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탐진치 삼독(貪瞋痴 三毒) - 경향신문
[여적]탐진치 삼독(貪瞋痴 三毒)노응근 | 논설위원
입력 : 2012.05.27
오늘 석가모니 탄신일을 맞아 부처가 이 세상에 오신 뜻을 한번쯤 새겨볼 만하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석가탄신일 봉축 법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와 갈등은 탐진치(貪瞋痴)가 원인”이라면서 “탐진치를 떨쳐버리고 개개인이 ‘참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탐진치에서 ‘탐’이란 탐욕, ‘진’이란 성냄, ‘치’란 사리를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부처는 탐진치가 삶과 죽음을 포함해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보편적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오죽했으면 불가에서는 탐진치를 ‘삼독(三毒)’이라고 부를까.
부처는 우리가 탐진치에서 벗어난 상태를 얘기했다. 열반이요, 해탈이다. 부처는 인간의 탐냄과 성냄,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열반이라고 했다. 진제 스님의 법어에서 유추하면 우리에게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기심이 녹아 없어지면서 참나가 드러난 경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감각적 차원을 뛰어넘어 더없는 행복과 희열이 찾아온 상태, 너와 나가 구별없이 하나인 전체가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열반이 아무리 좋아 보이더라도 출가자도 아닌 보통 사람이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처가 실천한 수행 방법을 따르면 된다.
부처가 한 말을 그대로 기록한 불교 초기경전을 보면 수행 방편으로 계율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 계율 중 몸과 입, 마음을 단속하라는 십선계(十善戒)가 있다. 탐진치를 버리는 것 외에 살생과 도둑질, 간음, 거짓말, 이간질, 험담, 잡담을 하지 않는 것을 더한 것이다. 일상사에 매여 정신없이 살기 바쁜 우리로서는 감히 십선계를 실천하기로 마음을 먹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자신감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삶이 더 피곤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선 시작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계율부터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절이나 선원을 찾아 도움을 받으면 된다. 경기 양평에 있는 순일선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마음에 쌓인 탐진치의 찌꺼기를 걷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탐진치는 자신은 물론 남까지 힘들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 부처님오신날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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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205272055435#csidx4e61b5a450dcf3c9cd39f6577939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