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금강일보
승인 2020.03.23
한남대 명예교수
[금강일보] 전 세계를 휩쓰는 역병의 시기다. 뜬금없이 온 역병으로 모든 나라, 정부, 관계 기관이나, 사람들은 다 같이 이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다. 효과가 나타나는 곳도 있는 듯이 보이나 아직까지는 어디에도 안심할 만큼 사태가 깔끔하게 정리된 곳은 없다.
백신이 만들어져서 사용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까지는 서로 조심하면서, 한계가 있는 방역과 치료를 받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 한번 나타난 바이러스는 우리와 함께 간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생각을 모아본다.
“교장 선생님께,
안녕하십니까? 일본 땅에서 조국의 언어로 학생들을 교육하시니 참 감사합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훌륭히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지금은 해결되어 다행입니다만, 여러 날 전 사이타마 시에서 조선학교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서울과 대전에 있는 종교친우회(퀘이커) 친우들이 맘을 모아 약간의 마스크를 보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여러 날이 걸렸지만 함께 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면 마스크 100매를 보내드립니다. 어린이들이 기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여기 보내드리는 마스크는 어린이들이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든 면 마스크입니다. 잘 빨아서 함께 넣는 필터를 마스크에 맞게 잘라서 갈아 끼우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약간의 장난감과 학용품을 함께 보냅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차별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이번에 전 세계를 긴장시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른 시간 안에 진정되어 모두가 다 정상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빕니다.
2020년 3월 20일, 한국 종교친우회(퀘이커) 서울·대전 모임 친우들 드림”
이 편지의 사연은 이러하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하여 많이 알고 있듯이 일본의 사이타마 시에서 취약계층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면서 시에서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하여 조선학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제외되었단다. 부당하다는 여론이 많이 형성되어 곧 시정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일은 어디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맘에 몇몇 퀘이커 친우들이 상의하여 그 유치원에 마스크를 보내기로 하였다. 그래서 약간의 돈을 모았고, 바느질하시는 분의 협조를 얻어 면마스크 100매를 보내면서 쓴 편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사정을 듣고, 면마스크를 만들어주시던 재봉사가 당신도 참여한다는 뜻으로 수고비의 상당한 부분을 받지 않기로 하였다. 그는 작업을 하는 긴 시간 동안 참으로 행복했단다. 이런 보람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그 마스크를 쓸 어린이들을 생각할 때 매우 깊고 간절한 사랑과 정성이 솟아남을 경험하였단다. 그 사랑과 정성은 그가 만든 까만 마스크와 그 안에 들어갈 필터와 그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포장한 그 정갈한 모습에서 금방 느낄 수가 있었다. 비록 적은 양의 마스크지만 그것을 받아 쓰게 될 어린이들과 선생들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따뜻한 바람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굉장히 많은 나라에서 여행이나 모임을 금지하면서, 국경을 폐쇄하다시피 하는 긴급명령을 발동하였다. 그 파동은 참으로 크다. 각종 생산활동과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온갖 종류의 국제간의 교류활동이 크게 제한을 받으면서 삶이 침체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누구는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얼마 동안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좀 막거나 미루면서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전에도 마냥 이렇게 격리되고 갇힌 상태로 사람들이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힘이 좀 누그러들면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물론 그러기까지는 누구일지는 모르나 상당히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범위와 깊이로 우리의 문명과정과 삶의 방향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래서 다시 확인하고 갈 일이 있음을 본다. 짧은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위험을 떠안은 채 모든 국경은 전처럼 개방되고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얽혀있기에 나라나 민족이나 어떤 종교집단이나 이념집단으로만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것들을 초월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전 세계를 하나의 생활공동체로 삼고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하고 무역하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갈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단 우리나라 안에 있는 불법체류자라는 이름으로 숨어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이번 일에서 어떤 불이익이 없게 자국인과 꼭같이 혜택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지적하였듯이 앞으로 빠르게 삶의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 긴급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문명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일을 떠나서, 앞으로 있을 모든 일들을 하나의 세계로, 그러니까 각 나라들이나 지역들이나 사람들이 각자도생식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일로 화평하게 공동으로 처리할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모든 경계를 넘어 공동으로 대응하여 사는 대동사회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인간과 정부와 정책들은 그 흐름을 충실히 따르는 성숙된 모습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