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Anthropocene)라는 화두와 같은 말을 처음으로 제기한 네델란드 대기과학자 #파울_크뤼첸(#Paul_J_Crutzen)의 짧은 글을 번역해보았다.
2002년 글이라 기후위기를 지금만큼 심각하게 느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연구사적 의미가 워낙 지대하다.
곧 출판될 인류세 관련 내 논문에 부록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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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지질학(#Geology_of_Mankind)"
파울 크뤼첸(Paul J. Crutzen) / 이찬수 옮김
2002년 글이라 기후위기를 지금만큼 심각하게 느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연구사적 의미가 워낙 지대하다.
곧 출판될 인류세 관련 내 논문에 부록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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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지질학(#Geology_of_Mankind)"
파울 크뤼첸(Paul J. Crutzen) / 이찬수 옮김
지난 3세기 동안 인간이 지구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확대되어왔다. 이산화탄소의 인위적인 배출로 인해 다가올 수천 년 동안 지구의 기후는 자연스러운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여러 면에서 인간 지배적 지질 시대(human-dominated, geological epoch)이며, 여기에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 이는 지난 10,000년에서 12,000년 사이의 온난기인 홀로세(Holocene)를 보완한다. 인류세는 지난 18세기 후반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극지방 얼음에 갇힌 공기를 분석해보니 그때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가 세계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1784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 기관 설계 시기와도 일치한다.
인류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력의 증대는 오래전인 1873년에도 인식되고 있었다. 그때 이탈리아 지질학자 안토니오 스토파니(Antonio Stoppani)가 “힘과 보편성에서 지구의 더 큰 힘들에 필적할 새로운 대지의 힘(new telluric force)”에 대해 말하면서 “인류지배시대”(anthropozoic era)라는 언급을 했다. 그리고 1926년 베르나드스키(V. I. Vernadsky)는 증가하는 인류의 강한 영향력을 이렇게 인지한 바 있다: “진화의 과정이 진행되어야 하는, 즉 의식과 사유를 증가시키는 방향이어야 하며, 그 주변 환경에 더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이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Teilhard de Chardin)과 베르나드스키는 인간 두뇌력(brain -power)이 그 자신의 미래와 환경의 형성을 위해 맡은 역할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정신권’(noösphere, ‘사유의 세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인류의 급속한 수적 팽창과 지구의 자원에 대한 일인당 착취는 급가속 되고 있다. 지난 3세기 동안 인구는 60억 명 이상으로 10배 증가했고, 이번 세기에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메탄을 생산하는 소의 숫자는 14억 마리로 증가했다. 지구(planet) 지표면의 30~50% 정도가 인간에 의해 착취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종의 멸종이 급증하면서 열대 우림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댐의 건설과 하천의 유역 변경은 흔한 일이 되었다. 접근 가능한 모든 담수의 절반 이상이 인류에 의해 사용된다. 수산업은 용승 대양 지대(upwelling ocean regions)에서 일차 생산량의 25% 이상을, 온대 대륙붕에서는 35% 이상을 없앤다. 에너지 사용이 20세기 중에 16배로 늘어나 연간 1억 6천만 톤의 이산화황을 대기 중에 배출시켰는데, 이는 자연상태 총 배출량의 두 배 이상이다. 농업에서 사용되는 질소 비료는 전체 지상 생태계에 자연적으로 갖춰진 것보다 더 많다. 화석 연료와 양적 생물 자원(biomass)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일산화질소도 자연 배출량을 능가한다. 농업과 화석 연료의 연소는 ‘온실’ 가스의 농도를 이산화탄소의 30%, 메탄은 100% 이상 증가시켜, 지난 40만 년 사이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는 더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효과들은 주로 세계 인구의 25%에 의해서만 발생되었다. 그 결과는 무엇보다도 산성비, 광화학 ‘스모그’, 기후 온난화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이에 따라 지구는 금세기 동안 1.4~5.8°C까지 따뜻해질 것이라고 한다.
많은 독성 물질들이 환경 안으로 방출되고 있다. 독성은 없다고 해도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있다. 가령 클로로플루오로카본은 남극 지역에 ‘오존 구멍’을 초래했다. (지금은 규제되고 있지만,) 사태는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할로겐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성질은 1970년대 중반 이래 연구되어왔는데, 만일 염소가 브롬처럼 화학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면, 그때까지 오존 구멍은 남극의 봄에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연중 계속되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지혜보다 운에 더 의존했다면 이 파국적인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운석 충돌, 세계 대전 또는 대전염병과 같은 지구적인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주요 환경적인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과학자와 기술자들 앞에는 인류세 시대 동안 환경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관리하며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벅찬 과제가 놓여있다. 그러려면 모든 범위에서 인간이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여기에는 기후를 ‘최적화’하기 위한, 국제적으로 수용할만한 대규모 지구공학 프로젝트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대체로 우리는 여전히 ‘미지의 대지’(terra incognita)에 발을 디디고 있는 중이다.
Paul J. Crutzen, “Geology of Mankind”, #Nature vol.415 (2002), p.23(#이찬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