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9

알라딘: 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독문학자

알라딘: 인생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은이),
황규백 (그림)
청림출판2014-11-07








9.6 100자평(1)리뷰(18)
이 책 어때요?
전자책
9,660원


책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독문학자로 40년간 치열하게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온 서울대 전영애 교수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삶과 글 사이를 넘나들며 마음에 오간 단상과 삶의 지혜를 담아 첫 에세이집을 펴냈다.

2011년 세계 독문학, 문화 분야의 최고 영예인 '괴테금메달Goldene Goethe Medaille'을 백년의 역사상 동양인으로는 두 번째로 수상하며,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들어선 저자는 이 책에서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쓸데없는 계산하느라 남들과 비교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 제법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기도 하다"고.

오로지 책을 동무 삼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전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 연구와 강의에 매진해온 저자의 고백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방황하는 이들에게 지금 주어진 삶에서 끝까지 붙잡고 나가야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저자가 독일과 한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과 프란츠 카프카, 니체, 쿤체 시인 등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문학세계가 황규백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목차


프롤로그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1. 인생을 배운 찰나의 순간들
그런 한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시골 아이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헤벨의 <세 가지 소원>
"괜찮아요, 제 일인걸요."
회사원 같은 아이
물살을, 삶을 헤치는 법
삶의 기본 중의 기본
아들의 빈손에 들려 있던 맥주 캔 하나
아버지처럼
그래도 한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할 때

2. 몹시도 귀한 것, 가장 귀한 것
글라디올러스를 등에 지고
어리석은 채로 셈이 안 되는 채로
토리노 포 강변의 할아버지
아들의 식당
은인을 찾습니다
열네 번을 여닫아야 하는 문
손안에서 피어나는 꽃
"아이 캄 프롬 제르마니"
하나님의 AS
선물
도나우 강변에 지어두고 온 '시정詩亭'

3. 한 삶으로부터
문학은 사람을 만듭니다
아름다운 사치
몸 가볍게 떠나신 아버지
삶이란 나만의 자서전을 만드는 일
레게머리 지원이
세상에서 제일 고운 신부 선영이
니나에게 배운 것
너는 거기 낮은 곳에
사랑을 통해서만
은행잎 쿠키, 4대에 걸친 우정
차마 잠든 딸을 깨우지 못하고

4. 시를 굽는 사람들
시를 쓰지 않을 순 없었다
맑은 사람들을 위한 집 '여백서원'
카프카와 소정이의 악보
딸에게 마라톤을 시킨 어머니
그 침대
꼿꼿하신 내 시詩의 선생님
존댓말의 힘
화가가 못 되었다
오작교 자리 내 자리
눈에 힘!주고

5. 사랑이 우리를 살린다
반 뼘을 둔 셈질
왜 책을 읽어야 하지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사랑도 예금 잔액처럼 아껴 써야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_주례의 말
나무 고아원
밥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었으면서
내가 믿는 것
색동꼬리연
달맞이꽃 핀 밤

접기




책속에서


P. 17-19 카프카가 도라와 함께 지내던 시절, 그는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어린 소녀 하나가 슬피 우는 모습을 보았다. 아끼던 인형을 잃은 것이었다. 한참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카프카가 다가가서 말했다.
“네 인형은 말이야, 그냥 여행을 떠난 거란다.”
놀라 쳐다보는 소녀에게 카프카가 덧붙였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서 그렇게 말하던걸.”
“잘 있대요? 편지는 어디 있죠?”
“편지를 마침 집에 두고 왔구나. 내일 다시 여기로 오면 내가 가져다주마.”
그날 밤 카프카는 인형의 편지를 썼다. 다음 날 같은 자리로 가서 아직 글을 못 읽는 소녀에게 그 편지를 읽어주었다. 3주일이 넘게 이 만남은 계속되었다. (……) 목숨이 소진해 가는 세기의 작가가 한 소녀를 위하여 쓴 30여 통의 인형 편지들. 찾아질 리 없는 그 인형 편지가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편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접기
P. 28-29 만약 천사가 당신에게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작가 헤벨이 주는 정답은 이렇다. 첫째 소원은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것. 둘째 소원은 무얼 빌어야 할지 물어서 알게 된 그 소원을 비는 것. 셋째 소원은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천사가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물어줄 일은 없다. 무엇을 빌어야 할지, 어느 길을 가야 할지 아는 지혜를 누가 주겠는가. 결국 내 스스로 얻은 인식과 경험과 삶에 대한 통찰이 그 지혜다. 헤벨의 정답에 한 가지 사족은 달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인지라 택해서 가고 있는 길에 후회가 아주 없을 수야 없다. 그래도 온 지혜를 모아서 어렵사리 한 선택, 추억이 묻어 있는 선택, 혹은 정말이지 그렇게밖에는 할 수 없었던 저 어려웠던 선택을 기억하며 견뎌가야 한다고. 접기
P. 64-65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은 다 사라져도 남아 있어야 할 그 마지막한 사람이 시인이었다. 자신들이 게토에서 겪은 그 모든 일을 기록하여 민족이 사라진 후에도 그 이야기를 글로 전할 수 있는 사람. (……) 일 년 반 정도 수용되어 있는 동안 카체넬존은 그 모든 것을 4행씩 15연으로 구성된 열다섯 편의 긴 노래로 만들어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마침내 어찌어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는 사흘 동안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여섯 부를 만들어놓고 숨겨두었다.
그 직후 여권이 위조임이 발각되어 그는 곧바로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실려가 목숨을 잃었고, 숨긴 여섯 부 중 두 부가 나중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한 부는 풀려나는 유대인의 가방 가죽 손잡이를 뜯고 그 안에 넣어 꿰맸던 것이고, 다른 한 부는 유리병에 담아 수용소 안 전나무 아래 파묻었던 것이다. 접기
P. 81-82 수술은 잘 된 듯, 다음 날 보니 할머니의 고운 표정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문득 내 환자에게 이것 좀 보라며 손을 내밀더니 자신의 손바닥을 펴 보였다. 초록빛 도는 까만 돌멩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언젠가 남편이 여행에서 가져온 선물인데 늘 주머니 속 아니면 손안에 있었다고 했다.
그 돌멩이 하나를 쥐고 있으려니 저 고운 할머니가 견뎌온 외로움의 세월이, 마치 내가 살아온 것인양 아프게 눈앞에 그려졌다. 두 환자 사이에 건네진 말 없는 말도 들리는 듯했다.
‘이것 하나 들고 나도 견디고 살았거든. 지금 잠시 아플 뿐, 행복한 당신도 견뎌.’ 접기
P. 248-249 수능인지 무슨 문제집인지 그런 데서 나온 문제라는데, 어떤 위기 상황에서 여러 연령,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그중 몇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를 희생시킬까?’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어떤 대학생이 정교한 논리로 사회복지가의 꿈을 가진 눈먼 소년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는데 자기들은 석연치 않고 정말 모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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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선생님은 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시며 걷는 모습이었다. 걷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면서 종종걸음으로 교정을 거니시는 선생님을 보면 가끔 다가가 살짝 여쭤보고 싶었다. “선생님, 무슨 고민 있으세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그러나 그런 용기가 없었던 나는 멀리서 선생님의 글과 책과 번역을 지켜보며 선생님의 고민을 글로만 가만히 훔쳐보았다. 이제 전영애 선생님 특유의 감성이 듬뿍 담긴 에세이가 어여쁜 책으로 묶여져 나오니 더없이 반갑고 설렌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선생님이 왜 항상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며 길을 걸으셨는지. 무엇이든 맹렬하게 움켜쥐고, 집요하게 탐구하는 선생님의 열정이 어떤 일상 속에서 잉태된 것인지. 이 책이 선생님의 열정을, 지혜를, 삶을 전파하는 따뜻한 메신저가 되길 빈다.
- 정여울 (문학평론가, 작가)




저자 및 역자소개
전영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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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독어독문과 명예교수.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독일 고전주의 재단 연구원이다. 유서 깊은 바이마르 괴테학회에서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을 동양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괴테와 발라데』, 『맺음의 말』, 『시인의 집』, 『인생을 배우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등이 있고, 옮긴 많은 책 중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헤세 시선집』, 『괴테 시선집』,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파울 첼란 시집 『죽음의 푸가』, 라이너 쿤체 시집 『나와 마주하는 시간』 등이 있다. 여백서원을 지어 지키고 있다. 접기

최근작 :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도서관으로 문명을 읽다>,<맺음의 말> … 총 51종 (모두보기)

황규백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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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서정성을 판화로 표현해내는 작가. 프랑스 파리를 거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뉴욕근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진정한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내가 즐겨 드는 예는 한국의 전영애 시다.
이 책에 어려 있을 시와 같은 그녀의 삶도 전하고 싶다.
-라이너 쿤체(시인)

한국인 최초 괴테 금메달 수상, 서울대 전영애 교수가
삶의 물음 앞에 선 이들에게 전하는 문학과 인생수업
한국을 대표하는 독문학자로 40년간 치열하게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온 서울대 전영애 교수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삶과 글 사이를 넘나들며 마음에 오간 단상과 삶의 지혜를 담아 첫 에세이집 ≪인생을 배우다≫를 펴냈다. 2011년 세계 독문학, 문화 분야의 최고 영예인 '괴테금메달Goldene Goethe Medaille'을 백년의 역사상 동양인으로는 두 번째로 수상하며, 세계적 석학碩學의 반열에 들어선 저자는 이 책에서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쓸데없는 계산하느라 남들과 비교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 제법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기도 하다”고.


오로지 책을 동무 삼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전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 연구와 강의에 매진해온 저자의 고백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방황하는 이들에게 지금 주어진 삶에서 끝까지 붙잡고 나가야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저자가 독일과 한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과 프란츠 카프카, 니체, 쿤체 시인 등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문학세계가 황규백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인생을 배우다
저자는 삶 자체로 기쁨이고 선물인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고 싶은 욕심,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였다고 말한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꼿꼿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홀레 씨, 자신이 중한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환자이면서도 친구에게 아름다운 글라디올러스 밭을 보여주려고 온 힘을 다해 걸었던 친구 에리카,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기 위해 마라톤을 시킨 어머니 등. 아름다운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은,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감사함을 잊고 삶과 다투며 살아가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며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께서 마라톤을 시키셨어요.”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마라톤이라니?! 내색은 안 했지만 무척 놀라운 이야기였다. 시류에 따른 고액의 음악 사교육을 감당할 형편이 결코 아니었을 병 깊은 어머니가 딸에게 시킨 것이 그저 마라톤이었을 리 없다.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_본문 201~201페이지

이 책에는 또한 평생을 문학과 더불어 살아온 저자의 학문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독일 작가들의 삶과 문학 세계를 조명한 글도 실려 있다. 문학적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카프카의 인형 편지와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죽기 직전까지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시를 쓴 카체넬존의 감동적인 사연, 그리고 저자가 쿤체 시인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게 된 에피소드 등은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한다.

1943년 바르샤바 게토에서 일으킨 무장봉기가 나치에 진압되었을 때, 유대인들은 남아 있는 힘을 모아 한 사람을 구출하기로 결정했다.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은 다 사라져도 남아 있어야 할 그 마지막 한 사람이 시인이었다. 그 시인 카체넬존은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실려가 목숨을 잃기 전까지, 4행씩 15연으로 구성된 열다섯 편의 긴 노래로 만들어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_본문 64~65페이지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詩를 위하여
배움의 공간을 마련하다
30여년 가까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저자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문학을 읽으며 넓어진 사고의 지평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서울대에서 20여년 가까이 수업해온 '독일 명작의 이해'는 자신의 철학을 제자들과 나누는 장이었다. 서울대생들 사이에서 명강의로 손꼽히는 이 수업은 독문학 거장들의 작품을 읽고 감상문을 쓴 후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기말에 책 한 권을 만들어 제출해야 할 만큼 수업 부담이 크지만, 매번 수강 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저자는 이런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2011년 서울대 교육자상을 수상했다.
제자인 정여울 작가는 저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내 기억 속의 선생님은 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시며 걷는 모습이었다. 걷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면서 종종걸음으로 교정을 거니시는 선생님을 보면 가끔 다가가 살짝 여쭤보고 싶었다. “선생님, 무슨 고민 있으세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무엇이든 맹렬하게 움켜쥐고, 집요하게 탐구하는 선생님의 열정이 어떤 일상 속에서 잉태된 것인지. _정여울 추천사 중에서

이와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최근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詩를 위하여’란 모토 아래 공부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공간을 마련하고자 여주에 ‘여백서원’을 개원하였다. 제자들이, 사랑하는 이들이 생활에 부대껴 마모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남은 평생을 시를 쓰며, 서원지기로 살며,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로 결심한 저자는 여백서원에 담은 마음과 이 책에 담은 마음이 다르지 않다며,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에 모인 것은, 삶과 글 사이 두 세계를 넘나들면서, 독일과 한국을 자주 왕래하면서, 무엇보다 삶의 한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마음을 스쳐간 것들을 적은 조각 글들이다. 작은 쪽지를 유리병에 담아 망망대해에 띄워보는 심경이다. 누구에겐가 가닿을 수 있을까. 내 나름으로 깨친 작은 삶의 지혜들이, 귀한 사람들의 마음의 해안에 가닿았으면 좋겠다. _프롤로그 중에서 접기




평점
분포

9.6





이 책 전에 읽었던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와 겹치는 내용이 좀 있어서 약간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보는 황규백 화백의 단아한 그림이 반가웠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을 아끼는 전영애 선생의 단정하게 읽히는 글은 여전히 놀랍고 감동스럽다.
라로 2022-11-30 공감 (25) 댓글 (0)


마이리뷰


무고하게 죽은 이들을 위한 짧은 조사(弔辭)

가만히 들여다 보면 들끓는 내 마음이 보인다. 나처럼 요동치며 들끓는 사람들이, 아니 마음들이 모여 펄떡이는 세상이 되고 파도 치는 세월을 만들었으리라.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끔찍한 테러 현장을 뉴스로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세상에 대한 분노는 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을... 프랑스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또 무차별 공습을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그것이 언젠가 또 다른 보복으로, 크나큰 분노로 되돌아 올 텐데도 말이다. 지금 당장 속 시원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 폭격으로 죽은 사람들은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누구의 애도도 받지 못함을 안다. 다만 분노의 파도를 조금 더 펄떡이게 할 뿐이라는 것도.

전영애 교수가 쓴 <인생을 배우다>를 읽었다. 어제, 오늘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런 날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운이 좋은 경우다. 다들 밖으로 밖으로만 나돌아 마음이 싱숭생숭, 들쑥날쑥 춤을 추는데 글자인들 온전히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나는 책을 다 읽을 동안 과일을 두어 쪽 먹었고, 무심히 켜진 TV 채널을 돌려 보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다음에 읽을 페이지를 확인했다. 좋은 책은 독자를 붙잡아 두는 강한 힘이 있는 법이다. 좋은 벗을 두고 헤어지기가 몹시 서운한 것처럼.



"그녀는 마지막 문턱 앞에서 어찌 그리 아름다웠을까. 아름다운 글라디올러스 밭을 내게 보여주려고 힘을 다해 걸었다. 꽃을 지고 가는 내 모습을 사진까지 찍어 보내주었다. 무엇일까, 마지막 문턱 앞에서 사람에게 그런 초인적인 배려의 마음과 아름다움을 부여한 힘은? 주저 없이 고통 곁으로 달려갔던 것, 그냥 잠시 그 곁에 머물러 있었던 것. 그러니까 내가 한 번쯤 잘한 일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 사람이 떠난 빈 자리가 채워질 리는 없지만, 인생의 쓸쓸함이 아주 조금은 달래지는 것 같다." (p.74)



제목이 촌스러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책이 더러 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소박하다거나 촌스럽다기보다는 너무나 거창해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책은 결국 알음알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마련이다. 괴테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면서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이기도 한 작가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 카프카, 니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 가족과 아이들의 일화를 아주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왠지 그의 삶에서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그것은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온 선물, 자신이 사서 간직했던 어떤 것, 부모에게서 받은 유품 등 남들에게는 하등 가치 없어 보이는 물건들에 얽힌 수많은 사연들을 귀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무리 사소한 일상이라도,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인연이라도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 들어야 할 것처럼 한눈을 팔기 어렵다. 이따금 가슴 뭉클한 사연에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려야만 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남들이 사는 물건 사고, 또는 남들 따라 사고 싶어 안달만 낼 뿐, 참으로 많은 물건들을 내버리는 시대 - 저렇게 함부로 내다버리는 물건들처럼 사람마저도 가치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내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두렵다. 청승맞게도 자꾸, 황량한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p.63)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그렇게 노래하지 않았나.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독문학자로 40년간 치열하게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온 작가가 서울대에서 가르치는 '독일 명작의 이해'는 거장들의 작품을 읽고 감상문을 쓴 후, 여러 사람이 토론하고, 학기말에는 책 한 권을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 부담이 큰 수업이지만 매번 수강 정원을 초과하는 인기 강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괴테 연구에 온 열정을 바쳐온 작가의 삶에 감동하지 않을 학생들이 과연 있을까. 대문호 괴테를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 온 작가의 두 눈에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은 학생들이 과연 있을까.



"젊은 날, 늘 눈앞이 캄캄했다. 세상이 온통 어둠이었다.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기다림으로 괴로웠다. 그저 괴로웠을 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 내가 저 아득한 어둠을 헤쳐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이 소박한 꽃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젊은 날 그렇듯 세상이 캄캄했던 것은 내가 그 어둠을 헤쳐서 갈 곳이, 가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만큼 힘껏 살아온 것 아닐까." (P.284)



허형만 시인은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 겨울 들판을 거닐며 /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어설픈 예측이, 쓸모없는 지레짐작이, 내가 가야할 길을 몇 번이나 잘못 들게 하거나, 그로 인하여 쭈뼛거리며 오래도록 서성이며 주저하게 만들었던 그 모든 시간들이 모여 결국에는 이르러야 할 하나의 지향점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젊은 날에는 알지 못한다. 세상살이에 영 어설펐다는 작가의 고백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모범답안처럼 읽히는 건 왜일까? 얼마 전 프랑스에서 무고하게 죽은 많은 사람들을 애도하며, 그리고 그 보복 공격으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갈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짧은 조사(弔辭 )를 한 줄 남긴다.




[인생을 배우다/전영애/황규백/청림출판]인생과 문학, 그 인연에 대하여…….

그림이 있는 에세이다. 삶과 풍경을 그려낸 그림에 시선이 먼저 간다. 깊은 생각과 일상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모두 사물의 서정성을 판화로 표현해낸다는 황규백 작가의 솜씨다. 작가의 작품이 뉴욕근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림을 마주하고 있으면 책 제목과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배우다.

저자인 서울대 교수 전영애는 독일 명작, 특히 괴테 연구자라고 한다. 2011년 세계독문학, 문화 분야의 최고 영예인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괴테금메달’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고 가르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 작품들, 깨친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등의 작품을 남긴 카프카는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자신만의 문체로 담은 작가다. 그의 인형의 편지가 유쾌하고 훈훈하다.

죽음을 앞에 둔 어느 날, 카프카는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슬피 우는 어린소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 인형은 말이야, 그냥 여행을 떠난 거란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서 그렇게 말하던걸.

-잘 있대요? 편지는 어디에 있죠?

-편지를 마침 집에 두고 왔구나. 내일 다시 여기로 오면 내가 가져다주마. (17쪽)



집에 돌아 온 카프카는 인형의 편지를 대신 썼고, 다음 날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소녀를 위해 인형의 편지를 읽어주었다. 3주일이 넘게 인형의 사랑, 인형의 약혼, 인형의 결혼 등 인형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했다고 한다.

작가다운 발상이지 않나. 어둡게만 보이던 카프카에게 이런 유머와 재치가 있다니, 색다른 매력이다. 병들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작가로서의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마련한 시골 마을의 낡은 집에서의 이야기다. 열 집도 채 살지 않는 작은 마을, 작은 카페에서 아이들을 위한 음악 연주회를 열었다. 그리고 시를 읽어주며 삶을 나눈 이야기다.

문학적 혜택, 문화적 도움과는 거리가 먼 시골 아이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치던 유학생, 전문 연주가는 아니지만 멋진 연주를 해준 의대생,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얼마나 꿈과 희망을 키웠을까. 소박한 울림이지만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고 가르친 과정에서 맺은 인연들, 살면서 스친 소소한 이웃들, 배우며 익히다가 만난 작품들, 그렇게 깨친 인생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생과 문학, 그 인연에 대한 따뜻하고 멋진 이야기들이다.



평생을 배우며 열정적으로 가르쳐온 학자의 삶 속에도 비온 뒤에 굳어지는 진흙땅을 보게 된다. 배우고 나누는 속에 더욱 견고해진 세상을 가짐을 본다. 그렇게 인생은 배움의 연속, 나눔의 연속, 철듦의 연속인가 보다.



언제부턴가 인생은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지의 세상에서 하나씩 배우며 나를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배우며 선택하는 중에 고난과 고통, 기쁨과 행복, 절망과 좌절, 환희와 행운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세월 속에 더욱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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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4-11-20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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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 천상의 성처녀가 낙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전투에서 입은 상처를 보이라고 요구한다. 진정한 전사가 아니면 낙원에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자 시인이 답한다.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마시오.

여기 이 가슴을 보시오.

나 살았다오, 그건

전사였다는 뜻이지

이 가슴을 보아요,

삶의 상처-간계를

사랑의 상처-욕망을.


괴테의 노년기 대작 <서 동 시집> 마지막 시편인 <낙원의 서>에 나오는 한 단락이다. 장렬하게 전사한 영웅들만 받아들여지는 곳에서 시인은 “나 살았다오” 라고 대답한다. 그러니 자기도 ‘전사’라는 것이다. 산다는 건 장렬히 전사한 용사의 전투에 맞먹는다는 것. 인간의 온갖 허약함과 악함도 결국은 삶이 남긴 ‘상처’다. 135-6

* 사람들은 어차피 만나고 갖가지 이유로 만나지만, 몸에 배인 정중함, 존댓말이 남기는 인상은 깊고 그렇게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이렇듯 유독 각별한 것 같다. 219

*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글을 배우고 읽는 궁극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힘들여 남기고, 전하고, 읽는 것은 아마도 바른 삶이어야 할 것이다. 글 읽는 시간이란 것도 궁극적으로는 바른 삶을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251-2

* 다이어트 이야기는-이윤을 챙겨야 하는 산업에 부추겨지기까지 해서-정말이지 너무도 요란하고 너무도 일상적이다. 건강상의 사유로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너무나도 거침없이, 스스럼 없이 우리는 다이어트 이야기를 한다. 남을 항상 생각하면서 살 수야 없지만, 적어도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직도 허다한 배고픈 사람들은 우리의 안중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많은 지식을 쌓고서, 밥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면서, 부끄러움마저 없어졌을까.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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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a 2016-01-07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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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며, 인생을 배우다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동화를 한번쯤은 다 읽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램프의 요정을 보고 나는 어떤 소원을 빌까 생각해봤던 적이 있다. 그때 마지막 소원은 '3가지 소원을 또 이루어줘'라고 해야지 하며 나름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지금도 별차이가 없이 세가지 소원이라면 당연히 또 소원을 들어달라는 소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욕심많은 어른이기도 하다.

램프의 요정말고도 또 세가지 소원을 이야기하는 동화가 있었다. 바로 요한 페터 헤벨이 쓴 ‘세 가지 소원’이라는 동화인데, 노부부와 소시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나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인생을 배우다>는 서울대에서 ‘독일 명작의 이해’라는 명강의로 많은 학생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전영애의 책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몇 권 번역했는데, 그 중에 헤벨의 동화집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저 웃긴 이야기로 기억했던 그 이야기 뒤에는 작가가 직접 생각한 현명한 정답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소원은,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것.

둘째 소원은 무얼 빌어야 할지 물어서 알게 된 그 소원을 비는 것.

마지막으로 빌어야 할 세 번째 소원이 중요한데, 바로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 솔직히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소원은 영원히 만족할 수 없게 되는 덫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항상 더 하고 싶어하고 더 갖고 싶어하고 모든지 더더더를 외치다보면 절대 만족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영원히 후회라는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음에도 나는 내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마지막 소원에 아직까지도 만족하고 있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소원으로 가장 적절한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가 없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몇일전에 아는 동생과 시한부 선고라는 것이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는 일이라 도리어 좋은 일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나는 절대 아니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 스스로가 그 어떤 시점에 삶을 정리하더라도 후회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욕심만 내고 후회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전영애가 전하는 <인생을 배우다>는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다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


“살아보니, 쓸데없는 계산하느라, 남들과 비교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 제법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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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4-11-1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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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한국인 최초로 괴테금메달을 탄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의 에세이라는 점과 인생의 소소한 일생에서 만나는 감동과 가르침이라는 책 소개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로 무척이나 감동스러운 책이었다.





책 처음에 아끼는 인형을 잃은 어린 소녀를 위로하기 위해 인형의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세기의 작가 카프카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인형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떠나게 되어 다시 소녀를 만나기 어렵게 되어 이해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또한 그 이야기에 감동받아 그 편지를 찾아 헤메는 사람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그래서 유명작가들의 에페소드가 많이 소개될 줄 알았지만 그 뒤부터는 주로 저자가 독일문학을 연구하고 스스로 시를 쓰면서 만난 유명학자와 시인들과의 인연에 대해 쓰여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지만 먼 동양에서 온 자신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의 글을 꼼꼼히 읽고, 충고해주고 극진한 대접을 해주고, 또한 그 인연이 그 자식대까지 흐르고 있는 모습. 저자 자신은 자신을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표현했지만, 그의 학문과 작품 또한 치열하기 그지없었기에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그토록 남달랐을 터이다.




나 자신도 나 자신을 더울 도약시켜줄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의 삶이 치열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 되어 부러움과 씁쓸함을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교수생활을 하면서 만난 (독일문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은) 제자들의 모습 또한 매우 아름다왔다. 자신의 수업을 청강하고 있던 음대생에게 수업시간 중 독일음악을 소개하는 부분을 부탁하고 그 후 감사의 뜻으로 자신의 시를 읽어 주니, 그 후 그 시와 카프카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작곡하고 스위스현대음악제에 초청되어 연주한 사연. 가난한 집에서 음악을 하기 원하는 딸을 위해 마라톤을 시킨 몸이 아픈 어머니의 이야기, 대학교 다닐 때는 레게머리를 하고 랩을 부르더니만 사법고시 합격후 입관이 된후에도 대학원공부를 하고, 한국의 통일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공산정권이 무너진 캄보디아에 가서 1년간 경험한 청년들. 현실에 안주하면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멋진 청년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나자신도 뛰어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내게도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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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2014-12-1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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