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2

사마천은 노자한비열전에서 노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노자老子는 누구인가?

노자의 맨 얼사마천은 <노자한비열전>에서 노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노자한비열전>에서는 노자와 한비자 외에도 장자와 신불해를 함께 소개한다. 그래서 이 편을 <노장신한열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자, 장자, 신불해, 한비자의 이름을 따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헌데 어째서 사마천은 이 넷을 하나로 묶은 것일까. 노자와 장자를 묶고, 신불해와 한비자를 묶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각각 도가와 법가의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자와 한비자를 함께 묶었다는 것, 도가와 법가를 하나로 묶었다는 것은 많이 낯설다.




노자老子는 누구인가?

노자의 맨 얼굴 #2
by기픈옹달Nov 26. 2020





사마천은 <노자한비열전>에서 노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노자한비열전>에서는 노자와 한비자 외에도 장자와 신불해를 함께 소개한다. 그래서 이 편을 <노장신한열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자, 장자, 신불해, 한비자의 이름을 따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헌데 어째서 사마천은 이 넷을 하나로 묶은 것일까. 노자와 장자를 묶고, 신불해와 한비자를 묶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각각 도가와 법가의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자와 한비자를 함께 묶었다는 것, 도가와 법가를 하나로 묶었다는 것은 많이 낯설다.


도가는 자유로운 자연적인 삶을 추구했고, 법가는 억압적인 법과 형벌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의 인물을 함께 묶어놓았다는 뜻이다. 하나 참고해볼 수 있는 것은 한비자가 <노자>의 최초 연구자였다는 점이다. <한비자>의 <해노解老>편은 제목처럼 <노자>에 대한 해석이다. 일단은 도가와 법가, 혹은 노자와 한비자의 연속성에 주목하는 연구자가 있다는 점만을 짚어두도록 하자.




<노자한비열전>에 기록된 노자의 행적은 매우 복잡하다. 일단 노자로 지칭되는 인물이 여럿이다. 사마천은 시대도 이름도 다른 세명을 소개한다. 노자가 둔갑술을 익혔기라도 했던 걸까? 그게 아니라 사마천 스스로도 노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기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셋은 <노자>를 썼다고 전해지는 노자老子라는 인물의 후보군이라 할 수 있다.




주나라의 이이李耳, 초나라의 노래자老萊子, 주나라 태사 담儋. 사마천은 이 세 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생몰 연대도 분명하지 않다 말한다. '160살 또는 200살을 살았다'는 소문을 전한다.




노자의 전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공자가 노자를 만나 예를 물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노자한비열전>이외에도 다른 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공자세가>, <장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래서 노자가 공자의 스승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이 사건이 있었을까? 후대의 학자들은 이 기록에 많은 의문을 품었다. 만약 <사기>의 기록처럼 공자가 노자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큰 감명을 받았다면 어째서 <논어>에서는 이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일까. 노자의 제자로 기술되는 것을 피하고자, 공자의 후예들이 그 사실을 삭제해버린 걸까. 대체로는 그와 반대로 해석한다. 노자를 공자의 스승으로 소개하면서 도가의 위상을 높이려 했다는 뜻이다.




이보다는 뒤에 이어서 기록된 두 사건에 더 주목해보자. 하나는 앞서 언급한 함곡관을 넘어 서쪽으로 사라지며 5,000자의 글을 남겼다는 내용. 다른 하나는 진秦 헌공을 만나 예언을 남겼다는 내용이다. 이 둘은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둘 모두 진나라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함곡관을 넘어간 이야기를 살펴보자. 사마천은 노자가 주나라의 쇠락을 보고 서쪽으로 건너갈 때 함곡관을 지났다고 말한다. 함곡관은 '관중', 즉 진나라로 들어가는 길목을 상징하곤 했다. 따라서 노자가 서쪽으로 떠난 것은 주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들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쪽 주나라의 입장에서는 함곡관을 넘어 노자가 사라진 것이겠지만, 서쪽 진나라의 입장에서는 함곡관을 넘어 노자가 찾아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자는 왜 진나라로 간 것일까? 진헌공을 만난 이야기를 보자. 노자는 주나라와 진나라가 본디 하나의 나라였으나, 현재는 나뉘었고 나뉜 지 500년 만에 다시 합쳐질 것이며, 합쳐진 뒤 70년이 지나 패왕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일종의 예언이다. 노자는 지금 진나라가 주나라, 나아가 춘추전국을 통일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어서 패왕, 새로운 통치자가 도래할 것이다.




실제로 역사는 노자의 말처럼 흘러간다. 진은 나머지 나라를 차례로 정벌하여 무너뜨리고 천하를 통일한다. 진왕 영정은 자신의 업적을 기리며 새로운 호칭이 필요하다 말하였다. 그는 황제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스스로를 짐이라 일컬었다.




주나라의 몰락 이후 등장한 새로운 권력, 이를 예언한 인물이 노자라니. 어지러운 세상을 뒤로하고 조용히 사라진 노인의 모습은 어디 간 것일까. 새로운 제국과 새로운 통치자를 예언한 노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거꾸로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노자의 모습이 일종의 가면은 아니었을까. 노자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비자가 <노자>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한비자 역시 장차 등장할 통일 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진시황이 한비자의 글을 읽고 감탄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노자가 실존하는 인물이었다면 진시황은 노자를 자신의 곁에 두고자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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