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5

2] 이병철 - ‘대동교학회 취지서에' 담긴 ‘이종만의 사상과 이상에’ 대한 토론문

대동교학회 취지서에'담긴이종만의 사상과 이상에’ 대한 토론문

                                                                            이병철 교장 생태귀농학교

대동인 이종만과 대동사상에 대한 소회

나는 지금대동(大同)’이라는 이름의 하늘 아래에 서 있습니다 한.  생을 오롯이 사심 (私心)을 버린 대동인으로 살아오고자 전념한 실천수행인이자 자신이 품어온 대동사 회 그,  새로운 세상의 실현에 혼신을 바쳤던 한 사람 사회, 혁명가이자 이상주의자였던 이종만 선생이 펼쳐놓은 대동의 하늘입니다.

대동(大同)’ 또는 대동사상(大同思想)은 모두가 한 가족으로 되어 계급적 차별과 착취 가 없는, 고루 평등한 세상, 사람이 사람과 서로 어울려 함께 살맛나는 이상세계를 향한 아주 오래고 늘 새로운 꿈의 이름이자 그 지향이라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 대동사상은 공자 시대부터 줄곧 추구하여온 이른바 유교식 또는 중국식 이상사회를 일컫는 정신이자 근대 중국 변혁기 강유위(康有爲 1858~1927)의 대동서 (大同書)에 바탕한 세계개혁 이론과 손문, 모택동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중화민국 건설에 투신했던 이들에게, 그리고 지금도 우리 안에 이어져 오고 있는 새로운 세상 을 향한 지향이라 생각합니다.

나 역시 대동이라는 이 단어와 개념을 즐겨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주로 이 단 어를생명평화 대동세상’, 또는호혜상생의 대동세계 라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 태까지 내가 써온대동 이란 하나의 관념에 불과한 말이라는 사실을 이종만 선생이 펼쳐놓은 대동의 하늘 이,  대동교학회 취지서와 대동인으로 살아오신 선생의 삶을 돌 아보며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대동교학회 취지서 에' 담긴 <이종만의 사상과 이상> 이란 이 주제에 대한 발제에 내가 따로 언급할 의견이 없습니다 이.  취지서를 해설하신 김반아님이나 이 해설서를 토대로 이종만 선생의 사상과 이상에 대해 발제하신 송순현님의 견해에 특별히 다른 의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어라고,  더 보태는 것은 내 주제를 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발제문에 대한 토론자의 의견보다는 대동 교학회의 취지서를 읽고 떠오른 짧은 소회를 몇 마디 나누고자 합니다.

대동사상을 종교로 신앙으로 대동조선의 건국이념으로 삼아 아시는 것처럼 이 ‘대동교학회 취지서 는’ 일제의 패전에 의해 조선이 식민지로부터 해 방되어 ‘해방 조선을’ 어떤 나라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논의 가운데서 이종만 선생이 자신의 구상을 대동사상의 이름으로 천명한 글입니다. 해방 정국에서 새로운 조선에 대한 건국 논의는 당시 각 정파의 노선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생은 새로운 조선의 건국이념으로 대동사상에 바탕을 둔 나라를 주창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취지서에는 건국이념이나 구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 만 전체 내용을 보면 그렇게 판단됩니다.)

이 취지서에 천명된 내용을 보면 이러한 사상과 입장은 당시 좌우로 대립하던 정치적 노선과는 상당히 다르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체로 사회주의 노선을 지향하면서도 자본주의 자체를 전면으로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종만선생의 정치적 입장 을 중간파 노선이었던 사회민주주의 노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뚜렷하 고 본질적인 차이는 <새로운 나라 건설의 핵심을 체제나 노선이 아니라 그 체제나 노선의 주인인 사람에게 두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 사심(私心) 없는 사람, 곧 너나없이 모든 사람이 대동인 사심을( 버리고 대자아의 활연 한 심경에 이른 사람 이) 되어 함께 대동사회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것이 새로운 나 라대동조선건설의 핵심은 (“실상 이 사회의 모든 불평과 불행의 그 근원을 살펴보 면 모두가 사심(私心)에서 시작된 것이니 가, 령 사람을 해치고 물건을 상하게 하는 것 도 사심 때문인 것이며 약육강식도 결국은 사심의 소치인 것입니다 그러. 므로 우리가 한번 사심을 버리고 대자아(大自我)의 활연한 심경에 이르면 우리 눈앞에는 어느 것 이나 차이나 구분이 없이 모든 것이 다 같은 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 므 로 개인과 사회가 이해화복을 같이 하는 동시에 우리는 비로소 노동과 자본의 조화로 운 협조 속에서 공존공영의 이상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이 곧 불초의 가 슴에 품어온 대동사상(大同思想)의 핵심인 것입니다.”1941년 대동일람大同一覽 서문)

어떻게 하는 것이 대동인으로 일하고 사는 길인가를 천명한 것이 대동교학회 취 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은 사회주의자이면서도 동시에 도덕적 이 상사회를 꿈꾸는 종교적(?) 이상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먼저 체제를 세운 뒤에 이를 통해 그 체제에 걸맞은 인간을 길러낸다는 기존의 체제변혁 이론과는 반대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은 현실 세계 변혁을 위해 헌신한 사회주의자이면서도 동시에 사람이 중심인 도덕적 이상사회를 지향하는 수행 자이자 종교인이었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선생이 새로운 조선, 새로운 나라의 건국이념 정신 으로( ) 제시하고 있는 대동교학회 취지서의 정신과 그 실천 강령(대동주의 요령, 대동주의 표어 대동교학회,  세부요령)은 단순히 관념적인 구상이 아니라 이미 선생이 일제하 식민지 조선에서 고통 받던 농민들의 자작농 육성과 이상적 농촌건 설 목적으로 1937, 당시 50만원 현( 500억원 이) 란 큰돈의 사재를 출연하여 세웠던 대동농촌사를 시작으로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설립했던 대동공업 전문학교 현( 김책공업대의 전신), 대동광산조합, 대동출판사 등대동콘체른(1938)’ 을 건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실행하여 온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선생이 대동교학회 취지서에 천명한 내용은 식민지하의 그 어려운 상황 속에 서도 이미 이루어져 왔거나 그 가능성이 상당 부분 검증된 것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이상주의자의 구상이 아니라 선생의 확고한 신념으로 제시된 해방 조선이 나아갈 길 이라 하겠습니다 지금도 이 취지서를 읽을 때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 싶습니다.

이 대동교학회 취지서가 첫머리를전쟁 없는 인류사회 의실현에 두고인류사회에서 전쟁을 완전히 없애는 하나의 일만이 오직 정()이요 의, ()요 인, 류의 몸과 마음 모 든 노력의 둘도 없는 유일한 목표이다 라고.’ 시작하며 이에 대해 특별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당시 2차 대전으로 인한 전쟁의 참상을 목도하면서 인류에게 전 쟁보다 더 큰 불행과 비극이 없다는 절실한 깨달음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전쟁에 대한 이러한 선생의 지적과 천명은 지금도 여전히 전쟁이 인류사회의 가장 큰 재앙이라는 점에서 십분 공감됩니다 이처럼  전쟁 문제를 포함하여 이 취지서에 천명된 내용 가운데 80여 년이 가까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절실히 와 닿지 않는 내용은 없다는 것에 새삼 우리 자신과 이 나라의 처지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이 취지서에 천명된 모든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서 특별히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취지서 

  • ‘6. 올바른 산업은 신성하고 유쾌한 근로를 바탕으로 한다
  • 7. 일터 와 배움터가 하나 됨에서 수련과 보은의 인생이 이루어진다
  • 8. 정성을 다하는 신성 한 근로는 자기완성과 인류 신격화의 길 

김반아님의’( 해설에서 항으로 나눈 부분 참)

그리고 

  • 대동주의 요령 ‘3. 교육과 산업을 혁신하여교장즉직장 직장즉교장제도를 확립한다 이리하여.  사람이 새로워져서 신격화 되고 사물이,  새로워져서 신격화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사람도 사물도 하늘의 뜻에 따라 존재하는 것을 지극히 한다.
  • 5. 우주를 대도장(大道場)으로, 만물을 경전으로, 생활을 수행으로 하여 인생의 일생 을 배움의 연속으로 한다. 
  • 대동주의  표어 3. 사람이 되면서 일을 하고, 일을 하면서 사람이 되자" 

라는 부분입니다.

취지서 내용 6, 7항과 대동주의 요령 3항은 요즘의 창조경제론에 맞닿아있고 취지서 8항의 내용인 

  • 평생 끊임없이 배우고 수련함으로써 인류를 신()의 영역에 끌어올리 는 동시에 그의 노동에서 산출된 물자로 하여금 신의 물건, 하늘의 물건이 되게 하는 것이다.” 
  • 영혼을 지닌 신성한 물건, 하늘의 물건을 생산해 해는 신성한 노동‘, 
  • 이 근 로에 희열이 있고 이 희열은 작품을 통하여 그 작품을 쓰는 사람에게 통한다 여기에.  미묘하고 신비한 영혼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대동주의 요령 2항의 만물일체와 5항 은 해월선사의 경물(敬物)사상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래서인지 이 대동 교학회 취지서와 실천강령(요령)을 접하며 이것은 새로운 사회건설(해방조선 을) 위한 실천적 제안이면서 동시에 이 한반도에대동세상 대동조선 이라는( )‘ 지상천국 건설을 선포하는 종교적 교지와도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대동교학회 취지서에 담긴 이러한 생각과 사상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 지구촌의 인류공동체가 처 한 문명 대전환기에서 새로운 인류의식 전환의 절실성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대동인으로 살기와 대동세상 만들기

지금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  한 사람과 그의 생각 그리고 그가 이루고자 한 세계 를 생각합니다 어느 글에선가 일제 말기 대동사업체 경제자립운동의 이념에 대한 결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이종만이 자신의 전 재산과 기업을 바쳐 세운 대동기업체 의 이념과 경영철학은 식민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모색하던 진보적 민족주의 계열이 도달한 사상적 모색의 한 전형이자 실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와는 별도로 대동교학서 취지서를 통해 내게 다가온 선생은 일제 식민치하의 참담한 현실 속에서 조선의 민중들이 억압과 수탈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 치열하게 고민했던 한 사람 그  길을 사심을 버린 대동인이 되어 차별과 착취가 없이 고루 잘 사는 대동세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사람, 숱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마침내 이룬 부를 자신의 신념과 이상인 대동사상과 대동세계 실현을 위해 쏟았던 사람. 그렇게 해방조선을 대동조선으로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선생에게 대동사상은 그의 신념이었고 신앙이었으며사심을 버리고 대자아의 활연한 심경에 이른 대동인(大同人)’은 자신이 추구하며 닦아간 사람됨의 참모습이며 대동세상을 이루는 핵심이었습니다 그. 래서 선생은 해방조선을 국가주의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것으로 구상했습니다 사적.  욕망을 넘어서기는 동시에 집단으로서의 국가주 의 민족주의도,  넘어서는 것이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 므로 대동조선은인류동포 세계일가 인인류공동체를 지향하는 나라였습니다.

조선의 동포여 세계의,  동포여 이기적이고,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지옥과 같은 세 상에서 벗어나서 남을 사랑하고 도덕이 빛나는 천국을 건설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선생을 그리면서 선생과 겹쳐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선생보다.  한 세대 를 앞서 살면서 선생과 같은 생각으로 그 길을 걸었던 사람 사회주의,  아버지 사회, 적 협동조합주의의 대부라고도 불렸던 로버트 오웬 (Robert Owen1771~1858)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자본가가 아닌 기업가를 자처하며 사적 이익 추구를 목 적으로 하는 착취적 상업주의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사업으로 이룬 부를 모두 고르게 함께 잘사는 새로운 사회의 실현을 위해 바치고 그 길에 헌신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종만 선생은 이 땅의 대동사회주의 대부 또는 대동조선의 아버지라고 불러도 좋겠다 싶습니다.


그렇게 선생은 대동을 생의 목적으로 삼고 그 대동세상의 실현에 헌신하신 분이었습 니다 그.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한 세계다.
그 한 사람이 있어 그 한 세계가 또한 있다.
세계는 그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되고 
마침내 그 한 사람에게서 끝난다. 
그러므로 그 한 사람이 평화로우면 그 세계 또한 평화롭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신이 바로 그 한 사람인 까닭이다.

<이병철 교장 프로필>

여류(如流) 시인, 생태귀농학교장. (전 전국) 귀농운동본부 이사장, 녹색연합 공동대표.

<발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