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내사를 빛내신 이 사람에게 듣는다
◈ 박취산(朴翠山) 선생을 찾아서
인터뷰·정리 / 淳定·水晶
참 깨달음이 지금여기의 현실 속에 있는 것이라면, 그다지 두드
러지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대중들 한가운데 어
우러져, 고요하지만 변화무쌍한 삶의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
지금여기는, 이미 뜻대로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지혜와 남다른 항보를 살핌으로써, 과거
또
는 특별한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에게 지금여기를 살아
가는 적극적 삶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실)
순정 선생님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는‘정신세계의 대부’라
고까지 얘기하더군요. 언제부터정신세계쪽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취산 3 0대 후반에야 그런 쪽에 관심이 있었지요. 고맙게도 말야. 뭔가 깨달아
서 영생을 얻겠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고 그저 그쪽이 재미가 있었거든요.
순정 번역도 그 때부터 시작하셨습니까?
취산 그런 셈이지요. 번역 일은 나 혼자 독학을 했던 셈이예요. 그러다보니 감
각도 생기고 더 잘하게 되고 자꾸 늘었지요. 결국은 몇몇 아는 사람들이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 부탁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 당시 번역 일은 사람들에
게 별로 인기가 없었고 보수도 형편없었어요. 출판사 쪽에서도 번역료는 되도
록 깎으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궁하긴 했어도 나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았으니
까, 실은 하기도 했지. 워낙 배가 고팠으니까(웃음). 허나 그런 건 잠시 잠깐이
고 정신세계에 관련된 책자는 꾸준히 한 셈이지요.
수정 듣기로는 선생님이 정신세계에 관련된 책자들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
개하셨다는데 그것이 사실인지요?
취산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겝니다. 왜냐하면 난 항상 첨단을 갔
으니까. 이상하게도 나에겐 언제나 첨단이 주어졌어요. 그런 책자들을 선택하
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인데 나에겐 고맙게도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주어졌지
요.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거지요.
수정 하지만 그것도 어떤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요?
취산 아마 전생을 끝내고 금생에 들어서면서 내 자신이 그런 설계를 했겠지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게 만인의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순정 정신세계에 관련된 서적들을 많이 번역, 소개해 오셨는데 그런 일들이 깨
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취산 도움이 되기도 했고 동시에 방해가 되기도 했겠지요. 언제나 양면이 있는
거니까. 두 날의 칼이라고 하지 않아요? 입으로 뱉는 말을 글씨로 옮겨 놓으면
책이 되는데 기록된 것들은 전부 무가치한 거지요. 왜냐면 사람들의 대체적인
성질이 뭔가 자꾸 붙들려고 하는 것을 볼 수가 있거든. 책이면 책, 말이면 말을
자꾸 붙들려고 하는 게요. 물론 책은 붙들 수가 있지, 물질로 된 것이니까. 그러
나 책의 알맹이는 말이지 않아요? 말은 붙들 수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사람들
은 그것을 금방 까먹지요. 그것은 한번 울리면 끝나는 것이고 없는 것인데…
(잠시 침묵) 또 한가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요. 취산이 직업적으로
많은 번역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정신적인 책들을 번역을 했다 하는데, 그것이
아니고 그런 책들을 읽다 보니까 이런 좋은 책들을 나 혼자 읽기엔 너무 아까운
게 아니냐 는 생각이 들었던 게요. 이런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
데, 가까운 예로 내 아내에게 읽어줘도 아 좋군요, 하고 감탄을 하는데 여러 사
람들이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번역을 시작했던 거지요.
수정 지금까지 옮기신 작품들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으십니까? 저도
사실 선생님이 번역하신 몇 작품을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만.
취산 글쎄. 그런 작품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었으니까. 하지만 크리슈나 무르티의 말이 내게 하나의 획을 그어준 건 사실이
예요. 지금도 그를 추종하고 그의 환영과 말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과정일 게요. 영원히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
니까. 그의 단순하고 희귀한 가르침이 나에게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요.
순정 이런 말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여기서 오랜 동안 영적 추구를 하다가 그
래도 부족하니까 좀더 나은 세계로 가고자 미국행을 결심하셨다고 말입니다.
취산 그렇게 말한 사람들의 상상이 가미되어서 그러는데 그 말도 반은 옳아요.
그러나 떠나면서 의도적으로 이젠 그런 일은 그만 하자 하는 생각도 있었지요.
맨날 말 듣고 사람 쳐다보고 해보았자 말짱 헛거라는 거지. 혹시나 해서 가보면
그 때뿐이고 모든 것이 말의 유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요.
수정 사람들이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보름마다의 편지’얘기를 자
주 하는데 그것은 누구에게 보낸 어떤 내용의 편지였습니까?
취산 내가 8 7년도에 미국으로 갔으니까 벌써 1 5년이 넘었군요. 사람이, 왜 뭘
하지 않으면 허전해서 못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아요? 나는 이제는 그런
상태는 벗어나지 않았나 싶은데, 그 때만 해도 허전하고 뭔가 하지 않고는 못견
뎌 했지요. 그 때 번개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어요. 내가 가진 생각과 신념
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 싶었던 게지.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책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모양이야 어찌 되었든 읽을 사람들은
세상에 분명히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은 계속해서 읽을 게 아니냐 생각을 했던
거지요. 그 때만 해도 생명의 실상을 많이들 읽을 때니까 그 내용을 담아서 보
름마다 한 번씩 그 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보낸다는 것이었지요.
가장 싸고 흔한 종이(시험지)에다가 등사를 해서 처음엔 백여명에게 무조건 보
냈어요. 그러니까 한 사람 두 사람 반응이 오고 독자들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나름대로 재미있게 꾸며서 1 0호까지는 무료로 제공했는데, 그러다보니돈이 궁
해져서, 안되겠다 싶었는데 열렬한 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금방 6 0 0명정
도로 늘어나서 할 수 없이 독자들에게 돈을 보내달라 했지요. 그 때 금비문화
사장이 참 많이 도와주었어요. 그런데 3 0호가 되었을 때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내 자신이 더 이상 줄 게 없었거든요. 사실‘생명의 실상’얘
기만 써도 되긴 되지만, 그런 내용의 간행물이 없으니까 읽는 사람들에겐 감지
덕지였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어요. 맨날 그런 얘기를 해야 무슨 소용이 있느
냐 아무 것도 아니다, 눈으로 보는게 좋고 귀로 듣는 게 좋지 남는 게 뭐냐 맨날
그 타령아니냐, 이런 회의가 들었던 거지요. 그러나 쉽게 그만둘 수도 없었어
요. 약1 0 0 0명의 독자들이 보름 동안을 기다렸으니까. 사실 그들에겐 그것이 최
신의 정보였던 거지요. 감히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얘기들, 외국 서적에서 소
개한 얘기들이었으니까요.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먼저 미국에 가 있던 나의 아내가 초청장을 보내 왔더군
요. 미련 없이 미국행을 선택했지요. 어느 마지막 호에 돌연 이것이 끝이다 하
고 마감을 했던 겝니다. 그래서 미국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정읍으로 가
뜻있는 사람들과 향토집을 지어 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 곳에서 차
밭을 일구다가 미국으로 들어갔던 거지요.
수정 밝은생활사라는 출판사도 운영하시지 않았나요?
취산 잠시 동안 그랬지요. 보름마다의 편지를 내기 직전의 일이었으니까. 밝은
생활사 잡지를 내려고 시도하다가 안되고, 그러다보니 허전해서 보름마다의 편
지를 하게 된 것이지요.
순정 그럼 출판사를 내게 된 동기도 많은 정보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하신 건가요?
취산 그렇지요. 번역을 했던 마음하고 똑같은 의도에서 시작한 거니까. 출판을
거쳐야 많은
사람들 손에
들어가잖아요.
수정 밝은생
활사라는 이름
이 어떤 의미
가 있는 겁니
까?
취산 우리나
라 사람들은
어려운 말을
많이 쓰는데
사실 어려운
말은 딱딱하거든요. 서양 사람들은 발표를 아주 잘해요. 그것이 동양 사람들하
고 다른 점이지요. 매체가 개발이 되는 대로 속속 발표를 하는데, 그러다보면
매력적인 말들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그런 말들을 우리말로 번역해보면 유연
성이 없이 아주 딱딱한 경우가 많지요. 예를 들어 퍼지티브라는 말이 있지요.
적극적,양적이라는 말인데 적극적 생활방식이 곧 밝은 생활 아닌가요? 나는 그
것을 주장한 사람이니까 밝은 생활보다 더 적극적인 말이 어디 있겠어요?
수정 그렇군요. 그 느낌이 아주 좋더군요. 그리고 선생님은 일찌기 T M이나 요
가도 두루 경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이런 분야에 심취에 있거나 관심
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취산 누구나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할 것
은 그것이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거지요. 밟고 넘어가는 계단이라는 것을 잊
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군요.
순정 또 선생님은 아봐타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셨잖아요? 벌써 수백 명의
아봐타가 탄생해서 지난 5월엔 경주에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마스터코스까지
열렸는데, 아봐타가 뭡니까? 정신수련 같은 건가요? 그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
을 위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취산 사람들이 아봐타를 받아들이는 기본적인 태도가 늘 두 가지가 있지요. 단
전호흡이나 T M이나 요가처럼 최신의 발전된 수련법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한 부류고, 다른 하나는 숫자는 적지만 이거야말로 사람이 어떤 존재다 라는 것
을 단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방법이니까 수련과는 다르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
들이 또 한 부류지요. 사실 후자 쪽이 맞는 거지요. 전자 쪽은 뭔가 발전하기 위
해서는 매일 어떻게 해야 된다는 처방이거든요.
요가도 그렇고 단전호흡도 그
렇고 하루에 한 번씩은 해야 되는 거란 말이지요. 뒤집어 놓고 보면 그것을 안
하면 소용없다는 얘기지. 아봐타는 그런 게 아닙니다. 뭐가 어떻게 하면 어떻게
되니까 어떻게 하시오 가 아니지요. 아봐타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
을 몸소 경험함으로써 알 수 있는 거지요. 그 다음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으니까 당신 살고 싶은 대로 사시오, 이거거든요. 아봐타는의
사든 거지든 비교 없이 만족을 하는 거고.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지요.
순정 그걸 오해하면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
을까요?
취산 왜 그런 걸 걱정할까. 아봐타는 오해할 걸 걱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봐
타가 자기 사랑이라는 것이죠. 정말 자기 자신이 좋으면 남들도 그 파동으로 나
를 사랑하게 된다 이거지요. 남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굳이 그런 말 할 필요가
없단말이지요. 당연히그렇게 되는 거니까.
수정 아까 아봐타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 거라고 하셨는데 아봐타만의 어
떤 사명은 없습니까?
취산 아이고 그게 사명 아니오? 자기 뜻대로 사는 것 말이요. 그건 고급스런
용어지요.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살 때 남을 죽이거나 피해를 입히지 않지요.
그저 자기 신명에 사는 거지. 하나하나가 창조요, 경험이라는 걸 다 알고 있으
니까 말예요.
순정 아봐타는 언제 알게 되셨습니까?
취산 9 2년 2월에 미국에서 아봐타를 처음 알았지요.한국에서 내가 아는 사람
들이 돈을 보내주어서 3월에 미국에서 아봐타를 했으니까. 해리 팔머가 개발한
의식 프로그램인데 진짜 물건이었어요. 이 좋은 느낌을 여러 사람과 빨리 나누
이 사람에게 듣는다고 싶어서 교재를 밤을 새서 번역을 하고 만들었지요
수정 지금까지 경험의 결과로 정신세계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
은 얘기가 있다면 한 말씀해 주십시오.
취산 먼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깨달음
을 추구했던 사람들은 마치 물에 뜬 기름처럼 현실과 유리되어 왔거든요. 현실
에 몸 담고 살면서 정신세계 속에 사는 듯한 모습이었던 겁니다. 과거엔 나 자
신도 그렇게 살아왔었으니까. 늦깎이였던 셈이지요. 지금에야 내가 깨달은 것
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현실과 유리되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현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자신의 능력껏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값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현실이 구차하고 물질적
으로 풍요롭지 못한 이유는, 물질을 천시했던 이유가 커. 그렇다면 굳이 이 지
구라는 물질세계에 있을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들이 정신세계를 추구할 수 있
었던 것은 항상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노력
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가 있었던 거니까. 바꾸어 말하면 그들
이 자신을 이끌어 달라는 의미도 포함된 것이 아닐까요? 물에 떠도는 기름은
오히려 물만 오염시키는 거죠. 물과 기름이 섞여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는 것,취
산이 바라는 것이지요.
순정 다소 엉뚱한 질문이긴 하지만 정신세계의 탐구자로서 앞으로 우리 지구
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취산 글쎄, 나는 그런 거창한 문제를 예언하거나 투시하지도 못하며 예언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인류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한이 없이 계속 되지요. 수많은 예언자나 선각자들이 2 0 0 0년
을 하나의 고비라고 말하는데 맞는 말일 겝니다. 지구사회가 민족, 국가라는 조
그만 테두리에서 자꾸자꾸 무너져 큰 테두리로 변할 것이요, 마지막엔 그 테두
리가 없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인종이나 민족이라는 것의 개념
이 다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고 민족이나 국가의 테두리가 아닌, 기호가 같은 사
람들끼리 모여서 사는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뜻이지요.
저는 갈래갈래 쳐 놓은
울타리, 곧 국경이 없어진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세기 중반에
나누어진 민족, 국가를 1 0 0으로 친다면 지금은 점점 많아져 자꾸 울타리가 좁
혀지고 있단 말이지요. 그래서 서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고 싸움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투쟁, 즉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는 것이 지금 현실의 짜임새인 거지요. 그러나 취산에겐 눈에 띄지 않
는 자연과학 (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 지금까지 과학의 틀을 벗어
난 우주 에너지가 2 0 0 0년 이전에 확실히 실현된다고 보여지거든요. 그렇다면
에너지가 값인데 그것이 거저 얻어진다면 돈에 대한 가치가 희미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절로 울타리가 넓어짐을 예상할 수가 있지요.
하지만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데는 반드시 저항과 갈등이 생길 게요. 사람들
은 있는 곳에 있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으니까. 그러나 변화는 필연이지요. 점점
변해가는 속도가 가속화 되고 있으며 이런 속도로 간다면 그런 상태가 다가오
는 시점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겠지요. 대중을 이끄는
지도자는 그 방향을 알고 이끌어 가야 할 겁니다.
수정 그럼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정치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취산 현실은 항상 어떤 짜임새가 있기 마련이지요. 대중이 있고 안내하는 지도
자가 있어서, 여기서 통치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겁니다. 마치 그리스도의 이름
으로 너를 구원한다 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제도를 한다 하면 언제나 제
도를 당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다시 말하면‘내가 너를 구해주겠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게지요. 그래서
위에서 다스리니까 높고 아래에 있으니까 천하다는 생각이 생겨나기도 했겠지
만,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거지요. 높고 낮음이 없이 우린 각자 있는 위치에
서 자신의 할 일을 다하는 것뿐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치란 말을 버렸
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회경영이라던가, 어떤 새로운 말을 만들어도 좋겠지
요.
사회경영자가 꼭 높은 학벌이나 화려한 경력을 가질 필요는 없지요. 정견,공약
도 소용없는 게요. 항상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 사람이 계속한다는 것도 우스
운 얘기고.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회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듯이, 사회경영
자는 권모술수를 쓰지 말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끌면 되는 게지
요. 그때그때의 변화에 순응하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끄는 사회인류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정치형태라고 보면 될 겁니다.
순정 우리나라의 당면한 문제, 남북통일에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취산 나는 그 통일이라는 말에 대해서 우선 한마디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말의
힘이 늘 사람에겐 엄청난 도구로 작용한단 말이지요. 그런데 그 통일이라는 말
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원래가 하나였으니 통일이라는 말보다 재통일이라는
말이 맞는 거죠. 두 개였던 것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통일인 게요.
원래가 재통
일인데 통일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통일의 요소가 따로따로인거나 마찬가지 아
닐까요? 뒤집어 말하면 우리는 원래 따로따로였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현대적
사회경영자가 있다면 이제는 재통일(재결합)이라고 말을 바꾸었으면 해요. 하
나가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되는 거지요. 혹자는 이렇게 말할 테지요.
삼국통일도 있었는데 남북통일이야 - 그러나 그것은 차원이 다르지요. 부분부
분들은 모두 아래 차원에 있거든요. 높은 차원에서의 어우러짐을 위해서 아래
차원에서의 어우러짐이 먼저 있어야 하듯이, 지금은 인류전체의 진화 단계에
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남북 통일이 되느니 안되느니 말하기 이전에 위에서
말했듯이 경계선 즉 울타리라는 높은 벽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
요.
수정 끝으로 이건 아주 개인적인 질문인데, 현대인들은 많은 병을 앓고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도 암이라는 큰 병을 경험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 현
대의학에 의존하기보다는 나름 대로의 방법으로 극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얘기를 해주실 수 있는지요?
취산 물으니 할 수 없이 얘기해야겠죠. 병이라는 것이 몸에 나타나는 거니까
물질적인 거겠지요? 그런데 몸과 마음이 하나다 라는 말이 있지 않아요. 즉 몸
은 마음인 거죠. 마음에 병이 물질화된 거지요. 병은 마음의 부조화요, 부조화
가 사라지고 조화가 이루어지면 병은 자연히 사라지는 거니까.
순정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취산 사람들이 알긴 뭘 알아요. 사실 뭔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꾸자꾸 많
아지고 또 아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아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아는
것일 뿐이예요. 현대적으로 말하면 경험을 하는 것하고 지적으로 이해하는 것
은 다른 것이지요. 몸에 이상이 느껴져서 병원에 가보니까 암이라고 하니, 난
오히려 속으로, 아 그런 거라면 문제 없다 했지요. 만약 간이 썩어 간다면 방부
제를 써야 하지 않나 생각했겠지만 암은 마음의 부조화가 그대로 나타난 거니
까 그야말로 세상의 가르침으로 생각한 게요. 신이 나에게 아는 체하고 떠들고
있지만 마음의 부조화로 생긴 거니까 너 한번 조화롭게 해봐라 하고 시험문제
를 주는구나 생각했지요. 난 속으로 외쳤어. 암이면 괜찮아. 암이면 쉬워. 이렇
게 말야.
9 2년도에 아봐타를 했으니까 9 1년에서 9 3년까지 병을 갖고 있었던 셈이군.
수정 2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신 건가요?
취산 투병? 내겐 투병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전혀 난 불편한 게 없었어
요. 단지 아프면 짜증이 난 것 뿐이죠. 암은 암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었거든
요. 의사가, 다 알 만한 사람이 수술할 생각도 안하고 당신 이상한 사람 아니냐
고 말이지요. 알겠지만 원래 암에는 치료가 없는 거죠. 그저 떼어내는 것 뿐이
죠. 그러다가 어느 날 누가 무우즙을 먹으라고 권유했어요. 참 재미있다는 생각
이 들어서 시키는 대로 했죠. 그런데 사흘만에 몸이 가벼워지더니 아주 거뜬해
졌지요.
수정 처음부터 나을 수 있다는 신념이 있으셨습니까?
취산 항상 조화롭게 살라고 얘기한 사람이 부조화로 병이 생겼으니 그저 그것
을 있는 그대로 느낀 거지요. 죽음이 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어요. 그저 순진
하게 살자 했지요. 약을 먹고 치료를 해보았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순정 선생님의 말씀이 아픈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지금까
지 말씀 고맙습니다. 앞으로의계획이 있으시다면?
취산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아 왔고, 지금도 내 뜻대로 살고 있으니 뭐 특별히
꿈꾸는 것이야… 굳이 말한다면 이런 게요. 취산은 이 세상 수많은 벗들의 도움
으로 살아오고 있으니 - 그 도움이란 역시 사랑일 테지 - 얼마간이라도 그 보답
을 하고 싶다는 것이지요.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관계없겠지요. 하지만, 이 행
성 지구의 역사가 대전환의 흐름 앞에 선 지금이야 물질적인 어떤 것이 그다지
가치있겠소? 나는 물론이거니와 벗들도 부디 뜻대로 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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