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8

<불교시론> 삶에 대한 태도 돌아보게 하는 정명 - 금강신문

<불교시론> 삶에 대한 태도 돌아보게 하는 정명 - 금강신문

<불교시론> 삶에 대한 태도 돌아보게 하는 정명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승인 2019.07.30 10:05


평생 직장 찾기 어려운 시대
현재 자신 일 벅차다면
‘정명’ 충족 여부 살펴보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요즈음에도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들 4명 중 1명이 얼마 가지 않아 퇴사한다고 한다. 취업하기도 어렵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평생의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깊은 고민과 함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도 올바른 직업 선택에 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정명(正命)은 붓다가 가르친 번뇌를 여의는 여덟 가지 올바른 길(八正道) 중 한 가지로서, 붓다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지 말라는 윤리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명은 불교의 기본 태도인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ahimsa)’과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강조하지만
올바른 직업에 관한 문제란 단지 이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좋은 일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선택과 자기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내가 하는 일에는 경쟁자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수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정명이란 결국 좋은 직업의 선택일뿐만 아니라 
그것을 상당한 수준의 수행으로 유지하는 것을 말하며, 
불확실하고 심지어 불합리하기도 한 현실 속에서 타인(동료나 경쟁자)과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하는 데 있어서 누려야 할 행복감이다.

  • 아힘사(Ahimsa), 
  •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것, 
  • 조화로운 인간관계, 
  • 일 속에서 찾는 행복 

등 이러한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 정명은 그야말로 외줄 타기 곡예처럼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잘 맞춰야 이룰 수 있는 어려운 작업으로 보인다.

만일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벅차거나 어려운 일로 느껴진다면, 이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충족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봐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달리 말해, 내가 지금 위의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면 마음이 혼란스럽고 번뇌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는 내가 정명의 기본적인 사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내가 독선적인가? 
너무 종속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는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타인을 적대시하는가? 
아무런 즐거움 없이 업적만을 바라보고 조직 속의 목표에 끌려다니지는 않는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스스로 점검해 보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정명이란 
삶에서 내가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따지기 전에 
삶이 나에게 어떤 문제를 내주고 있는가를 묻는 태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정명은 수행의 마음가짐으로 실현될 수 있다. 

상황을 호전시키는 능력은 
시시각각 삶이 던지는 질문을 헌신적인 노력과 지혜로 풀어가는 수행자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비로소 우리는 일이 주는 순수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불만이 가득 차 볼멘소리를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정명의 철학이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ggbn@gg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