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평전 -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예수의 삶>>(김근수, 동녘, 2021)
1.
예수는 과연 누구일까. 그의 삶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예수의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이런 질문을 한 번도 가슴에 품어보지 않은 사람도 아마 있기는 할 테지요. 그러나 대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의 문제”를 생각하며 사는 많은 사람 가운데, 저도 끼어 있습니다. <성서>를 틈틈이 읽어보기도 하고, 관계되는 글도 찾아서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만한 답을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2.
새로 나온 김근수 선생의 <예수 평전>을 읽었어요. 제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자신이 처한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예수가 이 책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군요. 2천 년 전 예수 시대의 문제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김 선생처럼 평이하고도 생생하게 서술한 이는 보지 못했어요. <예수 평전>에서 제가 만난 예수는, 그 무엇이기에 앞서 가난한 이웃의 친구였습니다.
<<예수 평전>>은 정의를 실천하는 예수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묘사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오게 하려면,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것 못지않게 할 일이 있다는 점, 그런 사실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어요. 병든 사람들, 그리고 세상이 소외하기 마련인 여러 부류의 사람을 이해하고 힘껏 도와주라는 외침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일이 곧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이러한 점을 뚜렷이 보여주는 책입니다.
3.
저자 김근수 선생은 성실한 학자입니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는 정말 많은 문헌을 읽고 분석하고 비판하였어요. 이 책의 주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 선생의 노고가 그대로 피부에 와 닿습니다. 독일어와 영어를 비롯하여 서양의 여러 언어로 발표된 논저가 보입니다. 각국의 신학자들이 얻은, 귀중한 학문적 결실을 이 책처럼 충실히 반영한 책이 과연 국내에 또 있을지 모르겠어요. 대단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더욱 큰 매력이 있어요. 김 선생은 기존의 교리적인 틀에 안주하지 않아요. 그 대신에 오늘날 우리 한국의 문제를 풀기 위하여 무척 고심하고 있어요. 그 흔적이 역력합니다. 김 선생처럼 전문적인 공부를 많이 한 학자가 기성의 종교 또는 학문 권력에 가담하지 않고, 종교적 정의를 실천하려고 광야에 홀로 나서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김 선생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저술과 실천 운동으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베풀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4.
이 책을 읽으면서 책도 책이지만, 정말 훌륭한 저자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습니다. 군데군데 연필로 줄 그어 표시한 구절이 많은데요, 그 일부를 아래에 적어보렵니다.
“예수를 만나는 데 돈이 들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교회에서 예수를 만나려면 적잖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가난은 정치·경제 문제 이전에 신학 문제다.”(아마도 저자 김근수 선생의 공부는 이 한 줄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수에게 가장 많이 혼난 사람은 부자인데, 그리스도교에서 부자가 과연 가장 많이 혼나는가.”(교회가 타락하면 어떤 모습이 되는가를 이보다 더 간결하게 말하기는 불가능하겠지요.)
“나는 예수처럼 인간적인 사람을 알지 못한다. 인간성을 보면 예수는 신성을 갖춘 분이 틀림없다고 고백하고 싶다.”(김근수 선생이 말하는 “인간성”은 사실 신성이라는 점도 눈치 챌 수 있어요.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행동은 가장 인간적이며 신적인 것으로 볼 수가 있다는 뜻이지요.)
“예수는 유다교 지배층의 종교적 이해와 로마 군대의 정치적 이해가 얽혀 처형됐다.”(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아마 대개의 신학자와 목회자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들은 현실의 바깥에서 종교를 찾기 때문이지요.)
“예수는 그리스도교와 유다교를 이어주는 끈이다.”(현대사회는 아직도 이런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반유대주의가 유럽에 팽배하지요. 또, 유대교 역시 기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아니, 우리가 모두 차별과 배제의 낡은 관습에 젖어 있습니다.)
“예수는 민족 문제와 민중 문제에서 가장 큰 적폐 세력을 정확히 알았고, 타협하지 않고 저항했다.”(저자 김근수 선생의 해방신학적 관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마 이렇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자, 먼저 자기 십자가를 져라. 예수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악의 세력에 용기 있게 저항하고 싸워라.”(이 책의 결론인 동시에 저자가 얻은 평생의 신조가 아마 이 말씀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