始源
International Academic Level의 조직신학 논문을 쓰려면,
최근 해외 유명대학 PhD 논문 및 Academic Journal의 article을 심사하면서 느낀 점을, 앞으로 한국에서도 World Class 신학자들이 많이 나와서 세계신학을 이끌어 나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는다. 퇴임 후 논문심사 요청이 와도 보통 사양하지만, 한국신학이나 동아시아 신학에 대한 요청이 오면 그런 사명감을 느끼며 받아드리곤 한다. 그러나 긍정적(Sympathetic)으로 심사하려 하지만 준비가 제대로 안 된 논문을 심사할 때는 곤혹스럽다. 특히 논문저자가 속한 신학적 또는 교리적 전통 안에서 종교 재판 또는 변증하는 식의 글들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International Academic Level에서 조직신학 논문을 쓰려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의 요건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첫째, 저자의 주장(Thesis)이 분명해야 한다. 그 주장을 일관성(Consistency) 있게 구성하고 논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장에는 새로운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장에 그러한 독창성(Originality)이 있어야 World Class가 될 수 있다. 서구적 조직신학 내의 주제로 독창적인 논문을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구적이 아닌 우리의 맥락에서 독창적인 논문을 쓸 수 있는 조직신학적 주제는 너무나 많다. 한국신학자들은 지금 이러한 ‘새로운 조직신학 하기’를 위한 “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 둘째, 저자의 사회적 위치(Social Location)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사회학적 맥락이 신학형성의 구조적 요인이 된다는 것이 20세기 신학이 사회학적 혁명을 거치면서 깨달은 중요한 성찰이다. 여기서 Social Location이라는 것은 사회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신학의 경우 특히 저자의 Local 종교문화와 역사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전통 종교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Contextual Literacy)와 그것에 대한 신학적 성찰(Reflection) 없이는 세계신학의 정글 속에서 신학을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창의적 글은 자신의 Social Location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그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이루어졌을 때에 가능하다고 하겠다.
- 셋째, 19세기로부터 20세기에 걸쳐 21세기에 이른 현대신학의 큰 흐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아래 자신의 담론을 전개해야 한다. 특정한 교리를 옹호하는 교단신학대학교가 아닌 이상, 이러한 기초 없이 Systematic Theology를 논한 (PhD) 논문은 International Academic Level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예컨대, Karl Barth, Paul Tillich, Karl Rahner, Moltmann, Pannenberg 등 독일 신학 전통은 물론이고, 영미 조직신학의 흐름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Postmodern Constructive (Gordon Kaufmann, David Tracy, P Hodgson), Post-liberal (Lindbeck), Metaphysical (S McFague), Narrative, Process, Liberation, Feminist, Asian Theology 등등. 21세기에 들어와서는 Comparative와 심지어 Trans-religious Theology (Theology without Wall)까지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 신학교육 환경은 신학생들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게 하기에는 열악하다. (예컨대, G Lindbeck의 The Nature of Doctrine (1984)이 이제야 번역 출판되었다.) 결국 신학교수들과 신학자들이 그 공백을 채워줘야 한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논의가 Moltmann과 Pannenberg 정도의 20세기 후기의 수준에서 머물고 있거나, 유럽식 비판적 종교철학 쪽으로 비켜가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내가 잘못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는 우리 후학들을 세계신학 담론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어렵다. 신학자들이 분발해야 한다. 국내적 상황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International Academic Level의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세계 신학과 대화하고 공격적으로 뚫고 나가 자신과 후학들을 위해 세계신학 속의 우리 자리를 개척하고 우리 신학을 정립하고 그렇게 교육해야 한다.
----
또한 실질적으로 바르뜨 이전(Pre-Barthian)의 교의학(Dogmatics)적 입장에서 쓴 논문을 애써 앞에 언급한 것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Systematic Theology에 무리하게 맞추려고 하는 논문을 본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Dogmatics’이라고 명시하고, 자신의 Social Location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그에 맞게 차분하게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참고로, 다음은 해외의 한 명문대학이 PhD 논문 심사위원에게 요청한 심사 조항이다.
1. 논문은 주제에 대한 일관된 연구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첫째)
2. 논문은 학위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범위와 깊이에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까? (둘째, 셋째)
3. 논문은 해당 분야의 지식에 독창적인 기여를 하고 적절한 학술지에 게재하기에 적합한 수준입니까? (첫째, 셋째)
4. 논문은 해당 분야의 연구 수행 및 발표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표준을 충족시키고 있습니까?
5. 논문은 주제 및 일반 분야와 관련된 문헌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해당 문헌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판단을 내리는 후보자의 능력을 모두 보여줍니까?
6. 논문은 적절한 방법론 및 이론적 자료에 대해 통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
5 comments
안광덕
이 정도는 되어야 학위 논문이고 학위 권위가 있지요. 매의 눈으로 심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Reply · 1 w
Jeonghwan Choi
한국에선 Member Yuji 같은 논문 통과라도 먼저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 Reply · 1 w
InSun Na
대단히 중요한 언급을 해 주셨습니다!
· Reply · 1 w
이승종
학문적으로 도전적이고
넘 교훈적인 글입니다.
· Reply · 1 w
DuHwan Park
선생님. 글 감사합니다.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데 소백산 자락은 별 탈 없겠죠? 그래도 산자락이니 안전에 유의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