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5

알라딘: 장서의 괴로움

알라딘: 장서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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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은이), 정수윤 (옮긴이) 정은문고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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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100자평 77편
리뷰 63편
세일즈포인트 2,118

원제 藏書の苦しみ (2013년)248쪽



책소개
대략 장서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처럼 "그래, 이제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는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천천히 책더미와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부터 손을 놓기 시작하면서 헌책방에 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과연 나는 올바른 독서가인지 반성하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을 찾아내며, 도서관에서 위로를 받으며 결국 나의 책을 처분하기까지. 장서가라면 맞아, 맞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눈물겨운 이별과정이 그대로 펼쳐진다.



목차


추천의 글 8

1장. 책이 집을 파괴한다 17
분명 어딘가 있는 책을 사는 처지에 | 완벽한 장서 공간이 되리라 믿었는데 | ‘바닥을 뚫은 남자’ 사건 | 장서로 바닥을 뚫은 저명인사 | 종이봉투의 무게를 못 견디고, 쾅! | 일주일 만에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2장. 장서는 건전하고 현명하게 28
버릴 것인가, 팔 것인가 | ‘이사’야말로 책을 처분할 최적의 기회 | 2천 권을 줄여도 꿈쩍도 안 해 | 원하는 책은 전부 가지고 가세요 | 팔아버린 다음 날, 또 샀다

3장. 장서 매입의 이면 38
책은 순환하고 재생한다 | 아픔의 보상은 40만 엔 | ‘양질’의 문고가 줄고 있다 | 두 상자에 1만 엔, 열 상자에 5천 엔? |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다 | 헌책을 사고파는 행위에는 드라마가 있다

4장. 책장이 서재를 타락시킨다 51
장서량은 주거환경의 넓이에 비례한다 |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상 | 이상적인 서재는 교도소? | 서재의 타락은 책장에서 | 책상 주변에 쌓인 책이야말로 쓸모 있다 | 부동산에는 나쁜 조건, 장서에는 좋은 조건 | 멀쩡한 인생을 내팽개친 사람

5장. 책장 없는 장서 풍경 66
책 주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책장 | ‘조제’에게 책장이 필요 없던 이유 | 생활공간은 밤낮으로 깔린 이부자리뿐 | ‘장서가 즐거운’ 시절 | 2년에 걸친 장서 ‘다이어트’

6장. 다니자와 에이치의 서재 편력 77
시작은 다시 읽은 책 한 권 | 초등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들락날락 | 다니자와 에이치의 ‘전설’의 서재 | 오래된 복도는 장서 공간 | 철제 책장은 지진에 약하다 | 장서의 생명은 ‘분류’에 있다 | 헌책방 주인은 어떤 생각을 하며 책을 묶을까? | 이류를 찾아 읽는 보람

7장. 장서가 불타버린 사람들 99
사카자키 시게모리의 숨겨진 서재 | 불타면 후련해진다 | 나가이 가후의 책 말리는 날 | 공습으로 장서가 하룻밤 새 잿더미로 | 집에 불이 날까 늘 노심초사 | 종이는 탔는데 활자는 그대로 남았다고? | 돌고 돌아 다시 내 손에 | 책이 타는 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운명

8장. 책이 사는 집을 짓다 120
책장은 ‘벽 먹는 벌레’ | 〈마이 페어 레이디〉 속 서재 같아 | 어머니 왈 “책이 날 죽이겠어!” | SF와 추리물을 좋아하던 소년 | 건축가를 찾아라 | 나무 바닥은 약하고 책은 무겁고 | 이런 집을 지어서는 안 돼 | 책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생긴 실패

9장. 트렁크 룸은 도움이 될까? 136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 ‘읽다’에서 ‘사다’로의 변신 | 순식간에 트렁크 룸이 꽉 차 | 연간 20만 엔이 책 보관료로

10장.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 145
다다미 넉 장 반짜리 방 한 칸이 그리워 | 〈애처이야기〉 속 책 상자 두 개 | ‘올바른 독서가’란? | 단 한 권부터 장서를 꿈꾼다 | 한 권의 책도 없던 이나가키 다루호 | 〈언젠가 책 읽는 날〉 속 그녀 | 미나코의 장서는 5천 권? | ‘노란 책’ 버전 ≪티보 가의 사람들≫

11장. 남자는 수집하는 동물 162
목표가 있기에 수집한다 | 양식 있는 독서가에서 밀려나는 순간 | 남자는 왜 물건을 모으는가 | 진정한 수집가 정신 |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12장. ‘자취’는 장서 문제를 해결할까? 174
‘쇼와’는 상투다 | ‘자취’가 뭐야? | 곤란한 건 비행기 이착륙 때뿐? | ‘전자서적’이라 불리는 한 널리 보급되진 않아요 | ‘자취’ 추진파 시인 | 책의 무게로 집이 기운다 | 부인이 보기에 그럴듯한 책만 꽂아두다

13장. 도서관이 있으면 장서는 필요 없다? 190
도서관이 있어 다행이야 | 도서관에 잘 갖춰진 책은 도서관 관련 책 | 정보 수집의 장 | ‘폐가’ 서고에 매력적인 책이 있으니

14장. 장서를 처분하는 최후 수단 199
책 찾기에 속을 태운 나머지 | 장서 1만 권을 한꺼번에 방출하다 | 싼 가격으로 단기간에 팔려나가 | 처분율 95퍼센트라는 경이로운 수치 | 마음속에 구멍이 뻥 뚫린 듯했다 | 오카자키 다케시의 1인 헌책시장 | 책을 처분하는 데 꼭 필요한 건 ‘에잇!’ | 특명, 상자를 확보하라 | 5백 엔 이하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 | 5~7퍼센트는 줄었겠지 | 헌책 애호가가 혹할 만한 책을 대량 투입하기 | 도와준 사람은 다 장서의 고수 | 자택 헌책시장을 추천합니다 | 헌책방 수익이 줄었다?
저자 후기 234
역자 후기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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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17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나,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면서도.” 요시다 다쿠로의 노래 한 소절이 지금 내 마음에 절절히 와 닿는다. 마음이 아픈 것은 나의 장서 상태 때문이다. 책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 책장에 꽂아둔 책과 거의 같은 양의 책이 계단에서 복도, 책장 앞, 책상 주변까지 쏟아져 쌓일 대로 쌓였다. 덕분에 몸을 슬쩍 움직이는 일조차 여간 고역이 아니다. 바닥에 흐트러진 책과 책 사이 좁다란 공간에 한쪽 발을 비집고 들어서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겨우 앞으로 나간다 해도 쌓아올린 책의 탑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
발 디딜 공간을 찾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못 찾으면 책을 밟고 넘어 다녀야 한다. 신성한 책을 밟다니, 서평 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막돼먹은 행동이리라.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책을 밟고 다닌다. 벌을 받는 건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밟은 책 표지가 찢어져서 “윽!”, 본체를 빼낸 책갑이 밟혀 뭉개져서 “으악!”, 펼쳐진 책장이 휙 접히고 구겨져서 “어이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요사이 찾는 책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낮아져 분명 집에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서점에서 다시 사오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위험한 것은 다시 사오거나 빌려온 책마저 장서의 파도에 떠밀려 ‘해저 깊은 곳’에 잠겨버리는 일이다. 언제 도서관에서 독촉장이 날아올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1장. 책이 집을 파괴한다

P.57
≪서재-창조공간의 설계≫는 학자나 작가처럼 원고를 집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서재론’을 모은 책이다. 공감이 갔던 부분은 서양 사상사와 경제사 평론가 세키 히로노 편이었다. 그는 ≪방장기≫를 염두에 두고 일본 옛 문필가들의 서재가 “다다미 넉 장 반쯤 될까 말까 한 허름한 초막인 경우가 많다”면서 “일본 고전문학이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대단히 민감한 이유는, 일본 민족 고유의 감수성이라기보단 글을 쓰는 사람 상당수가 비바람을 그대로 맞는 바깥이나 다를 바 없는 초가에 살던 건축학적 조건과 관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정곡을 찌르는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세키가 생각하는 지상 최대의 이상적인 서재는 교도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옥중에 역작을 써내거나 전 생애를 결정짓는 독서체험을 한 예가 적지 않다”고.
교도소를 ‘서재’로 삼은 대표적인 사람은 아라하타 간손이다. 메이지·다이쇼·쇼와시대를 살아낸 이 확고한 신념의 사회주의 활동가는 1908년에 ‘붉은 깃발 사건’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 교도소에 있던 덕분에 ‘대역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감옥에서는 보유할 수 있는 책을 세 권 이하로 제한했지만 그는 권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한 달에 아홉 권까지 볼 수 있었다. 영어를 독파하려고 가넷이 번역한 투르게네프 전집을 받아서 영일사전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달리 할 일도 없고, 정신을 혼란하게 할 것도 없으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할 장서도 없다. 집중하기 좋다는 의미에서 ‘명창정궤’의 실례로 교도소를 들 수도 있겠다. 하긴 초막 같은 곳에 실용품 따위는 없는 셈이니 감금되지 않은 ‘교도소’나 다를 바 없으리라.
4장. 책장이 서재를 타락시킨다

P.99
작가 사카자키 시게모리는 수집가로도 유명한데, 수집품은 자택에 두지 않고 일부러 방을 빌려 보관한다. 그 방은 목조건물에 책, 목제 지팡이, 표주박 같은 작은 물건만 모아놓아 딱 봐도 불에 잘 타게 생겼다. 어느 날, 취재를 온 기자는 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불이 나면 큰일이겠네요, 라는 말을 내뱉었다. 사카자키의 대답이 걸작이다. “어쩌면 그것대로 마음은 후련하지 않을까?”
아마 그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집가 가운데는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푹 빠지는’ 타입이 있다. 가족도 돌보지 않은 채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인생의 모든 것을 오직 ‘수집’에 내던진다. 수집하는 대상이 삶의 전부여서 수집품 말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행여 불이라도 나서 모든 수집품이 불타버린다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리라. 광적인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모으면 모을수록 수집품이 공간을 압박하고,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번민’이 싹튼다. 커다란 개를 산책시키는 키 작고 힘없는 남자처럼 수집품이 힘을 얻는 순간부터 수집가는 거기에 휘둘린다. 하지만 사카자키는 다르다. 그의 목적은 ‘은거’다. 수집품은 거기에 따라오는 부록 같은 것으로 그에게 ‘장서의 괴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굶주린 사람인 양 맹렬히 사들이는 수집가가 아니다. 언제든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담담함이 사카자키의 매력이며, 그 모습은 그의 글에도 드러난다. “불타면 불탄 만큼 후련해지고, 장서의 괴로움에서 해방된다.” 짐짓 과격한 듯하지만, 장서가로서 각오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7장. 장서가 불타버린 사람들

P.148
작가이자 평론가인 요시다 겐이치는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원서를 보지 않고도 셰익스피어나 보들레르를 외웠다는 교양인 요시다의 책장에 책이 5백 권뿐이었다니! 다소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는 정말로 필요한 5백 권, 피와 살이 되는 5백 권만 지니고 있었다. ‘5백 권의 가치’는 이랬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요시다야말로 그런 사람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열어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백, 6백 권 있으면 충분하고, 그 내역이 조금씩 바뀌어야 이른바 진정한 독서가다. 5백, 6백 권이라면 5단 철제 책장 세 개 남짓한 분량이다. 앞뒤 두 줄로 꼽지 않고 모든 책등이 보이도록 꼽았을 경우다. 도서관 대출을 염두에 두면 분명 이상적인 권수이며 언제든 필요한 책을 찾아낼 수 있는 수치다. 그 책 어디 갔더라, 분명 갖고 있을 텐데, 찾으려 들면 하루가 다 간다니까, 차라리 그냥 새 책 사는 게 빠르지, 하는 웃지 못할 희비극은 연출되지 않는다.
10장.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

P.182
굳이 이래저래 말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전자서적’에 대한 나의 곱지 않은 시선을, 여태껏 이 책을 읽어주신 분이라면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모양과 감각을 종합해 ‘책’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1979년에 오자와쇼텐이 출간한 요시다 겐이치의 번역 시집 ≪포도주의 색≫을 예로 들어보자. 대리석 무늬의 마블지로 만든 책갑에서 꺼낸 책은 기름종이에 싸인 새하얀 프랑스장정이다.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기면 세이코샤의 옛날 한자와 옛날 가나 활자가 날아든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읽기 전에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다.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다. 제 생각이 고리타분한가요? 정말 그런가요? 전 이것이 결정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자서적’은 ‘책’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다. 종이책을 그대로 전자화한다고 새로운 미디어가 되는 건 아니므로, 그 나름대로 친숙해지기 쉬운 명칭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전자서적’으로의 흐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방법에 따라서는 타 장르와의 합작을 통해 독서를 보다 활성화하는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은 그것을 시도해보고 싶지 않다. 아무개 씨가 말한 것처럼 장서가 전부 사라졌습니다, 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마치 나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기분이 들어서다. 종이책을 향한 못 말리는 나의 애착을 ‘패배자의 투정’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12장. ‘자취’는 장서 문제를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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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아침에혹은저녁에☔
p162
수집가란 전부 아니면 전무야99는0과같지 100 을 모으기 위해 인생의 전부를 거는 것이지

p169
남자는 세상에 때어나면서부터 다들 원죄와도 같이 물건을 모으는 습관을 떠안는다. 이것이야말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이 아닐까.

p170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간다.

p181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제본,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모양과감각을 종합해 ‘책‘
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Jason
그래도 역시 책은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 건전하고 현명한 장서술이 필요한 이유다. 초판본이나 미술서처럼 수집할 가치가 있는 책들만 모아 장서를 단순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만큼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 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 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편이 낫다. P.31

마루와다솜
열 번째 교훈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161쪽)

마루와다솜
네 번째 교훈

책장은 서재를 타락시킨다.
필요한 책은 곧바로 손에 닿는 곳에 있는 게 이상적. (65쪽)

붉은눈
책이 아무리 많더라도 책장에 꽂아두는 한 언제든 검색할 수 있는 듬직한 ‘지적 조력자’다. 하지만 책장에서 비어져 나와 바닥이며 계단에 쌓이는 순간 융통성 없는 ‘방해꾼’이 된다. 그러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범람은 결국 ‘재해’로 치닫는다. 아직은 책의 범람이 지하에 머물러 다행이지만, 이윽고 1층을 잠식하고도 성이 차지 않아 계단을 따라 2층까지 밀고 올라오면 정말이지 ‘대참사’가 따로 없다. -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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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장정일 (소설가, 시인):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은 책을 사랑하는 장서가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이 책에는 장서가가 모은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집이 무너졌다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사례가 잇달아 나온다. 시인이면서 잡지 편집자였던 시미즈 데쓰오는 어느 날 집 주인이 불러서 밖으로 나가보니 그가 세든 2층 자취방에 책을 너무 많이 쌓아둔 탓으로 2층 목조건물 전체가 확연히 기울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쿄 내 모 대학의 교원이자 장서가인 네기시 데쓰야 역시 다다미 여섯 장짜리 2층 방에 천장까지 책을 쌓아올린 결과 목조로 만들어진 집 전체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음산한 소리를 냈다.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구시다 마고이치의 서재는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방바닥이 꺼졌다.
이런 사태는 철골과 시멘트로 집을 짓는 게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방식과 달리 목조를 기본재로 하는 일본 주택의 특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 까닭에 나에게 책의 무게로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최초의 공포를 심어준 장본인도 다름 아닌 일본인이었다. 전천후 저술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아파트가 책의 무게 때문에 벽에 금이 가고 마루가 내려앉았다는 일화를 어디에선가 읽고 나서부터 오늘까지 나는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다행히도 목조주택은 아니지만, 내가 7년째 책을 쌓아온 2층 집의 바닥이 꺼진다면 나는 한 푼의 전세금도 건지지 못하고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일화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노심초사,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줄이고 한 권이라도 더 늘리지 않으려는 초긴급 ‘책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증정된 잡지는 내가 읽을 부분만 찢어서 목욕탕에 가져가서 읽을 수 있도록 스테이플러를 한다. 어쩌다 두 권의 책에 중복 번역된 글이나 영양가 없는 책은 필요한 대목만 가려 책을 찢은 뒤, 제본소에 맡겨 한 권을 만든다. 한 번 읽은 소설은 무조건 버리고, 아무리 관심이 가는 신간도 구입하기 전에 뜸을 들여가며 검토를 거친 뒤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부지런히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해서 내가 소유할 책의 종수를 줄인다. 나의 관심 분야를 아주 떠난 광고와 미술 분야의 책이나 자료로서의 가치조차 없는 책은 제꺼덕 버린다. 그래봤자, 결과는 비참하다. 한번이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내 조바심을 이해할 것이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북스 2014년 8월 23일자 '화제의 신간'
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 2014년 8월 25일자 교양 잠깐 독서
동아일보: 동아일보 2014년 8월 23일자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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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오카자키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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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아주 오래된 서점>,<독서실력>,<장서의 괴로움> … 총 33종 (모두보기)
1957년, 오사카 히라카타 시에서 태어나 리쓰메이칸 대학을 졸업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와 잡지 편집자 생활을 거친 뒤 프리라이터와 서평가로 활동중이다. 헌책을 좋아하여 서적 잡지 『SUMUS』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장서의 괴로움』 『독서의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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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정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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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날마다 고독한 날>,<모기소녀> … 총 71종 (모두보기)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 시집으로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 가는 마을》, 사이하테 타히의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고전 시 와카를 엮고 옮긴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과 장편 동화 《모기소녀》가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러다간 집이 무너질 지도 몰라.
장서술이 필요해“

독서인구가 줄어드네, 전자책으로 옮기네 하는 이 시대에 ‘장서의 괴로움’에 대한 책 한 권을 쓰다니, 속세와 거리가 먼 이야기긴 하다. 하지만 정중앙을 돌파해가는 것은 언제나 ‘소수파’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뚫고 나가리라는 의지로, 아마 앞으로도 책 때문에 ‘괴로워’하며 살고 싶은 게 저자의 본심이다. 하지만 집이 무너진다고 식구들이 아우성인데,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않은가.

당신의 서재는 안녕하십니까?

알게 모르게 장서가가 참 많다. 이젠 전자책 시장만이 남을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전자책으로 모두 바뀌는 세상이 온다’는 예언은 20년 전부터 해온 상상이다. 물성으로서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자책은 정보일 뿐이지 책이 아니다. 그런데 세대란 말이 존재하는 한, 책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분류로 수집하는 장서가의 존재는 필연이다. 책을 모으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세대가 존재하니까.
하지만 이들의 행복에도 문제가 있다.
어느새 점점 쌓여가는 책 때문에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변해버리고, 함께 사는 가족의 원성은 늘어가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란 말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면 어쨌든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여기에 장서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일본 작가들이 있다. 일본은 최근 3·11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소실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해로 인한 자연 소실이 아닌 장서가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단 말인가? 유명 작가에서 일반인까지 그들만의 특별한 장서술이 흥미진진하다.

▶ 차라리 집을 다시 짓자. 이대로라면 책더미에 깔려 죽겠어!
이 책은 대략 장서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다.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덕에 알게 되는 일본 문학 지식도 쏠쏠하다. 책으로 인한 고통을 때론 한탄스럽게, 때론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이야기는 요즘말로 웃프다고나 할까.

▶ 그럴싸한 ‘정리의 기술’ 같은 것은 없다. 그래도 정리해야 한다면, 무엇부터?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 건전하고 현명한 장서술이 필요한 이유다. 수집할 가치가 있는 책들만 모아 장서를 단순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만큼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것부터 시작하자.

▶ ‘연애의 괴로움’이나 ‘장서의 괴로움’이나 매 한가지다
네가 뿌린 씨앗이니 네가 거둘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다. ‘책이 너무 늘어 걱정’이란 투정은 결국 자랑삼아 자기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못된 여자한테 홀랑 넘어갔지 뭐야”, “원, 사치스러운 여자라 돈이 얼마나 드는지”, “별 볼 일 없는 남자라 얼른 헤어지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등등.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나쁜 여자한테 걸렸다고 생각하며 살 수밖에요.”
이런 얘기를 진지한 고민거리로 듣는 사람은 없다. ‘괴로움’은 다분히 해학을 자아내는데, 여기에 ‘구원’이 있다. 따라서 ‘장서의 괴로움’은 남을 웃길 수 있도록 써야 제맛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기가 뿌린 씨앗이잖아? 내키는 대로 알아서 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웃음이라도 줘야 들어줄 게 아닌가. 그렇다, ‘연애의 괴로움’이나 ‘장서의 괴로움’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괴로워하든 고통받든 자기 마음이지만 제발 남까지 끌어들이진 말았으면 좋겠다.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장서의 즐거움’도 아니고 ‘장서의 괴로움’이라니.
그것도 책이 절멸 위기종에 처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오늘날에 말이다.

▶ 건전한 서재 만들기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
자신처럼 장서로 괴로워한 유명 작가나 일반인의 경우를 살펴보며 고통을 치유해가는 생활 공감기다. 무언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을까 했지만, 결론은 나쁜 여자한테 걸렸다고 뽐내며 살아가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만약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는 책을 처분하지 않을 테고, 결국 그 사람도 책 한 권이 더 늘어버리는 셈이니까.

▶ 이렇게 귀찮은 것에 홀린 책 수집가는 도대체 어떤 인종인가?
수집가가 그리 긍정적인 인물형은 아니다. 어떻게 보자면 수집이란 가장 어이없는 퇴행 중 하나일 수 있다. 책 수집가도 아마도 남다르게 집념이 깊고 인색하며 괴팍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한 책을 자랑한다.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책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때론 처자를 저당 잡혀서라도 원하는 책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 가운데 어떤 이는 장서의 대부분은 읽지 않는데, 이런 책 수집가를 보면 같은 장서가로서 자기혐오에 빠진다. 책더미에 눌리는 삶이 바람직하겠는가.

▲ 과연 장서가를 고칠 약은 존재하는가?
이 책에는 저자처럼 “그래, 이제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는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천천히 책더미와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부터 손을 놓기 시작하면서 헌책방에 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과연 나는 올바른 독서가인지 반성하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을 찾아내며, 도서관에서 위로를 받으며 결국 나의 책을 처분하기까지. 장서가라면 맞아, 맞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눈물겨운 이별과정이 그대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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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너TV (1편)

책 좀 빌려줄래?/책덕후/웹툰?/책추천/책장공개 메뉴
조회수 (2057) 공감 (7) 댓글 (0)#책추천#책장공개#북수다#웹툰#문학에세이
주대위 2020-08-22




77
100자평

63
리뷰

79
마이페이퍼

읽고 싶어요 138명
읽고 있어요 30명
읽었어요 321명



구매자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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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남성



평점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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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나무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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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무심코 걷다 책모서리에 찍혀 피나는 엄지 발톱을 붙잡고 생각했었다.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해결될거야. 이 책을 읽으며 그 포부가 글렀다는걸 알았다. 사실은 알면서도 무시했을지도. 필요한건 큰 방이 아닌 정신개조(?ㅋㅋ)라는걸. 판 책을 다시 사본 경험 등 공감백배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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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 201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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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00%인 분들이 내 주위에 아주 많은 것 같다. 지금 내 서재 이대로 좋은가? 공간을 넓히긴 자금 문제가 있고 절대 절대 책은 줄일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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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meba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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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욕심도 일종의 물욕. 이 책을 읽어보면 나는 책을 별로 많이 갖고있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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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논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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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나 리뷰보고 뜨끔해서 들어 오신 분들 많으실 듯.ㅎ 딱 내 얘기네~하고 외치며 지금 막 주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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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짱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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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게되면서 가장 좋았던것 중의하나가 바로 내돈으로 책을 사는일이었던거 같다. 한권한권 쌓여가는 그 기쁨 모두가 공감할것이다. 어느덧 책이 쌓여간다. 그래도 책을 사는일은 책을 보는일이 지겹지않다. 책은 정말 나에게 세상을 꿈꾸는 창이고 희망인듯하다. 장서의괴로움을 기꺼이 감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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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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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다, 라는 애서가라면 관심 있게 볼 내용이 많다. 책 때문에 집이 기울어지고 이사하고 눈물을 머금고 책을 처분하는 등 장서에 얽힌 에피소드에 공감한다면 이미 장서의 괴로움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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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향기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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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책만 사던 나를 반성해본다책은 무서운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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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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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중독된 장서가들의 고충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장서의 무게 때문에 집이 무너지거나 폭격을 맞아 전소되는 등), 책을 살 때와 팔 때 드는 느낌들, 이름난 장서가들의 서재를 상상(내 서재의 빈약함에 복잡한 심정이)해 보는 재미가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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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개 201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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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주문하면서 장서를 한 권 더 늘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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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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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드에 참여해서 내 이름이 책 판권지에 실렸음.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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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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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권의 책을 소장해야 장서가로 불릴까요?오천 권?만 권?아니면 적어도 몇 만 권 이상은 되어야 할까요?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애독자에서 책 수집가로 변하게 마련입니다.본의 아니게 말입니다.한두 권 사들이던 책이 어느새 몇 십 권이 되고 금세 몇 백 권이 되었다가 이제는 셀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합니다.잠깐 방심한 사이에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책을 보유하게 된 셈이죠.때마침 이사라도 할라치면 이건 숫제 애물단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버리자니 아깝고 이삿짐에 슬쩍 끼워넣자니 짐의 부피며 무게가 여간해야지요.



"책이 아무리 많더라도 책장에 꽂아두는 한 언제든 검색할 수 있는 듬직한 '지적 조력자'다.하지만 책장에서 비어져 나와 바닥이며 계단에 쌓이는 순간 융통성 없는 '방해꾼'이 된다.그러다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범람은 결국 '재해'로 치닫는다.아직은 책의 범람이 지하에 머물러 다행이지만, 이윽고 1층을 잠식하고도 성이 차지 않아 계단을 따라 2층까지 밀고 올라오면 정말이지 '대참사'가 따로 없다."(p.19)



서평을 중심으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오카자키 다케시는 이 책 <장서의 괴로움>에서 넘쳐나는 책 때문에 겪었던 자신의 경험과 같은 경험을 했던 여러 작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대부분이 일본 작가인지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아! 그런 일도 있었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일화들이 재미있게 씌어 있어서 책을 읽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예컨대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집이 무너졌다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사례가 잇달아 나옵니다.



나도 한때는 책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습니다.대학 시절, 짬짬이 했던 여러 아르바이트 덕분에 벌어들이는 고정수입이 짭짤하던 시기였죠.그 돈으로 동네 서점을 제집 드나들듯 했었고, 책은 나날이 늘어만 갔습니다.마땅한 책장도 없었던지라 바닥에 쌓아 놓는 것으로 책정리를 대신했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공간이 비좁아져서 잠을 잘 수도 없는 처지에 이르고 보니 어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그대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결국 집 주변의 건재상에 들러 널빤지 몇 장과 빨간 벽돌을 사서는 방 안의 사방 벽면에 책꽂이를 만들었고, 그럭저럭 책도 정리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방은 다시 난장판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다시 사들인 책도 책이었지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여동생이 빼서 읽고는 제멋대로 던져 놓은 탓에 책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죠.다시 정리하기를 몇 번, 안 되겠다 싶어 필요없는 책들은 모두 헌책방에 팔아 넘겼습니다.그러나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하더군요.결혼을 하고 한동안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낸 적도 있었지만 책을 사들이는 병(?)은 다시 재발하고 말았습니다.



주말부부로 지내는 게 문제였습니다.아내의 잔소리가 없으니 책은 날로 불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더군요.그래서 생각한 것이 숙소 주변의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일이었습니다.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빌려주었더니 반납하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 책의 양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아끼던 책이 보이지 않아 가끔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합니다.요즘은 아예 새로운 책을 구입하거나 공짜로 받은 책이 생기면 내가 먼저 읽은 후 아이들을 불러 나누어주곤 합니다.



"원고를 집필하는 동안 여러 사람이 '장서의 괴로움'을 이야기했다.심지어 내게 곤혹스러운 사정을 털어놓은 이도 있었다.그리하여 어떤 사실을 알게 됐다.'책이 너무 늘어 걱정'이던 투정은 결국 자랑삼아 자기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p.235)



작가는 책의 말미에 '억지를 부려서라도 내 신념을 밀고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괴로워'하며 살 것'이라고 쓰고 있습니다.나도 그가 그렇게 살게 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전자서적이난무하는 세상에 아직도 촌스럽게 종이책을 읽느냐 타박하는 사람이 혹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달한다 할지라도 어려서부터 들였던 버릇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잠들기 전에 읽는 종이책의 푸근한 느낌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그러니 괴로움을 안고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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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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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처음 만나는순간은언제일까?
주변인의권유로(부모나지인)아니면스스로 이겠지하는생각이든다.
책을처음접하면서느끼는환희나감동은보통사람은당장에느끼기에는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재미나교훈을얻기급급하지만 진정한감동을느낄려면시간이걸린다.
그런감동을느낀사람들이 책을 수집하고, 진열하고 쌓아 놓게되는것이아닐까하는생각이든다.

우리의환경과생각은 차이가있는 일본의이야기 이지만우리의입장도별반다를바없는이야기임에공감이가는책이다.
한 번쯤책때문에이사걱정을해본 경험이있을 것이다.

책을좋아하고 소장하는수많은애서가들에게책수집은자신의입장과는다른타인의입장에서는 민폐이다.
공간을많이차지하는책때문에 쓴소리를들었던 이는허다할것이다.
같이사는 부부 입장에서는공간을차지하는책이 그저원망스러울뿐이다.
그나마책을좋아하는아내를두었다면단기간의이해를하겠지만 시간이지나고책이늘어나면 상황은 똑같아지기마련이다.

저자의이야기를읽으면서 일본의
집구조와독서형태나상황을 통해 우리의현실을비교할 수가 있다.

책이가지고 있는물성때문에전자책보다는종이책을선호하고수집하는다양한사람들의이야기는우리네삶과똑같지않을까하는생각이든다.

나무로된다다미 구조의 집에서책이란목숨을위협할정도의흉기이자 무기로 바뀌기도한다.
때로는정신을맑게해주고 기쁨의 향연을 주는책이누군가에게는짐이될뿐이라는 사실을 한 번쯤은겪어봤을 것이다.

p120 책을 아름답게 정리 해주위에진열해놓고늘책등을바라보며그것들에빙 둘러싸여살고싶다.
책수천권이 방 이곳 저곳을 짓눌러식구들의 눈총을한 몸에받고사는이에게궁극의꿈은,‘책으로 둘러싸인 성과 같은집‘이라는이야기를듣다 보면공감이간다.
한권 한 권 늘어나는책을보며 어느새방을야금 야금차지하는책을보며이사때문에부리나케울며 겨자먹기로처분하는슬픈시간들을곀어본당사자들은느끼겠지만시간이지나면다시쌓이는순간들을무수히겪어봤을 것이다.

적당히 구입하면서조절을 해야하는수 많은애서가들에게한 번쯤은생각해 봐야 할문제들을읽으면서나름의공감을느낀다하지만 책은쌓인다는생각뿐이다.
적당히란수집가나애서가에게는통하지않는또 다른복잡 미묘한심정일것이다.
자신의집과환경을조절하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겠지만책을사랑하는또 다른욕망은멈출수가없기때문에결국도로아미타불 되는순간을겪기 마련이다.
적당히알맞게 나름의방법을찿으면서책이라는존재와공유하기 하기위해서는꾸준한노력과 부지런함이필요하다는생각이든다.

정리하고 과감히버릴수있는마음이없다면 또 다른흉물이될 수 있음을항상 생각 하면서오늘도쌓여가는 책을보며그저웃을 수는없다는야릇한감정을 느켜보며공감을해본다.




p162
수집가란 전부 아니면 전무야99는0과같지 100 을 모으기 위해 인생의 전부를 거는 것이지

p169
남자는 세상에 때어나면서부터 다들 원죄와도 같이 물건을 모으는 습관을 떠안는다. 이것이야말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이 아닐까.

p170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간다.

p181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제본,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모양과감각을 종합해 ‘책‘
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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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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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애서가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일본의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읽고 어안이 벙벙한 적이 있다. 지독한 독서가로 유명한 그의 행적이 상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500여 권의 참고서적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약과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개인 장서를 정리하려고 지하 1층, 지상 3층의 자그마한 서고 빌딩까지 지었으니 말이다. 이 빌딩으로도 모자라 그 부근에 새 저장소를 마련했단다. 좋게 말하면 책에 쏟는 엄청난 열정이 존경스럽고, 나쁘게 말하자면 거의 광적인 수준이다.



한국에도 다치바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적지 않으리라. 조선시대의 학자 이덕무 선생은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 불렀다. ‘책만 읽는 바보’란 뜻이다. 그만큼 그는 독서를 즐겼고 많은 책을 모았다.



이들에게 책은 ‘사랑’의 대상이다. 애인 다루듯 소중하게 읽고 간직해야 한다.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책의 내용이나 책 읽는 행위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넘어 책이라는 사물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흔히들 ‘애서가’(愛書家)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애서가에게는 얼마만큼의 책이 필요할까? 금속활자 이전에는 3천 권 정도 소유하면 책 부자였다. 현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2천 권 이상의 책을 소장하면 모범장서가로 선정한다. 나에겐 두 경우 모두 해당 사항이 없지만 나만의 보물 같은 서가를 바라볼 때면 마음만큼은 ‘부자’가 된다.



이덕무 선생은 ‘간서치’라면 나는 ‘책성애자’(冊聖愛子)다. 성애자(性愛子). 원래 정신의학 용어로 풀이하면 어떤 특정 대상에게 사랑을 느끼는 성적 지향 혹은 취향을 의미한다. 요즘 기존의 의미에서 확장되어 어떤 것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수 존 박은 평양냉면을 무척 좋아해서 ‘냉면 성애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말하는 ‘책성애자’의 ‘성애자’는 단순히 책에 어떤 기이한 성적 취향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책성애자’(冊性愛子)라는 단어에 야한 사진이 가득한 성인 잡지나 야설을 보면서 성적 희열을 느끼는 취향의 느낌이 난다. 그래서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의 의미로 ‘성 성’(性) 자 대신에 ‘성인 성’(聖) 자로 쓴다.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구입하면 책 속 내용보다 초판 혹은 절판본인지 먼저 본다. 두 가지 조건 모두 충족한 책이라면 더 좋다. 절판본 중에 의외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내용으로 구성된 것도 있다. 나처럼 책 좋아하는 애서가 중에서도 절판본이 아니면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이라도 거들떠보지 않는 취향을 고집하는 경우가 꽤 있다. 절판본 중에 희소가치가 높은 책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절판본은 책의 정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나오기 힘든 절판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많지 않은 1%의 귀한 보물을 혼자 가진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부심은 애서가가 느끼는 착각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또 다른 애서가도 나와 같은 절판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의 함정에 잘도 빠지면서 절판본을 소중히 여기는 애서가를 보면 범인(凡人)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책 한 권을 사는 것을 책에 대한 열정이라기보다는 정상적이지 않은 책에 대한 집착으로 비춰진다.




"애서가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애서가는 책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도 많지만, 책을 팔 땐 무척이나 신중하게 생각한다. 나는 직접 구입한 책을 팔게 되면 쓸데없이 고민을 하는 성격이다. 책을 팔고 나면 뒤늦은 후회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평소에 손길을 주지 않은 책인데도 말이다. 이런 허전함을 잊기 위해서 책을 팔아 생긴 돈으로 또 다른 책 몇 권을 구입한다. 책상 위에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이처럼 애서가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Scene #2 제대로 책을 읽을 줄 알고, 보관할 줄 아는 장서가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가의 괴로움』을 읽으려는 독자들 중에 자신이 장서가, 애서가라고 생각한다면 먼저 마음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책을 많이 사는 당신의 습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책성애자’(冊性愛子)인 나에겐 이 책의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상대방의 지적인 속살을 몰래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장서 3만 권을 가진 저자의 괴로움이 무척 즐거워보였고 이상하게도 지적인 쾌감이 느껴졌다. 저자가 섭렵해 온 책의 목록을 구경하고, 아끼는 책을 손에 쥐게 된 경로를 추적하는 애서가 이야기에 흥미로운 지적 풍경이 연상되었다.



그런데 그의 괴로움은 읽을 책이 많은 장서가의 행복한 엄살이 아니다. 어느새 점점 쌓여가는 책 때문에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다. 함께 사는 가족의 원성은 하늘을 찌른다. 그토록 책을 좋아하던 애서가가 자신의 보물들 때문에 집이 무너질 걱정을 한다. 일본은 목조 건물이 많다. 오래 지은 목조 건물일수록 지진에 의한 진동에 쉽게 무너진다. 목조 건물은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지 못한다. 만 권 이상 되는 책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책이 가득 쌓여 있는 방 어디선가 ‘삐걱’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애초부터 저자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저자는 책을 사 모으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이 정도 장서의 괴로움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3·11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책을 소실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결국 오카자키 다케시는 장서의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3만 권 이상의 책으로 가득한 서재를 과감히 비우는 건전하고 현명한 장서 관리를 시도한다. 일단 그는 먼저 헌책방에 책을 판다. 오카자키가 생각하는 적당한 장서량은 500권이다. 500권 이상 책을 소유하고 있다면 초과된 책을 버리고, 더 이상 책을 구입해선 안 된다. 다 읽은 책을 헌책방에 팔면, 그 책이 또 다른 독자의 손으로 넘어가 새 생명을 얻게 되면 책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장서가의 의미심장한 충고.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손에서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시대가 변해서 오래되고 낡은 정보가 있는 책이라면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현재 관심 없는 분야의 책도 다시 읽을 일이 없다면 팔아야 한다. 책은 구입하자마자 바로 읽으면 좋지만, 대부분 애서가들은 구입한 책을 읽지 않고 바로 책장에 꽂는 악습관이 있다. 이렇게 읽을 기회를 미루다보면 책장이 아닌 박스에 보관하기에 이른다. 이러면 책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바로 읽지 못하더라도 항상 눈에 띌 수 있도록 책등이 보여야 한다. 정말로 읽을 이유가 없다면 불필요한 책을 과감하게 처분하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헌책방에 팔게 되는 책을 분류하는 과정에 정말 팔아선 안 되는 책 몇 권이 있기 마련이다. 아마도 그 책들은 여러 번 읽었을 것이고, 다음에도 또 읽을 수 있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책일 것이다. 건전한 장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독서법도 지녀야 한다. 오카자키는 진정한 독서가라면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많이 사고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책을 읽을 줄 알고, 보관할 줄 아는 장서가가 되어야 한다.






Scene #3 나를 아프게 만든 『장서의 괴로움』



이 책에는 오카자키 개인뿐만 아니라 일본 장서가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일본은 애서가가 살기에는 적합한 나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동안 일본의 장서가라면 가장 먼저 다치바나 다카시가 먼저 떠올렸는데 나는 그동안 일본의 책 사랑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독자에게 최상의 책을 판매하고 매입하는 일본 헌책방들의 유통 과정은 애서가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장서가라면 오카자키와 같은 장서의 괴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세 가지 아픔을 가져다줬다. 첫째, 고생해서 모아놓은 책들이 자연 재해로 인해 한 번에 소실되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일본 장서가들의 사연은 같은 장서가로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둘째, 과연 나는 살면서 500권 정도의 책을 모을 정도로 소유욕을 줄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책을 과감하게 팔 수 있을까? 책을 처분해야 하는 생각에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셋째, 헌책방을 애용하는 일본 장서가들의 모습에 배가 아팠다.



오카자키 다케시는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모으려고 부단히 노력중인 세상의 모든 애서가들에게 묻는다. 당신이 진정한 애서가라면 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당신이 마음을 비우고 장고 끝에 눈물을 머금고 ‘애장’ 이라는 미명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이렇게 책의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가까스로 벗어난다면 자연히 책의 대여 또는 전자책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궁극의 질문. “죽고 나서 자신의 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움베르토 에코의 『책의 우주』 마지막 장을 나오는 이 질문은 아직 갈 길이 먼 어설픈 애서가로서는 요원한 질문이다. 책을 처분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기증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 기증 문제를 두고 에코는 우리 애서가들의 정곡을 찌른다.



“내 컬렉션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물론 그것이 흩어지는 걸 원치 않아요. 우리 가족이 그걸 어떤 공공 도서관에 기증하든지, 혹은 어떤 경매를 통해 팔 수 있겠죠. 이 경우, 예를 들면 어떤 대학교 같은 곳으로 가서 컬렉션 전체가 통째로 가야 합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에요.”















컬렉션이 담보된 기증이 꼬리를 문다면, ‘바벨의 도서관’은 영영 문을 열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바벨의 도서관’을 만드는 것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책 사는 습관을 고치고, 오카자키처럼 건전한 독서법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놈의 책 욕심을 버리기가 어렵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던데『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나서도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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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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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읽으면서 연애에 도가 튼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장서라고 할 정도로 책이 수북하게 쌓이는 사람이라면

지독한 애서가이며 독서가임을 지당한 소리인데,

그것이 괴롭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 내지는 행복에 겨워 지르는 비명에 다름 아닌가 싶었던 건데,

마침내 에필로그에서 그런 이야기를 만난 것이다.



책이 너무 늘어 걱정이란 투정은 결국 자랑삼아 자기 연애 이야기를 틀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못된 여자에게 홀랑 넘어갔지 뭐야,

별 볼 일 없는 남자라 얼른 헤어지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등.

이런 얘기를 진지한 고민거리로 듣는 사람은 없다.

괴로움은 다분히 해학을 자아내는데, 여기에 구원이 있다.

따라서 장서의 괴로움은 남을 웃길 수 있도록 써야 제맛이다.(235, 저자 후기 중)



많은 여자를 또는 남자를 섭렵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더 바라지 않을까?



사랑에 있어서는

삶은 속도나 금액보다는 밀도에 가까운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독서의 경우는 어떤지 생각해 보았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책의 출판이 쉬워지면서 물량으로 치면 홍수를 이룬다.

그러니 읽고 싶지 않은 책이나 읽지 않을 책이 수북하게 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다는 개똥철학을 읊조리는 청년처럼,

책을 쌓아두다 보면 금세 장서의 괴로움에 부닥칠 수 있는 세상이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인근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애서가 내지 애독자라면,

제 방에 꽂아두는 책이 얼마나 애정넘치는 일인지 잘 알리라.



그렇지만 또 이사를 갈라치면, 가장 곤란에 부딪치는 것이 서가다.

서재를 꾸미자니 책이 너무 많고, 쌓아 두자니 폼이 안나는 역설. 역시 장서의 괴로움일 만 하다.



애서가 내지 애독자에게 책이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쌓여있는 n개의 사물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한 권 한 권이 모두 나름의 추억을 가진 보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이렇게 한 권 한 권마다 러브레터 겸 리뷰를 남기는 이유도 그것이다.



대리석 무늬의 마블지로 만든 책갑에서 꺼낸 책은 기름 종이에 싸인 새하얀 프랑스 장정이다.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기면 세이코샤의 옛날 한자와 옛날 가나 활자가 날아든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읽기 전에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다.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다. (181)



이 책을 읽노라면, 요즘 튼튼한 건물과는 달리,

건물이 허술하던 시대의 이야기도 많고, 책을 처치곤란으로 쌓아두었던 이들의 에피소드가 많아 재미있게 읽게 된다.



한우충동이란 말이 있다.

책실은 수레 끄는 소가 땀을 흘리고 대들보까지 책이 쌓인다는 뜻이다.

책이 많으면 마음이 든든한 애서가들이 알라딘에도 많을 터이지만,

책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는 장서의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할 듯 싶다.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170)



그 사람의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주인이 모은 책이지만, 책들이 주인을 규정하기도 하는 법.



헌책방이 점차 기능을 잃어가는 요즘,

안 그래도 책을 통해서 정보를 얻기보다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 빠른 시대인 만큼, 변화에 적응하는 일도 필요하리라마는...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을 것.(37)



이사하면서 책을 버릴수도 쌓아둘 수도 없어 곤란했던 애서가들이라면,

ㅋㅋ 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책.



일본에서 이런 책이 나오는 풍토를 보면 부럽다.

한국에도 '지식인의 서재' 같은 책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서재와 지식인의 삶의 여정을 곱씹으면서

후세들의 앞길에 조그만 지침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얼마 전,

팽목항을 찾은 김제동이 몇 마디 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울컥 했다.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고,

할 수 있는 일이 참 적다는 게 슬펐고,

그렇지만 김제동같은 이가 나와서 '사람'답게 살자고 하는 말이 고마워서 눈물이 솟았다.



사람 냄새 풍기며 가는 길이 잘 사는 길이다.

책을 쌓아둔다고, 인간이 되지는 않는다.

책 속의 길을 찾아 헤맸던 선인들의 지혜를 따라 걸어야,

그래야 책읽는 이유가 제대로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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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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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익숙하고 길들여진 것이 편안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거기서 탈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걸 두고 점잖은 말로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편견이나 선입견 따위를 극복하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먹어 자아(ego)라는 것이 성립된 연후라면 그런 말 따위는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너나 할것없이 다 그런 습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고,

변화를, 오히려 변절이나 변덕이라고 하면서 하면서 폄하하고 두려워들 한다.

하지만 '느리게 또는 빠르게'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세상은 지금 이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언젠가도 얘기한 적이 있는 듯 한데,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 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다고 하여 '어제'는 아닌 것이다.



똑같은 패턴의 무수한 반복인듯 하면서도,

미세하고 미미한 변화의 순간들이 존재하는,

이 순환을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적으로 바라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슬쩍 맞물리는 듯도 하지만,

속도의 느리고 빠르기의 차이에 따라,

점점 크거나 점점 작은 포물선이 그려지기도 할 것이며,

너무 느리거나 빨라서 솟구치거나 누운 직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그러고보면,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에 아무리 느리고 더디게 흐르는 것 같은 시간 들일지라도,

신들의 그것을 기준으로 봤을때는 눈깜짝할 새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우리에겐 짧게만 여겨지는 하루살이의 일생이,

(원래 하루살이의 수명은 일주일 정도란다, ㅋ~.)

하루살이의 삶에서는 '평생이고 영원히'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이 책 장서의 괴로움은 백해무익百害無益까지는 아니어도 백해소익百害少益한 책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장서는 '책을 소장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는데,

독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이분의 라디오 방송에서 얻는다고 할 수 있는 이권우 님의 말씀에 따르면,

자기가 소장한 책을 다 읽을 순 없고 소장한 책의 1/10을 읽으면 많이 읽는것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난 이분 방송을 들으며 기죽지않고 위안을 받으며 많은 책을 쟁여올 수 있었다.

많이 쟁여두면 쟁여둘수록, 비례하여 읽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한권이라도 늘어난다는 생각으로 뿌듯했었지만,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남편과 아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급기야 얼마전부터 남편은 책장에 꽂히지 않은 내 책들을 어디론가 내다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가구는 찾을수도 없고 사방 팔방 벽이란 벽은 빈 공간만 있으면 책장이 들어서는 우리집의 속성상,

책장에 꽂히지 못하고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책들은 다 읽었으리라 생각했나 보다.

읽은 책은 다른 사람들과 나눠 읽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을테고 말이다.



넘쳐나는 장서를 줄이기 위한 가장 지혜로운 방법으로 지은이는 '올바른 독서'를 권한다. 마키아벨리의 아버지처럼은 못하지만, 500여 권 정도로 책을 엄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시도야말로 독서가나 장서가가 염원하는 이상일 것이다. 지식도 수집도 질이지 양은 아닌 것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양서란 대체 어떤 것이냐'라는 논의를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이 문제는 워낙 간단치 않기도 하거니와, 발문을 쓰기로 수락하면서 '이런 논의는 피해가야지'하고 마음먹었던 나 같은 작자에게 답이 있을 리도 없다.

ㆍ ㆍㆍ ㆍ ㆍ ㆍ500여 권 혹은 100여 권의 조촐한 장서를 반복해서 읽고 또 읽으면 그게 양서가 된다!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게 아니라는 새삼스러운 얘기요,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지혜가 늘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결론이다.(13쪽)

위 글은 '장정일'이 쓴 이 책의 발문 중 일부이다.

난 그동안 장서가냐 독서가냐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책욕심이 많은 것으로 묶어 말하곤 하였다.

어차피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여건 상 장서가와 독서가를 구분할 만큼의 수요가 충족되긴 힘들거라고 생각하였었고,

무엇보다도 나부터가 책을 어떤 목표나 기준을 갖고 들이는게 아니었다.



책에 관해선 팔랑귀라고 할만큼 남의 말에 잘 현혹되었고,

관심 분야도 어떤 특별한 분야가 있는게 아니라 완전 잡식성이다 보니,

그때그때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충동구매를 했었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서평집에 의지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아무 책이나 고르는 실수를 할 확률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책을 들이는 속도에 읽는 속도가 한참 못 미친다.



책 중에는 시노다 하지메 의 '5백 권의 가치'를 빌어,

세상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150쪽)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난 독서가엔 한참 못 미칠 뿐더러,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이라도 가졌는가 자문해 보자면 글쎄올시다~(,.)이다.

난 하루에 세 권은 고사하고,

일주일에 세 권쯤 읽던 것도 지금은 더 더뎌졌다.

뭐 예전에 비해, 유독 어려운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책을 곱씹어 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지는 않더라도 소가 되새김질 하듯,

군데군데 무작위로 반복하다보면 물리가 트이듯, 자연스럽게 깨닫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다읽은 책을 좋다는 이유로 보관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넓고 책들은 많다고 좋은 책들이 얼마든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만일 좋은 책들이라면,

내가 소장하고 있지 않더라도

세월이 가면 또 다른 기획과 편집으로 출간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처분하고 정리한다.

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내가 읽은 후, 누군가에게 가기전에 잠시 동안과,

아직 읽기 전의 책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많이 소유하였다고 하여, 없애거나 팔아버리거나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ㆍㆍㆍㆍㆍㆍ책마다 제각각 추억도 있다. 결코 고서 목록에 죽 나열된 책을 남아도는 돈으로 한꺼번에 주문한게 아니다. 텅빈 책장이 그대로 내 마음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듯하여 쓸쓸함이 자근자근 밀려왔다. ㆍㆍㆍㆍㆍㆍ '장서의 괴로움'은 처분하고 난 뒤에도 느껴지나 보다.ㆍㆍㆍㆍㆍㆍ 바로 전날 겨우 1천2백 권을 처분한 주제에 여기저기 마음이 이끌려 헌 책을 열일곱 권이나 사버렸다.ㆍㆍㆍㆍㆍㆍ 열일곱권의 책 무게로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 되니 그제야 우울한 마음이 가라앉았다.ㆍㆍㆍㆍㆍㆍ 나머지는 생각날 때 또 사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누그러졌다.(35~37쪽)

하지만 아직 안 읽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안 읽게 될 책이라면,

과감하게 처분해 버리는 장서술이 필요하다.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려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관심도와 신선도에서 밀려난다는 의미이다.

지금 당장 꼭(here right now) 필요한 책들이라도 양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순위에서 밀려나게 될것이고,

그 밀려난게 쌓이다 보면,

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해 정체와 적체가 반복되어 과부하가 걸리고 말것이다.



우리는 책을 많이 소장하는 것만으로 지식 또한 쌓을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책을 소장하기만 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읽고 체득하여 내것으로 만들어야 지식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 올바른 책읽기는 독서도 장서도 아니다.

독서와 장서의 적절한 조화가 근간이 되어야 할 것 같고,

그보다 우선하여, 책에서 배운 것을 머리로 알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는 깨달음과 실행력이 병행하여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난 책을 읽었다는 행위만으로 만족하는 독서가는 아니었나?

책을 소장하고 쌓아놓는 것으로 뿌듯해 하는 보여주기 위한 소장가는 아니었나?

책은 물론 보이지 않는 정신적 소산을 표현해 내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깨달음이 있고난 연후래야 행동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행동의 변화를 가지고 깨달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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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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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사를 하기위해 견적을 보러온 이삿짐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뭐하는 분이세요? 방 하나에 가득 담긴 책을 보면서 한 얘기였다. 이 책들 때문에 이삿짐 견적의 가격이 올랐고 이삿짐을 실은 차의 절반이 모두 책이라는 것을 알고 짐을 나르는 동안 아저씨들의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책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해 보겠다고. 하지만 그런 결심은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겠다고 하는 헛된 결심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이사 오기 전의 삼분의 일정도가 늘었다. 책장을 벗어난 책들이 너무 많고 책상과 침실, 거실에도 이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을 읽는 동안 나의 책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며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약 3만권의 책을 가진 그는 집안에는 당연히 책들이 넘쳐나고 지하까지 자리 잡은 장서들로 괴로움을 호소한다. 그처럼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장서가들은 책들로 인한 웃지 못 할 일들을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목재로 지어진 일본의 집들은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2층의 집에서 구멍이 나 떨어진 얘기에 설마, 하겠지만 이삿짐 아저씨들이 이삿짐에서 가장 싫은 것이 등에 지고 나면 허리가 휜다는 아동전집이라는 얘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때문에 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고, 책을 보관하기 위해 책 보관 창고를 빌리고 그 랜탈비가 수백이 들지만 그것조차 아깝지 않게 쓰고 있는 장서가들은 왜, 책을 그토록 모으며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을 아름답게 정리해 주위에 진열해놓고 늘 책등을 바라보며 그것들에 빙 둘러싸여 살고 싶다. 책 수천 권이 방 이곳저곳을 짓눌러 식구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사는 이에게 궁금의 꿈은, ‘책으로 둘러싸인 성과 같은 집’이 아닐까.” P120





저자 또한 이런 비슷한 환경을 꿈꾸며 집을 옮기고 진열을 해 놓지만 정리의 정도에서 벗어난 책들은 이미 책이 아닌 짐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그처럼 짐이 아닌 멋진 장식과 함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명함같이 살아가는 사람도 소개되었다. 가족이 함께 살지만 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3층짜리 집을 짓고 아래층은 부모님이, 2층부터 3층까지는 자신이 살고 거실을 복층으로 디자인해서 거실 전체를 책장으로 만든 그의 아이디어는 너무 멋져서 나도 한번 들려보고 싶은 집이다. 글로만 서술되어 있는 그의 집이 얼마나 근사할 것인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지만 찾아간다면 한동안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집일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도 그 많은 책들을 모두 읽었을까.







상당히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나도 이 책의 삼분의 이 정도를 다 읽었을까 나를 반문하며 책을 사들이는 나를 탓할 때가 많지만, 저자 또한 삼만 권의 책을 다 읽었을까. 어찌 보면 책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지적 허영심은 아닐까 한동안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독자가 아니라 책을 수집하는 수집가로 전략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반양장보다 꼽아 놓기 좋고 가지런해 보이는 양장본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책속의 어떤 이처럼 책을 사기위해 일부러 값싼 점심을 먹거나 사고 싶은 물건을 억누르며 참는 생활을 하지 않지만, 좀처럼 책을 사들이는 한도액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 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 P170







이런 장인 정신이 생긴다면, 책 콜렉터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겠지만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참 많은 투자와 정성, 저장 공간 확보와 가족과의 다툼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장서가들은 이런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이제는 정말 처분을 해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헌책방 주인을 불러 눈을 꼭 감고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고 하며 책을 팔았지만, 결국 그는 그 돈으로 일부의 새로운 헌책을 또 들고 오지 않던가. 가족들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온 책을 밖에 두었다가 다시 들고 들어가는 치밀함도 장서가들의 괴롭지만, 즐거운 행복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유독 새 책이 아닌, 헌책을 더 많이 사오고 그 헌책들을 서로 공유하며 사고파는 일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일본의 책문화가 조금 부러웠다. 너무 많은 책으로 인해“1인 헌책방”을 열어 며칠 동안 장서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새 책이 아닌 그동안 구하지 못한 귀한 헌책들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겨워 보였다.

얼마 전에 간 오사카 전철에서 나는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지하철 풍경을 느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그중에 E-BooK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SNS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사카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은 지도를 보기위해 애쓰는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서 있는 중년의 많은 아저씨들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작은 문고판 책을 읽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가며 우리와 다른 풍경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었다. 책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경건하던지. 그렇다고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요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진열해 놓은 책이 많으면 뭐하나. 읽어야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니 당분간은 나 또한 읽기에 몰입해서 책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책을 보유하는 장서가가 아닌 한권의 책을 열 번씩 읽어 의미를 남기는 올바른 독서가가 되어야 할 텐데, 여전히 새 책 알림 메일을 꾸준하게 읽고 있어서 큰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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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a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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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강의 중간 비는 시간이면 학생회관 서점엘 갔다. 앞쪽에는 잡지와 교재들, 학교 엽서와 달력 따위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신간과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가볍게 훑어 보고, 소설이 진열된 책꽂이로 가서 한 권 꺼내 서점 뒷편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몇십 페이지씩 읽었다. 사고 싶은 책은 늘 많았지만 지갑은 가벼웠다. 사고 싶은 책등을 쓸어 보고는 빈 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슬펐다.




내가 찾은 대안은 헌책방이었다. 가을의 다람쥐처럼 책을 사모은 것도 그때부터였다. 아니 이 책이 3500원? 헉 이 책은 2500원? 세상에 이 책은 2000원!! 하다 보면 나중엔 무거워 들고 가기 힘들었다. '누가 이거 사 가 버리면 안되는데…'라 불안해하며 오늘 살 책을 고심해서 골라낼 수밖에. 자주 다녔던 곳은 학교 주변의 공씨책방과 숨어있는책이었다. 숨어있는책 아저씨는 가끔 마음 좋게 500원씩 깎아 주기도 하셨다. 어찌나 기쁘던지.




장서의 괴로움을 읽으며 그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피식 웃었다. 물론 일본의 책 시장과 한국의 책 시장도 다르고, 헌책방 문화도 서로 다르겠지만, 헌책방에서 눈에 띄는 책을 쓸어담으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향해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첫 단계를 자신도 모르게 밟는 건 여기서나 일본에서나 같을 테니까. 인터넷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 목록을 훑으며 마우스를 클릭해 카트를 채우고 마일리지를 계산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아날로그적이고 물질적이며 케케묵은 듯 하지만 마음 편한 무언가'가 거기엔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장서의 괴로움은 표지를 통해 이미 할 말의 80%를 다 해 버린 책이기도 하다. 벽면을 꽉 채운 책꽂이, 책꽂이를 가득 메우고 바닥과 소파에까지 탑처럼 쌓여 있는 온갖 책들, 오래 전부터 그 위에 앉아 있었던 듯 책 위에서 나른하게 하품을 하고 있는 고양이, 쌓인 책 위에 올라가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책 주인…뒷표지에는 앞표지의 '그 주인'이 결연해 보이는 얼굴로 책이 가득 든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드디어 장서를 처분하기로 맘을 먹은 걸까. 아니면 뭐에 홀린 듯 아무 생각 없이 또 책을 한보따리 사 온 걸 수도 있겠지. 보기만 해도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난감한 표정의 아저씨, 아마도 장서가ㅋ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책 이야기가 좌라락 이어지는 장서의 괴로움.







책 속에는 표지의 책 주인 같은 사람들이 줄지어 나온다. 입이 쩍쩍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책이 너무 많아 집이 무너진 사람들, 책을 위해 따로 트렁크 룸(창고 같은 거겠지?)을 임대해 쓰고 있는 사람들, 책을 잘 보관할 수 있도록 집을 새로 지은 사람, 이사할 때 책 상자가 4500개였다는 사람,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발굴용 장서 찾기 지도'를 그렸다는 사람(아니 집이 무슨 미로도 아닌데!)…세상에나, 아이고, 헉, 헐, 으어, 같은 감탄사들이 끊임없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장서가들을 위해 지은이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준다. 책을 2층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바닥을 뚫고 나갈 수 있다든지(헉), 장서는 불에 잘 타니 불조심하라든지(헐),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생활력과 수집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고 가족들도 이해해 준다든지(수많은 덕후들을 위한 생산적 조언이라고 생각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잘 팔기 위한 핵심은 책값 매기기에 있다든지(깜짝 놀랄 정도로 싼 가격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상스러운 마음'은 버리고!!!!) 등등. 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조언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 역시 지금 책을 한정된 장소에 최대한 많이 집어넣겠다는 목적에만 눈이 팔려; 죽여버린 책이 많은지라. 흑흑.







책은 상자 속에 넣어두면 죽는다.

책등은 늘 눈에 보이도록.







다행히도(?) 나는 언젠가부터 책 속의 사람들과는 달리 물질로서의 책에 대한 욕심을 언젠가부터 덜 갖게 되었다. 여러 가지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는 것보다는 읽는 게 중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일 듯하다. 지금은 '믿고 사는 작가'의 신간을 주로 구입한다. 보통은 도서관을 이용하고, 빌려 읽은 책을 덮으면서 언젠가 이 책을 또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구입한다. 정기적으로 더이상 읽지 않는 책은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처분한다(선물하거나 공공도서관에 기증하거나 헌책방에 갖다 팔거나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하거나…). 그게 나에게도 그 책에게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아서.




그 이유 때문인지,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이라는 10장의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독서가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서너번 씩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라는 말,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열어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6백권 있으면 충분하며 그 내역이 조금씩 바뀌어야 진정한 독서가라는 말. 결국 중요한 건 많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보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책을 의미 있게 읽고 오래 읽을 책을 잘 갖추는 게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ㅋㅋㅋㅋㅋ 책을 쟁여두고 싶다!! 지금도 쟁여두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쟁여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책을 많이 사는 데만 몰두해 읽지 못한 책이 수만 권이었다는 장서가의 에피소드를 다시 읽으면서, '그만 욕심부리고 있는 책이나 열심히 읽자-_-'고 스스로를 진정시켜봐야겠다. 부디 도움이 되는 처방이었으면 좋겠는데. 흐흣.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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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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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다는 뜻이다.(『미쳐야 미친다』 정민. 푸른역사 2004년) 여기 책에 대한 사랑을 넘어 애증의 관계에 도달한 오카자키 다케시를 보구 있자니 불광불급은 이럴때 쓰는 단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의 저술가이자, 헌책문화 알리기에 순수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가 쓴 『장서의 괴로움』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업무상 필요한하다는 이유로 (대략, 이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추산으로) 2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장서를 목조주택 2층에 쌓아두고 있어 책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바닥은 삐그덕 거리는 비명을 질러대고, 집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은 곧 현실이 되었다. 대단한 장서가인 구시다 마고이치나, 이노우에 히사시의 경우 실제 2층 목조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해프닝을 겪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기에 괴롭다고 표현할까 라는 순수한 나의 호기심은 순간 커다란 공포심으로 변했고 내 책장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유자형으로 휘어가고 있는 책장의 선반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윗 선반과 아랫선반의 공간에 책을 끼워넣고 대충 지지대 역할만 하고 있었는데 내게도 큰 대책이 필요했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잦은 병원 출입에서 였던거 같다. 병원이라는 따분하고 무료한 공간에 선물받았던 셜록홈즈 시리즈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문과 같았다. 책에서 즐거움을 깨닫게 되면서 부터 내게 허락된 유일한 '사치'가 책을 구입하는 일이 되었고,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울만큼의 책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책을 구입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책장 선반이 휘어지는 모습을 보며 남모를 불안감을 갖고 있었고, 무심한척 해보이는 가족들도 은근 걱정되는지 가끔 한마디씩 던질때마다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래도 책은 팔아야 한다. 공간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다'p31











장서가인 오카나키 다케시가 선택한 일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들을 선별하여 처리하므로써 원활한 혈관 즉 지혜로움을 가져보자 였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목적에 의해 구입하게 되는 한 권의 책은 다른 물건들과는 다르게 애정이라는게 생기는데,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 그렇고, 종이의 질감과 펄럭일때마다 끼쳐오는 책의 냄새, 기차나 버스에서 읽었던 추억들이 만들어지는 이 모든 형태의 일들이 '독서'인 셈이며 무한한 애정심을 갖게하는 일련의 활동이된다.











' 대리석 무늬의 마블지로 만든 책갑에서 꺼낸 책은 기름종이에 싸인 새하얀 프랑스 장정이다. 손에 들고 팔랑 팔랑 넘기면 세이코샤의 옛날 가나 활자가 날아든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다.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다p181















이런 전체적인 맥락으로 책은 단순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려 한 권 한 권 마다 의미가 부여되고, 다른이들과 전혀 다른 책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겐 욕망의 증식을 걱정하는 저자의 말보다도 또 지혜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도, 책이 주는 애뜻함과 애정을 앞세워 판단해볼때 아직 그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내겐 아직도 팔아야할 이유보다 간직해야할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해두는 편이 좋겠다.











그렇다면 두번째 방안으로 생각해보자. 전자책은 어떨까? 휴대가 용이하고, 무게 따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는 전자책이라면 장서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아이템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서'라는 의미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것을 넘어 복합적인 작용을 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무한한 애정심을 품고 있는 내겐 전자책 또한 그닥 끌리는 아이템은 아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출하여 사용해봤는데 정확한 페이지의 구분이 어렵고, 도판(圖版)이 실린경우 도판이 넘어가버려도 본문에 그 도판에 관한 설명이 없을 경우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전자책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제시할 수 있는 방안으론 반복하여 읽을 수 있는 '양서'를 구입하자 이다. 책을 구입할때 호기심으로 사는 경우가 많고, 그럴때마다 생각과 맞지 않아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 어떤 책은 한 번만으로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이 책이 내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직접 확인하여 책을 구입하는 습관을 갖자 이다. 또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읽을 수 있는 여유도 갖으며 적정량을 선택하여 관리하는 습관도 갖어보자 이다.







'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 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 안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며 독서가 라고 말하는 듯 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 말로 올바른 독서가다'p150







불광불급 이라고 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하나니, 자신의 열정을 향한 광기와, 집착은 예술가의 혼을 불태우는 일과도 같다. 오카자키 다케시의 무모한 열정과 의욕이 내겐 신선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것은 아마 그 때문인거 같다. 다만 그 열정으로 잠식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절과 노력을 수반하여 나도 이렇게 멋진 장서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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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락시아 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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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제 방에 있는 책을 한 권씩 세어보았습니다.

총 298권.. 기억하기 쉽게 300권 정도 되겠네요.

물론, 모든 책을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사놓고, 계속 밀려서 못 읽은 책들이 보이네요. 알라딘 인터넷,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산 국내도서들도 있고, 미국 출장 시 반스앤노블에서 사서 가지고 왔던 원서들도 있네요.




저자인 오카자키 다케시가 약 2만권이 있다고 하니.. 정말 2만권이 어느정도 일지 상상이 안갑니다. 이 책에서는 보통 책에 관심이 있다 할 정도가 500권을 가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 아직 멀었네요.^^ 그런데, 하루에 6권씩 사야 1년에 2천권을 모으고, 그걸 10년을 해야 2만권을 모을 수 있는 분량이네요. 이정도이면, 무서울 지경입니다.

전 2015년 계획에 100권 이상 구입을 기입했는데, 10년을 모아도 천권.. 지금 있는 300권과 합치면, 총 1300권.. 이것만 생각해도 제 방은 포화 상태로 변할거 같습니다. 장서의 괴로움을 정말 아주 조금이라마 느낄 수 있을지..




이제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생각했던 아니 고민했던 것들을 담대하게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장서가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 수집가의 자세, '자취'의 의미, 전자서적을 싫어하는 이유, 도서관의 좋은점 등.. 많은 내용에 저도 공감을 합니다. 특히, 저자가 책에 내린 정의는 극히 공감합니다.




-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모양과 감각을 종합해 '책'이라 불리는게 아닐까




저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책의 냄새입니다. 전 새 책을 사면, 항상 책의 냄새를 맡아 봅니다. 종이와 잉크 냄새가 조화되어 풍기는데, 책마다 약간 향기가 다릅니다. 주변의 지인들은 이런 저를 보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봅니다.




흥미있는 장서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가야마 야스오라는 분인데, 이분은 치과 의사이면서 고서 수집가입니다. 생활력을 갖추면서 수집력도 만만치 않은 분이라고 하네요. 많은 글을 읽고 쓰기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면서 책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사실 저도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쪼잔한 면이 있어서 책을 마구 구입하지는 못합니다. 보관함에 넣고도 몇 번 고민하고, 장바구니에 넣고도 몇 번 고민합니다. 중고 매장 가도 상태가 안 좋으면, 그냥 무시하고, 상태가 좋아도 또 고민합니다. 더구나, 책장에 꽂힌 책 중에서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중고 매장에 팔려 갑니다. 이러다 보니 책이 늘어날리가 없죠. 2014년에도 약 50권 정도 구입했습니다. 책을 사는데, 어쩔 수 없이 돈은 들고, 부자가 아니니 고민이 될 수 밖에요. 하지만, 2015년에는 좀 더 많은 책을 구입하고, 많은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일본은 독서나 헌책방이나 다양한 분야의 책이나 이런 것을 봤을 때 한국보다는 책에 있어서는 선진국인거 같습니다. 비블리아의 고서당 사건 수첩을 읽을 때도 느꼈는데, 한국에서도 헌책방이나 고서 관련된 내용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일본 관련 에피소드이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그래도 이 책에서 제가 현재까지 초판본으로 출간된 시리즈를 모두 가지고 있는 비블리아의 고서당 사건 수첩이 언급되었을 때 기쁩니다. 역시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읽은 책을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015.01.0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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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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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 정은문고







책읽기의 즐거움은 책을 한 권 한 권 모으기 시작해서 책장에 꽂아두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고교시절 선생님 중 한 분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제법 많은 책이 들쑥날쑥 꽂혀있었다. 그러니까 키 높이가 잘 안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분이 학교에선 한 깔끔하신 편이다. 흐트러진 모습을 못 참으신다. 그런데 책장은 어찌 이렇게 산만한가. 나중에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책을 왜 그렇게 꽂아놓으셨어요. 시간이 없어서 그러셨다면 제가 정리 좀 해드릴까요? 그러자 그분의 말씀. “책을 구입한 날짜순으로 꽂아놓았지.” 나- “아하~”







그러나 나는 그 방법을 따르진 않는다. 읽은 책과 읽을 책은 구분해도 날짜순 들쑥날쑥 으로 꽂아두면 책을 얼른 찾기 힘들어진다. 큰 책 속에 작은 책이 숨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이 모아지다 보면 책 속에 파묻혀 지내게 된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에 책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여유롭기에 하는 말이다. 책이 많아지다 보면 방바닥이 꺼지거나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이쯤 되면 독서의 즐거움이 장서의 괴로움으로 바뀐다.







이 책에는 장서가가 모은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집이 무너졌다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사례가 잇달아 나온다. “10년 전쯤 어떤 사건이 있었다.” 도쿄 내 목조건물 2층에 살던 남자가 방에 잡지를 대량으로 쌓아두다가 바닥에 구멍을 내버렸다. 그는 잡지 더미와 함께 바닥을 뚫고 1층으로 낙하했다. 하지만 크게 다친 데 없이 두 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됐다. 일층에 살던 노인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천장, 그러니까 2층 바닥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고 가까운 경찰서에 상담하러 갔었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사건의 당사자인 이층남자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바닥을 뚫은 남자는, 장서가나 수집가라기보다 그저 게으름뱅이였던 것 같다.’







물론 이 사정은 한국과 다른 면도 있다. 대부분 일본의 가옥은 목조와 다다미로 구성된다. 그러나 철근 구조물의 아파트라고 안심 할 수 없다. 어느 한국의 책쟁이(책벌레라고도 부른다)는 건축사인 친구에게 부탁해서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을까 진단을 받았단다. 저자는 한 개인이 소장하는 장서를 500여 권 정도로 엄선하는 방법을 권유한다. 저자의 기준이라면 이미 나는 두 배나 된다. 나의 서재엔 약 1,000권의 책(좀 더 될지도 모르겠다. 굳이 정확히 셀 필요성을 못 느낌)이 3면벽 벽 서고에 담겨 있다. 이중 전공서적은 400여권(거의 원서)이다. 전공서적 외 넘치는 책은 키핑과 기증으로 해결한다.







저자가 독자에게 주고 싶은 교훈 : 1) 책은 생각보다 무겁다. 2층에 너무 많이 쌓아두면 바닥을 뚫고 나가는 수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2)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을 것 (팔던 남을 주던). 3) 헌책방에 출장 매입을 부탁할 때는 어떤 책이 얼마나 있는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4) 책장은 서재를 타락시킨다. 필요한 책은 곧바로 손에 닿는 곳에 있는 게 이상적. 5) 책은 상자 속에 넣어두면 죽는다. 책등은 늘 눈에 보이도록 한다. 6) 책장은 지진에 약하다. 지진이 나면 책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7) 장서는 불에 잘 탄다. 자나 깨나 불조심! 8) 책은 집에 부담을 준다. 집을 지을 때는 장서의 무게를 계산해두자. 9) 트렁크 룸(소규모 개인 임대 창고)을 빌렸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조만간 꽉 차버린다는 것을 유념하자. 10)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11) 생활력과 (책)수집력을 동시에 갖추려면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도 이해해준다. 12)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전자서적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서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13) 수수한 순문학 작품은 팔아버리더라도 도서관에 가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4) 장서를 한꺼번에 처분하고 싶다면 ‘1인 자택 헌책시장’을 추천! 잘 팔기 위한 핵심은 책값 매기기에 있다(일본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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