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4

Dan Bida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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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나이가 드니 진짜 오래가는 인연은 얼마 안된다는 걸 알겠다. 대부분은 그때 그때 관심사와 처지에 따라 스쳐가는 시절 인연이다. 삶의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는 절친한 친구들은 사실 전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생각해보면 깊이 오래가는 인연들은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 비슷한 태도가 필요하다. 바람에 날아온 땅에 떨어진 모든 씨앗이 꽃피우지 않듯 어떤 인연은 몇 시간 또 며칠 또 다른 인연은 몇 년 그리고 수십년 지속되는 인연들도 있다. 깊고 오랜 인연에는 상호 돌봄과 관심,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나는 인연에 좀 무심한 편인데 그래도 진실하게 인연을 유지하는 나만의 비법이있다. 안부 전화를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평소에 어떤 사람이 불쑥 무의식위로 떠오를 때마다 그가 평안하고 무형 유형의 것들에 고통받지 않길 기도하며 만트라를 읖조린다. 보이지 않지만 돌봄과 사랑, 지지의 에너지를 보내고 있달까. 그러면 보이는 것 너머로 느껴지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직접 만났을 때 너무나 자연스럽게 환하게 미소가 나온다. 평소 긍정적인 지지의 에너지를 많이 보낸 상대를 대면하면 비교적 판단없이 내 기준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어놓고 경청하게 된다. 그의 입장과 조건 가운데 그럴 수밖에 없는 말과 행동, 선택을 하게 된 상대방이 이해가 된다. 판단없는 경청은 때로는 치유와 성장으로 이끌며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루중 흘러가는대로 온갖 생각을 오고간다. 무의식과 의식을 부유하며 알아차림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오고 간다. 그 멍때리는 시간 위로 어떤 인연이 의식 위로 떠오를 때마다 ‘당신이 지금 평안하기를 행복하기를, 고통이 있다면 벗어나기를’ 조용히 읖조려보자. 가령 떠돌이 개와 고양이를 볼 때, 폐휴지 리어카를 끌고가는 할머니를 볼 때, 태풍이 오는 날 택배 상자를 들고온 기사님을 만날 때 오래 소식이 뜸했던 후배가 생각날 때 아주 짧게 기도하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평안하기를 조건없이 행복하기를, 고통이 있다면 벗어나기를’ 삼십 초도 걸리지 않지만 마음이 어느새 자비심으로 가득찬다.


이것이 사막 수도원의 교부가, 감옥에 갖힌 티벳 승려가 또 외딴 시골 밭에 앉은 촌부와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회사원이 자기 안에 자비심을 기르고 만물과 상호연결된 충만함을 경험할 수 있는 간단한 비법이다. 인간만이 타인을 위해 기도할 수 았는 영적 존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