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0

남기정 - 위안부 ‘30년’ 무너질 판…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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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30년’ 무너질 판…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지켜야 한다

등록 :2020-06-04



‘위안부 운동을 말하다’ 전문가 릴레이 기고 ⑦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님의 기자회견 이래 한달 동안 무거운 공기가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이용수님 입장에서 볼 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기대가 컸으리라. 그런데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그 시간을 함께 견뎠던 동지가 저편으로 간단다. 배신감이 들었으리라.



일이 이렇게 되도록 무심했다는 점에서 어느 누구 하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와중에 이 ‘사태’에 편승해 진영의 이익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이제 그 반인륜적 작태를 멈추어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 감당해야 할 책임만큼 반성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우선 책임을 느껴야 할 곳은 여성가족부다. 문제 해결의 주무부처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7년 1월의 비공개 공약집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를 요구했던 문 후보는 4월의 10대 공약에서는 원칙적 대응을 강조했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재교섭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납득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그런데 정부 출범 뒤 7월19일에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 위안부 문제는 외교부가 아니라 여가부 문제로 설정되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서 한-일 관계가 양호하게 관리되어야 할 양자 관계로 설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위안부 문제는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의 과제로 설정되어 여가부가 담당하게 되었다.



과거 정부에서 우리 스스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어루만져드리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를 설치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2020년을 목표로 피해자 역사관을 건립하여 조사 연구사업을 체계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위안부 기림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 사업도 추진되었다. 그러나 연구소 사업은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어서 문제가 되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역사관에 연구소의 기능을 더한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으로 가닥을 잡고 여가부 내 추진자문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움직였다.

그러나 결국 그 시도는 20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좌절했던 것이다. 이게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진 위안부 관련 사업의 경위다. 초라한 성적이다. 추진자문위원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던 윤미향 의원에게 국회 진출이 절실한 목표로 다가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한편 대일외교 과제로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를 검토하여 설정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검토 티에프가 내린 결론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예산 조치, 내각 총리대신 명의의 사죄, 반성 표명 등에서 어느 정도 진전된 내용이 있으나, 정대협 설득, 소녀상 이전, 성노예 표현 금지 등의 비공개 합의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이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중대한 흠결’로 받아들이고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서 나온 외교부의 입장은 2015년 합의가 공식 합의임을 인정하여 파기나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 중심주의를 수용하여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여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외교적 행위가 아닌 국내적 조치였다. 다만 그 처리 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하여, 이를 외교부의 몫으로 자임했다.



이후 여가부는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수순에 들어갔으나, 외교부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진 위안부 합의 처리의 경위다. 미진한 수준이다. 

그런데다 강제동원 문제가 부상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일반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용수님의 마음에 초조감이 쌓였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제동원 해법으로 등장한 문희상 안에 화해·치유재단 해산으로 남은 60억원을 기금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강제동원 해법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는 ‘외양’을 만들기 위한 편의주의적 발상이었다. 이는 근로 ‘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해 ‘위안부’ 문제가 이용당했다는 이용수님에게 피해의식과 의구심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국회는 믿을 것이 못 되어 보였을 것이다.



더불어, 위안부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겠다는 목표는 더욱 선명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30년 동지가 운동을 떠나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이것이 이용수님과 윤미향 의원의 간극이 되었다.



그 간극을 누가 만들었는가? 여가부와 외교부와 국회다. 그런데도 이들은 둘 사이에 벌어진 틈을 온갖 마군이 헤집고 들어와 별의별 악다구니를 쏟아대는 걸 뒷짐 지고 서서 관망할 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부가 뒷걸음칠 때 피해자들과 지원단체 일꾼들이 나서서 일군 30년 성과가 무너질 판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30년 성과를 지켜야 한다.

이용수님과 윤미향 의원 사이에 여가부와 외교부 담당자가 앉아서 틈을 메우고 문제 해결의 기초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용수님의 입장문이 그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 기본 구상은 여성인권평화재단 구상과 통한다.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이용수님과 윤미향 의원이 다시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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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위안부 운동을 말하다 : 전문가 릴레이 기고



  • 일본에 가해자의 책임 다시 묻고 ‘여성인권과 평화’ 허브를 이땅에
  • 모두가 하나됐던 ‘2000년 법정’처럼 2020년 시대적 요구에 머리 맞대자
  • 30년 운동 폄훼하는 보수언론 부정·혐오에 맞설 힘을 키울 때다
  • 위안부 ‘30년’ 무너질 판…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지켜야 한다
  • ‘30년 위안부 운동’ 마치 끝난 듯 평가 말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947960.html?fbclid=IwAR1yL9lV3O9YqVPkxsau4zc_bnDr9EvS9zfcsTGU78ZDA-anVnEnUhskOAs#csidxf28714aeb97bb1c8b9804b2ba03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