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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는 소태산 교화법 ‘일상속 상시훈련’ 안성맞춤이죠”
등록 2021-04-20
[짬] 원불교 최고지도자 전산 김주원 종법사
취임 4년째인 전산 김주원 종법사가 20일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했다. 조현 기자오는 28일은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전남 영광에서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연 날이다. 대부분의 종교가 교조의 탄생일을 경축하는 것과 달리 원불교는 대각개교절을 최대 경축일로 삼고 있다. 교주를 아무리 신화해도 각자의 깨달음과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종교 개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원기 106년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20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최고지도자인 전산 김주원(73) 종법사를 만났다. 2018년 종법사가 된 그는 국외 교당이 있는 24개 나라 가운데 최초로 미국에 자체 종법사를 두도록 선임하고, 여성 교무의 결혼을 허용하는 등 교단 개혁을 이끌고 있다.
창시자 박중빈 대종사 ‘깨달음 얻은 날’
28일 최대 경축일 ‘대각개교절’ 맞아
‘세불리기보다 깨닫는 사람 만들 것’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것’ 강조
56년 전 입교때 대산 종사 예화도 소개
“국운상승해 세계인이 한글 배울 것”
전산 종법사가 20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를 찾아온 신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 기자전산 종법사는 우선 코로나19와 관련해 “어찌 나쁘기만 하겠느냐”며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害生於恩)을 들었다. 이 말은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으로, ‘은혜를 자각하지 못하면 해가 되고, 해로운 것도 마음을 잘 쓰면 은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코로나 시기’도 잘 활용하면, 개인의 삶이나 조직과 국가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모이기가 어려워 신자가 떨어져나가는 것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개벽 종교’다운 일성이 아닐 수 없다.
“소태산 대종사의 교화는 법회 위주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공부하라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삶터에서 공부한 것을 점검 받고 다시 가정과 직장에 돌아가 공부하는 것이 대종사의 교화법이다. 법당이 중심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이 공부의 중심이다. 그동안 교회의 영향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지만, 원불교의 교화 체계는 딱 그렇게 되어 있다.”
그는 “교도가 늘어나 교당에 수만명이 모인다 한들 전부 제 욕심만 챙기며 산다면 그것은 교화된 게 아니다”라며 “대종사의 교화는 세를 불리자는 게 아니라 한명이라도 깨어나는 사람, 깨닫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교당에서만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에서, 일상의 삶터에서 상시훈련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 시기’야 말로 상시훈련을 하기에 가장 적기라는 것이다.
전산 종법사는 코로나19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희망으로 돌려놓았다. 그는 젊은 시절 가까이 모셨던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1914~18)의 예화를 들었다.
“12·12 사태(1979년 전두환 신군부의 쿠테타) 때 금방이라도 북에서 쳐내려올 것 같고, 큰일이 터질 것만 같아 외국으로 이민을 간 고위층이 적지 않았다. 그때 대산 종사께서 계시던 신도안으로 중앙부처 공무원인 한 신도가 찾아와 ‘어려운 시국’이라며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때 대산 종사께서 ‘아이를 키워보았느냐’고 묻고는,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것이다. 한번씩 아프고 나면 부쩍 커있는 것을 보게 된다’며 ‘우리나라도 크는 아이와 같다’고 했다. 대산 종사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걱정하는 소리를 들은 대산 종사께서 ‘몇년만 있으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라고 해서 시봉하는 교무조차도 ‘신심으로 보니까 그렇지 현실에서야 설마’라고 긴가민가 했다고 한다.”
전산 종법사는 “56년 전 교단에 들어왔을 때는 중국이 ‘죽의 장막’을 치고 있을 때인데, 대산 종사께서는 중국이 문을 열면 세계의 중심이 될 터이니 미리 중국어를 배워두라고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이를 잘 넘기면 더 좋아지고, 좋은 일들이 있으면 그로인해 더 좋아지는 국운 상승기여서 세계인들이 앞다퉈 한글을 배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산 종법사는 소태산 대종사 가르침의 핵심을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것이야 말로 ‘코로나 시기’에 집안에 갇히면서 갈등이 커져가는 가정의 화합, 남북·남남 갈등 해소, 세계 평화와 환경문제 해결 등에 있어 가장 절실한 자세이다. 그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려면 먼저 천지와 부모, 동포 등의 은혜를 철저히 알아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대산 종사가 자주 언급했다는 예화를 들려주었다.
“겨울에 깊은 겨울산에서 헤매다가 눈밭에 쓰러져 얼어죽을 뻔한 과객을 어떤 은인이 발견해 주막에 데려다주어 살아났다. 그러나 은인은 과객이 깨어나기 전에 떠나 얼굴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길을 가던 중 행인과 다툼이 생겨 싸우다가 화해의 술을 나누며 지나온 삶을 풀어놓던 중 상대가 눈밭에서 자신을 살려준 은인임을 알았다. 만약 진즉 그가 목숨을 구해준 은인임을 알았다면 조그만 일로 다투겠는가. 자신이 수많은 은혜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어떻게 원망하는 삶을 살겠는가.”
익산/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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