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3

'중생이 곧 부처', 머리로만 알고 있다면 - 한자경 교수가 해설한[대승기신론 강해] 2013

'중생이 곧 부처', 머리로만 알고 있다면 - 오마이뉴스

'중생이 곧 부처', 머리로만 알고 있다면[서평] 이화여대 한자경 교수가 해설한 <대승기신론 강해>
13.09.17 
임윤수




▲ <대승기신론 강해>는 '중생이 곧 부처'라는 믿음, 종생심을 이끌어 내줄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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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어야 배가 부르고, 물은 마셔야 갈증이 해소되듯이 약은 복용해야만 병을 고칠 수 있고 종교는 믿어야만 신앙이 됩니다. 땅속 깊은 곳에 좋은 약수가 있다 해도 그것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그 약수는 그림 속 신선이 들고 있는 불로장생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승적 믿음을 이끌어 일으키게 하는 논서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물을 퍼올리려면 펌프가 있어야 하고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대승기신론 강해>(한자경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는 책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마중물처럼 대승적 믿음을 이끌어 일으키게 하는 책입니다. 대승적 믿음이란 중생심이 곧 진여심이라는 것, 중생이 곧 부처라는 것, 일체 중생이 모두 일심의 존재라는 것을 믿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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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승기신론 강해>┃지은이 한자경┃펴낸곳 불광출판사┃2013.09.09┃2만 2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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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개의 불서(佛書)들은 천수경, 금강경, 화엄경 등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경(經)입니다.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 이 세 가지 불서를 불교 삼장이라고 합니다. 경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있는 문장 전부를 말하고, 율장은 계율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책을 말하고, 논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經)과 율(律)을 연구하여 설명해 놓은 것을 모아놓은 책을 말합니다.

<대승기신론>은 논장에 해당하는 논서입니다. 천수경, 금강경, 화엄경 등에 담긴 부처님 가르침이 제아무리 좋다고 해도 믿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믿지 않으며 새기려는 경(經)은 마치 효과 좋은 약을 체내에서 녹지 않는 비닐 캡슐에 넣어서 복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비닐 캡슐에 들어있는 약을 복용하는 건, 보기엔 약을 먹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약이 흡수되지 않으니 효과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믿기지 않는데도 믿는 척하는 불교, 믿기지 않으면서도 따르는 척 하려는 신앙 생활은 비닐에 쌓인 약을 복용하며 약 효과를 기대하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승기신론 강해>는 1세기경 인도의 마명이 저술했다고 전해집니다. 대승불교의 중심 사상을 종합한 최고의 논서로 평가받고 있는 <대승기신론> 진제 한역본을 저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효와 법장의 소(疏, 글귀 풀이)를 비교·분석하여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240여 개의 도표를 사용해 상세하고 논리정연하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대승기신론>을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 해설

<대승기신론>이 대승적 믿음을 일으키게 하는 마중물이라면 <대승기신론 강해>는 먹기 고약한 약을 먹기 좋도록 감싸고 있는 연질 캡슐처럼 대승적 믿음을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해설입니다.

지금까지 'Ⅰ. 인연분'에서 이 기신론을 짓는 이유를 밝힌 후 'Ⅱ. 입의분'과 'Ⅲ. 해설분'의 '1. 현시정의'와 '2. 대치사집'에서 대승의 세계를 밝히고, 다시 'Ⅲ. 해설부분'의 '3. 분별발취도상'과 'Ⅳ. 수행신심분'에서 진여의 증득으로 나아가는 실천수행론을 전개하였다. 이상으로 이론과 실천에 걸쳐 대승의 가르침을 모두 설한 것이다. 이하 'Ⅴ. 권소이익분'에서는 그와 같은 대승 수행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또 더불어 대승을 비방하는 죄가 얼마나 큰지를 청정한 마음으로 신심(信心)을 내어 수행하여 불도(佛道)에 이를 것을 권면한다. -<대승기신론 강해> 403쪽-


책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해설하고 있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전체 구조는 전형적인 논서 형식으로 구성되어 논리적 정연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귀경게가 서문으로 들어가 있고, 본문에 해당하는 정종분은 다시 서론(인연분), 본론(입의분, 해석분, 수행신신분), 결론(권수이익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향송'으로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유통분을 구성하는 체계로 되어 있습니다.

잘 구성된 논문을 읽어가듯이 책을 읽다보면 <대승기신론>을 집필하게 된 이유도 알게 되고, 기신론을 통해서 주장하고 하는 핵심 주장과 세세한 해석도 읽게 됩니다. 이를 통해 터득하게 되는 중생심은 대승의 불이법문을 완성해 나가는 데 요긴한 초석으로 자리합니다.

광석 안에 청정한 마니보배가 감추어져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결국 광석 표면에 붙어 있는 염오의 때를 닦아내야 한다. 안에 청정한 보배가 있다고 해도 그 바깥이 염오의 때로 더러워져 있다면 청정함은 가려서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청정한 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염오를 덜고 청정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광석 안에 감추어져 있는 마니보배를 발견하기 위해 그 표면의 때를 닦아내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중생심 안의 청정 진여법을 확인하고 드러내기 위해서도 그 바깥에 묻어 있는 무량한 번뇌를 걷어내야 한다. 이 무량한 번뇌를 덜어가는 것이 곧 선행을 쌓는 것이다. -<대승기신론 강해> 323쪽-

진여심인 중생심, 대승적 믿음은 광석 안에 들어있는 청정한 마니보배와 같습니다. 믿음이 결여된 중생심은 표면이 오염된 보석, 광석에 가려서 드러나지 않는 감춰진 마니보석에 불과 합니다. 책에서는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는 논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며 해설하고 있습니다.

중생심이 곧 진여임이 미덥지 않아 신심의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있고, 아직 중생이 곧 부처라는 믿음을 논리적으로 정립하지 못한 불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신심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논리를 정립하지 못한 믿음은 광석에 가려지거나 표면이 오염된 마니보석 일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중생이 곧 부처'라고 알고는 있으나 믿음까지는 아니라면 <대승기신론 강해> 일독이 믿음을 끌어 올려 줄 마중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욕칠정과 108 번뇌에 오염돼 감춰진 믿음, 마니보석처럼 보배로운 중생심을 확연하게 이끌어 낼 청정한 일독이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대승기신론 강해>┃지은이 한자경┃펴낸곳 불광출판사┃2013.09.09┃2만 2000원




대승기신론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