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치로 ‘농촌마을 최초 조달청 등록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이 있다
기사입력2020.03.20. 오전 9:02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㉔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 열목어 마을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마을에 서 있기만 해도 기분 좋은 마을이 있다. 힐링이 되는 마을이 있다. 마치 어느 유명화가가 그린 ‘산’ 그림 명화 앞에 서 있는 느낌, 마음씨 좋은 구중궁궐 부잣집에 초청받아 현관앞에 서 있는 느낌 등이 저절로 생기는 마을이다. 맑은 공기와 물소리, 소나무 향기, 통마름 약수.......마을주민 인심까지 이 마을에 서면 기분좋고 치유가 된다. 홍천 구룡령아래 명개리 열목어 마을 마을이다. 백두대간을 접하고 있는 오대산 자락 산골 마을이다. 통마름약수와 소나무 군락, 명개천은 이곳이 자연이 보고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한다.
명개리(明開里)는 한자 뜻대로 밝은 것을 여는 마을이다. 마을 이름만큼이나 밝은 미래를 열어줄 마을이란 뜻이 담겨 있다. 이 마을은 백두대간 자락에 남아있는 생태환경의 보물창고다.
문화의 길로 구룡령 옛길, 치유의 길로 통마름 약수가 있는 통마름계곡, 건강의 길로 오대산 길을 개발한다는 10년전 이장님의 마을 계획발표에 정말 공감했었다. 도시에 없는 자원을 명개리 열목어 마을은 무수히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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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들을 조금 더 세련되게 연계하여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면, 도시민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한 잘사는 마을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놀랍게도 그것이 명개리 열목어 마을에서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몸에 좋다는 통마름 약수가 있다. 환경지표종 수달이 명개천에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서식하고 있다. 열목어 서식지로 마을하천은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하천에 발을 담그면 하천법 위반이라고 마을주민들은 농담하기도 한다. 마을이 백두대간보호구역, 오대산 국립공원지역으로 토지이용과 개발이 제한됐다. 주민들의 실생활은 이러한 규제로 불편이 컸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개발제약이 오히려 천연 자연자원이 잘 보전된 마을로 만들어졌다.
이 마을을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5월 22일 마을에서 산림치유 전문가들과 1박2일 현장포럼을 개최하면서부터다. 당시 지경배 박사(강원연구원)가 일본사례 중심 산림치유관련 마을만들기 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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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명동 전상지대 한의대 교수가 약용임산자원의 가치창출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때 논의되었던 주제들이 현재 마을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마을사업은 10년은 노력해야 성과가 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10여년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9년 5월 22일 춘천에서 오후 네시쯤 출발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먹구름이 잔뜩 낀 차창밖 산자락과 하늘을 보며 오늘 저녁 1박2일 포럼이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실내공간이 없어 폐교자리에 몽골텐트를 칠 예정이라 마음이 더 불편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가랑비가 내리고 약간 추웠지만, 마을주민들의 열기가 모든 걱정을 잊게 했다. 멋진 포럼을 개최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은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희종 강원일보 사장님, 노승철 홍천군수님 등 기관장님들이 많이 오셔서 축사하셨다. 이분들 말씀을 종합하면, “우리들의 생각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현상유지만 하려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다. 내일의 발전을 생각하는 사람이 성공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주민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앞서가는 리더다. 행복은 내마음속에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 마을에서 더 앞서가는 리더들이 많아져야 한다. 더 잘사는 방법을 앞서가는 리더들이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더 행복한 마을이 되어야 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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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9년 명개리 열목어 마을 마을포럼부터 마을 사전 설문조사가 시작되었다. 마을을 잘 모르면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 다양한 이야기를 지금까지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혼란이 있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포럼부터 사전에 마을자원조사와 설문조사분석 결과를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마을주민들에게 마을을 결과를 발표하여 함께 마을발전 대안을 찾기로 한 것이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명개리 열목어 마을은 귀농 귀촌자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의 학력이 높은 편이고, 자영업의 비중이 크고, 마을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을경관이 좋아 귀농 귀촌한 분들이 많지만, 주민들간 신뢰도는 높은 편이었다.
아직 초보 마을로 정부지원사업이 적고 마을사업관련 조직이나 역할분담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만족도지표와 관련해서 가구소득, 소비, 직업, 가정생활 만족, 쾌적성, 안전수준, 건강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문화, 교육, 이웃과의 관계 만족도 등이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마을의 지리적인 특성과 마을공동 공간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장・단점을 보완하고 살린다면 마을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진단되었다.
포럼시작 전 마을 부녀회원들께서 준비하신 다양한 저녁메뉴는 외부손님들을 감탄하게 하는 최상의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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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보전구역'이고 '백두대간' 지역에서 자라난 고사리, 곰취, 잔대, 산마늘, 누리대 등 다양한 나물들과 두룹튀김, 곰취튀김 등 정성이 가득 담기고 맛난 음식에 명개리 열목어 마을표 음식의 진수를 맛보았다.
이 마을은 사실 자연자원이 마을 토지이용규제로 잘 보존되어 있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을에서 이미 고민하고 있었다.
다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여성 40대 임정분 이장님의 마을소개와 계획을 포럼에서 발표했다. 그 내용속에 이미 마을미래의 청사진이 있었다. 우선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을사업부지를 확보하여야 했다.
마을부지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인 강원도 새농어촌사업에 도전했지만 2번 탈락하였다. 산골오지마을인데다 가구수가 적고 주민들의 열의가 아직 모아지지 않은 탓이었다.
최소한 가구당 연 50개 품을 열목어 마을 만들기에 집중하여 주민들이 단합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부여되었다. 힘을 집중해야 새농사업에 선정될 수 있다는 점을 마을과제로 제시하였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2009년 그 해 새농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현 마을부지를 매입하고 경로당 등 부속건물을 신축하여 마을사업 기반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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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마을현황은 35가구, 87명 주민이 살고 있었다. 34ha의 농지에 산채, 풋고추, 산양산삼 등을 재배하며 하며 사는 산골 마을이다.
"명개리 열목어 마을에 오시면 당신이 곧 자연입니다"라는 것을 모토로 문화의 길, 치유의 길, 건강의 길을 통해 자연을 간직한 새농어촌 명개리 열목어 마을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리더와 마을주민들은 막연하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명개리 열목어 마을은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고 있다. 홍천에서도 가장 동쪽 끝, 마을 명개리 열목어 마을은 포럼 개최 후 10여년간 가구수가 2배로 늘어나 현재 71가구 115명이 살고 있다. 마을 사업을 10년이상 잘하면 인구가 늘어나 소멸위기가 해소된다는 점을 또 한 번 입증하였다.
명개리 열목어 마을은 천연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그 풍부한 어메니티 자원을 시장가치화 하기 위해서는 마을체험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우선 필요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공기와 어메니티 자원이 있어도 돈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마을에는 행락객들의 쓰레기만 남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마을발전방향을 바로 치유마을로 정한 것이다. 당시 치유마을은 지금처럼 보편화 된 마을사업 개념은 아니었다. 치유는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병을 고치는 것으로 산림치유는 산림자원을 이용하여 인간 스스로 병을 고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명개리 열목어 마을이 치유마을로 발전하게 된다면, 치유마을 브랜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즉 건강증진은 물론, 생활스트레스질환 예방, 산림자원 고부가가치화, 산림치유사업 선점 및 선도적 참여, 청정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럼 당시 이런 내용을 주민들이 확신할 수 있도록 포럼회원들과 마을주민들은 속 깊은 토론이 있었다. 이런저런 내용이 포럼이 끝나고도 새벽까지 마을회관에서 이어졌다.
치유프로그램은 당일 체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오지마을인 명개리 열목어 마을에서는 최소 1박2일 또는 3박4일 내지는 6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체재형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여 발전시키자는 권고가 있었다. 이를 위해 '산림치유사'를 육성하고 식물원예요법, 아로마테라피요법, 피톤치드 사우나요법, 산림치유 펜션 등 다양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포럼 참가자들은 공감했었다.
거의 밤샘토론후 5.23일 아침 기상하자 마자 슬픈 뉴스가 들려왔다. 노무현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서둘러 포럼을 마무리하고 춘천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포럼회원들 대부분 여야 정치적인 입장은 명확하게 갖고 있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퇴임 후 봉화마을로 돌아가 농촌마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컸다. 허탈감과 슬픔 또한 컸다.
우리가 포럼을 개최했던 평창 대하리에서 노대통령이 숙박하고 갔다는 것을 포럼회원들이 회상하면서 그 슬픔은 오래 가슴속에 남았다.
원본보기ⓒ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명개리 열목어 마을은 지난 10여 년간 그날 포럼에서 제시되었던 여러 가지 과제와 사업내용들을 지금까지 잘 준비해왔다. 새농어촌운동, 오대산스타트랙사업, 창조적 마을사업 등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경사스러운 일들이 매년 이어졌다. 2018년에는 농림부 주관 제5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 환경분야에서 금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9년에는 치유마을로 주제로 마을상품을 조달청에 등록한 최초의 마을(등록번호: 농어촌체험서비스 8614179602)이 되었다. 2009년 제안되었던 계획과 사업들이 이제야 구체적으로 마을을 브랜드화하여 사업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2019년 심신 건강 농촌치유프로그램 시범사업은 농업진흥청 지원으로 시작했다. 소나무 숲속에 가지런히 깔아둔 요가매트 위에 앉아 임정분 마을운영위원장(50)은 고객들에게 치유프로그램을 안내했다. “눈을 감고 귀를 한번 기울여보세요. 지저귀는 새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 온 숲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리시나요? 여러분은 이제 대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쉼을 만끽하시게 될 겁니다.”
이 프로그램의 초청 대상자는 4월 동해안 일대를 덮친 대형 화마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외상성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게 된 소방관 20여 명이다.
농촌치유프로그램은 마을 입소와 동시에 스트레스 측정기를 통해 소방관 개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숲 트레킹과 초롱불 명상, 약초족욕, 산약초차 테라피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3일차 때 다시 한번 스트레스지수를 측정한 후 퇴소할 수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조록환 박사, 서울청 임복희 단장 등 국민디자인단이 설계했다. 소방관 20여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 결과, 열목어마을을 찾기 전 20.4점이던 스트레스지수가 8.4점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원본보기ⓒ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8점 이하가 정상, 9~26점이 잠재적 스트레스 환자, 27점 이상이 고위험 스트레스 환자로 각각 분류되는 기준을 고려하면 정상치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나이나 계급·근무지가 제각각이었지만 숲속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하나같이 평온한 표정이었다. 바닥에 누워 책을 읽는 분도 있고, 가부좌를 틀고 고요히 명상하는 분, 밀린 쪽잠을 청하는 분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방관들은 “쉬는 날에도 바깥에서 구급차 소리만 들으면, 갑작스레 온몸이 긴장상태가 되곤 했다”며 “이곳에 머물면서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그동안 화재현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서서히 풀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에 세번 제공되는 치유밥상은 이들의 속을 편안하게 달랬다. 반찬은 마을주민들이 텃밭에서 직접 기른 다래순과 고사리 등 산나물 위주다. 또 흔히 마시는 믹스커피 대신 신경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장미꽃차를 후식으로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임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인공적인 맛에 길든 입에 짧게나마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에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10여년동안 잊지 않고 그날 포럼에서 제안되었던 과제를 주민들이 잘 수행하여 치유마을로 발전하고 있는 명개리 열목어 마을이 자랑스럽다. 지난 프로그램 운영에서 나타난 치유효과를 면밀히 더 잘 분석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유마을로 발전되길 기원해 본다. 명개리 열목어 마을 파이팅!
◇홍천 내면은 읍면동중 우리 나라에서 면적이 가장 크다. 447.98㎢로 서울특별시 면적(605.02㎢)보다 좀 작다. 그런데 서울은 9,765만명이 거주하고 내면에는 0.32만명이 고작 살고 있다. 땅이 넓어 농촌지역이면서 고랭지 채소 농사를 하는 청년농사꾼들이 다른지역에 비해 많이 살고 있어 희망이 있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juwon5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