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사유의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장자 읽기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 (지은이),
김경희 (옮긴이)이학사2015-02-06
771쪽
책소개
앵거스 그레이엄의 『장자』 영역본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앵거스 그레이엄은 뛰어난 중국 고전 번역가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서양의 중국학 연구의 한 흐름을 주도하면서 연구자들과 후학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친 중국철학의 권위자이다. 이 책은 『장자』의 원문들을 통용본의 배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지은이, 사상 경향, 주제에 따라 일정하게 재배열하고 재편집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번역서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된다.
이 책에서 그레이엄은 <내편>뿐만 아니라 <외편>과 <잡편>을 포함해 『장자』 원문의 약 80%를 번역했다. 나머지 20%는 철학적·문학적 가치가 높지 않아 일일이 다 번역할 경우 단락의 수를 늘리는 데만 일조하고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효용체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그레이엄이 판단 내린 부분이다. 그레이엄은 장자의 필체가 가진 비범하고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제대로 포착해야 한다는 번역관을 주장하는데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신념을 이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차
해킷판 간행에 부쳐
서문
제1부 서론
1. 장자와 도가의 기원
2. 자발성
3. 논리의 거부
4. 하늘과 인간
5. 일체화의 전망
6. 죽음과 불구
7. 언어
8. 『장자』라는 책과 번역상의 문제
『장자』 원문 찾아보기
제2부 장자의 저술: 『장자』 <내편>(제1 - 7편) 및 <내편>과 관련된 구절들
1. 목적지 없이 거닐기(제1편[「소요유」])
2. 사물들을 고르게 만드는 분류(제2편[「제물론」])
3. 생명을 기르는 데 중요한 것(제3편[「양생주」])
4. 사람들 사이의 세속적 업무(제4편[「인간세」])
5. 덕이 충만하다는 징표(제5편[「덕충부」])
6. 근원적 조상인 스승(제6편[「대종사」])
7. 황제와 왕에게 응답하기(제7편[「응제왕」])
8. <내편>과 관련된 구절들
제3부 ‘장자 학파’의 선집
1. 장자에 관한 이야기들
2. 공자와 늙은 담의 대화들
3. 자발성의 이점들
4. 도(道)를 합리화하기: ‘큰 사람’
5. 도(道)를 비합리화하기: ‘지(知)가 북쪽에서 노닐다’
6. 유토피아와 통치의 퇴보(제16편[「선성」])
7. 불사(不死)의 숭배
8. ‘우리의 본성과 운명의 본질적 요소들’
9. 뜻밖의 관념들
10. 그 외 갖가지 이야기들
제4부 원시주의자의 논문과 관련 일화들
1. 물갈퀴 살이 있는 발가락(제8편[「변무」])
2. 말발굽(제9편[「마제」])
3. 큰 가방 훔치기(제10편[「거협」])
4. 제자리를 지키게 하고 도를 넘지 않게 하라(제11편[「재유」]의 도입부)
5. 원시주의자의 논문과 관련된 일화들
제5부 양가의 문집
1. 왕위를 양보하기(제28편[「양왕」])
2. 도둑 척(제29편[「도척」])
3. 검에 대한 연설(제30편[「설검」])
4. 늙은 어부(제31편[「어부」])
제6부 혼합주의자들의 저술
1. 하늘의 도(제13편[「천도」]의 도입부)
2. 까다로운 생각들(제15편[「각의」])
3. 혼합주의자들의 단편
4. 도 道에 대한 세 편의 광시곡
5. 천하의 아래쪽(제33편[「천하」])
참고 문헌
옮긴이 부록: 이 책의 기본 체제와 번역에 관하여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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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16~17
장자는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인습적 사고방식들에 애써 반항하고 있다기보다는 워낙 타고나기를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약간은 소름 돋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가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풍경 속에서 사물들은 어찌 된 일인지 우리가 습관적으로 그 사물들에게 부여해온 상대적 무게를 띠고 있지 않다. 그는 인간에게서나 발견할 수 있는 중요성을 동물과 나무한테서도 똑같이 발견하는 듯하다. 접기
P. 19~20
장자는 자기 자신을 자아와 생존에 대한 걱정 속에만 가둬두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운의 변덕스러움 및 죽음의 확실성과 화해시켜줄 철학을 찾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그의 사유의 배후에 놓여 있는 가장 강한 충동이었을 것이다.
P. 27
고정된 목표를 버리고 경직된 범주를 해체하면, 관심의 초점은 끝없이 달라지는 전경(全景)의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유영하게 되고, 우리 내부의 에너지로부터 반응이 직접적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장자에게는 이것이야말로 드넓은 해방이며, 자아를 가둬놓는 경계로부터 벗어나 무제한의 영역으로 출항하는 것이다. 그의 저술의 리듬에 주기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단어는 바로 유(遊), 즉 ‘떠돌아다니기, 여행하기’이다. 접기
추천글
그레이엄의 『장자』 연구와 번역은 장자의 사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책의 서론은 놀라울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며, 그레이엄이 『장자』에 대해 보여준 문헌학적 관심과 철학적 통찰의 조합은 이 텍스트를 철학적으로 매우 뜻깊고 생산적이며 유용한 번역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 필립 아이반호 (홍콩시립대학)
서양에서 이 책은 『장자』에 나타나는 명료한 철학적 관점들에 입각해서 체계적으로 구성한 유일한 번역서로서,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혁신적이고 문헌학적으로 엄밀하며 종교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해럴드 로스 (브라운대학)
앵거스 그레이엄은 그의 세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중국학자였다. 그레이엄의 주해가 달린 이 『장자』 번역은 그의 문헌학적 예리함과 철학적 예리함의 절묘한 조합을 보여주며, 그런 조합만이 독자들에게 세계적 걸작 중 하나인 이 철학적 문헌의 심오함과 해학으로 접근하는 섬세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음을 멋들어지게 입증해 보이고 있다. - 로저 에임스 (하와이대학)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5년 2월 14일자 '책의 향기/150자 서평'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5년 2월 12일자 '잠깐독서'
저자 및 역자소개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 (A.C. Graham) (지은이)
뛰어난 중국 고전 번역가이자 20세기 서양의 중국학 연구의 한 흐름을 주도한 중국철학의 권위자이다. 영국의 웨일스 페나스에서 출생했고, 1932-1937년 엘즈미어칼리지(Ellesmere College)를 거쳐, 옥스포드의 코퍼스크리스티칼리지(Corpus Christi College)에서 신학을 전공하였다. 1946년 런던대학의 아시아·아프리카대학(SOAS)에 들어가 중국어와 중국학을 연구하였고, 1953년 정명도·정이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과 아시아의 여러 대학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쳤으며, 1971년부터 런던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다 1984년 은퇴하였다. 1981년에는 영국학사원의 특별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991년 영국의 노팅엄셔에서 71세로 별세하였다.
주요 저서로 『 도의 논쟁자들(Disputers of the Tao)』, 『 후기 묵가의 논리학과 윤리학 및 과학(Later Mohist logic, ethics and science)』, 『중국 철학과 철학적 문헌 연구(Studies in Chinese philosophy and philosophical literature)』, 『이성 안의 비이성(Unreason within reason)』, 『정명도와 정이천의 철학(Two Chinese philosophers)』, 『음양과 상관적 사유(Yin-Yang and the nature of correlative thinking)』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도의 논쟁자들>,<장자>,<정명도와 정이천의 철학> … 총 5종 (모두보기)
김경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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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장자』의 변화의 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임대우강의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문 상담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공저, 2019)와 『동양철학산책』(공저, 2020)을 출간하였고, 로버트 앨린슨의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2004), 앵거스 그레이엄의 『장자: 사유의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장자 읽기』(2015)를 번역하였다.
최근작 : <동양철학산책>,<[큰글자책]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 총 10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이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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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환경과 연대>,<토론 매뉴얼 : 설계편>,<페미니즘 철학>등 총 199종
대표분야 : 철학 일반 9위 (브랜드 지수 70,5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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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자』 새로운 이정표”
앵거스 그레이엄이 명쾌하게 되살려낸 장자 사유의 향연
앵거스 그레이엄의 『장자』 영역본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앵거스 그레이엄은 뛰어난 중국 고전 번역가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서양의 중국학 연구의 한 흐름을 주도하면서 연구자들과 후학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친 중국철학의 권위자이다. 중국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연구 성과를 참조하지 않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그는 방대한 영역에 걸쳐 수많은 저서와 논문, 그리고 역서를 남겼는데, 이번에 번역된 『장자』는 그의 학문적 성취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장자』의 원문들을 통용본의 배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지은이, 사상 경향, 주제에 따라 일정하게 재배열하고 재편집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번역서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된다.
이 책에서 그레이엄은 <내편>뿐만 아니라 <외편>과 <잡편>을 포함해 『장자』 원문의 약 80%를 번역했다. 나머지 20%는 철학적·문학적 가치가 높지 않아 일일이 다 번역할 경우 단락의 수를 늘리는 데만 일조하고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효용체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그레이엄이 판단 내린 부분이다. 그레이엄은 장자의 필체가 가진 비범하고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제대로 포착해야 한다는 번역관을 주장하는데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신념을 이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 권의 입문서로 묶어도 될 만큼 충실한 제1부의 해설과 번역문 앞뒤에 들어간 명쾌하고 예리한 해설과 주는 『장자』를 철학적 텍스트로 마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안내가 될 것이다. 『장자』가 보여주는 독창적인 전망이 그레이엄의 문헌학적 예리함과 철학적 통찰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는 책이다.
누구나 읽고 싶어 하지만 읽기 쉽지 않은 『장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명쾌하게 안내하는 책
이 책을 단순 번역서로 보아, 『장자』의 수많은 번역서의 목록에 한 권이 더 추가되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이 책은 『장자』의 번역서이기도 하지만, 중국 고대 철학 전반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종합적인 『장자』 연구서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에서 <내편>의 핵심 주제들에 대해 해설해놓은 제1부는 그것만으로도 『장자』의 입문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또한 본문 번역의 앞뒤에 붙은 그레이엄의 해설과 주는 『장자』의 행간에 담긴 철학적 의미들을 포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장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옮긴이는 그레이엄의 번역과 해설을 풍부한 한국어로 옮겼으며, 원서 발행 당시 그레이엄의 원고에는 있었으나 출판사의 사정으로 제외된 『장자』 원문에 대한 그레이엄의 주석들을 당초 원고 그대로 살려냄으로써 독자들이 이 비범한 책을 읽으면서 길을 잃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장자, 장자학파, 원시주의자, 양가, 혼합주의자의 다채로운 언어와 그레이엄의 예리한 해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유의 보폭을 확장시키는 『장자』 읽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장자』의 통용본을 재배열, 재편집, 재구성해낸 학문적 성취”
장자, 장자학파, 원시주의자, 양가, 혼합주의자의 다채로운 언어가 살아 있는 번역본
그레이엄은 『장자』의 원문들을 통용본의 배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번역하지 않고, 지은이, 사상 경향, 주제에 따라 일정하게 재배열하고 재편집함으로써 『장자』번역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이런 작업은 두 가지 사실에 대한 고려로부터 온다. 첫째는 『장자』가 장자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사상적 지향을 가진 여러 저자의 저술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사실이다. 둘째는 각 저술들이 일목요연하게 분류된 채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뒤섞여 있거나 일부 구절이 엉뚱한 곳에 잘못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자』가 장자라는 한 명의 저자에 의해 저술된 단독 저서가 아니라는 점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지되어왔다. 그리고 그러한 인지는 『장자』가 통용본으로 정착되기까지 겪었던 판본의 형성과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통용본 『장자』는 『장자주(莊子注)』의 저자인 곽상(252?-312)의 편집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상이 살았던 시대에 이미 『장자』는 장자 한 사람의 저술이 아니라 복합적인 성격의 텍스트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곽상의 편집본이 표준 판본으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장자』의 내용의 진위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관펑(關鋒)이나 리우샤오간(劉笑敢) 같은 중국인 학자들과 그레이엄 같은 서양의 학자들은 『장자』가 원텍스트인 장자 본인의 저술로부터 어떻게 다양한 경향의 저술들로 갈라져나갔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레이엄은 『장자』에서 다섯 갈래의 사상 경향을 식별해내며, 그것을 바탕으로 다섯 종류의 저자군과 저술군을 확정하였다. 이 책의 제2부에 번역되어 있는 장자 본인의 저술을 비롯해, 장자학파의 선집(제3부), 원시주의자의 논문들(제4부), 양가의 문집(제5부), 혼잡주의자들의 저술(제6부)이 그것이다. 그레이엄의 분류 작업은 관펑의 연구로부터 촉발되기는 했지만, 그레이엄은 더 나아가 『장자』를 재편집하고 재배열한 다음에 그것을 “번역”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어떤 점에서 그레이엄은 텍스트의 지질학을 시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우선 『장자』라는 하나의 텍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개의 지층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지층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다양한 종류의 단층들이 생기듯이, 『장자』 역시 후대에 여러 차례의 편집을 거치면서 맥락에 맞지 않게 편집된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레이엄은 각 지층에 존재하는 이질적 요소들을 찾아내어 인내심 있게 분석하고 그것들을 본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냄으로써 각 지층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려고 하였다. 그가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장자, 원시주의자, 양가, 혼합주의자의 사상에 각각 독특한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주어야 독자들이 그 사상들을 구별하고 그것들 사이에서 자기가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도가는 사상은 경멸해도 이미지와 리듬은 소중하게 여기는 사상가”
『장자』를 번역하는 그레이엄의 원칙
그레이엄은 “복합적 텍스트를 번역하는 자는 십수 개의 공을 동시에 공중으로 던져 올려 저글링을 하는 자이다. 항상 그중 일부는 바닥에서 통통 튀고 있다”(86쪽)는 말로 『장자』번역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는 기존의 번역서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이 책을 내놓으면서 『장자』를 한 권의 단행본으로 이해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하며, 매끄러운 흐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균열들을 숨기고 차이들을 흐려버리며 운문을 산문에 흡수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런 번역은 결과적으로 장자를 변덕스럽고 수다스러우며 아는 체하는 노인네로 이상하게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도가는 사상은 경멸해도 이미지와 리듬은 소중하게 여기는 사상가이므로 “번역이 정말로 효과적인지를 판가름하는 최종 기준은 그 번역이 장자의 필체가 가진 비범하고 리드미컬한 에너지를 포착해내는지 여부에 있다”(85쪽)고 본다. 그것을 놓친다는 것은 곧 장자의 사유의 속도와 전환과 긴장을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자』의 철학적 문맥에 맞는 적합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레이엄이 번역한 『장자』를 다시 우리말로 옮길 때도 최대한 그레이엄의 의도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본문의 레이아웃 또한 영역본을 그대로 따랐다. 그레이엄이 직접 밝힌 번역의 구체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책 전체에서 동질적인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 예컨대 <내편>과 원시주의자 및 양가의 연달아 나오는 편들을 제외하고는, 빠뜨리는 것 없이 다 번역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2. 장자, 원시주의자, 양가, 혼합주의자의 사상에 각각 독특한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들은 그 사상들을 구별하고 그것들 사이에서 자기가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원시주의자의 편들처럼 순수하게 논문인 편들만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단락들로 구성된 산문으로 다루어야 한다. <내편>에는 다양한 형식의 글들, 이를테면 압운을 가진 일련의 4행시들, 화자가 불쑥 노래를 부르는 이야기들, 일련의 경구들이 포함된다. 각각은 번역될 때에도 거기에 상응하는 형식을 요하며, 인쇄된 지면에서도 그것의 구성에 적합한 레이아웃을 갖추어야 한다.
4. 산문은 산문으로, 운문은 운문으로 번역해야 한다. 한문 원문에서 운문은 해당 페이지의 레이아웃으로는 산문과 구별되지 않는데, 압운을 이루는 구절들을 시적인 산문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5. <내편>에 있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동질적인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여타의 글들은 대부분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신성불가침은 아니다. 장자가 자신의 메모들을 일정한 순서로 배열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연속성을 깨뜨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구절들은 더 적절한 문맥으로 옮길 수 있다. 또한 내적 근거에 따라 장자의 저술로 보이는 <잡편>의 단편들을 활용해서 <내편>에 있는 틈새들을 메울 수도 있다.
6. <외편>과 <잡편>에는 ‘장자 학파’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자료가 다량으로 존재한다. 이 자료들을 다루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주제에 따라 선별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채택된 에피소드들은 모두 완전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
7. 이상적인 번역본에는 원본처럼 처음 읽어도 즐겁고 명쾌한 대목들이 있는가 하면, 생략적이고 까다로우며 수수께끼 같은 대목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건너뛰든가 끝까지 붙들고 씨름하든가 해야 한다. 주춤거리는 리듬으로 조리 없이 헤매는 것은 번역자가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너무 쉽게 동양적 정신의 신비로운 작용들로 오해되곤 한다. 접기
평점 분포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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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훌륭할 수 없는, 장자 사상의 입문서,연구서라고 하고싶다. 장자 사상의 배경으로 `주체성`에 관한 송견,`사생활 속으로`의 양가,`위대한 이성주의자`로서 혜시,`보수적 도덕주의자`로서 공자 사상 등 `중국 고대 철학 전반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진 종합적인<장자> 연구서`이다. 구매
독서중 2015-06-1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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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며 첫 장을 넘기는데 설렌다.
유쾌하게 읽으며 철학적으로 다가서 보려 하기 보다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 고전의 매력에 먼저 빠져들고 싶다. 구매
치유 2015-03-10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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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그레이엄 편역, 『장자』 단상
이 책은 (과장을 섞어 말하면) 장자를 가장한 중국철학사 책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장자 책 자체가 단일한 저자에 의해 일관된 관점에 따라 쓰인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저자들이 남긴 단편을 이어붙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속에는 장자 본인의 생각과 더불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등장했던 장자주의자들의 생각, 장자의 사상에 일부만 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 모두가 담겨있다. 둘째, 이 책의 저자 그레이엄이 장자를 완전히 해체한 뒤,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구절들을 분류한 뒤에 재조립했기 때문이다. 이 분류는 장자 본인과 그의 동시대, 그리고 후대의 반응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각 장의 처음, 그리고 중간중간마다 그는 그 구절들을 이 곳에 배치한 문헌학적-철학적 이유와 그 의미를 밝히고 있다. 물론 처음 출간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기에 현재의 연구성과와 다소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부분 수긍이 간다. 그렇게 그레이엄의 장자는, 장자를 중심으로 기술된 춘추전국시대의 사상사다.
이 책은 그래서 기존의 중국 고전들에 대한 번역이나 연구서와, 특히 도가 계열의 책과 결이 약간은 다르다. 고전의 맛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풍스럽지도 않고, 메타포를 문자 그대로 이해해서 독자를 도사가 되는 길로 인도하는 실수를 않는다. 즉, 현대어로 이해 가능한 최소한의 합리성은 갖추었다. 물론 가장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영역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는 도가 사상 자체의 특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레이엄의 설명과 함께 읽는 장자는 ‘천천히 따져보며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영역 안쪽으로는 들어오는 것 같다.
이렇게 편역자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더라도, 장자의 생각은 여전히 철학의 역사 전체에서 가장 정복하기 힘든 높은 산 중에 하나다. 두께의 압박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그는 어떤 세계에서 살았으며, 어떤 세계를 넘어서려고 했을까? 장자 자신은 어떤 비전을 보았기에, 언어와 사고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무기에 대해 너무나도 쉽게 ‘잠정성’이라는 속성을 부여했던 것일까. 또 (그레이엄이 ‘원시주의자’로 묶어서 설명하는 사람들처럼) 세계 자체에 담겨있는 깊은 의미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게 했던 퇴행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초월을 논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문명적 사고방식도 반문명적 본능도 아닌 비문명적인 무언가란 대체 무엇일까? 그레이엄의 장자 해석을 보고있자면,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른다.
조금은 내 멋대로, 가장 속편하고 소박한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실천적 잠정성에 기반한 태도의 무한한 변화와 그에 따른 집착으로부터의 탈피. 나 스스로는 이런 사고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관점이 제시하는 여러가지 사고실험은, 가끔은 심심할 때 공상하는 소재로 쓸 수도 있으며, 더 가끔은 내 머리를 맑게 만들 때 이용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메타포와 문학적 수사로만 냅다 달리는 장자의 서술방식은, 이렇게 근거없이 납득하는 수작을 약간은 용인해주기도 한다.
파편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것을 한데 모아 정리한 편역자 그레이엄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장자를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그냥 장자를 조각조각 이해하련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장자에 나오는 우화를 인용해보기도 하고(가장 유명한 나비 이야기라든가, 우물 안 개구리,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다 홍수 때문에 죽은 미생 등등) 내게 대입시켜 생각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을 통독하면서 얻은 최고의 소득은, 내 앞에 놓여진 길을 조금은 풍성하게 만들어줄 몇몇 이야기를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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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2017-12-2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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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생경함과 해설의 훌륭함
전통적으로 읽어 온 중국 고전의 원문/번역/해설/주석의 방식과 달러서 당황했음.앞의 해설은 중국고전 번역의 어려움과 번역자의 위상도 고민하게 해주는 솔직함이 감흥을 줌.그러나 그레이엄의 번역이 레게나 왓슨 혹은 동양 번역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번역자께서 각주 혹은 후주로 세세 했으면 과거 그레이엄의 저작들이 번역 나왔을 때처럼 환호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그래서 원작은 해설과 원문 번역을 나눠서 출판 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최성균 2015-07-2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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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새창으로 보기
서양학자가 해석한 장자. 그동안 장자를 소재로한 가벼운 에세이 위주의 책들을 읽었는데.
이번에 공부겸해서 제대로된 장자를 골랐다.
기존 책과는 달리 작가가 장자를 쓴 사람들을 분류하여 편집을 하였다.
역시나 장자는 어렵다. 본문을 봐도 무슨말인지 잘 알수가 없었고, 주를 봐도 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허나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세상의 규정된 법칙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의 무한함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문구를 해석하는 것도, 규정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냥 장자를 읽고 무엇인가 말이나 글로 규정하지말고, 그냥 느껴보면 어떨가 싶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도가 아닌 법이니..
사실 끝까지 다 못읽고 중간에 포기하게 되었지만... 이는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자신이
아직 장자를 담을 그릇이 안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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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 2021-04-2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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