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선사가 황벽선사에게 불법의 적실하고 적실한 큰 뜻을 물으니, 황벽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곧 일어나서 매 삼십봉을 때렸으니, 그 때리는 뜻이 어떠한 뜻인지 연구할 사 105
기자명 류성태 교무 입력 2012.04.27 호수 16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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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선사가 황벽선사를 찾아뵙고 큰절을 3배 올렸다. 황벽스님이 "무엇 때문에 날 찾아왔는가"라고 묻자 "부처님의 적법 대의가 도대체 뭡니까?" 임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황벽선사는 몽둥이로 후려쳤다. 임제는 시원한 답변을 듣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물러났다.
시자 목주가 "다음에 오라"고 하여 임제는 다시 와서 황벽선사에게 질문했다. 이에 또 황벽은 또 몽둥이로 후려쳤다. 이러한 일이 세 번이나 일어났다. 임제는 "저런 미친 스님을 모시고 있는 목주 당신도 문제요"하며 떠나려 하자, 시자 목주가 "그럼 이왕 떠나는 길에 저 앞산 너머에 대우라는 큰스님이 계신데 그 스님도 큰 도를 이룬 분이니 이 일을 한번 물어보고 이유나 알고 가시오"라고 했다.
임제는 매를 맞은 것이 억울하여 산 넘어 대우스님을 만났다. 대우스님은 말하길 "이 멍청한 놈아, 천하의 제일가는 황벽선사께서 너를 지극히 생각하여 그렇게 친절히 삼일 동안이나 일러 줬거늘 그 소식을 몰랐단 말이냐?"하는 말에 임제스님은 순간 박장대소하며 크게 도를 깨쳤다고 한다.
임제는 큰 깨달음을 얻은 후, 황벽스님에게 다시 찾아간다. "네가 왜 또 왔는가?" 하니 임제 곧장 황벽의 멱살을 잡고 "한마디로 도를 일러보시오"라고 다그쳤다. 황벽 스님이 "아, 이런 놈 봤나?"하니 임제는 황벽스님의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주먹으로 내리쳤다. 황벽스님이 "아이쿠" 소리치며 넘어진 후 일어나서 임제가 크게 깨달은 것을 알고 견성인가를 내리며 제자로 삼는 장면이다.
황벽스님이 임제에게 매질을 한 것은 도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하였던 것이다. 임제는 그의 어록에서 "만약 어떤 장소에서든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곳은 모두 참된 곳이며, 어떤 경계에서도 잘못 이끌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은 돈오(頓悟)의 소식을 전하는 선사들의 선문답이다.
임제선사는 임제종의 선구로서 그의 어록인 〈임제록〉에서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글을 남긴다. 도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믿고 밖에서 찾지 말라는 것이다. 도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다른 것들에 사로잡혀 삿됨과 정당함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법어이다.
한국 불교는 임제종 계통으로 우리나라 불교의 조계종은 임제종의 간화선이 그 공부방법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소태산대종사는 임제종의 간화선에 더하여 조동종의 묵조선을 아우르는 단전주 선법을 전하고 있다(〈정전〉, 좌선법).
소태산대종사와 임제스님이 만났더라면 또 무슨 화두를 주고 받았을까? 또 정산종사는 평상심이 도(〈정산종사법어〉 권도편 45장)라고 한 법어를 생각나게 한다.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서 있는 곳에 도가 있다고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