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6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성적 쾌락에 솔직한 ‘프랑스의 속살’ <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 교육&문화 < 테마 < 기사본문 - 한국농어민신문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성적 쾌락에 솔직한 ‘프랑스의 속살’ <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 교육&문화 < 테마 < 기사본문 - 한국농어민신문

전희식의 서재] 성적 쾌락에 솔직한 ‘프랑스의 속살’
기자명 한국농어민신문   승인 2019.06.28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매릴린 옐롬, 시대의 창, 
2017년 2만2000원
[한국농어민신문]

프랑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패션, 영화, 열정, 사랑, 관능 등이다. 그 중에서 프랑스인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미각이나 후각을 잃어버리면 음식 맛을 모르듯이 (성적)욕망이 없는 남·녀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고까지 여기는 게 평균적인 프랑스인의 태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은밀한 사랑의 말은 프랑스 말이 많다.

 ‘랑데부(만남)’, 프렌치키스(설왕설래 - 혀가 오가는 - 키스), 메나쟈트루아(3자 동거), 폴리아모리(비독점 다중 연애) 등. 

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이다. ‘프랑스식 사랑’은 성적 쾌락을 솔직하게 강조한다. 

2010년 유력한 잡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활기찬 성생활 없이도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의 85%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프랑스인은 34%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보수당 출신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현직 대통령일 때 결혼도 않은 채 동거녀와 살면서 다른 여배우와 밀회를 즐기다가 들통이 나자 동거녀는 내쫓고 새 애인과 동거를 시작했는데 대통령 임기를 잘 마쳤다. 퇴임 뒤로도 공화당 대표를 맡았다.
이런 프랑스인 사랑의 역사를 시대적으로 재미있게 정리해 놓은 책이다. 아는 인물들도 제법 등장한다. 리콜라 랭보, 앙드레 지드, 오스카 와일드. 이들은 모두 제11장 ‘남자를 사랑한 남자’편에 나오는 시인이자 소설가들이다. 이른바 게이의 사랑이야기다. 어머니 같은 연상의 여인과 사랑을 나눈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 <골짜기의 백합>을 쓴 발자크 이야기는 더 놀랍다. 235~237쪽에 걸쳐 나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스무 살이나 많은 친 이모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사는 청년이야기다. 말기 암을 앓고 있던 이모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다. 장례식장에서 제3자에게 이모부가 말했다. “나는 그들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 아이(조카청년)는 내 아내가 딱 그 애를 필요로 할 때 왔어요.”라고. 

한 때 프랑스뿐 아니라 중세 유럽은 성적 사랑을 경멸하며 후손을 생산하기 위한 부부사이의 성 관계 말고는 모든 성적 접촉을 사악한 간음으로 여겼다. 수태능력이 사라지는 폐경이 오면 부부간의 성관계도 해서는 안 된다. 잔악한 마녀사냥은 이때 성행했고 수도원의 지하에는 성직자들의 몰래 사랑으로 생긴 태아들이 묻히던 시절이었다. 

제 16장 ‘현대의 사랑’에서는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연애혁명’을 다루고 있다. 혼전 성교, 계약 동거, 연쇄 연애(상대를 계속 바꾸는 사랑), 3인 동거 등이 그동안의 1:1 평생 결혼 개념과 제도를 밀어내고 있다고 요약한다. 1999년에 제정된 팍스(PACS. Pacte Civile de Solidarite. 시민연대 계약)라는 제도도 소개한다(429쪽). 이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뿐 아니라 모든 동거인들에게 사회보장과 임대, 보호자 등의 법적 권리를 주는 제도이다. 


[같이 보면 좋은 책]

혁명시대와 시한부 인생 속 ‘사랑’ 찾기


혁명시대의 연애 
왕샤오보, 김순진 역, 
창비, 2018년, 1만5000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이야기는 아무리 애달프게 시작되어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리라는 것을 소설 첫 장을 열면서부터 예감할 수 있다. 소설 <혁명시대의 연애>는 제목만으로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장렬하게 산화해 가는 사랑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집단과 대중의 폭력 앞에 선 주인공은 사랑과 성(性)으로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게 다다. 희극도 비극도 아니다.  

이 소설에는 권력의 폭력성을 성적인 쾌락을 위한 전희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인 ‘천칭양’과 ‘왕얼’은 폭력 속에 담긴 대중적 욕망을 성적 유희로 재현함으로써 권력에 저항한다. 

“성은 사적인 영역에 속하지만 이념의 통제 아래에서는 권력이 작동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전락한다. 성을 억압당함으로써 사람들은 신체뿐 아니라 의식도 구속 된다”고 하는 지적은 인간사회의 개인이나 집단의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 과도한 부끄러움과 비난, 공격은 모두 자기부정이며 자기기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저자인 왕샤오보(王小波)는 이력이 독특하다. 1952년에 베이징에서 태어났는데 출생 직후 아버지가 계급의 적으로 몰려 온 가족이 어려움을 겪는다. 문화대혁명 때는 어린 나이에 십여 년을 공장노동자로 산다. 뒤늦게 사회학, 문학, 회계학을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데 카프카, 제임스조이스의 실존문학을 닮은 것으로 평가된다. 

-----------------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 몰리에르부터 프루스트, 랭보, 사르트르까지 작품으로 엿보는 프랑스인들의 사랑 이야기
메릴린 옐롬 (지은이),강경이 (옮긴이)시대의창2017-02-15






























미리보기



10.0 100자평(0)리뷰(1)
이 책 어때요?

전자책
13,000원

기본정보

480쪽
140*220mm
624g
ISBN : 9788959406326




책소개
16가지 테마로 엿보는 자유롭고 관능적인 프랑스식 사랑. 프랑스식 사랑이라 하면 자유·관능·방종·쾌락·동거·혼외관계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맞다,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프랑스식 사랑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중세 궁정풍 사랑에서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마치 여러 편의 사랑 영화를 상영하듯, 저자는 사랑에 관한 16가지 테마를 토대로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오늘날 냉소적으로 사랑을 관조하는 우리에게 아직도 낭만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몰리에르, 라신,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조르주 상드, 프루스트, 베를렌, 랭보,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은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목차


독자에게 드리는 글
프롤로그

1장 궁정풍 사랑
음유시인과 중세 프랑스 사랑
2장 품위 있는 사랑
클레브 공작 부인
3장 희극적 사랑과 비극적 사랑
몰리에르와 라신
4장 유혹과 감정
프레보, 클로드 크레비용, 루소, 라클로
5장 연애편지
쥘리 드 레스피나스
6장 공화주의자의 사랑
엘리자베트 르 바와 롤랑 부인
7장 어머니를 그리며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8장 낭만주의자의 사랑
조르주 상드와 알프레드 드 뮈세
9장 날개 꺾인 낭만적 사랑
마담 보바리
10장 즐거운 1890년대의 사랑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11장 남자를 사랑한 남자
베를렌, 랭보, 와일드, 지드
12장 욕망과 절망
프루스트의 신경증적 연인들
13장 레즈비언의 사랑
콜레트, 거트루드 스타인, 비올렛 르딕
14장 실존주의자의 사랑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15장 욕망의 영토
마르그리트 뒤라스
16장 현대의 사랑
현대 프랑스 작가들과 영화들

에필로그
감사의 글
미주
참고 문헌
한국어로 소개된 작품 목록
접기


책속에서



P. 24 마리안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4시부터 7시까지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고 외출할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결혼을 유지하겠노라고 했다. 많은 시간 고통스러울 만큼 솔직한 이야기가 오간 뒤 피에르는 자존심을 버리고 아내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피에르가 불치병에 걸릴 때까지 12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마리안은 피에르가 죽는 순간까지 그를 성실히 보살폈다. 그녀는 피에르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고 그 뒤 스테판의 집으로 이사했다. 접기
P. 37 부부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1176년 서른한 살의 마리 드 샹파뉴 백작부인은 “부부 사이에는 사랑이 있을 수 없다”라고 낭만적 사랑에 두루 영향을 끼칠 판결을 남겼다. 그녀는 결혼이란 서로에 대한 의무를 토대로 하므로 진정한 사랑이 싹트는 데 필요한 성적 끌림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없다고 믿었다. 다른 귀부인들도 마리 드 상퍄뉴의 의견에 공감했다. 접기
P. 96 어느 날 쇼핑을 다녀온 부인은 길에서 넘어진 이야기를 극적으로 들려주었다. 남편은 걱정하고 화를 내며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니지 말라고 충고했다. 나중에 그녀는 내게 그다지 크게 넘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 왜 굳이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폴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지. 넘어지지 않았더라면 뭔가 다른 이야기를 꾸며냈을 거야.” 접기
P. 104 사랑에서는 ‘갈랑트리’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급속히 번졌다. ‘갈랑트리’는 넓게는 이성을 품위 있게 대하는 예절, 좁게는 여인의 환심을 사는 기술로 정의되는데 적어도 300년간 상류층 사교계를 지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달라지긴 했지만 요즘도 정중한 예의와 매력을 보여주는 남성에게 ‘갈랑gallant’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접기
P. 195 지나치게 격렬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는 것, 자신을 버리고 굴욕까지 감수하며 사랑하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프랑스 문화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어쨌든 프랑스인들은 트리스탕과 이죄, 랑슬로와 그니에브르 같은 타협을 모르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창조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이야기 속 선배들처럼 쥘리는 마르지 않는 열정의 샘을 품었지만 그 열정을 한 사람에게만 쏟아붓지 않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애정으로 달랑베르를, 서로에 대한 열정으로 모라를, 집착적인 격정으로 기베르를, 이렇게 세 남자를 서로 다르게 사랑했다. 그녀의 삶은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과 대립된다. 접기
더보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7년 2월 10일자 '출판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메릴린 옐롬 (Marilyn Yalom)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여성주의 작가이자 프랑스 문학 연구자로,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다. 《아내의 역사》,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편 어빈 옐롬과 함께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서 산다.


최근작 : <하트에 관한 20가지 이야기>,<프랑스식 사랑의 역사>,<여성의 우정에 관하여> … 총 47종 (모두보기)

강경이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영어교육과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 공동체 모임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덧없는 꽃의 삶》, 《걸스쿼드》, 《과식의 심리학》, 《철학이 필요한 순간》,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아테네의 변명》, 《운명의 날》,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등이 있다.


최근작 : <천천히, 스미는> … 총 6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16가지 테마로 엿보는 자유롭고 관능적인 프랑스식 사랑
프랑스식 사랑이라 하면 자유·관능·방종·쾌락·동거·혼외관계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맞다,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프랑스식 사랑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중세 궁정풍 사랑에서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마치 여러 편의 사랑 영화를 상영하듯, 저자는 사랑에 관한 16가지 테마를 토대로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오늘날 냉소적으로 사랑을 관조하는 우리에게 아직도 낭만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몰리에르, 라신,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 조르주 상드, 프루스트, 베를렌, 랭보,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은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프랑스 거장들과 함께 파리의 센 강을 거닐며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프랑스인들의 성과 사랑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몰리에르, 프루스트, 랭보, 사르트르 등 프랑스 거장들의 향연
먼저 1장~3장에서는 프랑스 궁정의 품위 있는 고전주의 사랑을 그린다. 17세기 프랑스의 왕과 왕비, 귀족과 귀부인, 음유시인과 작가 들은 시를 읊고 사랑을 찬미하며 로맨스를 나누었다.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을 제외한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글을 몰랐기 때문에 연극을 관람하는 것으로 사랑에 관한 기술을 익혔다. 라파예트의 《클레브 공작부인》을 비롯해 극 형태로 쓰인 몰리에르의《인간 혐오자》, 라신의 《페드르》와 같은 고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4장에서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아베 프레보의 《마농 레스코》, 클로드 크레비용의 《마음과 정신의 방황》, 그리고 《에밀》로 잘 알려진 장 자크 루소의 사랑 소설 《신 엘로이즈》를 접할 수 있다. 18, 19세기 영국 소설이었다면 결혼이 행복한 결말을 장식했겠지만 전형적인 이 프랑스 소설들에서 결혼은 이야기 초반에 등장해 그 뒤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이처럼 프랑스 특유의 뻔하지 않은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5장에서는 몽테스키외, 루소, 볼테르의 뮤즈였던 쥘리 드 레스피나스의 삶과 그가 쓴 소설, 연애편지로 18세기 프랑스 여성의 사랑에 파고든다. 6장에서는 엘리자베트 르 바와 롤랑 부인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혁명 시기에 싹튼 공화주의자들의 사랑을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접할 수 있다. 7장에서는 콩스탕, 스탕달, 발자크의 작품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모성애에 관한 사랑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모성애에서 분리되지 못한 사랑은 정신 병리적인 현상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이 또한 사랑의 한 유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8~9장에서는 쾌락적 사랑의 끝을 추구했던 《마담 보바리》의 엠마와 달콤한 사랑의 언어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시라노를 만날 수 있다. 10장~13장에서는 동성애, 신경증적 사랑, 레즈비언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이 등장한다. 앙드레 지드, 오스카 와일드, 랭보,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과감히 드러내었다. 특히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일곱 권의 연작소설 속에 온갖 신경증적인 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하여 오늘날까지 극찬받고 있다. 이 책에서 그 방대한 작품을 개략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14장에서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실존적이고 ‘쿨한’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들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동반자로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서로 제삼자와 연애하는 것을 자유롭게 허용했다. 오늘날까지 프랑스인들에게 ‘워너비’로 꼽히는 연인이다. 15장에서는 영화 〈연인〉의 원작자로 유명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연인》을, 마지막장에서는 미셸 우엘벡, 카트린 밀레 등 현대 프랑스 작가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도 등장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열광적인 사랑의 소나타, 그리고 보바리즘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통해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다. 이는 작품 속 엠마 보바리가 자신의 지위와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쾌락을 탐하는 데에서 비롯된 용어로 감정적·사회적인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사랑은 어쩌면 이 ‘보바리즘’이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없이 다양한 형태를 지니며 사랑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으로 사랑을 옭아맬 수 없다. 사랑은 잠재울 수 없는 열정의 모습일 때도 있고 정신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다정한 관계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질투와 분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침묵, 망설임, 암시, 숨은 욕망으로 시작되어 나중에는 사랑의 감정을 표출할 단어를 찾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수백 년 동안 정서적, 언어적 관계로서의 사랑, 감성과 지성의 결합으로서의 사랑,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열광적인 소나타로서의 사랑을 퍼뜨렸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모든 형태의 사랑을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육체적 사랑을 꿈꾼다. 그뿐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이를테면 질투?고통?혼외정사·환멸 심지어 폭력까지 사랑의 요소로 생각한다. 동성애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사랑, 성애적 사랑 또한 이들에게 문제될 것 없다. 프랑스에서 사랑은 미국 사람들이 기대하는 도덕의 외피를 쓰지 않는다.

“봉주르 마담”과 갈랑트리
프랑스 남성들은 중세 시대부터 내려온 ‘갈랑트리galanterie’라는 관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여 여성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듣기 민망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것에도 능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랑스인들이 왜 사랑에 탁월한 민족인지 몇 가지 경험담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저자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주친 거리 청소부는 감탄하는 시선으로 그를 훑어보며 “봉주르 마담”이라고 인사한다. 프랑스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 친구의 세 살배기 아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말고 엄마에게 “엄마 입술이 참 예뻐”라고 말한다. 이는 프랑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성들은 남자친구, 혹은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나이가 들어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외모를 비롯하여 남성들의 시선을 끌 만한 매력을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 위해 약간의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저자의 오랜 프랑스 친구는 나이가 여든이 넘어서도 하이힐을 신는다. 자신의 남편을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다”고 말한다. 연하의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남편에게 “길에서 넘어졌다”며 귀여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나이가 들어도 사랑의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이들은 당당하게 사랑을 외친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랑이라는, 어쩌면 뻔하고 식상한 감정을 부단히 천착하는 이유는 성욕이라는 기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요, 결혼이라는 제도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도 아닌, 인간이 사랑할 대상을 찾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며 살아갈 이유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접기

마이리뷰



사랑만세

수많은 유럽여행객들이 에펠탑 사진을 찍고 몽마르뜨 언덕의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루브르 박물관을 가는 이미지는 널려있다.

프랑스가 낭만과 자유의 나라라는 도식은 이제 식상할 정도지만 우리는 프랑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프랑스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도 꽤 유익한 책이다.

중세시대부터 현대에 걸쳐 프랑스의 회화,인물,역사,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앞부분은 고전에 관한 내용이라서 나는 뒷부분의 프랑스 현대의 사랑부터 역순으로 읽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 랭보나 레즈비언의 사랑, 스탕달 등의 큰 주제별로 엮인 목차도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가는 부분이 있다면 먼저 선택해서 읽어도 전체적인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방하다.

주제가 '사랑'이라해도 어찌됐든 인문학적 관점으로 쓰여진 책이니 어려운 단어들과 딱딱한 문체로 쓰여져 있을 것이고 해박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무척 재밌었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며 여러 변천사를 거쳐 온 만큼 현재 우리와 사랑하는 모습과 닮은 모습도 여럿 있었고 이해하긴 힘들어도 매력적인 사랑형태도 있었고 고민해볼만한 진보적인 시도도 있었다.

어느 목차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히며 각각 실제인물 혹은 고전작품을 예로 들어 프랑스 당대의 사회상, 연애상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책을 다 읽고 나선 프랑스란 나라, 뭘까 하며 지금까지 자신의 머릿 속에 축적해온 프랑스에 관한 지식들과 견주어 보게 된다.

살아가기 힘든 세상 속에 혼자 버텨야 할 때, 그나마 우리가 희망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낭만적 사랑이 아닐까.

읽으면서 젠더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글쓴이를 확인해보았더니 여성주의 작가로서 연구하고 글을 써온 사람이라 반가웠다. 사랑은 남녀노소 누구나 겪게 되는 고통과 기쁨이지만 사랑이야말로 젠더 감수성으로 봐야할 주제이지 않은가.

글쓴이가 재밌게 쓴 내용들을 이렇게 쉽고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니 번역가에게도 고맙다.

- 접기
ikaru 2017-07-31 공감(1) 댓글(0)
마이페이퍼

전체 (2)

페이퍼 쓰기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지난해 나왔다면 프랑스문학 강의 때 유익하게 참고할 뻔했던 책이 (내 기준으로) 한 발 늦게 출간되었다. 메릴린 옐롬의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시대의창, 2017)다. '몰리에르부터 프루스트, 랭보, 사르트르까지 작품으로 엿보는 프랑스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부제. 책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아니고 이미 원서는 구입해둔 터이지만, 막상 읽어볼 여유는 없었다. 늦게라도 번역본 출간이 반가운 이유다.




"프랑스식 사랑이라 하면 자유·관능·방종·쾌락·동거·혼외관계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맞다,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프랑스식 사랑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젠더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중세 궁정풍 사랑에서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초점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프랑스 문학 속의 사랑'이란 주제는 '프랑스 문학 속의 여성'과 호환적이다. 아니 골드만의 <잃어버린 사랑의 꿈>(한국문화사, 1996)이 그 주제를 다룬 책. 나탈리 에니크의 <여성의 상태>(동문선, 1999)도 마찬가지인데, 시야는 서구 소설로 확장하고 있다(별로 기억에 남는 책은 아니었다).









한편 저자 옐롬의 책은 수년 전에 다시 나온 <아내의 역사>(책과함께, 2012)를 비롯해 지난해에 나온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책과함께, 2016) 등이 더 있다. <유방의 역사>(자작나무, 1999)는 가장 먼저 나왔던 책인데, (놀랍게도)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아래가 이 책들의 원서다...









17. 02. 08.
- 접기
로쟈 2017-02-08 공감 (39) 댓글 (0)


플로베르의 감정교육



오후에 도서관에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계기 삼아서 알베르 티보데의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미친 사랑의 서>에서 플로베르 장을 읽었다. 플로베르와 그의 정부 루이즈 콜레의 관계에 대해서 좀더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가 플로베르 서간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플로베르 서간집은 영어판의 경우 두 권으로 나와있다), 조르주 상드와 주고받은 편지와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모르겠다(짐작엔 둘다 책 분량은 된다).

<감정교육>의 아르누 부인의 모델인 엘리자 슐레쟁제가 플로베르 인생의 여인으로 얘기되지만 엘리자는 꿈속의 연인이자 문학적 형상에 가깝고 실제 현실에서의 연인은 루이즈 콜레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1846년부터 대략 8년간 지속되었다. 엘리자와 루이즈, 모두 1810년생으로 플로베르보다는 열한살 연상이다. 말년에 긴밀한 교분을 나눈 조르주 상드는 1804년생으로 플로베르보다 열일곱 살이 더 많다. 이렇듯 연상의 여인과 연하남의 관계가 프랑스식 ‘감정교육‘의 기본모델이다(<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참조).

플로베르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였던 루이즈 콜레와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환멸과 증오로 일단락된다. 결혼을 혐오했던 플로베르는 가끔씩의 만남과 편지교환 상대로서의 정부만을 필요로 했을 뿐이었다(여러 가지로 플로베르는 카프카의 롤 모델이다). 플로베르의 허락 없이 그가 창작에만 열중하며 칩거해 있던 크루아세를 방문했다가 콜레는 냉대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슐레쟁제와 콜레, 그리고 상드를 플로베르 인생의 세 여인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어머니와 조카딸 같은 가족을 제외하면). 이 여성들이 플로베르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오후에 몇 자 적으려고 했던 글인데 핸드폰을 몇 시간 유실했다가 찾게 되는 바람에 늦어졌다. 피로하기도 하여 짧게 마무리한다...








- 접기
로쟈 2019-09-01 공감 (29) 댓글 (0)
Thanks to
공감
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