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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마을 40년,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소개하다 < 대학신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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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마을 40년,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소개하다
기자명 조안나 기자
입력 2024.05.12 10:07


취재 | 산안마을의 야마기시즘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은

지난달 20일, 무소유를 실천하는 독특한 공동체로 이름을 알린 산안마을이 40주년을 맞이했다. 끊임없는 탐욕과 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사회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던 공동체는 어떻게 40년이나 유지될 수 있었을까. 지난 6일(월) 산안마을을 방문한 기자는 10년째 산안마을의 정식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부부 권은선 씨(38)와 김한결 씨(36)를 만나 야마기시즘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살펴봤다.


▲ 산안마을의 공용 공간에 걸린 문패.
▲ 김한결 씨(왼쪽)와 권은선 씨(오른쪽).




무소유와 연찬의 공간, 산안마을 찾다

야마기시즘은 일본의 농민 야마기시 미요조가 1950년대 주창한 사회 운동으로,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무소유·공용·일체의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산안마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야마기시즘을 실천하는 마을이다. 김한결 씨는 산안마을에 대해 “변화하려 노력하는 개인들이 모여 ‘인류의 마지막 혁명’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공동체로, 이를 위해 무소유, 공용, 일체를 비롯한 야마기시즘을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산안마을이 실천하고자 하는 야마기시즘의 핵심 가치는 무소유다. 이에 대해 권은선 씨는 “모든 대상을 소유가 아닌 ‘빌림’의 관점에서 이해하며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결 씨는 “소유에 수반되는 집착은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며, 이는 자신의 잣대를 타인에게 무조건 강요하고 편견을 갖도록 한다”라고 덧붙였다. 산안마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 나가며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다. 권 씨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활동은 산안마을의 구성원들이 분업해 맡고, 그 외에는 양계장을 공동 운영해 생활을 유지한다”라며 “양계장으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소유의 관점에서 생활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을 사용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산안마을은 이런 ‘무소유’를 필두로 하는 야마가시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연찬을 진행한다. 연찬은 ‘깊이 꿰뚫어 생각해 봄’이라는 뜻으로, 개인과 관계된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검토하는 사고 활동을 뜻한다. 권은선 씨는 “연찬은 스스로를 검토하면서, 자기 내면에 있는 대상에 대해 최대한 꾸밈없이 솔직해지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산안마을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연찬회’를 열어 개인을 넘어 공동체 차원에서도 연찬을 실천하고 있다. 공동체에 대해 솔직하게 검토하기 위해 열리는 연찬회에서 구성원들은 나이나 역할과 상관없이 동등한 지위에서 소통한다. 권 씨는 “소통 방법으로서 연찬은 나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솔직해지고, 본질에 닿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행위다”라고 설명했다.




산안마을을 이끄는 공동체 속 개별성

처음부터 산안마을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김한결 씨는 “사회 운동의 성격이 강하던 초창기에는 산안마을의 구성원이 약 50명 정도까지 팽창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라고 회상했다. 무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산안마을의 구성원이 급격히 비대해지자 구성원들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고, 단기간에 마을을 나가는 구성원이 많아져 공동체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김 씨는 “이때 산안마을은 개인적, 공동체적 연찬을 거듭하며 공동체 속 구성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정의 인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현재의 산안마을에는 총 7가구가 살고 있으며, 그중 산안마을의 운영을 생업으로 삼고 야마기시즘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정식멤버 13명이 산안마을에서 야마기시즘의 정신을 주도하고 있다.

산안마을에서 야마기시즘의 실천은 개인의 개별성을 발견하는 데에 있어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산안마을 밖에서의 삶이 더 익숙했던 권은선 씨는 산안마을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삶과는 현저히 다른 산안마을에서 보낸 10년에 대해 그는 “초반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 생각의 관성을 직시하느라 힘들었지만, 혼자서 또는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연찬을 통해 더 유연하고 깊이 있게 나 자신과 주변을 사고할 수 있게 됐다. 권 씨는 또한 “이전에는 외부 사회의 잣대에 따라 내 성격과 생각을 취약하고 부족하다고 여겼다면, 이곳에서는 그런 내 모습들이 오히려 공동체 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함께 연찬할 수 있었다”라며 산안마을에서는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더욱 존중받을 수 있었음을 짚었다.




세상의 변주에 적응하는 열린 공동체

산안마을은 야마기시즘이라는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공동체 속 모든 개인이 공동체의 대의에 가려지지 않도록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한다. 권은선 씨는 “야마기시즘은 자신을 계속 점검하는 연찬을 요구하기에, 이를 실천하는 산안마을은 항상 겸손한 태도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개방적인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한결 씨는 “산안마을에서는 공동체의 가치를 형성하는 데 개개인의 고민과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짚었다.

이를 바탕으로 산안마을은 야마기시즘을 유연하게 해석하며 지속 가능한 야마기시즘 실현지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공동체 내부에서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무소유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한결 씨는 “과거에는 소유로부터 의식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분리되기 위해 의식주를 모두 공유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소유에 관해 새롭게 이해한 이후, 산안마을은 기존에 함께 사용하던 주거 시설과 옷가지들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소유로 인한 집착은 경계해야 하지만, 오래된 사용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애착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긍정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권은선 씨는 “언제든지 다시 연찬을 통해 변할 수 있다”라며, “공동체의 운영은 전적으로 그를 구성한 멤버들의 생각과 합의에 달려있다”라고 공동체의 지속적인 변화 가능성을 짚었다.

권은선 씨는 “산안마을이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음에도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각기 다른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오해와 갈등이 가득한 사회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속하며 살아가는 산안마을의 풍경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 박선영 사진부장

leena1208@snu.ac.kr
조안나 기자 anna0913@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