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6

알라딘: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알라딘: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History of philosophy
Julián Marías

Thorough and lucid survey of Western philosophy from pre-Socratics to mid 20th century: major figures, currents, trends, literature, significance, and more. Valuable section on contemporary philosophy — Brentano, Ortega, Heidegger, others. One of the best elementary history of philosophy available. "Brevity and clarity of exposition..." — Ethics.
$6.49 (USD)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 존재에 관한 인간 사유의 역사
훌리안 마리아스 (지은이),강유원,박수민 (옮긴이)
유유2016-08-24
원제 : Historia de la filosofia (1941년)






정가
47,000원
판매가
42,300원 (10%, 4,700원 할인)


9.2100자평(9)리뷰(1)
이 책 어때요?
802쪽
152*223mm (A5신)
1444g
ISBN : 9791185152523

책소개
에스파냐의 철학사학자 훌리안 마리아스 학문의 집대성.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부터 오르테가 이 가세트까지 서양 철학의 도저한 역사와 그 핵심 내용을 형이상학의 관점에서 일이관지한다. 그에 따르면 철학과 철학사 사이에는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다. 철학은 역사적이며, 철학사는 철학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철학사는 철학자들의 견해들에 관한 박식한 서술일 뿐 아니라 철학의 실재 내용을 제대로 상술하므로 틀림없이 철학이다. 철학은 어느 하나의 철학 체계 안에서 소진되지 않는다. 오히려 철학은 모든 철학 체계들의 참된 역사로 이루어진다. 이 책은 그 증거다.


목차


역자 서문
서론

제1부 희랍 철학

희랍 철학의 가정들

I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
1 밀레토스 학파
2 피타고라스주의자들
3 파르메니데스와 엘레아 학파
4 헤라클레이토스에서 데모크리토스까지
A) 헤라클레이토스│B) 엠페도클레스│C) 아낙사고라스│D) 데모크리토스

II 소피스트들과 소크라테스
1 소피스트들
2 소크라테스

III 플라톤
1 이데아
2 실재의 구조
3 이데아론에 의해 생겨난 문제들
4 시민과 도시 정체
5 철학

IV 아리스토텔레스
1 앎의 층위들
2 형이상학
3 존재의 양상들
4 실체
5 논리학
6 자연학
7 영혼론
8 윤리학
9 정치학

V 지혜로운 인간의 이상
1 소크라테스 전통의 윤리 철학들
A) 퀴니코스 학파│B) 퀴레네 학파
2 스토아주의
3 에피쿠로스주의
4 회의주의와 절충주의
VI 신플라톤주의

제2부 기독교

기독교와 철학

I 교부학
II 성 아우구스티누스
1 생애와 품성
2 철학
3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의의

제3부 중세 철학

I 스콜라주의
1 이행의 시기
2 스콜라주의의 특징

II 중세의 중심 주제들
1 천지창조
2 보편자들
3 로고스

III 중세 철학자들
1 스코투스 에리게나
2 성 안셀무스
3 12세기
4 동방의 철학자들
A) 아랍 철학│B) 유대 철학
5 13세기의 정신세계
6 성 보나벤투라
7 아리스토텔레스적 스콜라학
A) 성 알베르투스 마그누스│B) 성 토마스 아퀴나스
8 로저 베이컨
9 에스파냐에서의 기독교적 철학
10 둔스 스코투스와 윌리암 오캄
A) 둔스 스코투스│B) 윌리암 오캄
11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12 중세 철학의 마지막 국면

제4부 근대 철학

르네상스

I 르네상스의 세계
1 정신적 배경들
2 인문주의 사상

II 근대 철학의 시작
1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2 조르다노 브루노
3 근대의 자연학
4 에스파냐의 스콜라주의

17세기 관념론

I 데카르트
1 데카르트 문제
2 인간
3 신
4 세계
5 이성주의와 관념론

II 프랑스에서의 데카르트주의
1 말브랑슈
2 종교 사상가들

III 스피노자
1 형이상학
2 윤리학
3 생존 욕구로서의 존재

IV 라이프니츠
1 라이프니츠의 철학적 상황
2 라이프니츠 형이상학
3 인식론
4 변신론

경험주의

I 영국 철학
1 프란시스 베이컨
2 홉스
3 이신론
4 로크
5 버클리
6 흄
7 스코틀랜드 학파

II 계몽주의
1 프랑스 계몽주의
A) 백과전서│B) 루소
2 독일 계몽주의
3 역사에 관한 비코의 학설
4 에스파냐의 계몽주의 철학자들

III 근대의 형성
1 철학과 역사
2 이성주의 국가
3 종교개혁
4 근대적 사회
A) 지적 생활│B) 사회적 변화
5 신의 상실
-----------
독일 관념론
I 칸트
* 칸트의 학설
1 초월론적 관념론
2 순수 이성 비판
A) 판단들│B) 공간과 시간│C) 범주들│D) 전통 형이상학 비판
3 실천 이성
* 칸트 철학의 문제들
1 칸트 철학에 대한 해석들
2 인식론
3 존재
4 철학

II 피히테
1 피히테의 형이상학
2 피히테의 관념론

III 셸링

IV 헤겔
1 헤겔 철학의 개요
2 정신 현상학
3 논리학
4 자연 철학
5 정신 철학

V 낭만주의 시대의 사상
1 문예 운동들
2 역사학파
3 슐라이어마허와 종교 철학
4 관념론에서 도출된 사상들
5 쇼펜하우어
--------------
19세기 철학

I 감각론에 대한 승리
1 멘 드 비랑
2 유심론

II 콩트의 실증주의
1 역사
2 사회
3 과학
4 실증주의의 의의

III 실증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철학
1 프랑스의 사상가들
2 영국 철학
3 독일에서의 실증주의 시기

IV 생의 발견
1 키르케고르
2 니체

V 전통 형이상학으로의 귀환
1 첫 시도들
2 알퐁스 그라트리

제5부 현대 철학

I 브렌타노
1 철학사에서 브렌타노의 위치
2 심리학
3 윤리학
4 신의 현존

II 생의 이념
1 딜타이
2 지멜
3 베르그손
4 블롱델
5 우나무노

III 영미 철학
1 프래그머티즘
2 인격주의
3 그 밖의 동향들

IV 후설의 현상학
1 이념적 대상들
2 의미들
3 분석적인 것과 종합적인 것
4 의식
5 방법론이자 관념적 논제로서의 현상학
6 현상학적 철학

V 가치론
1 가치의 문제
2 셸러
3 하르트만

VI 하이데거의 실존 철학
1 존재의 문제
2 현존재 분석
3 ‘실존주의’

VII 오르테가와 생적 이성의 철학
1 오르테가의 품성
2 오르테가 철학의 탄생
A) 관념론 비판│B) 발견의 국면들
3 생적 이성
4 인간의 생
5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생

후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접기

-------------------------------------

책속에서



P. 20~21 종교, 예술 그리고 철학은 인간에게 실재 전반에 관한 총체적인 확신을 준다. 그러나 본질적인 차이점이 없지는 않다. 종교는 인간에 의해 수용되고 신에 의해 무상으로 주어진, 하나의 확실성이다. 그것은 계시된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확실성을 스스로 성취하지 않는다. 즉 인간은 그것을 쟁취하지 않는다. 그 확실성은 인간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예술 또한 인간 자신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어떤 분명한 확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러한 확신에 근거하여 인간은 자신의 삶 전부를 해석한다.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러한 신념은 그것 자체로 정당화되지 않으며 설명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자기 고유의 증거를 갖지 못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떻게 해서 그러한 확신이라는 귀결에 이르렀는지를 대답할 수 없다. 이와는 다르게 철학은 근본적이고 보편적이면서도 자율적인 확실성이다. 다시 말해서 철학은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것은 자신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증명한다. 철학만이 입증을 추구하는 것이다. 철학은 항상 자신의 확실성의 근거를 갱신한다. 접기
P. 79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귀납적 추론과 보편적 정의’가 소크라테스의 공헌이라고 단언적으로 말한 구절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이 두 가지는 다름 아닌 앎의 시작과 관련되어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덧붙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할 때, 이를테면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는 ‘규정’을 요구한다. 어떤 사물을 규정한다는 것은 그것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므로, 결국 그것이 무엇인지를 명시하는 것이다. 즉 그것의 본질을 명시하는 것이다. 규정은 본질로 이어지고, 단순한 안목 또는 분별로 이해되던 앎은 소크라테스의 노력을 통해 사물들이 무엇인가를 말하게끔 하고 그것들의 본질을 발견하게 하는, 어 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앎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부터 소크라테스 사유가 가진 풍부함이 펼쳐지고, 진리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며, 소피스트들이 외면했던 존재의 관점에 다시금 집중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진정 사물들은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본질을 규정하는 이러한 과정은 이데아에 관한 플라톤의 이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접기
P. 207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유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근대 철학의 요소가 될 ‘내밀함’을 함축한다. 우리는 그의 철학이 어떻게 내적 인간에 토대를 두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는 인간에게 자기 영혼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자신과 함께, 그리고 신과 함께 자기를 발견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성 안셀무스가 처음으로 배우고 그를 통해 서구의 모든 신비주의가 배우게 될 위대한 가르침이다. 아고라와 포룸의 사람들이었던 고대인을 특징짓는 외재적 세계로의 비상飛上과는 대조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아의 조용한 내면 속에서 자신을 찾는다. 이로써 데카르트와는 다른 가정들을 통해 도달하지만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유사한 다음 언명에서, 그는 확실성의 가장 높은 기준은 자아라고 확언한다. ‘누구든지 자신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며, 그가 이해한 이것에 대해 확신한다’. 접기
P. 443 이념들은 철학의 영역에서 구상되지만 결국에는 역사적 결과들을 낳아놓는다. 개념들은 일반화되고, 대중들에게 뻗치는 역동적인 힘으로 서서히 전환된다. 이러한 현상은 늘 있어왔지만 지금 우리가 살펴볼 시대에는 전례 없이 대규모로 일어난다. 우리가 계몽주의 시대라고 알고 있는 18세기 전체는 이전 세기들에서 구상된 이념들이 영향력과 현실성을 얻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시대는 어느 정도 이념들 위에서 진행되지만, 반드시 이념들이 스스로를 이념들로서, 즉 이론들로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이념들은 자신들을 위장함으로써-예를 들어 전통적 형식들로 위장함으로써-힘을 얻는다. 그렇지만 18세기에는 이념들이 바로 이념들이라는 이유 때문에 중요했다. 사람들은 그러한 이념들에 따라, 즉 이성(raison)에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 이념들은 스스로를 위장할 필요가 없었고, 그에 따라 최대의 힘을 얻었다. 접기
P. 466 형이상학의 시작을 대변하는 파르메니데스에서 존재는 사물들의 실재적인 특성이며, 하나의 색처럼 사물들 안에 있는 것이지만 모든 다른 가능한 특성들보다 선행하는 방식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파르메니데스에서 사물들은 실재적이지만 관념론 철학에서는 경우가 다르다. 존재는 실재적이지 않고 초월론적이다. 내재적(immanent)이라 함은 안에 머물러 있는(immanet, manet in)을 의미한다. 초월적(transzendent)이라 함은 무엇을 넘어서거나 초월하는 것을 뜻하며, 초월론적(transzendental)이라 함은 초월적인 것도 내재적인 것도 뜻하지 않는다. 하나의 탁자는 존재라는 특성을 가지지만, 탁자의 다른 모든 특성들 또한 존재라는 특성을 갖는다. 존재라는 특성은 나머지 모든 것들에 스며들어 그것들을 감싸지만, 그것들 중 어떠한 것과도 섞이지 않는다. 모든 사물들은 존재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에 따라 존재는 사물들 간의 다리를 제공한다. 이것이 초월론적 존재이다. 접기
더보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6년 9월 9일자 '학술.지성 단신'



저자 및 역자소개
훌리안 마리아스 (Julian Marias) (지은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유럽과 미국에서 철학사가이자 철학교육자로 잘 알려진 훌리안 마리아스는 마드리드 학파의 창시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가장 유명한 제자이다. 마리아스는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나,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프랑코 군부 독재를 비판하는 구절 때문에 대학에서 거절당했다. 이때 에스파냐에서 가르치는 일조차 금지당했던 그는 194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교, 예일 대학교 등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이후 그는 다시 에스파냐로 돌아와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2005년에 사망했다. 그가 ... 더보기


최근작 :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 총 51종 (모두보기)

강유원 (옮긴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 역사, 문학, 정치학 등에 대한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써 왔다. 오랫동안 개인 플랫폼에서 ‘책읽기 20분’을 진행했으며, CBS ‘라디오 인문학’과 KBS 제1라디오 ‘책과 세계’ 등 방송에서도 전문 서평가로 활동했다. 《책》 《책과 세계》 《주제》 등의 서평집과 《인문 古典 강의》 《역사 古典 강의》 《철학 古典 강의》 《문학 古典 강의》 《숨은 신을 찾아서》 《에로스를 찾아서》 등을 썼으며, 《경제학 철학 수고》 《철학으로서의 철학... 더보기


최근작 : <책 읽기의 끝과 시작>,<에로스를 찾아서>,<문학 고전 강의> … 총 42종 (모두보기)

박수민 (옮긴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으며, 2001년부터 원전강독 모임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헤겔 근대 철학사 강의』(공역, 이제이북스, 2005)를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작 :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정통 철학의 문제의식과 개념들에 따라 철학자들의 이론 체계를 서술한 표준 철학사. 철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공부와 사유의 토대로서 익혀야 하는 ‘종합적 학으로서의 철학’의 역사를 개념과 맥락을 잡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

정통 철학의 문제의식과 개념들에 따라
철학자들의 이론 체계를 서술한 표준 철학사
철학사가이자 교육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훌리안 마리아스의 『철학으로서의 철학사』(Historia de la filosofia)는 1941년에 처음 출간된 철학사 책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유럽에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에서 등장한 최고의 기본 철학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스파냐어본은 30쇄 이상을 거듭하며 읽혔으며, 마리아스의 감수 아래 1967년에 처음 번역된 영어본(『History of Philosophy』)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철학사 수업을 위한 텍스트로서,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지만 제대로 된 입문서로서 현재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이 이렇게 많은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는 이유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서구 철학사를 온전하고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본적인 철학자들과 흐름들을 다루면서도 철학자 개인의 전기적 자료들까지 조망하고 있으며, 서구 사상사의 연결선상에서 각각의 철학 이론들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까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통 철학의 문제의식과 개념들을 근간으로 철학 이론들을 서술함으로써, 철학사의 주요 테제들을 연결하는 끈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즉 철학자와 철학자를 잇는 철학적 명제는 무엇인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이 언제 처음 생겨나고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철학의 이념과 시대 상황은 어떻게 연관되는지 예리하게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철학사를 공부하면, 철학사의 맥락에서 개별 철학자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철학사의 주요 문제들을 연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철학으로서의 철학사’로 번역된 이유도 이러한 장점과 연관이 된다. 문제의식의 연계를 중심으로 철학사를 탐구하다 보면 철학사는 그 자체로 철학적 인식이 되고 철학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발달한 시대에는 철학자나 개념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이 책처럼 철학적 지식을 유기적으로 엮어 주는, 그럼으로써 사유와 공부의 힘을 길러주는 철학사 책은 많지 않다. 서양 철학의 전 역사를 단계별로 추적하면서 그 마지막에는 철학의 의미가 가지는 근원적 통일을 보여 주는 이 책의 출간 의의는 그래서 더욱 두드러진다. 접기



9.2







저작이든 번역이든 믿고 읽는 강유원!
오메르타 2016-08-31 공감 (11) 댓글 (0)
Thanks to
공감





표지커버가 쌔끈하다. 새까만 바탕에 은빛 부엉이가 번쩍거리는데, 그렇지 역시 지혜는 밤에 야금야금 먹어치워야 한다. 내용은 솔직히 번역자 믿고 일단 그냥 샀다. 읽다가 힘들면 망치로도 쓰고, 베개로도 쓰고, 둔기로도 쓰고 그래야겠다. 그래도 카프카의 말마따나 도끼로 쓰인다면 가장 좋겠지.
성난똥꼬 2016-11-03 공감 (5) 댓글 (0)
Thanks to
공감





요약 정리가 잘 되어있고 설명이 명료함.(단점은 너무 많은 사람을 다루면서, 주변의 잡다한 주제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함)
밭고랑 2017-01-13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책은 두꺼우나 무게는 가볍다. 내용은 즐겁게 무겁다.
juyesi 2016-12-22 공감 (1) 댓글 (0)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 훌리안 마리아스

"종교는 인간에 의해 수용되고 신에 의해 무상으로 주어진, 하나의 확실성이다. 그것은 계시된 것이다." 예술 또한 "인간 자신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어떤 분명한 확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러한 확신에 근거하여 인간은 자신의 삶 전부를 해석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확실성을 스스로 쟁취하거나 직접 만들어내지 않으며, 이 신념 자체를 정당화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은 자기 고유의 증거를 갖지 못한다." 반면 철학은 "근본적이고 보편적이면서도 자율적인 확실성이다. 다시 말해서 철학은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것은 자신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증명한다. 철학만이 입증을 추구한다. 철학은 항상 자신의 확실성의 근거를 갱신한다."(20-1)

"최초의 인간은 주변 사물에 대해 궁금해했으며, 그러고 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했다." 철학은 인간과 동떨어져 단독적으로 있는 듯한 사물에 대해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에 시작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완전히 새로운 태도이며, 신화적인 태도와 반대되는 것으로서 관상적 태도라 부를 만하다." 이러한 관점은 역사상 처음으로 희랍에서 등장했으며, 그때부터 "철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생겨났다." 따라서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사물만이 참이나 거짓일 수 있다. 사물들의 진리에 대한 이러한 깨우침의 가장 오래된 형식이 경이驚異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철학의 뿌리다."(23-4)

"철학사는 철학자들의 견해들에 관한 박식한 서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실재 내용을 제대로 상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사는 틀림없이 철학이다." 각각의 철학 사상은 "선행하는 모든 체계들을 필요로 하고 포함"하기 때문에, 철학은 "모든 철학 체계들의 참된 역사로 이루어진다." 다른 관점에서 봐도 "각각의 철학 체계는 최고 실재, 즉 완전한 진리를 오직 자기 자신의 밖에서만, 다시 말해서 그 체계를 계승하려는 철학자들의 사유 속에서만 성취한다. 모든 철학함은 과거의 총합에서 유래하여 미래로 나아가며, 그리하여 철학사를 진척시킨다. 요약하자면 이것이 철학은 역사적이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바다."(25-6)

희랍인들이 보기에, 세계는 늘 현존해왔고, 따라서 "모든 물음은 이 세계를 상정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출발한다." 자연으로 해석되는 이 세계는 "구체적인 실재가 등장하거나 생겨나는 하나의 근원적인 원리"이자, "변화할 수 있으며 대립자들로 규정되기도 하는 많은 사물"을 담고 있는 양극성의 세계이다. "존재, 이론, 로고스"로 특징지어지는 희랍 사유는 세계를 질서 있고 법칙에 종속된 것으로 파악한다. "이것이 코스모스cosmos라는 개념이다. 이성은 그 세계의 이러한 법칙적 질서에 편입되어 통제되고 인도받을 수 있으며, 인간사에서 이러한 법칙적 질서의 구체적인 형식은 폴리스에 사는 인간들의 정치적 공존"으로 나타난다.(32-3)

"퓌시스physis(자연)는 철학의 첫 단계 전반의 주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사상가들을 퓌시올로고이physiologoi(자연철학자들)라 불렀다."(35)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무엇이 참된 사물인지, 다시 말해서 사물은 그것들의 수많은 현상들 뒤에서 영원히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궁금해했다." 즉, 사물의 존재 자체에 스며들어 있는 다수성과 모순을 넘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물의 영원하고 불변하는 근원들을 탐색한 것이다." 여기서 등장한 "철학의 최초 물음이 '이러한 모든 사물은 참으로 무엇인가' 또는 '모든 사물을 출현시키는 원천인 자연[본성]이란 무엇인가'이다. 희랍 철학의 역사는 이 물음에 대한 다양한 답변들로 이루어져 있다."(37)

"파르메니데스를 통해 철학은 형이상학과 존재론이 되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하게 사물들을 논의하려고 하지 않았고 본질의 측면에서 본 사물들, 즉 '있는 것들'로서의 사물들을 논의하려고 했다. 있음, 에온eon, 온on은 파르메니데스의 위대한 발견이다."(48) 누스Nous(지성)는 '있음'을 대상으로 '있는 것'의 길(진리)와 '있지 않은 것'의 길(막다른 길)을 탐구한다. 감각은 '사물들'을 대상으로 '있는 것과 있지 않은 것'의 길(의견의 길)을 탐구한다. 우리는 파르메니데스의 사유에서 "두 세계의 분리, 즉 진리의 세계와 가상들의 세계의 분리가 시작되었음을 본다. 후자의 세계를 참된 실재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류다. 이 분리는 희랍 사상에서 결정적인 것이 된다."(53)

기원전 5세기 초 새롭게 시작된 철학의 특징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인간 자신에 대한 탐구에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 시대의 이상형이 "잘생기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품위 있는 사람, 즉 우리가 칼로스 카가토스kalos k'agathos라고 불렀을 만한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완벽한 시민, 즉 폴리테스polites가 이상형이 되었다." 이제 희랍 사유의 중심에 "퓌시스가 아닌 개인의 본질의 전개라는 의미에서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행복)가 들어섰다." 이 새로운 개념의 결과는 모든 사람이 누스를 가지며 누스는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이라는 '민주정'의 수립이었으며,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는 폴리스에서 "파이데이아paideia, 즉 정식 교육"을 수행하였다.(74-5)

플라톤은 "사물들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86) 플라톤이 명명한 이데아는 "사물들의 참된 존재를 포함하는 형이상학적 존재자들이다." 이데아들은 "전통적으로 있음에 요구되었던 술어들을 가지며, 감각이 지각하는 사물들은 있음을 가질 수 없다. 이데아들은 단일하고, 변화하지 않으며, 영원하다. 이데아들은 비존재를 포함하지 않는다."(90-1) 인간은 이전에 "자신이 관상했던 이데아들에 관한 아남네시스anamnesis(상기)"를 사물들에서 촉발한다. 그러므로 "앎은 우리 바깥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상기하는 것이다." 에로스eros는 "아름다움의 이데아 자체를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우리를 이데아의 세계로 이끈다."(92-3)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포이에시스poiesis는 희랍어로 '제작, 생산'을 의미한다. 프락시스praxis는 실행인데, 이 실행의 목표는 실행 자체이지 실행과 무관한 어떤 것이 아니다. 프락시스는 자신 안에 목표를 가지기 때문에 포이에시스보다 우위이며 자기-충족적―아우타르케이아autarchia(자족)―이다."(113) 포이에시스가 본질적으로 자기-충족적이지 않은 것은 "그 목표가 자기 바깥에, 즉 생산물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프락시스는 목표가 생산물, 에르곤ergon이 아니라 활동하는 과정, 활동성 또는 에네르게이아energeia이다." 신의 존재 양상인 테오리아theoria(관상)는 프락시스의 한 유형으로서, "사물들의 총체성 속에서 사물들의 존재를 보고 깨닫는 활동이다."(120)

"실체usia는 질료hyle와 형상morphe/eidos이라는 두 요소의 합성물로 해석된다. 질료는 하나의 사물이 무엇으로 구성되느냐에서, 그 무엇에 해당하는 것이며, 형상은 하나의 사물을 그것 자체이게 하는 것이다."(129) 질료와 형상은 잠재태와 현실태의 관계를 보여준다. 잠재태는 자신이 품은 가능성 안에서 현실태로 나아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운동이란 '가능한 것인 한에서 가능태를 실현하는 것'이다. 즉, "잠재적인 것이 가능성으로 남아 있지 않고 자신을 실현한다면 거기에는 운동,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성이 있게 된다."(130-1)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은 "세계의 절대적인 계기로서, 운동/생성을 가능하게 하지만 (기독교 사상의) 창조자는 아니다."(133)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는 형이상학 자체에 관한 관심이 사라지고, 윤리학의 물음들에 집중한다. 폴리스의 붕괴와 제국의 도래라는 혼란기를 맞아 고대인들은 "자립적이고 자기-충족적인 사람, 완전한 평온과 균형 속에서 필수적인 삶을 사는 사람, 철학자의 삶의 방식―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적 삶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 삶―을 구현하는 사람을 규정하는 특징들을 발견"하는 데 힘쓴다.(156) 여기에는 행복을 극단까지 몰고 나아가 거기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퀴니코스 학파, 금욕주의와 덕을 통해 일상의 온건하고 평화로운 쾌락을 추구한 퀴레네 학파, 인간 이성을 우주의 본성에 합치하고자 한 스토아주의,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에피쿠로스주의가 있다.

플로티누스는 범신론과 반反유물론으로 특징지어진다. "이 체계의 존재론적 위계질서의 원리는 일자이며, 이 일자는 존재이기도 하고 좋음이자 신이기도 하다. 모든 사물들은 일자로부터 유출된다. 유출된 것 중 첫째는 정신의 세계이자 이데아들의 세계인 누스다. 누스는 자신에 대한 상기, 즉 반성을 전제하며, 그에 따라 이원성을 전제한다. 둘째는 누스의 반영인 영혼이다. 존재의 가장 낮은 층위는 물질이며, 이 물질은 거의 비존재다."(174-5) 세계 존재는 무無가 아니라 일자로부터 산출되는데, 이는 "공空을 수용하지 않고도 창조를 생각해내려는 시도다. 이것은 유대-기독교 사상에 의해 도입된 창조 이념에 맞닥뜨렸을 때 희랍 정신이 보인 특징적인 반응이었다."(176)

"기독교는 세계와 인간의 현존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전적으로 새로운 이념을 도입한다. 바로 창조라는 이념이다."(183) 성 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핵심은 '신과 영혼'이다. 첫째, "그의 사변의 핵심은 신이고, 그의 형이상학적 노고들도 신을 향한다." 둘째, 그의 정신 철학은 "내밀함 속에서 스스로를 고백"한다. 셋째, "지상에 살고 있는 이러한 정신이 신과 맺는 관계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신국의 이념으로 이끌고, 이는 역사 철학으로 이어진다."(199-200) <고백록>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려는 최초의 시도"로서, 데카르트가 인도한 "근대의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자아와 함께 혼자 남았을 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다시 심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207-8)
"9세기가 시작되면서 카롤링거 르네상스의 성과로서 학교들이 등장하며, 그 학교들에서 일구어낸 특별한 지식으로서 스콜라주의가 함께 등장한다." 중세 대성당들이 막대한 익명의 노동으로 세워진 것처럼, 스콜라주의도 "개별자의 인격이 강조"되지 않고, 중세 말까지 공동의 토대 위에서 진행된다.(216-7) 스콜라주의는 철학과 신학의 복합체이며, 그것은 "추구(quaerere)라는 근본적인 통일 안에서 믿음과 이해가 동등하게 강조되어야만 하는, 안셀무스의 명제인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fides quaerens intellectum)이다. 중세 스콜라주의는 이 두 요소 사이에서 움직이며, 이러한 추구 안에서 결합된다."(219-20)

스콜라 학파에 따르면 "천지창조는 무無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이며, 더 정확하게는 무無와 주재자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hihilo sui et subjecti)이다." '무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올 수 없다(ex nihilo nihil fit)'는 중세 철학의 원리는 "신의 개입 없이는, 정확하게 말하면 천지창조 없이는 무로부터 아무것도 나올 수 없음을 뜻한다."(221-2) 세계는 신에 의해 자신의 현존을 유지하기 때문에, "세계에 대한 신의 활동은 지속적이며, 계속해서 매 순간 세계를 현존하게 해야 한다. 이는 지속적인 창조와 같다." 그러나 유명론자들은 "신이 세계를 창조할 때 세계에 부여했던 존재만으로 세계가 자체 존립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223)

12세기까지 널리 받아들여진 실재론은 "보편자들이 사물들(res)이라고 주장했다. 실재론의 극단적 형식을 지지한 사람들은, 보편자들이 그것들의 항목 아래 있는 모든 개별자들 안에 현전하며 그 결과 개별자들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우연적 차이들만 있다고 믿는다." 13세기에 등장한 온건 실재론자들 역시 개별자가 참된 실재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개별자의 실재성은 '개별화의 원리(principium individuationis)'에 따라 그 종種으로부터 획득된 것이다. 성 토마스는 "하나의 개별자는 양으로 규정된 질료(materia signata quantitate)"일 뿐이며, 질료를 수량화하는 '개별화의 원리'에 따라 질료 안에 있는 보편적 형상이 개별화한다고 보았다.(226-7)

오캄에게 "이성은 인간에게만 관련된 것이다. 이성은 인간의 특성이지 (전능한) 신의 특성이 아니다." 중세 말에 이르면 "신은 더 이상 인간의 중대한 이론적 주제가 아니게 되고, 인간은 신으로부터 분리된다." 이제 인간은 이성의 탐구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영역들에 관여한다. 그것은 "첫째가 인간 자신이고, 둘째가 당시 놀라운 질서가 발견되고 있었던 세계이다."(232)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의 자연학은 "운동과 원인들 자체를 이해하고자 했으나, 근대 자연 과학은 운동과 원인들에 관한 수학적 상징들에 만족한다." '자연의 책은 수학적 기호들로 쓰인다'고 말한 갈릴레오처럼 우리는 "운동 중의 변화량만을 측정할 뿐, 운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앎은 추구하지 않는다."(229)

아랍 철학(이슬람 스콜라주의)의 "주요 주제는 쿠란에 대한 이성적 해석이며, 서구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철학의 관계들"이다.(254) 아비센나(이븐 시나)가 도입한 지향intentio 개념[영혼 밖에 존재하는 대상을 향하는 제1지향(intentio prima)과, 영혼 안에 존재하는 대상을 향하는 제2지향(intentio secunda)]은 "성 토마스의 철학에 깊은 각인"을 남겼다.(256) 아베로에스(이븐 루슈드)는 정신을 "입증의 인간, 개연성 있는 추론들에 만족하는 변증법의 인간, 그리고 수사학과 이미지들에 만족하는 설득의 인간" 세 부류로 구별한다. 따라서 쿠란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하나의 사물은 신학적으로 참이면서도 철학적으로는 거짓일 수 있으며, 이는 역으로도 성립한다."(257-8)

성 토마스는 철학과 신학을 분명히 구별한다. "신학은 신적 계시에 토대를 두며, 철학은 인간 이성의 활동에 토대를 둔다." 다만, "신은 그 자체로 진리이고 그의 계시는 의심받을 수 없지만, 올바르게 사용된 이성 또한 우리를 진리로 인도한다." 성 토마스는 "믿음의 대상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태도는 "믿음과 신학을 주제로 하는 논제들에 이성을 적용하는 이른바 자연 신학"으로 이어진다. "철학적 이론과 계시된 교리 간의 부조화는 그 이론이 오류"임을 뜻하고,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계시에 종속되지만, "참된 앎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은 철학적 이성 자체다."(278-9)

"성 토마스와는 반대로 스코투스는 의지주의자다." 그는 "의지는 필연성과 관계가 없다"(voluntas nihil de necessitate vult)고 말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의지가 지성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295) 스코투스의 의지주의는, "신과 이성을 분리하고 인간의 이성적 사변의 영역에서 신을 없애는 태도로 전환된다." 여기서 "신의 죽음이라 불릴 만한 여정이 시작되고, 이러한 여정의 국면들은 근대 역사의 국면들이 된다." 아울러, 학문을 "사물들에 관한 학문이 아니라 기호들 또는 상징들에 관한 학문"으로 보는 태도는, "르네상스 시기의 수학적 사유의 정점을 위한 길을 예비한다." 이제 근대 철학은 "진리에 대한 갈망보다는 오류의 두려움에 의해 더욱 고무될 것이다."(296-7)

쿠자누스는 앎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감각senus을 통해 얻는 앎은 이미지들만을 제공한다. 둘째, 독일 관념론자들이 '오성Verstand'이라고 번역한 라티오ratio(이성)는 추상적이고 단편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그것들의 다양성에 따라 이해한다. 셋째, 독일 관념론자들이 '이성Vernunft'이라고 부른, 지성intellectus은 우리를 신의 진리로 이끈다. 그러나 이 진리는 무한자가 불가해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이해시키며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무지를 알게 된다. 이것이 참된 철학이며, 최고의 앎은 '박학한 무지(docta ignorantia)'다." 쿠자누스에게 "신은 대립자들의 합일(coincidentia oppositirum)로서 나타난다."(324-5)

쿠자누스가 볼 때 "안다는 것은 더 이상 사물 자체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유사한 것을 취하는 것이다." 즉, "인간 정신의 진리는 신의 정신의 진리의 모상이며 닮음이다." 그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신에 관심을 갖는다." '신의 전개(explicatio Dei)'인 쿠자누스의 세계에서 "무한자의 단일성은 세계의 다수성과 다양성 안에서 해명되고 현현된다." 이 세계가 최상의 세계라는 쿠자누스의 생각은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적 낙관주의에 차용"되고, 세계는 질서이자 이성이라는 원리는 "헤겔에 의해서 공언"된다. 세계가 공간과 시간 속에서 무한하다는 생각은 "거의-무한적인 것을 자연학적, 수학적 감각 세계로 확장"하면서 근대 형이상학의 토대를 이룬다.(327-8)

데카르트 철학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인 자신의 의심, 즉 깊은 불확실성과 함께 출발한다."(352) 엄밀하게 말하면, "데카르트 증명의 출발점은 신이라는 명석 판명한 개념과 함께 받아들이는 자아의 실재성이다. 나의 유한성 및 불완전함은 나 자신 안에서 내가 발견한 관념인 신의 무한성 및 완전함과 대조된다. 내 안의 긍정적인 것을 무한성으로까지 끌어올리고 모든 한계들을 제거함으로써 나는 지적으로 나 자신을 신에게까지 끌어올린다.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 안에 신의 모상을 가지며, 이 모상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적 앎에 도달하게 한다."(358-9) 데카르트 이후로 관념은 실재와 합치해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실재 자체로 간주된다."(360)

스피노자는 "실체 또는 신은 현존하는 모든 것이며, 만물은 신의 작용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신은 '만물의 근원'인 동시에, '생겨나고 싹트는 사물들 자체'다. 스피노자도 신의 현존을 필수적으로 정초하지만, 신격의 입지도 자연 자체에 귀속된다. "스피노자에게 존재는 신에 의해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신의 존재다."(382-3) 이 세계는 목적론적 결말을 갖지 않으며, "모든 것은 필연적이고 인과적으로 규정적이다." 인간은 자신의 본질이 자유롭지 않음을 알게 되지만, 그러한 앎을 가져다주는 '이성은 자유'다. 스피노자에게 "사물들의 존재를 구성하는 것은 하나의 욕구이자 분투"이며, 인간의 본질은 (지속적인 현존을) "욕구하는 것"이다.(385-6)

영국 철학은 대륙의 사상과 두 가지 점에서 구별된다. 첫째는 "엄밀한 형이상학적인 물음들과 덜 관련되고, 인식 이론(물론 형이상학이 항상 전제되는) 및 국가 철학과 더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둘째는 "선험적이고 수학적인 성향의 이성주의와 대조되는 감각론적 경험주의"의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영국 철학은 "앎의 원천으로서 감각 경험을 가장 우선"한다.(407) 이런 관점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은 '손과 정신'이 동등하며 "물질적, 정신적 도구들"이 거기에 참된 효력을 더해준다고 보았다.(409-10) 홉스는 인간이 자유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권리 행사, 권리 포기, 권리 양도"를 꼽았으며, 권리의 상호 양도 개념에서 "정치 공동체의 이념"을 끌어낸다.(413)

"로크에 따르면 관념들은 대륙의 이성주의가 생각했던 것처럼 본유적인 것이 아니다. 영혼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서판tabula rasa이다." 경험은 "감각들을 통해 얻는 외재적 지각 또는 감각과 심적 상태들에 대한 내적 지각 또는 반성"으로 나뉜다. "어느 경우에나 감각에 의해 들어온 자료들에는 반성이 작용한다." 우리의 정신은 단순 관념들을 결합하거나 연합하는데, 여기서 '추상화, 일반화'가 이루어진다. 로크의 경험주의는 "형이상학의 중대한 전통적 주제들과 관련한 앎을 제한"하며, 흄의 회의주의에서 정점을 이룬다. 훗날 칸트는 이러한 인식론적 불신에 대처하고자 "이성적 앎의 타당성과 가능성의 문제라는 난제를 정식화"한다.(419-20)

"이신론, 자유와 대의 정부를 옹호하는 정치 이데올로기, 관용, 경제 이론" 등의 경험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계몽주의는 "역사와 사회 규범들을 재검토함으로써 기독교 신앙부터 절대 군주정에 이르는 모든 전통적 신념들에 대해 비판"한다. 계몽주의는 "모든 학적 지식을 집성하고자 했으며, 폭넓은 대중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 신학적인 문제들을 말할 것도 없고, 엄밀하게 철학적인 문제들은 이차적인 것으로 격하된다."(428-30) 볼테르에 이르러, 역사는 더 이상 "사건들에 대한 단순하고 연대기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습속과 정신"을 다루게 되며, "국민들은 각기 고유한 정신과 습속을 가진 역사 구성단위로 등장한다."(433-4)

루소는 "국가를 규정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며, 개별자가 사회에 선행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가를 추동하는 힘은 "모든 개별자들의 의지의 총합"인 '전체 의지(volonte de tous)'가 아니라,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의지의 총합인 '일반 의지(volonte generale)'다. 루소의 사유는 "민주주의의 원리이자 보편적인 참정권의 원리"를 천명하지만, "자신들의 의지를 실현할 권리가 있는 소수자들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소수자들이 정치 공동체의 의지의 표현으로서 일반의지를 수용하는 문제"를 남긴다.(436) 루소의 영향을 받은 독일에서는 계몽주의의 차가운 이성에 대한 반동으로서 "중세와 독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존중의 태도가 출현한다."(438)

칸트는 "앎의 세 가지 양상들, 즉 감성(Sinnlichkeit), 반성하는 오성(Verstand), 그리고 이성(Vernuft)을 구별한다." 순수 이성은 '선험적 원리들'에 근거하며, 개별자의 이성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의 이성"이다. '실천 이성'은 '순수 이성'과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천 이성 또한 순수하며, 사변적이거나 이론적인 이성과 대립"한다. 따라서 칸트의 의도를 "온전하게 표현하려면 '사변적'(또는 이론적) 순수 이성과 '실천적' 순수 이성이라 할 수 있다."(468) 칸트는 전통적 사변 형이상학이 "어떠한 가능한 경험도 넘어서 있는 대상들―영혼, 세계, 신―에 대한 실재적인 앎을 선험적 사유로 얻으려는 시도"이기에 헛되며, 그러한 앎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476)

그러나 형이상학은 "절대자를 향한 인간의 본성적 경향으로서 계속 현존한다. 그리고 형이상학의 대상들은 칸트가 이념들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이러한 이념들은 "직관에 대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규제적인 효용"만을 갖는다. 그러나 이론 이성이 이를 증명할 수 없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영혼이 불멸할 것처럼, 자신이 자유로운 것처럼, 신이 현존하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초월적 이념들의 "절대적이고 무제약적인 타당성"은 "실천 이성의 요청들로서 다시 등장한다."(477) 실천 이성이 절대적으로 자명한 요청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인간은 "그가 도덕적 인격인 이상 자유로우며, 그의 자유는 실천 이성의 요청"이기 때문이다.(479)

헤겔은 <정신 현상학>에서, "정신이 철학의 시원에 이르는, 정신의 내재적 변증법을 설명한다." 헤겔은 "단순한 서술과, 내가 사물들에 대한 개념들을 가지는(실재적 앎이 있는 학學의 상황) 개념적 앎을 구별한다. 그러나 절대적 앎은 여전히 요구된다. 절대적 앎은 모든 것을 포섭하는 앎이다. 절대적 앎이 되려면 그것은 어떠한 것도, 오류조차도 자기 외부에 남겨놓을 수 없다. 그것은 오류로서의 오류를 포함한다. 역사는 인간 정신의 모든 요소들, 즉 진리의 관점에서 볼 때 오류로 등장하는 요소들까지도 포함해야 한다."(517) 변증법은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의 필연적인 이행이 있고,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진리를 포함한다." 각 단계는 "보존됨과 동시에 극복된다."(518)

절대적 시원인 존재는 "순수한 존재, 절대적 존재다." 헤겔에 따르면 "존재는 무규정적 무매개성(das unbestimmt Unmittelbare)이다." 이 존재는 규정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것과 자신을 구별"짓지 않는다. "내가 존재를 생각하고자 할 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무無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존재에서 무로 이행한다. 물론 이러한 이행은 존재 자체가 하는 것이지 자아가 하는 것은 아니다."(520-1) 존재는 무로 이행하고, 무는 존재로 이행하면서, 서로 대립하는 차원을 넘어 올라선다(아우프헤벤aufheben). "존재와 무가 서로를 배제하는 이런 방식은, 생성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통일로 보존되고 올라서는 존재 양상이다."(523)

"헤겔에서 체계는 매우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체계는 진리가 현존하는 방식이다. 체계에는 자립적인 진리들이 없고, 그것 자체로 참인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진리는 다른 모든 진리들에 의지하고 근거한다. 이런 구조는 선형적 구조―예를 들어 수학적 구조―라 불릴 만한 것과는 대조적인, 철학의 체계적 구조다."(529) 헤겔에서 "철학은 절대자에 대한 사상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은 자기를 아는 한에서 절대자다. 철학의 역사가 철학 자체의 본질적 부분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후의 철학은 모든 이전 철학들의 성과이며, 모든 원리들은 보존된다. "정신이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고투인가 (Tantae moliserat, se ipsam cognoscere mentem)."(531-3)

낭만주의가 생명을 향한 의지를 물리치면서 스스로를 파괴하고 난 후, "19세기에 철학은 형식적으로도 부정되는데, 이것은 철학함에 대한 기이한 혐오의 증거이다. 이 혐오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한때 아주 성공적이었던 독일 관념론의 마지막 국면들을 특징짓는, 변증법적 방법의 오용에 의해 생겨났다. 인간은 사물들과 실재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절박한 필요를 느끼고, 실재 자체를 받아들이기 위해 정신적 구축들과 단절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1830년에 유럽의 정신은 철학의 영역으로 들여와야 할 모형을 개별적 학문들에서 발견한다. 물리학, 생물학, 역사학은 앎의 모범적 양상들이 된다. 이러한 태도는 실증주의를 불러일으킨다."(554)
- 접기
nana35 2017-11-06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