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현대철학 -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총서 5
아베 마사오 (지은이),변선환 (옮긴이)대원정사1996

저자 및 역자소개
아베 마사오 (阿部 正雄 )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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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아베 마사오는 교토학파에 속하는 선불교 철학자로서 스즈끼 다이세쯔이 뒤를 이어 선을 서양세계에 소개하는데 지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특히 그는 교토학파의 특징인 비교철학의 전통에 따라 선의 가르침을 서양의 철학 및 종교와 대비시켜 가면서 해명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1962년 나라 사범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콜럼비아, 뉴욕 주립, 시카고, 프린스톤 대학교 등에서 초빙교수로 활약했으며 1983년 이후 하와이 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종교철학을 강의해 왔다.
최근작 : <우리 인간의 종교들>,<선과 현대철학>,<선과 현대신학 6> … 총 4종 (모두보기)
변선환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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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신학대학, 미국 뜨르대학교 신학부, 스위스 바젤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했다. 이화여대, 서울대 대학원 강사를 거쳐 감리교 신학대학 학장을 역임하다가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여 출교당하였다. 이후에도 계속 기독교의 배타적이고 포괄주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각 종교의 다원성과 독특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상호개혁을 일깨우는 상호다원주의를 부르짖었다. 95년 타계했다.
최근작 :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인생은 살 만한가>,<현대 문명과 기독교 신앙> … 총 11종 (모두보기)
[개요 및 배경]
<선과 현대철학>은 아베 마사오의 영문 대표작인 <선과 서양 사상>(Zen and Western Thought, 1985)을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다원주의 신학자 고(故) 변선환 교수가 번역하여 대원정사의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총서> 제5권으로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서양 학계에서 직관적 오리엔탈리즘이나 신비주의로 오해받기 쉬웠던 선(禪)을 엄밀한 철학적 언어로 재구성하고, 니체·화이트헤드·하이데거 등 서구 근현대 사상과의 정면 대결을 통해 '전 지구적 시대의 보편적 정신 기반'을 탐색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핵심 내용 요약]
1. 선(禪)의 철학적 해명: '반(反)지성주의'라는 오해의 불식 아베는 서구에서 선이 '비합리적 직관주의'나 '원초적 동물적 자발성'으로 왜곡 소비되는 현실을 단호히 거부한다. 선이 언어와 논리를 초월(불립문자)한다고 해서 결코 이성을 부정하는 반지성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선은 이성의 끝자락에서 맞닥뜨리는 실존적 모순을 돌파하기 위해 철저한 논리적 사유와 자기 부정을 거친 고도의 철학적 체계임을 논증한다.
2. 유(有)와 무(無)의 이중 부정: 절대무(絶對無)와 동적 공(空) 서양 철학의 주류가 존재(Being)를 우위에 두고 비존재(Non-being)를 존재의 결핍으로 다루어 온 존재론적 전통에 머물렀다면, 불교의 공(Śūnyatā)은 '있음'과 '없음'이라는 이분법적 분별 자체를 부수는 '이중 부정'이다. 유에도 머물지 않고 상대적 허무(무)에도 머물지 않는 절대무의 자리에서 비로소 만물이 있는 그대로 긍정되는 '참된 자기'와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역설한다.
3. 서구 현대철학과의 대화: 니체, 화이트헤드, 그리고 허무주의의 극복 아베는 니체의 '신의 죽음'과 능동적 허무주의를 분석하며, 니체가 기독교적 도덕과 초월적 가치를 해체했으나 여전히 힘에의 의지라는 실체적 긍정에 집착함으로써 완전한 해탈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선의 절대무는 허무주의라는 심연 자체마저 비워버림으로써 삶을 긍정의 원천으로 되돌려놓는다. 또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과 생성의 유기체적 세계관을 선의 연기(緣起) 및 공 사상과 정밀하게 비교하며, 양자가 공유하는 역동적 실재관을 조명한다.
4. 도겐(道元)의 시간론과 생사일여(生死一如) 조동종의 개조 도겐의 <정법안장>을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며, 직선적이고 객관적인 시간관을 해체한다. 삶이 죽음으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속에 삶과 죽음이 동시에 완전히 성립하는 '생-사(living-dying)'의 역동을 밝힌다. 시간을 외부 관찰자의 수평적 흐름으로 볼 때 인간은 시간과 업(Karma)의 지배를 받는 노예가 되지만, 무아(無我)의 심층(수직적 차원)으로 들어설 때 매 순간이 시작이자 끝이 되어 시간의 주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비판적 평론]
1. 세계 지성사에 던진 비교철학의 성취 <선과 현대철학>의 가장 큰 미덕은 동양의 선을 서구 사상의 일방적 수용 대상이나 이국적 취미로 두지 않고, 서양 철학의 근본 난제를 치유할 수 있는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아베는 니시다 기타로로부터 이어지는 교토학파의 '절대무' 논리를 영미권과 유럽의 분석적 사유와 교차시키며,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사유 공간을 창출했다. 변선환 교수가 이 책을 번역하여 한국 지성계에 소개한 것 역시, 닫힌 교조주의를 넘어 종교 간 심층적 조우를 꾀하려 했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2. 철학적 추상화와 현실 역사·윤리의 간극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치밀한 논리 구조는 역설적으로 '구체적 역사와 사회적 악'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낸다. 아베는 본래 FAS 운동 등을 통해 '역사 규명'과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으나, 본 저작의 주된 학술적 서술은 형이상학적 공(空)과 존재론적 범주 분석에 과도하게 치중되어 있다. 모든 대립과 모순을 절대무의 심연 속에서 즉자적으로 화해시키려는 불교적 범주화는, 당대 인류가 마주했던 구체적인 정치적 억압, 전쟁 책임, 제도적 불평등과 같은 역사적 모순을 자칫 '공의 유희'나 관념적 초월로 흡수해버릴 위험을 내포한다. 실제로 교토학파가 역사적으로 겪었던 전시 체제와의 결탁 및 정치적 무기력증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이 텍스트 안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실천적 윤리로 전화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3.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현대적 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특정 종파나 민족적 자부심의 울타리에 갇힌 불교관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족주의적 편협함이나 맹목적 서구 중심주의를 모두 벗겨내고, '인류는 무엇에 근거하여 삶과 죽음, 그리고 문명의 위기를 사유할 것인가'라는 근본 물음을 던진다. 서구의 존재론적 실체주의와 현대 문명의 뿌리 깊은 허무주의를 동시에 해독할 수 있는 철학적 대안을 정초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일 문화권을 넘어선 보편적 세계 시민의 지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개요 및 배경]
<선과 현대철학>은 아베 마사오의 영문 대표작인 <선과 서양 사상>(Zen and Western Thought, 1985)을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다원주의 신학자 고(故) 변선환 교수가 번역하여 대원정사의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총서> 제5권으로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서양 학계에서 직관적 오리엔탈리즘이나 신비주의로 오해받기 쉬웠던 선(禪)을 엄밀한 철학적 언어로 재구성하고, 니체·화이트헤드·하이데거 등 서구 근현대 사상과의 정면 대결을 통해 '전 지구적 시대의 보편적 정신 기반'을 탐색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핵심 내용 요약]
1. 선(禪)의 철학적 해명: '반(反)지성주의'라는 오해의 불식 아베는 서구에서 선이 '비합리적 직관주의'나 '원초적 동물적 자발성'으로 왜곡 소비되는 현실을 단호히 거부한다. 선이 언어와 논리를 초월(불립문자)한다고 해서 결코 이성을 부정하는 반지성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선은 이성의 끝자락에서 맞닥뜨리는 실존적 모순을 돌파하기 위해 철저한 논리적 사유와 자기 부정을 거친 고도의 철학적 체계임을 논증한다.
2. 유(有)와 무(無)의 이중 부정: 절대무(絶對無)와 동적 공(空) 서양 철학의 주류가 존재(Being)를 우위에 두고 비존재(Non-being)를 존재의 결핍으로 다루어 온 존재론적 전통에 머물렀다면, 불교의 공(Śūnyatā)은 '있음'과 '없음'이라는 이분법적 분별 자체를 부수는 '이중 부정'이다. 유에도 머물지 않고 상대적 허무(무)에도 머물지 않는 절대무의 자리에서 비로소 만물이 있는 그대로 긍정되는 '참된 자기'와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역설한다.
3. 서구 현대철학과의 대화: 니체, 화이트헤드, 그리고 허무주의의 극복 아베는 니체의 '신의 죽음'과 능동적 허무주의를 분석하며, 니체가 기독교적 도덕과 초월적 가치를 해체했으나 여전히 힘에의 의지라는 실체적 긍정에 집착함으로써 완전한 해탈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선의 절대무는 허무주의라는 심연 자체마저 비워버림으로써 삶을 긍정의 원천으로 되돌려놓는다. 또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과 생성의 유기체적 세계관을 선의 연기(緣起) 및 공 사상과 정밀하게 비교하며, 양자가 공유하는 역동적 실재관을 조명한다.
4. 도겐(道元)의 시간론과 생사일여(生死一如) 조동종의 개조 도겐의 <정법안장>을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며, 직선적이고 객관적인 시간관을 해체한다. 삶이 죽음으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속에 삶과 죽음이 동시에 완전히 성립하는 '생-사(living-dying)'의 역동을 밝힌다. 시간을 외부 관찰자의 수평적 흐름으로 볼 때 인간은 시간과 업(Karma)의 지배를 받는 노예가 되지만, 무아(無我)의 심층(수직적 차원)으로 들어설 때 매 순간이 시작이자 끝이 되어 시간의 주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비판적 평론]
1. 세계 지성사에 던진 비교철학의 성취 <선과 현대철학>의 가장 큰 미덕은 동양의 선을 서구 사상의 일방적 수용 대상이나 이국적 취미로 두지 않고, 서양 철학의 근본 난제를 치유할 수 있는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아베는 니시다 기타로로부터 이어지는 교토학파의 '절대무' 논리를 영미권과 유럽의 분석적 사유와 교차시키며,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사유 공간을 창출했다. 변선환 교수가 이 책을 번역하여 한국 지성계에 소개한 것 역시, 닫힌 교조주의를 넘어 종교 간 심층적 조우를 꾀하려 했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2. 철학적 추상화와 현실 역사·윤리의 간극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치밀한 논리 구조는 역설적으로 '구체적 역사와 사회적 악'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낸다. 아베는 본래 FAS 운동 등을 통해 '역사 규명'과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으나, 본 저작의 주된 학술적 서술은 형이상학적 공(空)과 존재론적 범주 분석에 과도하게 치중되어 있다. 모든 대립과 모순을 절대무의 심연 속에서 즉자적으로 화해시키려는 불교적 범주화는, 당대 인류가 마주했던 구체적인 정치적 억압, 전쟁 책임, 제도적 불평등과 같은 역사적 모순을 자칫 '공의 유희'나 관념적 초월로 흡수해버릴 위험을 내포한다. 실제로 교토학파가 역사적으로 겪었던 전시 체제와의 결탁 및 정치적 무기력증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이 텍스트 안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실천적 윤리로 전화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3.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현대적 가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특정 종파나 민족적 자부심의 울타리에 갇힌 불교관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족주의적 편협함이나 맹목적 서구 중심주의를 모두 벗겨내고, '인류는 무엇에 근거하여 삶과 죽음, 그리고 문명의 위기를 사유할 것인가'라는 근본 물음을 던진다. 서구의 존재론적 실체주의와 현대 문명의 뿌리 깊은 허무주의를 동시에 해독할 수 있는 철학적 대안을 정초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일 문화권을 넘어선 보편적 세계 시민의 지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