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6

빌게이츠 “한국, 탄소 제로 하려면 원전 필요하다” - 조선일보

빌게이츠 “한국, 탄소 제로 하려면 원전 필요하다” - 조선일보
빌게이츠 “한국, 탄소 제로 하려면 원전 필요하다”

빌 게이츠, 본지 인터뷰… 기후 재앙 피하려면 이렇게 하라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생산 방법 없어”
양지호 기자
입력 2021.02.15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66)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독일 등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탈(脫)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후변화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추구(pursue)해서 대응해야 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다. 
핵분열(원자력발전소), 핵융합, ‘그린 수소’(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수소) 등 모든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생각을 담은 그의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이 16일 출간된다. 
억만장자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가로 변신한 그를 지난달 2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인터뷰에는 게이츠와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 6국 기자 11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2019년 한 해 지구가 처리 가능한 용량 이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가 510억t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4분의 1 수준으로 138억t(27%) 수준이다. 그러나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 사용량이 더 늘어나야 한다. 게이츠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전기차, 전기 난방, 공장 생산 과정 전기화 등을 고려하면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이 현재의 2.5배 이상이 필요해진다”며 “지난 수십년간 주요국들은 전력 생산량을 거의 늘리지 않고 있었는데 그 전기를 어디선가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전은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현세대 원전은 화석연료 등 다른 어떤 발전소보다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보다 더 안전한 차세대 원전도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 “원자력은 매일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생산 방법은 없다”고 했다. 
  •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에서는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새로운 원전 건설이 거의 중단됐다. 
  • 한 해에 모든 원자력 관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석탄발전소에 의한 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도 그렇다. 대중이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을 바라보길 희망한다.”
  • “탄소 안줄이면 기후재앙… 코로나 사망자의 5배가 숨질 것”
  • “대중이 원전(原電)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어렵다. 기존 원전과는 드라마틱하게 다른 안전한 원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5년만 기다리면 신형 원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가능하다.”

화상으로 만난 빌 게이츠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와인색 카디건에 푸른 버튼다운 셔츠를 받쳐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한 단어씩 끊어 가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 대신 자신이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팀즈’를 통해 만나자고 했다. 기사에는 인터뷰 사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빌 게이츠가 201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기후변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신간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낸 빌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원자력 발전은 가장 안전한 전력 생산 방법”이라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태양광·풍력·지열 등 다른 재생 에너지도 있는데 굳이 원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처럼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이 가능한 운 좋은 나라는 별로 없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불리한 지형과 기후를 갖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같은 면적에서 생산하는 전력량도 원전에 못 미친다. 
날씨와 계절 영향도 받는다. 한번 생산한 전력을 보관해놓을 방법도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마땅치 않다. 영국은 국토 전체를 지열발전소로 만들어도 전체 에너지 수요의 2%밖에 공급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신이 일본 총리라면 원전 도입을 설득할 수 있겠나.

“지금 당장 일본 국민을 상대로 원전을 홍보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개발하고 있는) 다음 세대 원전은 자동화돼 인간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없고, 원자로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미국 정부와 협력해 아직 설계도만 있는 이 원전의 첫 시제품을 이르면 5년 안에 만들 계획이다. 안전한지, 얼마나 싼값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확인되면 일본도 다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기업 ‘테라파워’를 2008년 만들었고,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원자력이 가장 안전

―당신의 원전을 홍보하려는 전략처럼 의심할 수도 있다.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은 이론적으로는 4분의 1 값으로 지을 수 있다. 미국은 천연가스를 통한 전력 생산비가 너무 싸서 현세대 원전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 천연가스가 싸서 원전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 앞으로 원자력발전이 필요할 저개발 국가는 새로운 원전이 필요하다.”

게이츠는 “원전은 밤낮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대규모 전기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유일하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그 어떤 다른 청정 에너지원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고 책에 적었다. “우리가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가까운 미래에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망을 탈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MIT는 2018년 1000가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분석했는데 그중 가장 싼 방법은 모두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원전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 아닌가.

“현세대 원전도 다른 어떤 전력 발전 수단보다 안전하다. " 그는 책에 더 상세한 설명을 남겼다. “자동차가 사람을 죽인다고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테라와트시(TW·h)의 전력당 석탄은 24.6명, 석유는 18.4명의 사망 사고가 났다. 원전은 0.07명이 숨졌다. 직접 사고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기후 재앙'을 막기에는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 재앙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사망하는 사람은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등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적다. 물론 지금도 산불·기근· 허리케인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숫자를 봐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코로나는 백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그렇지만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겪어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코로나로 여러 분야에서 국제 공조가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대응에서 더 잘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의 책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

탄소제로

온실가스를 지구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인다는 개념이다. 
현재 인류는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510억t을 초과 배출하고 있는데, 
초과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탄소 중립’ ‘넷 제로’라고도 한다. 
한국·일본·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양지호 기자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 사회정책부를 거쳐 다시 문화부에 왔습니다. 출판, 방송, 미디어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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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농담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보아도, 한국같이 인구밀도 높은 나라, 곡물 자급률은 25%에 불과한 나라가 신재생으로 에너지자급할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판단하지요.
 이산화탄소 적게 배출해서 지구온난화 막으려면 한국의 선택은 분명합니다.
 
1. 석탄발전 줄이고 (매연은 물론 에너지단위 당 이산화탄소 많이 나옵니다), 대신 원전비중 늘린다.
2. 태양광발전은 옥상 등 농사 안짓는 유휴공간 위주로 천천히 깐다. ESS(배터리 저장장치)와 전기자동차의 보급 등 수요측면과 연결해서 길게 보아야 한다.
3. 풍력발전은 환경영향을 평가하며 선택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한반도의 풍속은 추세적으로 느려지기 때문에 미래 골치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4. 산업현장에서의 에너지 절감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참고로 한국은 아파트가 많아 가구당 에너지 소비는 비교적 적다. 그러나 산업계는 에너지 과잉 소모가 많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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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중

MIT는 2018년 1000가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분석했는데 그중 가장 싼 방법은 모두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원전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 아닌가.
“현세대 원전도 다른 어떤 전력 발전 수단보다 안전하다. " 그는 책에 더 상세한 설명을 남겼다. “자동차가 사람을 죽인다고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테라와트시(TW·h)의 전력당 석탄은 24.6명, 석유는 18.4명의 사망 사고가 났다. 원전은 0.07명이 숨졌다. 직접 사고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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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Wonyong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원
IEEE Fellow Member
주전공: deep neural network, 신호처리 시스템, 음성인식

학력과 경력: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석사)을 거쳐서 미국 UCSB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에서 전기 및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한국과학기술원 졸업 후 병역특례로 금성사 중앙연구소에서 3년 6개월간 근무하였다.  
1989년 이래 서울대학교에서 재직 중이며, 현재 전기정보공학부에서 신호처리시스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음성인식 등의 신호처리, 병렬처리 SW개발 및 VLSI 설계, 그리고 플래시메모리 에러정정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였으나, 근래에는 인공신경망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공신경망 연구는 늦게 시작하였으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주요 연구업적으로는 음성탐지기 (voice activity detector)가 동분야 최고의 인용회수(약 1500번)를 기록하고 있으며, 또한 신호처리 시스템의 고정소수점 최적화에 대한 많이 알려진 연구업적이 있다. 
이를 인정받아 2015년에 IEEE fellow member (국제 전기전자공학회 석학회원)가 되었다. 
1999년에 음성인식기술을 휴대형 교육기에 적용한 어린이 영어학습기를 개발하여 벤처기업 ‘에듀미디어텍’을 설립하였으나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 

201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부제: 좋은 대학을 넘어 탁월한 대학으로)를 대표 집필하였다. 
학교에서는 원칙에 충실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20년 이상 신도리코 기술고문, 사외이사를 수행하였다.  
현재는 고영테크놀러지 기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으로는 어머니, 처 권** (모 대학 인류학과 교수), 딸 둘(모 대학 경영대 대학원과 모 대학 의예과)이 있다. 개인적 취미로는 여행을 좋아한다. 
학회 등 때문에 외국에 많이 가는데, 학회가 끝나면 꼭 2, 3일의 개인일정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Other names
성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