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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를 찾아서 - 사랑과 아름다움에 관한 성찰 | 성찰 시리즈
강유원 (지은이)라티오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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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00자평(6)리뷰(1)
148쪽
128*188mm (B6)
17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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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유원의 성찰 두 번째 책. <에로스를 찾아서>는 결핍과 갈망이라는 두 가지 모순적 계기를 끌어안는 에로스에 관한 학적 탐구이다. 에로스를 학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다시 모순적인데, 에로스는 인간의 주관적 정념이고, 에로스를 탐구하는 것은 그러한 정념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에로스를 객관적으로 관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로스를 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에로스의 궁극적인 대상이 ‘아름다운 것’이며 그 아름다움은 ‘좋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미美와 악惡, 또는 선善이 연관되면 미학은 철학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플라톤이다. 플라톤에서는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
이 책은 플라톤, 플로티노스, 쿠자누스, 피치노, 헤겔, 소동파, 헤시오도스, 호메로스, 발터 벤야민, 아르놀트 하우저, 에른스트 카시러 등의 글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아름다움의 기준은 객관적으로 가능한가’ 등에 대해 성찰하고 있으며, 시대적 연관 속에서 고전주의, 바로크, 매너리즘, 인상주의 등의 철학적 근원도 제시한다. 이에 독자는 미학과 예술철학의 주요 문제들을 사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적 체험의 이해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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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유원의 성찰 두 번째 책. <에로스를 찾아서>는 결핍과 갈망이라는 두 가지 모순적 계기를 끌어안는 에로스에 관한 학적 탐구이다. 에로스를 학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다시 모순적인데, 에로스는 인간의 주관적 정념이고, 에로스를 탐구하는 것은 그러한 정념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에로스를 객관적으로 관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로스를 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에로스의 궁극적인 대상이 ‘아름다운 것’이며 그 아름다움은 ‘좋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미美와 악惡, 또는 선善이 연관되면 미학은 철학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플라톤이다. 플라톤에서는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
이 책은 플라톤, 플로티노스, 쿠자누스, 피치노, 헤겔, 소동파, 헤시오도스, 호메로스, 발터 벤야민, 아르놀트 하우저, 에른스트 카시러 등의 글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아름다움의 기준은 객관적으로 가능한가’ 등에 대해 성찰하고 있으며, 시대적 연관 속에서 고전주의, 바로크, 매너리즘, 인상주의 등의 철학적 근원도 제시한다. 이에 독자는 미학과 예술철학의 주요 문제들을 사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적 체험의 이해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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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하늘 한구석의 미인을 바라본다.
진실처럼 들리는 거짓말,
무사 여신이여!
당신은 아마도 알고 계시겠지만
어떤 놀라운 것,
모든 좋은 것,
이런 건 조금도 겪어 본 적이 없네.
불꽃에서 댕겨진 불빛처럼 혼 안에 비로소 생겨나서,
때는 밤이었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아름다움,
닮은 것은 닮은 것에서 태어나니…
예술적으로 재현한 것,
끝없는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게 해주시길 빕니다.
사랑이 당당하게.
위기,
탈취,
정신은 감각적인 것에 발을 내딛으면서도
이후 심하게 아팠다.
당신이 한 말은 모두 도리에 맞는 말이오!
주해註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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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소동파는 노래를 노래하였다.
P. 38 “인간은 갈망에서 다른 인간의 몸을 탐하고, 그 몸에서 흘러나 오는 것을 들이마시고, 그것을 마시고 자신을 발산함으로써 무아無我의 순간을 향해 간다. 그리하여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의 차원에 올라선다. 이는 갈망에서 시작되었으니 에로틱erotic하고, 전혀 낯선 것이니 엑조틱exotic하며, 절정의 환희를 경험하는 것이니 엑스타틱ecstatic할 것이다.” 접기
P. 51 “피치노는 플라톤의 《향연》을 읽으며, 그 형식을 그대로 본떠서 또 하나의 ‘향연’을 만들어 내며 사랑, 그것도 경건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신에 대한 사보나롤라의 불 타는 사랑에 놀랐는지, 피치노의 사랑은 따스하다. 성급하지 않다. 물론 피치노도 사보나롤라와 마찬가지로 신과 인간, 신과 세상 사이의 완전한 일치와 교류를 시도하는데, 그 교류의 매개는 역시 사랑이다. 다만 피치노는 뜨겁지 않으며 활활 타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치노는 스승으로서의 소크라테스를 찬양한다. 알키비아데스를 흉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피치노가 사랑하는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인간을 사랑하면 곧바로 절망을 대가로 얻게 되지만 신을 사랑하는 것은, 죽도록 충족에 이를 수 없다는 본연의 양상 때문에 죽을 때까지 사랑을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리하여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영원한 사랑을 구가하는 극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접기
P. 67 “지금은 이렇게 그럴싸한 말들로써 인상주의를 치장하는 우리들이 과연 19세기에 그것을 마주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울퉁불퉁하던 세계가 돈 앞에 무너져 평탄하게 되어 가던 세계에서,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전쟁 때문에 애국심이 파탄나는 세계에서, ‘파리코뮌’이라 불리는 계급투쟁의 시가지 전투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은 유례없는 혹평을 견디면서 자신들의 그림을 고수했다. 분명 그들은 19세기라는 시대의 혼란함과 교감하고 있었고, 당대의 ‘높으신 분’들은 시대를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예술가는 정치적 권위도 후원자도, 더 나아가 관객도 믿어서는 안 되는, 오로지 자신만을 믿어야 하는 시대였던 것 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믿었던 자들은 후대의 평가를 얻어 불멸을 획득하게 되었다.” 접기
P. 79 “동파가 바라보는 것은 ‘하늘 한구석의 미인’이다. 이는 동파의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실제의 미인이 하늘에 투사된 것일 수도 있고, 인간세人間世를 벗어난 이상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이해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초의 무격은 하늘과 대화하였고, 동파는 초의 무격을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본다. 무격은 시인에게 영감을 주었고 시인은 그 영감으로써 시를 내놓았으며,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시를 읽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동파의 시를 읽는 이들은 무엇을 읽는 것인가. 초의 무격들이 전해 준 하늘의 이야기를 읽는 것인가, 아니면 동파의 시를 읽는 것인가, 아니면 시를 읽을 때 자신 안에서 생겨나는 감흥을 느끼고 있을 뿐인가.” 접기
P. 115 “체계공간 안에서 보느냐 집합공간 안에서 보느냐에 따라 세계는 다르게 파악되므로,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보느냐는 화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단초라 할 수 있다. 집합공간 안에 놓인 사물들은 그것들 각각의 의의를 독자적으로 표현하며, 그것들 사이의 빈 공간에도 일정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체계공간 안에 사물을 놓는 원근법에 따르면 사물들은 하나의 시점에 수적으로, 또는 연속량(Quantum continuum)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시점을 중심으로 현실의 모든 사물들이 추상화되어 정돈된다. 후대의 인상파 화가들이나 입체파 화가들은 그러한 이상화된, 또는 신적 입장에 올라선 시점을 폐기하고 눈앞에 놓인 현상들의 순간적 집합 인상(또는 인상 묶음)을 나열하거나, 그러한 다양하고 다면적인 인상을 묶어서 전체를 재구성해 보려 한다. 이들의 시도는 근본적으로 ‘르네상스 고전기’를 지배한 양식원리인 원근법과의 연관 속에 있는 것이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강유원 (지은이)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 역사, 문학, 정치학 등에 대한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써 왔다. 오랫동안 개인 플랫폼에서 ‘책읽기 20분’을 진행했으며, CBS ‘라디오 인문학’과 KBS 제1라디오 ‘책과 세계’ 등 방송에서도 전문 서평가로 활동했다. 《책》 《책과 세계》 《주제》 등의 서평집과 《인문 古典 강의》 《역사 古典 강의》 《철학 古典 강의》 《문학 古典 강의》 《숨은 신을 찾아서》 《에로스를 찾아서》 등을 썼으며, 《경제학 철학 수고》 《철학으로서의 철학... 더보기
최근작 : <책 읽기의 끝과 시작>,<에로스를 찾아서>,<문학 고전 강의> … 총 4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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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결핍과 갈망이라는 이중적 계기, 에로스에 관한 학적 탐구
인간은 결핍을 자각할 때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그러한 갈망이 있을 때에야 생성도 가능하다. 욕망은 생명력이다. 그러한 욕망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그 욕망이 단계를 높여 가면서 궁극적으로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결핍과 갈망이라는 두 가지 모순적 계기를 끌어안는 에로스에 관한 학적 탐구이다. 에로스를 학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다시 모순적인데, 에로스는 인간의 주관적 정념이고, 에로스를 탐구하는 것은 그러한 정념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에로스를 객관적으로 관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로스를 학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에로스의 궁극적인 대상이 ‘아름다운 것’이며 그 아름다움은 ‘좋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미美와 악惡, 또는 선善이 연관되면 미학은 철학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플라톤이다. 플라톤에서는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
이 책은 플라톤, 플로티노스, 쿠자누스, 피치노, 헤겔, 소동파, 헤시오도스, 호메로스, 발터 벤야민, 아르놀트 하우저, 에른스트 카시러 등의 글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아름다움의 기준은 객관적으로 가능한가’ 등에 대해 성찰하고 있으며, 시대적 연관 속에서 고전주의, 바로크, 매너리즘, 인상주의 등의 철학적 근원도 제시한다. 이에 독자는 미학과 예술철학의 주요 문제들을 사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적 체험의 이해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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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전체 분량의 반 이상이 주해다. 이 작고 얇은 책이 이런 구성을 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목차는 하나 하나 개별 시행인 듯하고 그 행들이 모여 ‘아름다움‘에 대한 서사시를 이루는 듯하다. 압축된 문장이 고대 무사의 여신을 통해 드러내던 시인의 노래이자 이야기 같다.
독서중 2017-12-12 공감 (8) 댓글 (0)
책 표지의 질감과 색감이 정말 아름다워요. 모양새나 만듦새가 정말 예쁘고 깐깐한 책이네요. 잘 읽을게요.
acaciagirl 2017-11-24 공감 (7) 댓글 (0)
좋은 책이지만 에로스에 관한 입문용으로는 어렵다. 다르게 표현하면 밀도가 높고 내용에 충실하다는 의미. 본문(67쪽)보다 주해(74쪽)가 더 많아 앞뒤로 오가는 수고로움도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인문 고전 연속 강의‘를 먼저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마음소리 2018-01-10 공감 (5) 댓글 (0)
한 번 읽고 이해하긴 어렵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표지의 마력도 큰 몫을 한다.
쑤기 2017-12-16 공감 (4) 댓글 (0)
이 책이 나에게 에로스의 사다리이길
dantespoem 2017-11-24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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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아름다움
사랑은 과연 뭘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저는 종종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대목을 떠올립니다. 브랜드 박사의 딸 아멜리아는 까마득히 먼 외계 행성에 사랑하는 이를 보냈습니다. 아멜리아는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는 우주비행사 쿠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우리 인간이 발명한 게 아니지만 관찰이 가능하고 강력하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높은 차원의 존재에 대한 증거일지 모른다구요.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이해는 못하지만 믿어 보기는 하자구요.”
인간의 고안물이 아닌 사랑은 그 자체로 신비롭습니다. 사랑을 보고 또 경험하지만, 누구도 자기것으로 소유할 순 없습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의 힘을 알 것 같다가도, 무엔가 합리적으로 해명해 보려고 하면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소동파의 시와 소동파의 시를 사랑하는 현대의 인간을 이어주는 끈이 있는 걸까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정서까지 연결해 주는 불멸한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에로스를 찾아서>는 우리가 알지만 해명하기는 어려운 그 사랑에 관한 탐구입니다.
사랑은 아름다우며, 사랑이 없다면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그 둘은 떼놓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랑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에로스를 찾아서>는 아름다움에 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진리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압니다. 우리가 살면서 진-선-미를 종종 함께 거론하는 것은 그 셋이 서로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에로스를 찾아서>는 아름다움과 사랑, 진리나 좋음이 모두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절제 있는 일들을 꾸준히 연습하면 절제 있는 인간이 되고, 용감한 일들을 꾸준히 행하면 용감한 인간이 될 수 있듯,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일을 연습하면 우리는 언젠가 아름다운 인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진리와 좋음도 언뜻언뜻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 중 하나를 오랜시간에 걸쳐 부지런히 연습한다면, 사랑과 아름다움, 또는 진리나 좋음 자체로 향하는 단서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에 그런 여러 단서들이 숨어 있다고 믿습니다.
풍요의 신과 결핍의 신 사이에서 태어난 에로스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사이를 이어 주는 중간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에로스는 충족을 향한 갈망입니다. 에로스를 품은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아름다운 것, 더 사랑스러운 것, 더 좋은 것을 찾고자 합니다.
에로스는 무지와 지 사이에 항상 놓여 있기에, 항상 ‘더’ 알고자 갈망하는 우리의 상태, 즉 지혜를 향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섣부른 자는 자신이 지혜를 가졌다고 말할 테지만, 에로스를 품은 자는 자신이 다만 저편에 있는 지혜를 사랑하여 저쪽을 향해 갈 뿐이라고 말할 겁니다.
성찰 시리즈의 전작인 <숨은 신을 찾아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탐구는 ‘숨은 신’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그것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에 있다. 더러는 바다를 건너가기도 하면서 더러는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때로는 오뒷세우스처럼 때로는 에이해브처럼.”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은 바로 ‘에로스’에 몰입된 이의 고된 여정 같습니다.
가장 높은 물마루에 오른 파도처럼 에이하브는 죽기 직전에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 미인은 하늘 한구석에 있는가 … 마음속에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 … 없는가, 그저 동파와 손님이 마음속에 품고 있을 뿐인, 뭔가 아득한 … 아름다움이라 이름 붙여진 환영인가.” - p. 7
이 책은 아득합니다.
망망대해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처럼요.
저 멀리 보이지만 다가가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 멀리에 또 여전히 있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움을 향한 아련하고 아득한 동경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아득함도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습니다.
강유원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이미 그러하듯, 더 아름다운 형식을 갖추려고 애쓴 흔적들은 내용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미덕 같습니다. 예컨대 각 절의 한 구절씩 따와서 구성한 목차는 각 제목들이 앞뒤로 신기하게 연결되어, 차례로 쭉 읽으면 전체 내용을 개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차례의 기능이죠.
이 책의 본문과 주해는 분량이 거의 같습니다. 이것은 주해가 본문에 딸린 출처 표기 기능에 그치지 않고, 주해 자체로 별도의 책 한 권, 즉 해설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의 만듦새가 무척 훌륭합니다. 눈으로 보면 아름답고 손으로 만지면 사랑스럽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에로스를 찾아서>의 뒷부분이 다음 편의 주제와 맞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바라보는 미인과 내가 바라보는 미인은 네가 가진 방식과 내가 가진 방식에 얽매여 있다. 너의 아름다움과 나의 아름다움은 다르다. 아름다움은 내 것이요, 사랑은 내 곁에 있다.” – p. 73
“강유원의 성찰” 시리즈의 다음 편을 고대합니다. 좋은 책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접기
리드미 2017-11-26 공감(2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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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전체 분량의 반 이상이 주해다. 이 작고 얇은 책이 이런 구성을 하고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목차는 하나 하나 개별 시행인 듯하고 그 행들이 모여 ‘아름다움‘에 대한 서사시를 이루는 듯하다. 압축된 문장이 고대 무사의 여신을 통해 드러내던 시인의 노래이자 이야기 같다.
독서중 2017-12-12 공감 (8) 댓글 (0)
책 표지의 질감과 색감이 정말 아름다워요. 모양새나 만듦새가 정말 예쁘고 깐깐한 책이네요. 잘 읽을게요.
acaciagirl 2017-11-24 공감 (7) 댓글 (0)
좋은 책이지만 에로스에 관한 입문용으로는 어렵다. 다르게 표현하면 밀도가 높고 내용에 충실하다는 의미. 본문(67쪽)보다 주해(74쪽)가 더 많아 앞뒤로 오가는 수고로움도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인문 고전 연속 강의‘를 먼저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마음소리 2018-01-10 공감 (5) 댓글 (0)
한 번 읽고 이해하긴 어렵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표지의 마력도 큰 몫을 한다.
쑤기 2017-12-16 공감 (4) 댓글 (0)
이 책이 나에게 에로스의 사다리이길
dantespoem 2017-11-24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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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아름다움
사랑은 과연 뭘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저는 종종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대목을 떠올립니다. 브랜드 박사의 딸 아멜리아는 까마득히 먼 외계 행성에 사랑하는 이를 보냈습니다. 아멜리아는 자신을 싸늘하게 대하는 우주비행사 쿠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우리 인간이 발명한 게 아니지만 관찰이 가능하고 강력하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높은 차원의 존재에 대한 증거일지 모른다구요.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이해는 못하지만 믿어 보기는 하자구요.”
인간의 고안물이 아닌 사랑은 그 자체로 신비롭습니다. 사랑을 보고 또 경험하지만, 누구도 자기것으로 소유할 순 없습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의 힘을 알 것 같다가도, 무엔가 합리적으로 해명해 보려고 하면 말문이 막혀 버립니다.
소동파의 시와 소동파의 시를 사랑하는 현대의 인간을 이어주는 끈이 있는 걸까요?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정서까지 연결해 주는 불멸한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에로스를 찾아서>는 우리가 알지만 해명하기는 어려운 그 사랑에 관한 탐구입니다.
사랑은 아름다우며, 사랑이 없다면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그 둘은 떼놓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랑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에로스를 찾아서>는 아름다움에 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진리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압니다. 우리가 살면서 진-선-미를 종종 함께 거론하는 것은 그 셋이 서로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에로스를 찾아서>는 아름다움과 사랑, 진리나 좋음이 모두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절제 있는 일들을 꾸준히 연습하면 절제 있는 인간이 되고, 용감한 일들을 꾸준히 행하면 용감한 인간이 될 수 있듯,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일을 연습하면 우리는 언젠가 아름다운 인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진리와 좋음도 언뜻언뜻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 중 하나를 오랜시간에 걸쳐 부지런히 연습한다면, 사랑과 아름다움, 또는 진리나 좋음 자체로 향하는 단서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에 그런 여러 단서들이 숨어 있다고 믿습니다.
풍요의 신과 결핍의 신 사이에서 태어난 에로스는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사이를 이어 주는 중간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에로스는 충족을 향한 갈망입니다. 에로스를 품은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아름다운 것, 더 사랑스러운 것, 더 좋은 것을 찾고자 합니다.
에로스는 무지와 지 사이에 항상 놓여 있기에, 항상 ‘더’ 알고자 갈망하는 우리의 상태, 즉 지혜를 향한 사랑을 상징합니다. 섣부른 자는 자신이 지혜를 가졌다고 말할 테지만, 에로스를 품은 자는 자신이 다만 저편에 있는 지혜를 사랑하여 저쪽을 향해 갈 뿐이라고 말할 겁니다.
성찰 시리즈의 전작인 <숨은 신을 찾아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탐구는 ‘숨은 신’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그것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에 있다. 더러는 바다를 건너가기도 하면서 더러는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때로는 오뒷세우스처럼 때로는 에이해브처럼.”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은 바로 ‘에로스’에 몰입된 이의 고된 여정 같습니다.
가장 높은 물마루에 오른 파도처럼 에이하브는 죽기 직전에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 미인은 하늘 한구석에 있는가 … 마음속에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 … 없는가, 그저 동파와 손님이 마음속에 품고 있을 뿐인, 뭔가 아득한 … 아름다움이라 이름 붙여진 환영인가.” - p. 7
이 책은 아득합니다.
망망대해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처럼요.
저 멀리 보이지만 다가가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 멀리에 또 여전히 있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움을 향한 아련하고 아득한 동경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아득함도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습니다.
강유원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이미 그러하듯, 더 아름다운 형식을 갖추려고 애쓴 흔적들은 내용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미덕 같습니다. 예컨대 각 절의 한 구절씩 따와서 구성한 목차는 각 제목들이 앞뒤로 신기하게 연결되어, 차례로 쭉 읽으면 전체 내용을 개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차례의 기능이죠.
이 책의 본문과 주해는 분량이 거의 같습니다. 이것은 주해가 본문에 딸린 출처 표기 기능에 그치지 않고, 주해 자체로 별도의 책 한 권, 즉 해설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의 만듦새가 무척 훌륭합니다. 눈으로 보면 아름답고 손으로 만지면 사랑스럽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에로스를 찾아서>의 뒷부분이 다음 편의 주제와 맞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바라보는 미인과 내가 바라보는 미인은 네가 가진 방식과 내가 가진 방식에 얽매여 있다. 너의 아름다움과 나의 아름다움은 다르다. 아름다움은 내 것이요, 사랑은 내 곁에 있다.” – p. 73
“강유원의 성찰” 시리즈의 다음 편을 고대합니다. 좋은 책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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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 2017-11-26 공감(2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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