명 중 9명이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놀란다. 하지만 1981년까지 대법관이 모두 남자였을 때는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교회에서 여성 사역자 한두 명 고용하고, 총회에 여성 총대가 몇 퍼센트 나가고 이런 것에 만족할 수 없다고 봐요. 모든 사역자가 여성이어도 아무렇지 않은, 신학교나 교회, 교단 어디든 여성 리더가 1%가 아니라 100%여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상황이 돼야 희망이 있을 것 같아요." - I

교회와 교단이 여성 사역자들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논의는 교계에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교회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출산휴가를 보장해 주는 경우가 있고, 기장 총회 양성평등위원회가 지난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을 과제로 꼽은 정도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는 '여교역자 사역 잇기'라는 제도가 있다. 여성 사역자가 출산 시 교회가 학교에 요청하면, 학교는 출산휴가 90일간 대체 사역자를 보내 주고 그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교회는 여성 사역자에게 3개월간 유급 출산휴가를 줄 수 있고, 학교의 도움으로 사역 공백도 메울 수 있다. 예산이 적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는 학교와 교회가 협력해 여성 사역자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국내 유일한 사례다.

제도를 견인하는 것은 결국 인식이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페미니즘'과 '여성신학'이 교회 안에서 많이 이야기돼야 한다. B는 신학교와 교회에 '성평등한 시각'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지도자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 여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게 몇 년째인가. 아직도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H는 "교회가 그동안 성경을 남성 중심적으로 봐 왔다. 하나님이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성경을 통해 말씀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성경을 지금 시대에 맞게 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급변하는 사회가 성경을 다시 보게끔 도전하고 있는데, 정작 교회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여성 사역자가 많았다.

신학교·교회·교단의 변화와는 별개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성 사역자들이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인터뷰이들도 있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성차별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료'다. 어찌 보면 문제 해결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텐데, 그런 장이 없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여성 사역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혼자 육아의 모든 걸 감내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여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사니까 너무 감정적으로, 힘들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가 아프다고,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 들어 줄 수 있는 귀가 많이 필요해요. 근데 늘 가르치는 사람만 많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여성 사역자들이 자기 고민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고…." - F


"교회 안에서 작은 독서 모임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거죠. 나만 불편한 게 아니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비혼주의자 마리아>(IVP) 같은 현실 고발적이면서도 쉬운 책들을 읽으면 어떨까요. 좀 더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H


"신학교나 교회가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런 비주류의 이야기들이 계속 나와야 해요. 실제로 <뉴스앤조이>든, 소셜미디어든, 클럽하우스든, 여러 경로로 비주류의 목소리들이 계속 삐져나오고 있어요. 불의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검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검열은 남성들이 해야죠." - D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