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행복한아이연구소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이 그의 행동까지 용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동에 이른 과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감정도, 생각도, 마음의 흐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럴만했겠다며 끄덕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행동을 용납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봐주고 넘어가야 할 것도 아니다.
이해를 하자고 치면 누구의 마음인들 이해를 못하겠는가? 하는 일이 정신과 의사다 보니 어지간한 마음은 다 이해가 간다. 내 앞에 앉아 일대 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늘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고 그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그럴만 하다고 두둔하지는 않는다. 마음은 상대가 없지만 행위는 상대가 있다. 당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그의 마음만 보고 그의 행동까지 이해할 수는 없다. 그의 행동을 이해해줄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의 행동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고, 누구도 피해 입은 당사자에게 이해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게다가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그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조건과 상황은 같아도 반응과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살아봐서 누구나 느끼지만 인생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여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선택에 이른 과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잘못된 선택이라면 선택에 대해 동의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이해할만 하면 행동까지 이해해주곤 한다. 특히 자기와 관련한 일이 아닐 때면 쉽게 너그러워진다. 상대에게 공감할 요소가 있거나 나와 닮은 점이 있다면 너그러움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여야 한다. 마음은 이해해주지만, 그리고 용서도 할 수 있지만, 잘못된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다. 용서는 당사자가 하기 전에 남이 먼저 할 일은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야 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게 해야 한다. 그가 책임을 지면 그때는 위로하고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책임을 면제해선 곤란하다.
부모교육을 할 때도 부모들이 종종 혼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아이 마음은 받아주지만, 행동은 용납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속상해하고 떼를 쓴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얼마나 갖고 싶고, 놀고 싶고, 먹고 싶을까? 나도 그때라면 이렇게 떼를 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공감된다고 아이의 떼를 받아서 요구를 들어주면 곤란하다. 그러면 아이의 떼는 점점 심해진다. 모든 문제를 떼쓰기로 풀려고 한다. 아이를 안타까운 표정을 보면서도 요구만은 들어주지 않는 것. 속상해하면 인정해주고 토닥여도 주지만 부탁은 들어주지 않는 것. 떼쓰는 아이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부모의 자세다.
마찬가지다. 마음과 행동은 다르다. 마음은 이해해주자.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냐고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해선 안 되는 행동은 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행동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행동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법적인 책임을 지울 일이라면 책임을 지워야 한다. 마음의 이해와 행동에 대한 대응. 쉽지 않지만 꼭 나눠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세상 문제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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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오늘 마트에서 장난감이 너무 갖고 싶다고 울먹이며 부탁을 하기도 떼를 쓰기도 하는 아이를 잘 다독여 마트 문을 나서는데.. 지난번엔 안사는 날인데 딱 한번이라고 사줬었잖아! 라고 볼멘 소리로 말하는 아이를 보고 뒷통수를 맞은 듯 했어요^^;;; 지난번 간절한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해서 사줬었거든요 역시 안되는건 안되는거죠 아이들은 너무나 똑똑해서ㅎㅎ 어떨땐 겁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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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mi Nam
개개인의 성격이나 생각이 다르듯 아이들도 각자가 다른데 그 부분을 인정하기까지가 젤 힘들었어요.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고 수정해 가면서 같이 노력해야할거 같아요. 지금까지도 안된다 하면서 해주고 기준없이 행동했던 것이 아이에겐 더 혼란스러웠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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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un Young
이 시기에 절묘한 복선이 깔린 육아지침이네요~~크지않은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글이 맞죠~~좋은글 감사합니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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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명확하지 못했던 제 모습입니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구분치 못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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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향
저도 반성하게 되네요.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과 행동을 통제하는 건 다른다는 것을 맘에 꼭 새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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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eun Yoon
맞아요.. 저는 부모님이 자식을 통제하고 곁에 두고 싶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예전에는 맞서 싸우고 화내고 그랬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저도 자식 잇는 부모가 되고보니 이해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선생님 말씀처럼 이해못할 인간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살인자도 사실 알고보면 이해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요..
허나 부모님의 행동은 더이상 용납하지는 않습니다. 마음대로 제집 현관 문을 열고 아무때나 찾아오시려고 하는 것이나 아프다고 거짓말 해서 저를 조종하고 방문하도록 만들려고 하는 등등.. 예전같은 부모님 행동에 더이상 휘둘리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게 되었어요.. 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고 제가 행복해야 제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제 행복은 제가 지키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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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행복한아이연구소
네. 그것이 부모에게도 결국 좋은 일입니다. 잘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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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ungOk Lee
저도 결혼한 딸을 멀리 미국에 보내고 있는 입장인데... 가보고 싶어도 신혼에 우리 사위(미국인)가 불편해 할까봐 꾹 참고 있어요... 딸은 안 온다고 서운해 하고... 작년에 두달 함께 있으면서 사실 저도 조심스럽고 제집이 그리웠어요... 역시 출가한 자식은 저희끼리 잘 꾸려가게 잊어주는것도 부모의 역활이라 생각 합니다... 서로 각자 잘 사는 !~부모도 자식에게 의지 하지않고 독립적으로 잘살아야 자식과의 관계가 원만 해지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