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3

알라딘: 우리 몸이 세계라면

알라딘: 우리 몸이 세계라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은이)동아시아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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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348쪽
140*215mm
452g
ISBN : 978896262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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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생산되지 않는 지식, 측정되지 않는 고통"
인간의 몸은 인류가 가장 오래 탐구해왔고 마지막까지 탐구할 대상이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생명의 과정뿐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낸 거의 모든 지식이 인간의 몸을 관통하여 흔적을 남기고 새로운 몸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식은 모든 몸에 균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어떤 몸은 건강을 확인하는 지표에 포함되지 못하고, 어떤 몸은 질병을 예방하는 대상에서 배제된다.

지식을 만드는 데에는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돈과 시간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돈과 시간과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만들려 하고, 결국 돈과 시간과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지식의 대상과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다.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가 이 책에서 주목한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측정되지 않는 고통”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조선과 일제강점기, 중세 서양과 현대 서구, 시장과 병원, 대학과 회사를 종횡으로 오가면서, 어떤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떤 지식은 왜 생산되지 못하는지를 살피며, 지식과 과학에 사회와 윤리가 따져물어야 할 것들을 짚어간다. 핵심은 평등한 건강이다. "건강은 사랑하고 일하고 도전하기 위한 삶의 기본 조건"이자 모두에게 필요한 안전한 출발점이니, 우리의 앎과 지식이 마련해야 할 토대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인문 MD 박태근 (2018.12.11)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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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7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가 집필했다. 1,120편의 논문을 검토하고, 300여 편의 문헌을 구체적 근거로 삼았다. 1348년 프랑스 국왕 필리프 6세의 지시로, 파리 의과대학 교수가 쓴 흑사병 원인에 대한 보고서부터 유방암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단위의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사회제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밝힌 최신의 논문까지. 시대와 공간을 횡단하며 지식의 최전선에서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경합과 지식인들의 분투를 담아냈다.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지식의 전쟁터가 된 우리 몸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몸을 둘러싼 지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지,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질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10년간 김승섭 교수가 언론 매체를 통해 소통한 글들을 엮은 것이라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지난 20년 동안 의학과 보건학을 통해 공부해온 몸과 질병에 관한 주제들을 ‘지식’에 방점을 찍고 새로 집필한 책이다. 집필 기간은 1년이었지만 20년간의 고민과 공부가 담겼다.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고, 그것들을 저자 특유의 정갈한 언어로 담아냈다. 과학과 역사의 사례, 현대의 여러 연구를 망라하며, 사회역학자의 글답게 데이터를 근거 삼아 이야기한다.


목차


들어가며 _4

1. 권력 - 어떤 지식이 생산되는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지식에 대하여
: 여성의 몸이 사라진 과학
죽음을 파는 회사의 마케팅 전략
: 담배회사의 지식 생산 1
자본은 지식을 어떻게 섭외하는가
: 담배회사의 지식 생산 2
[왜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가]

2. 시선 -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누가 전시하고, 누가 전시되는가
: 조선인의 몸에 제국주의를 묻다 1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은 더 건강해졌는가
: 조선인의 몸에 제국주의를 묻다 2
이 땅에 필요한 지식을 묻다
: 조선, 당대의 한계에서 최선의 과학을 한다는 것

3. 기록 -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불평등이 기록된 몸
: 건강불평등은 어떻게 사회에 반영되나
차별이 투영된 몸
: 과학적으로 불투명한 인종이라는 개념

4. 끝 - 죽음의 한가운데 있는 삶
가장 많은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 암으로 읽는 질병의 원인과 죽음의 원인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과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 흑사병, 죽음이 일상이 된 중세의 풍경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5. 시작 - 질문되어야 하는 것들
‘쓸모없는’ 질문에서 시작된 과학
: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질문하지 않은 과학이 남긴 것
: 비윤리적 지식 생산 과정을 말하다

6. 상식 - 지식인들의 전쟁터
자신의 경험을 믿지 않는 일
: 데이터 근거 중심 의학에 관하여
‘상식’과 싸우는 과학
: 당위에 질문하는 과학의 역사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똑같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두 명이 병원에 왔습니다. 한 사람은 남성이고, 다른 사람은 여성입니다.




P. 6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입니다. 저는 그 관점들이 모두 동등한 수준의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눈길을 주고, 권위에 굴하지 않고 비판적 질문을 던지는, 여러 가설과 경쟁하며 검증을 통해 살아남은 관점들이 그렇지 못한 관점들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의미를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당장은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는 그 차이를 분별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차이가 먼 훗날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간격이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접기
인종이 사람 종의 자연적인 구분 단위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인종이란 무엇일까? 인종은 고정관념이다. 실제로 직접 알아보지 않고, 누군가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많은 방법 중하나다. - 구단씨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집에 살고 더 좋은 차를 타는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가난하다는 이유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짧아지고 아프고 병드는 일이 더 자주 반복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건강은 사랑하고 일하고 도전하기 위한 삶의 기본 조건입니다. 건강이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접기 - K
혹시라도 왜 그리 불편한 긴장을 계속 감당해야 하느냐고묻는 다수자인 한국인이 있다면, 한반도만 벗어나면 한국인은전 세계 모든 곳에서 소수자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 K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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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승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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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 대학원 보건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2018년에는 최우수 연구상인 석탑연구상을 수상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회역학자로서,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나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2018년 ‘천안함 생존자 건강 연구’,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 연구’를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했다. 현재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레인보우커넥션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 소송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하며 참여한 바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오롯한 당신』(공저)을 출판했다. 접기


최근작 : <우리 몸이 세계라면>,<오롯한 당신>,<아픔이 길이 되려면> … 총 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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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뉴노멀의 철학>,<남극이 부른다>,<코로나 리포트>등 총 188종
대표분야 : 과학 3위 (브랜드 지수 413,466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식의 최전선에서 몸을 둘러싼 ‘지식’을 질문하다!
14개 출판상 수상,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교수의 신작!

지식의 전쟁터가 된 몸에 대하여
지식의 최전선에서 몸을 둘러싼 지식을 질문하다
1,120편의 논문 검토, 300여 편의 문헌 인용,
20년의 공부를 전작으로 집필하다!

1,120편의 논문을 검토하고, 300여 편의 문헌을 구체적 근거로 삼았다. 1348년 프랑스 국왕 필리프 6세의 지시로, 파리 의과대학 교수가 쓴 흑사병 원인에 대한 보고서부터 암 치료에 영향을 주는 세포 내 수용체가 사회제도의 영향으로 변화한다는 최신의 논문까지. 시대와 공간을 횡단하며 지식의 최전선에서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경합과 지식인들의 분투를 담아냈다.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2017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의 신작이다. “인간의 몸은 다양한 관점이 각축하는 전장”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지식의 전쟁터가 된 우리 몸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몸을 둘러싼 지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지,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질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10년간 김승섭 교수가 언론 매체를 통해 소통한 글들을 엮은 것이라면,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지난 20년 동안 의학과 보건학을 통해 공부해온 몸과 질병에 관한 주제들을 ‘지식’에 방점을 찍고 새로 집필한 책이다.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고, 그것들을 저자 특유의 정갈한 언어로 담아냈다. 과학과 역사의 사례, 현대의 여러 연구를 망라하며, 사회역학자의 글답게 데이터를 근거 삼아 이야기한다.

왜 어떤 지식은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에 관하여 묻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2018년인 지금도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그 뿌리를 따라가면, 제국주의 시기의 혈액형 인류학을 찾을 수 있다. 루드빅 히르쉬펠트는 혈액형을 ‘과학’의 도구로 이용해 민족과 인종을 처음 설명한 사람이다. 그는 마케도니아 전장에서 16개 국가의 군인 8,500명의 피를 뽑아 분석한 후 ‘생화학적 인종계수(AB형+A형/AB형+B형)’라는 지수를 만든다. A형 인자를 가진 사람이 B형 인자를 가진 사람보다 더 진화했다는, 인종주의적 전제를 담은 지표다. 이 지표는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드러낼 도구를 찾던 일본에게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일본은 조선에서 인종계수를 측정하면서, 일본과 가까울수록 인종계수가 높다는 계산을 도출해낸다. 김승섭 교수는 이러한 일제강점기의 인종주의 과학을 소개하면서, 어떤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왜 그 시기에 그 질문을 던졌는지, 그 질문을 답하기 위한 연구들은 어디에 발표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식은 이후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제 강점기를 말하면서는 당시에 경제성장이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보건학자로서의 관점을 담아 다른 방향에서 질문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건강해졌는가를 물은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데이터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인다. 병원을 이용한 외래환자 수를 비교해봤을 때,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조선인에 비해 병원에서 치료받은 비율이 10배 이상 높았다. 한편 법정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조선인이 일본인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는데, 이 데이터를 해석하며 저자는 당시 조선인 전염병 사망자에 대해서는 그 규모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한 당시 조선인의 평균키 변화를 검토하면서 식민통치가 조선인의 건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건학자로서의 질문에 답한다.
이 책에서는 병원 진단 과정이나 의학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몸만을 표준으로 삼아 생긴 문제들을 지적하고, 신약 개발에 있어서 고소득국가에서 소비되는 약만 개발되면서 저소득국가에서는 필요한 약이 개발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김승섭 교수가 이 책 전반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식’ 그 자체에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지식이건 그 생산에는 누군가의 관점이 담기기 마련이고, 어떤 지식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을 반영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과학과 역사의 사례에서부터 현대의 연구까지 다루며 이러한 지식의 배경들을 드러내고 질문한다.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의 연구가 한국 사회를 연구하지 않는 이유
2016년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4년간 1억 원의 장학금을 제안한다. 흡연자가 고객인 담배회사가 건강을 연구하는 보건대학원에 장학금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립 모리스는 “기존의 담배가 중독성이 있고 사망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담배의 종류는 다양하며, 그 독성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오히려 흡연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하며, 장학금을 제안했다. ‘덜 해로운 담배 선택권’ 즉, 전자 담배에 대한 연구 제안을 한 셈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교수회의를 거쳐 이 제안을 거절한다. 이 책에서는 지식에 질문함과 동시에 이러한 지식 생산의 주체인 지식인들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본이 지식 생산 과정에 관여한 사례로서, 담배회사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을 어떻게 매수하는지 여러 사례와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2018년 연구에서 국제구호단체인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가 담배회사의 후원을 받으며 어린이 흡연 예방 활동을 축소한 문제를 다루고, 미국에서 공개된 담배회사 내부문건에서 한국의 학자들이 등장한 내용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최근 담배회사들이 주력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2018년 스탠턴 글랜츠 교수는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미국식품농약청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한다. 필립 모리스는 미국과 일본에서, 90일간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람의 폐활량, 백혈구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함한 24개 생체지표의 변화량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24개 지표 중 23개에서 기존의 궐련 담배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책에서는 담배회사의 사례를 통해 지식 생산 과정에서 지식인들의 책무에 대해 질문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 학계 평가 시스템에 따라 미국 중심의 학술 주제를 선정하게 되는 상황이나 논문 발표 시에 한국에 필요한 지식이어도 국외 저널 즉, 영어논문으로 발표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데이터를 통해 읽는 몸과 질병의 사회사
저자인 고려대 김승섭 교수는 데이터를 통해 인구집단의 건강을 말하는 ‘사회역학’ 연구자이다.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그러한 사회역학의 연구방법으로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드러냈다면, 이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몸과 질병의 사회사를 이야기한다. 조선시대를 말하면서는 중종 시기 티푸스로 추정되는 전염병의 실제 사망자 수 데이터를 제시하고, 일제강점기를 말하면서는 병원을 이용한 외래환자 수, 법정 전염병 사망자 수, 평균키 데이터를 보여준다. 중세 흑사병을 말하면서는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사망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흑사병 유행 시기와 유행하지 않은 시기의 남녀 사망비를 분석한 2017년 네덜란드의 연구를 소개한다. 데이터를 보여주며 동시에 질문한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죽음의 불평등을 묻는다. 대규모 재난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오늘날 그 함의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가장 최신의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사회의 제도나 폭력이 우리 몸에 어떻게 기록되는지 데이터를 통해 말하고 질문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영유아의 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의 대뇌 회백질 크기가 달라진다는 연구를 소개한다. 대뇌 회백질은 뇌에서 정보 처리와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사회 환경에 따라 신체가 변화한다는 여러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가난의 문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2018년 사회역학자인 낸시 크리거 교수는 데이터를 통해 출생연도별로 유방암 환자의 암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 수용체가 있을 경우, 타목시펜과 같은 약을 통해 치료가 효과적이고 완치 가능성도 높아진다. 연구에서 미국의 인종차별법인 짐크로우법 폐지 전후로, 인종별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가진 사람의 수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사회의 제도와 차별이 우리 몸 안의 세포에까지 변화를 일으킨다는 최신의 연구를 보여주면서, 저자는 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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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었다면 어떤 내용이 책에 담겼을지 충분히 짐작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주로 지식의 생산이 되는 것에 대하여 다룬다.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생산되지 않는지. 생산되더라도 여러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입장을 강조하는 지식이 생산되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을 우리게 보여주며 우리 역시 의심하고... 더보기
가넷 2020-06-05 공감 (9) 댓글 (0)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지식은 특정한 사회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그 생산 과정에는 그 사회의 편견과 권력관계가 있고, 자본과 권력을 가진 집단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양산한 지식을 더 많이 가집니다. 인간의 몸에 대한 지식의 생산 과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측정되지 않는 고통’에... 더보기
AgalmA 2020-01-29 공감 (37) 댓글 (2)




● 2019년 12월 내가 산 책 1 에릭 캔델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2019. 2월 2판 2쇄, 프시케의 숲) -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완독 못해 사버렸어요. 이제 편하게 읽어야지😋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진화』(2019. 5, arte) - 이런 책들 보면 내 공부는 참 까마득해지죠. 사이먼 메이 『사랑의 탄생』(2016,... 더보기
AgalmA 2019-12-19 공감 (2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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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의 모범적인 예시와 같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문체, 사회적 역사적 관점이 담긴, 다양한 근거에 기반한 단단한 글. 마지막 문장, “계속해보겠습니다”는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쓴듯 하여, 마지막 페이지를 한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그림 2019-01-10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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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 모두의 건강과 평등한 세계에 대한 신념을 가진 착한 미국 유학 엘리트 학자의 책.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분명한 한계 혹은 거리감(미국 리버럴 느낌?)이 있다. 어쨌든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ENergy flow 2019-03-28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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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참 좋았는데, 이번 책 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지적 유희 측면에서 전작을 압도했다. 따뜻한 시선은 여전하다. 참 좋다.
새벽에 2019-01-06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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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부터 이어지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수님 책을 읽고 사유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솔빛시인 2019-02-24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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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의료 행위에서 대상이 되지 못하곤 하는 사례들을 차근차근 짚어 ‘생산되지 않는 지식, 측정되지 않는 고통’을 얘기한다. 몸이 겪는 불평등. 고마운 사회역학이다.
에르고숨 2019-07-17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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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일에 친숙해지는 것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면? 뜻하지 않는 재난과 질병으로 장애인 또는 망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우리는 불안에 휩싸인다. 활기 넘치는 젊음과 건강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 몸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할’ 가능성에 늘 노출돼 있다.



장애와 죽음의 공포에 떠는 우리 몸은 계속해서 ‘좋은 몸’이 되라는 정언 명령을 듣게 된다. ‘좋은 몸’이란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이성애자’의 몸이다. 경제 성장을 지향하는 국가 통치는 국민의 몸을 생산의 주체, 혹은 생산에 참여하지 못한 타자로 나눈다. 병든 몸, 늙은 몸, 장애를 가진 몸, 출산하지 못하는 몸, 그리고 퀴어(queer)[주1]한 몸은 생산 ․ 재생산에 참여하지 못하는 ‘비(非)국민’으로 분류된다. 인간은 누구든 자기 위치에서 ‘좋은 몸’에 대한 강박을 짊어지고 산다. ‘정상성’의 굴레 속에서 인간은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이성애자’로 살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 채근하고, 통제한다. 또 ‘좋은 몸’에 부합되지 않은 타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면서 자신의 정상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개인들의 강박을 사투로 만드는 것은 ‘정상적인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을 구분하게 만드는 권력과 그로부터 비롯된 지식이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다양한 몸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가르는 지식이 무엇이며, 사회 안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쓴 김승섭 교수는 인간의 몸을 위계화 하는 지식에 향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식은 타인을 차별하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생산되어 왔다는 것이다. 모든 지식에는 누군가의 관점이 반영하기 마련이고, 어떤 지식은 권위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의학 지식은 성인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해서 발견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남성 의학자와 의사들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증상이나 의약품의 부작용 등을 진지하게 분석하지 않았다. 진화가 잘 된 백인과 진화가 덜 된 유색인종을 분류하는 인종주의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이 인종주의 과학은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일본에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일본은 자신들의 인종적 우월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조선을 통치해야 할 과학적 근거를 찾으려고 했다.



과거의 구습으로 남게 된 지식과 그로 인해 생긴 폐해를 지금에서야 따지면 뭐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차별과 불평등을 부추기는 지식은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으며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좀 더 설명하자면, 지식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지 않는 것 자체가 위험한 수준이다. 무관심으로 가장한 차별은 혐오를 강화하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를 낳을 뿐이다.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 속의 크고 작은 지식은 타인에 향한 차별,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게 만든다. 그러한 지식 일부는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거나 특정 세력의 필요에 따라 날조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과 의료 복지 수준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지만, 정작 성소수자들은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성소수자의 건강 실태를 전면적으로 파악하는 연구 분위기조차 조성되어 있지 않다. 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빈곤할수록, 또 덜 알려질수록 성소수자의 몸은 소외되고, 아무도 그들의 몸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지식이 있어야 할 곳에 편견과 가짜 뉴스가 채워진다. 이로 인해 성소수자는 건강하지 않은 존재로 이야기되며, 건강하지 않은 존재는 사회와 질서를 위협하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비국민’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일을 계속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오드리 로드(Audre Lorde)의 말을 빌리자면, 김승섭 교수의 글쓰기는 ‘성찰하는 일에 친숙해지는’[주2] 것이다. 정상적인 몸, 건강한 몸, 우월한 인종, 순수한 민족이라는 것은 과장되었고 어떤 의미에서 허구적이다. 우리는 조작된 환상의 몸이 아닌 ‘진짜 몸들’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야 한다. ‘나쁜 몸’, ‘이상한 몸’을 규정하는 지식을 어떻게 간파하고 벗어날 것인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당연한 것들’에 질문하는 일은 각자가 서로 다른 진짜 몸과 삶의 실체를 알아가는 일이다.











※ Trivia




* 29쪽



1890년 미국의 여성 소설가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이 발표한 단편소설 「노란 벽지(The Yellow Wallpaper)」의 줄거리입니다.



→ 「노란 벽지」가 발표된 해는 1892년이다.

위키피디아 ‘Charlotte Perkins Gilman’ 항목 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Charlotte_Perkins_Gilman#Short_stories








* 258쪽



20세기 초 미국 남부 앨라배마 메이컨 카운티의 면방직 공장의 사장이었던 브루커 T. 워싱턴(Brooker T. Washington)은 여러 자선사업가들의 자금을 모아 흑인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학교, 공장, 기업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 ‘부커 T. 워싱턴(Booker T. Washington)’의 오자다.












[주1] 지정 성별,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 성적 지향의 측면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놓인 인구 집단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시우, 《퀴어 아포칼립스》, 현실문화, 2018, 277쪽 참조.



[주2] 오드리 로드, 주해연 ․ 박미선 공역, 《시스터 아웃사이더》, 『시는 사치가 아니다』, 후마니타스, 2018,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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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0 공감(36)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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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교수님, 고맙습니다.










김. 승. 섭.

재작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나니 '김승섭'은 지인도 아니건만 문득 안녕이 궁금하고 그 존재만으로 감사한 이름이 되어 있다. 역시나 김승섭 교수도 이름모를 독자들,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해준다. 2018년 출간한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면지에 새겨진 그의 서명과 덕담이 왜 이처럼 든든하게 느껴지는지. 또 고맙다. 모르긴 몰라도 최근 타계하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못지 않게 살인적인 스케줄로 하루를 48조각으로 쪼개쓸 분이신데 이처럼 또 책을 안겨주니, 이 얼마나 머리 숙여 인사하고픈 고마움인지......

김승섭 교수는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13년부터 고려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2016, 2017, 2018년 3년 연속 고려대학교에서 최우수 강의상과 연구상을 받았다. 지금은 한국의 Paul Farmer처럼 보이지만, 지금처럼 헌신적이고 소신 세운 학자로서 십년만 활동한다면 그의 이름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알게 되리라고 감히 상상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교수, 학자들 과반수가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오는 현실에서 학문유행의 큰 물줄기에도 '본토(?)' 수입산 어류들이 헤엄치는 것은 당연하다. 201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불평등에 주목한 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승섭 교수가 이 물줄기에서 변별되는 이유는, 그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총대를 매고 앞장 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구가 한국어로 출판되지 않고, 한국의 연구가 한국사회를 고민하지 않는 현실 이면의 배경을 그는 이렇게 정리한다.











연구자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당연히 권력가 정치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미국의 학회를 중심으로, 영어로 쓰이고 유통되는 지식 시장이 있습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321쪽



대학이 지금과 같은 지식 생태계를 가지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 시스템으로 인해 어떤 연구자와 어떤 연구가 배제당하고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한국어로 고민하고 쓰는 연구자들이 오늘날 대학에서는 가장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한국 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관해 연구하는 경우 더욱 더욱 도드라집니다.


같은 책, 327쪽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일하며,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지 매 순간 선택해야 했습니다. 연구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고 그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나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일이 제게는 항상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주목하는 오늘날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몸과 질병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환영받지못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해보겠습니다.


같은 책, 328쪽


전작, 『아픔이 길이 된다면』에서 그는 성소수자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같이 비라도 맞겠다"는 표현으로 소신 세운 의료역학자로서의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그는 한결같다. "계속 해보겠습니다"라는 그의 두 마디에 나는 이처럼 부끄럽고 작아만지니, 어떤 속죄가 필요할까? 행동이다.











덧붙여서....



소위 공부 할 줄 아는 사람, 공부를 업삼는 이들은 다 그렇지만 '질문 한 방'을 제대로 날린다. 혹은 좋은 질문을 알아본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는 그 한 방의 좋은 질문들이 연타를 해대니, 행복하게 자극 받아 뺨이 얼얼하다. 예를 들어, "일제 시대 조선인들은 더 건강해졌는가?" "Titanic호 승선자의 사망률을 살펴보면?" "2005 카트리나 홍수 때, 사망자의 지형도는?"



무엇보다, 어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얻은 소득은 '인종주의' 과학에 대한 자료를 늘 (이미 주어진) 서양 역사에서 찾았는데 한국의 학자들이 이미 좋은 성과물을 쌓아가고 있음을 재발견. 더 찾아 읽고 공부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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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9-02-13 공감(13)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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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읽었을 때의 먹먹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정성껏 읽었다.

띄워쓰기 없는 마지막 한문장 "계속해보겠습니다" 에서 그만 울컥할 뻔했다. 항상 응원해야 할 사람이 한명 늘었다.




한국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한국어로 고민하고 쓰는 연구자들이 오늘날 대학에서는 가장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관해 연구하는 경우 더욱 도드라집니다.




박사과정 학생때, 학위를 받고 나면 어떤 주제를 연구할지 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HIV 감염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또 다른 친구는 인종차별과 건강에 대해 계속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제게 그 질문은 당신은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가? 라고 묻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망설임 끝에 "한국에서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사람의 수는 적고, 필요한 연구는 너무나 많다. 이곳에서 배운 방법론으로 한국사회의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일하며,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지 매 순간 선택해야 했습니다. 연구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고 그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나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일이 제게는 항상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주목하는 오늘날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몸과 질병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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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kra 2018-12-31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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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몸이 세계라면




우리몸이 세계라면



기생충에서 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기사나 개인적인 글 아래 달린 댓글들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내가 바라보는 풍경이 무엇이냐에 따라 영화에서 느끼는 흥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감정도 달랐다.



나는 어떨까?

처음 봤을 때 몹시도 경악스러웠다.

어쩌면 나 혼자 고민하고 걱정하고 동동거렸지만 누구에게도 티내지 않았던 내 속의 불안이 쑥 화면에 펼쳐졌다,

나도 저렇게 반지하로 떨어질 수 있고 더 깊이 빛이 한줌도 없는 지하로 떨어질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나에게도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고

뻔뻔하고 사기성이 강한 기택 가족의 행위를 좋아할 수 없지만 왠지 자꾸 면죄부를 주고 싶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싫었다.

어떤 방법으로 들어왔든 그들은 박사장네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가?

그런 극악스러운 상황에 마주하지 않았다면 약간의 거짓과 위선을 섞을지언정 받는 돈에 응당한 댓가를 치르며 살지 않았을까 하며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박사장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손해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는 마음?

누군가 이 정신없는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고 혼자 킬킬대고 있을 존재가 있을거 같고 그 존재를 모른 채 연교나 기택이나 정신없이 휘돌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킬킬대는 누군가의 목을 졸라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리고 두번째 봤을때는 그냥 슬펐다.

이룰 수 없다는 게 뻔한 꿈을 꾸는 기우가 슬펐고

그렇게 언제 탈줄 할지 알 수 없는 지하생활을 계속해야하는 우택이 슬펐고

순간 드러낸 민낯때문에 죽어버린 박사장이 허무했고

죽는 순간까지 리스펙을 외치는 그 남자도 짠했다.

누군가가 죽어버리는 것만큼 앞으로 아무런 꿈도 꿀 수 없다는 막막함에 더 서러웠다.

어떻게든 발버둥쳐도 늘 제자리라는 사실이 서럽고 서럽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고 이것이 이루어지면 좋고 이루어 지지 않았더라도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는 건 어마어마한 행운이었다.

모든 것이 세팅되어 있는 세상에서 내 노력 한 방울 더하는 것 그건 축복이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이 되지 않은 빡빡한 삶에서 태어나 한 번도 " 가지고 싶은 거 아무거나 골라" 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고 "꼭 필요한 거 하나만 골라"라는 말만 듣고 살았다면

아무 거나 골라서 이건 쓸모가 없구나 가치가 없구나 하는 걸 경험할 수 없다.

제일 좋지 않아도 중간쯤은 될 수 있는 것 내가 알고 있어서 익숙하고 실패할 수 없는 것만 선택한다. 모험이라는 건 누군가에게는 사치다.

많이 따지는 가성비라는 것이 그래서 때로는 슬프다.

써야할 재화는 한정되어 있는데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해야 한다.

최고의 만족은 아니지만 최하는 아니어야 하고 적정하게 만족하고 그 값어치에 비해 이만하면 되었다 하는 정도? 무난한 색상 무난한 기능 무난한 디자인 어디에서 사용가능한 동시에 어디에서나 애매한 존재 그런 걸 고를 수 밖에 없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세상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내 눈에 보이는 것 내가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때로는 슬프다.



예전에 이과를 가기 위해 필요한 재능이 상상력이라고 했다가 판잔을 들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을 공부하는데 왠 엉뚱한 상상력? 이라고 했다.

내 딴에는 일단 지구가 둥글지도 모른다는 상상 태양이 지구를 돌지도 모른다는 상상 저 지구 밖에 또다른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다른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의 가설에서 실험하고 관찷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게 과학이 아니냐고 지극히 문과적인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다.

돌아온 답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원리와 원칙 뭐 그랬던 거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결국 상상력이 어디든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주를 날아가는 택시 같은 상상력도 필요하고 내가 아닌 타인이 어떤 마음일지 상상해보는 상상력도 필요하고 세상에는 내가 모르고 있는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

내가 알고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이 필요한게 아닐까



가끔 생각했다.

세상은 내가 아는 것을 뺀 나머지 어마어마한 부분이 존재할 거라고

내가 보고 겪고 안다고믿는것은세상의한 점뿐일거라고 말이다

나는 내가 모르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걸 망상이라고 믿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은 원래 없던 존재라고 생각한다

가게에 종업원대신 기기가 주문을 받을 때 몇번 버벅거리면서 투덜거렸고

아이에게 용돈을 주며 사먹어라고 했더니 이젠 돈받는 주문은 잘받지도 않아서 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기가 서툰 사람들 그리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없는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햄버거를 사먹고 국수를 사먹고 차를 마실까?

그저 종업원의 고용문제라고만 생각했던 기기주문이 단순히 기기가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뿐 아니라 수없이 존재하고 있을 신용카드나 여타 카드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는 셈이다.

원칙이 그렇다고 정해버린 규칙은 누가 만든 것일까?

그 원칙이 불편하고 불안한 누구가는 그저 깐깐하고 까다로운 사람이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일뿐일까?

내가 누군가 타인을 볼때 내가 가진 얄량한 정보와 기준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지적하고 충고하는 일이 과연 상대방에게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일까?

어쩌면 내가 못나서 불편했던 것들이 내 문제만이 아니라 세상이 무심하게 정해놓은 기준탓은 아닐까





사실 길게 리뷰를 썼는데 저장이 잘못되었는지 다 날라가고 ... 밑줄 그은 부분도 다 지워져서 이제 더 쓰고 싶지 않다 ㅜㅜ

그냥 최근에 본 영화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늘어놓을 뿐이다.



저자의 첫책도 좋았고 지금의 책도 참 좋다.

세상을 또다른 시각을바라본다는 것도좋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일거라고 믿는 과학 역시 누군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의 일이라는 것과 그 합리성의 빈틈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제도나 규칙 학문적인 논리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데전부가 될 수는 없다

사람을위한연구나사람을 위한제도가결국 어딘가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없는 사람으로 없는 행위로 없는 부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 늘 생각하고 의심하고 한 번 도 질문하는 자세를 다시 배운다.

책을 읽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침착하고 조곤조곤한 어투로 단정하게 씌여진 글들이 좋았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한다.

책을 가득 채운 내용들도 버릴 것 없이 좋았지만 마지막 계속해보겠습니다 라는 말이 가장 좋았다




그러기에 이러한 연구의 결과물을 두고서 그 타당성을 다지는 데서 멈추면 안됩니다. (중략) 그와 함께 이러한 지식의 생산 과정에 대해 질문해야 이 현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그 시기에 그 사람들이 그 질문을 던졌는지 그 질문을 답하기 위한 연구들은 어느 기관의 지원을 받ㅇ아 어디에 발표되었는지 그리고 그러게 만들어진 지식은 이후 어떻게 활용되었ㄴ느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그 연구의 결과물을 시공간을 초월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식이 아닌 역사적 사회적 맥락속에서 구성도니 산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일제 강점기의 인종주의 과학은 실증적 정량적 측정이라는 측면에서 과학적인 외피를 둘렀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통치해아하는 이웃집 원주민 조선인에 비해 일본인이 인종적으로 우월함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식민 지배의 합리화라는 정답을 정해놓고 그에 부합하는 근거를 수집하는 작업이었던 것이지요. 오늘날 오리가 이 연구들을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86




어떤 사회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그냥 주어진 역사는 없었습니다. 다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많은 부분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다고느끼기때문에그세계의ㅈㄹ서가누군가를 상처입힐 수있다고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때리는 줄 모르고 던진 돌도 맞는 사람입장에서는 아프기는 매한가지지요그래서 다수자 입장에서는 과돠다고 생각되는 문제제기가 계속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소수자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혹시라도 왜 그리 불편한긴장을 계속 감당해야 하느냐고 묻는 다수자인 한국인이 있다면 한반도만 벗어나면 한국인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소수자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177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의 종류를 불문하고가난한 사람들이 암으로 더 많이 죽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암 사망의 불평등이 명확한 한국 사회에서 그 부령등에 영향응ㄹ 미치는 사회적 요인은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 개인의 불운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에게 '왜 가난한 사람이 더 운이 나쁜지' 되물어야 합니다.

의사가 암에 걸린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암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병원은 기본적으로 개인인 의사와 개인인 환자가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집요하게 캐묻고 대책을 요구하지 않으면 운과 유전자와 개인의 생활습관만 부각되고 암은 어쩔 수 없는 일이거나 당사자의 잘모으로 인해 발생한 불행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물어보지요.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매년 8만 명에 가까운 목숨을 앗아가는 , 아마도 당신과 나를 사망ㅇ 이르게 할 이 질병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203






사회가 공유하는 상식이나 우리가 몸으로 경험해 얻은 직관이 틀릴 수있다는 점을 기억하는일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과학의 출발점이지요. (중략)

그래서 더욱 오늘날 우리가 상시기라고 생각하는 이론이나 직접 경험했다는 이유로 확신하는 사실들 역시 우리시대의 천동설일 가능성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생각이 틀린 것일 수있다는 비판적 사고는 인류가 과거의 상식과 맞서 싸우며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할 수 있었던 거대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순간 지구는 돌고 있으니까요 316






그동안 실내 온도를 21도로 맞추었던 관리인과 과도한 용량의 수면제를 처방했던 의사는 여성을 차별하거나 아프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보고 배운 메뉴얼과 교과서의 내용에 충실하게 행동했을 뿐이지요. 문제는 메뉴얼과 교과서 역시 누군가의 관점에서 생산된 과거의 지식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지식의 생산 과정에는 과거의 편견과 권력 관계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몸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로 여겨지는 상식에 대해 우리가 왜 의심하고 질문해야 하는지를 말해줍니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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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9-06-16 공감(1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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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저자를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었다면 어떤 내용이 책에 담겼을지 충분히 짐작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주로 지식의 생산이 되는 것에 대하여 다룬다.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생산되지 않는지. 생산되더라도 여러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입장을 강조하는 지식이 생산되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을 우리게 보여주며 우리 역시 의심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공부가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가장 인상깊고 뇌리에 박혀 버리는 이야기들은 1부 권력과, 3부 기록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받는 처방의 효과 역시도 성차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책을 열면 바로 읽을 수 있는 연루를 적어 보면,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 모인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720명에게 환자(인종, 성별, 나이가 다른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몸짓과 말투로 연구진이 지시한대로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들 중 한명을 무작위로 배정하여 그 환자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지를 요구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로 남성환자의 경우 69.2%, 여성 환자의 경우 64.1%가 관상동맥질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상기 적은바와 같이 이들은 모두 정확히 같은 문장으로 증상을 이야기하고 검사 수치가 모두 동일한 경우에 해당된느 것으로 의사들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관상동맥질환을 가질 가능성을 낮게 판단한 것이다.




뒤이어 인용하는 연구 결과에서는 그 성차에 비롯한 치료와 처방의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질병으로 흉부 불편감이나 통증을 동반한 경우를 전형적 협심증이라 부른다. 그러나 여성환자는 같은 질병이나 증상이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전조증상으로 비일상적 피로, 수면장애, 호흡곤란 등이 주 증상이었고, 남성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전조증상인 흉부 불편감을 호소한 사람은 29.7%였다고 한다. 이 결과 흉부 불편감을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판단한 의사들은 여성환자의 심장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몸에 대한 지식 생산에 있어서도 남성의 몸이 표준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담배회사가 생산한 지식들, 그 지식을 생산하는 과학자를 포섭한 방식은 흥미롭다. 그들은 오래전 부터 담배의 유해성을 인지하였으나 그 사실을 숨겼고, 그 유해성이 공공연해진 상태에서는 담배회사가 후원하는 술집, 클럽 혹은 행사광고를 주로 하면서, 담배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하여 젊은이들에게 흡연을 권하여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려 했다. KT&G 역시도 비슷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이렇게 담배회사가 젊은이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며 그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가는 일을 과연 '사회공헌활동'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읽은 이를 고민에 들게 한다.




물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전략을 보고 한 시인의 시로 꼭지의 끝을 맺는데 그 시는 이렇다:


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습니다.

호박꽃보다야 장미가 아름답고요

감꽃보다야 백목련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읍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고정희, <현대사 연구1> 중







3부 기록에서는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이 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꼭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난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한 연구팀은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영유아77명의 뇌를 시간 간격을 두고 자기공명사진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촬영을 하였고 세 단계로 나둔 소득수준에 따라 영유아의 뇌를 분석하였는데, 결과는 태어났을때 차이가 없었던 대뇌 회백질(뇌에서 정보처리와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학습능력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의 면적 차이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에 따라 명확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대뇌 회백질 외도 언어적, 의식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역시 축소 시킨다고 한다. (이 해마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으며, 이러한 스트레스 호르몬은 고용불안, 왕따, 성희롱과 같은 사회적 폭력에 노출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역시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5세로, 소득수준 하위 20%인 사람은 78.55세이지만, 상위 20%는 85.14세다. 소득에 따라 6년이상이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소득수준에 따라 진당과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여 생기는 경우도 많지만, 가난이 겪으며 지내는 여러 사회적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 등도 많은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설마, 못사는 사람도 78세 이상 산다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자, 내게 마지막 1년이 남아 있다면 아주 소중한 1년이 될 것이다. 그러한 소중한 시간이 소득의 차이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면 부당 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소득의 불평등을 조정해야 할 필요를 강하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식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식들이다. 그런데 왜 쉽게 유통되지 못하는 것일까? 마지막 꼭지인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에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 현재 학술정보가 유통되는 생태계는 우리 사회 자신의 지식을 생산하는 일에는 다소 무관심하다고 보인다. 그러는 상황에서 저자는 마지막 맺음으로 이렇게 말한다.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라고.




부디 이러한 지식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유통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