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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 고전 연속 강의 1
강유원 (지은이)
라티오2010-04-15초판출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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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반양장본
576쪽
152*223mm (A5신)
80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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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2009년 2월부터 11월까지 동대문구에 있는 정보화도서관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고전들을 골라 지식에 관한 '총체적인 통찰'을 꾀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시대와 삶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고전읽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을 하고자 하는 이, 고전 공부를 통해 인문 교양의 핵심을 얻고자 하는 이, 책과 세계 그리고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매개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 쓰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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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첫 시간
진정으로 명예로운 인간의 길 : 호메로스《일리아스》
제1강 사건의 한가운데로
제2강 불멸하는 신, 필멸하는 인간
제3강 공동체를 구하는 '명예'
제4강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여 영원함을 얻은 자
신의 법과 인간의 법 : 소포클레스《안티고네》
제5강 삶 자체가 정치인 공동체
제6강 고귀함과 천박함
제7강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제8강 파멸을 향해 가는 인간
덕을 닦는다는 것 : 아리스토텔레스《니코마코스 윤리학》
제9강 훌륭한 시민의 조건
제10강 향락적 삶, 정치적 삶, 관조적 삶
제11강 실천적 지혜의 도야
제12강 완성된 인간의 자기관조
절대자와의 만남: 단테《신곡》
제13강 기쁨에 가득 찬 시
제14강 훌륭한 말
제15강 신의 은총과 초인간적 경지
제16강 신을 닮은 인간
지극히 현실적인 것의 발견 : 마키아벨리《군주론》
제17강 군주의 역량
제18강 행동하는 삶
제19강 무장한 예언자의 무력과 설득력
제20강 군주를 몰락시키는 미움과 경멸
인간주체의 허약한 확실성 : 데카르트《방법서설》
제21강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제22강 삶에 유용한 여러 지식
제23강 이성을 사용하는 방법
제24강 근대의 정신분열
물질세계의 소유 : 로크 《통치론》
제25강 물질주의적 인간관
제26강 자유주의 국가의 목표
제27강 재산으로 증명되는 인간의 정체성
제28강 세계의 중심을 차지한 '소유권'
이성주의에 대한 희미한 저항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제29강 인민의 도덕적 기질과 성향
제30강 인류학적 상대주의
폭력으로 다스려지는 세계 :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31강 물리적 강제력, 근대국가의 수단
제32강 근대의 정치, 악마적 힘들과 관계맺기
기계화되는 인간 : 벤담 《파놉티콘》
제33강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세계
제34강 내면화되는 감시의 시선
근대 세계의 파탄과 혼돈의 시작 : 폴라니 《거대한 전환》
제35강 자기조정시장의 파탄
제36강 물건으로 변해버린 인간
역사에게 묻는 인간 : 공자 《논어》
제37강 정치적 현실, 유가의 출발점
제38강 사심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간다
제39강 "이 문화"의 보존과 계승
제40강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
접기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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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우리는 지금부터 동서양의 고전을 읽어나갈 것입니다.
고전은 통합적 사유를 요구하는 텍스트입니다. 우리가 고전을 읽을 때에는 우선 말의 뜻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독서가 완결될 수 없습니다. 텍스트가 만들어진 시대의 맥락도 함께 살펴보아야 하고 더 나아가 그 텍스트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도 궁리해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텍스트 자체, 텍스트의 맥락 즉 콘텍스트, 그리고 그것들을 읽고 있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시대,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 '첫 시간' 중에서- 접기
《일리아스》에 나타나는 아킬레우스의 변화과정은 다양합니다. 분노한 아킬레우스, 명예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아킬레우스, 위험에 처한 공동체를 구하는 아킬레우스, 노인장을 위로하는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의 삶의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겪는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험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 모두에 파고들어서 그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사람에게 나타나는 힘, 그리고 그 겪음으로 인해 오만해지지 않고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법칙 아래 무릎을 꿇는 태도가 여기서 생겨납니다. 모이라(moira)는 동양으로 치자면 '분(分)'과 같은 것입니다. 분(分)이라고 해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겪을 것 다 겪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되 하늘의 이치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을 말합니다. 진정한 영웅만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운명 앞에서 자기의 잘남을 굽히는 것. 즉 양립되지 않을 것 같은 '강함'과 '굽힘'이 공존하고 있는 사람이 영웅인 것입니다.
- '제3강' 중에서- 접기
아테네인들에게 정치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에 시민이라면 누구나 민회에 가서 발언할 권리가 있었고 나아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들은 위대한 지도자가 등장해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애당초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정치철학 용어로 '결단주의(決斷主義)'라고 하는데, 이는 정치적 행위가 개개인의 일상에서 멀어져서 무력감을 느낄 때 흔히 발생합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른 행위로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느낄 때, 정치가 더이상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일종의 볼거리로 전락할 때, 사람들은 결단주의에 빠져 위대한 메시아를 기다립니다. (…) 고대 아테네의 폴리스에는 결단주의와 메시아주의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에는 좋은 습관을 기르자는 주장이 많은지 아니면 메시아주의가 널리 퍼져있는지 생각해볼 만합니다.
-제9강' 중에서- 접기
《신곡》에 관한 이야기 말미에서 저는 단테와 마키아벨리 모두 같은 피렌체 사람이지만 그들이 사는 세계는 아주 딴판이라 했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시기에 차이가 있다 해도 그들이 하는 말의 차이는 정말 딴판입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왜 생겨났을까요. 이것이 우리가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탐색해 보아야 하는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마키아벨리 이후에 형성된, 고대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지금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그것의 한계는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가 더욱 집중하여 살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이 탐색을 위해서 지금부터 이른바 '근대의 텍스트들'을 읽습니다. 마지막에 읽을 《논어》 이전까지가 그것들입니다.
--제17강' 중에서- 접기
여기서 분명한 것은 진화(evolution)는 진보(progress)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을 잘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변화(change)는 그냥 바뀌는 것입니다. 반면 진보는 가치적으로 더 나은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나은 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시대와 집단에 따라 다릅니다. 생물종에서는 진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치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미생물보다 더 진보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기가 인간보다 개체수가 더 많습니다. 개체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모기가 더 진화한 것입니다. 인간은 진화를 멈췄을 뿐만 아니라 서로 죽이기까지 합니다. 개체수 증가에 치명적인 짓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진화는 곧 진보라는 입장에 서더라도 인간은 진보한 게 아닙니다. 다윈은 진화를 진보로 보지 않았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는 어떠한 가치판단도 끄집어 낼 수 없고, 인간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어떠한 원리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을 아무런 변환 없이 인간사회에 적용하려는 태도, 이것은 자연주의의 오류입니다.
- '제25강'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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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유원 (지은이)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 역사, 문학, 정치학 등에 대한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써 왔다. 오랫동안 개인 플랫폼에서 ‘책읽기 20분’을 진행했으며, CBS ‘라디오 인문학’과 KBS 제1라디오 ‘책과 세계’ 등 방송에서도 전문 서평가로 활동했다. 《책》 《책과 세계》 《주제》 등의 서평집과 《인문 古典 강의》 《역사 古典 강의》 《철학 古典 강의》 《문학 古典 강의》 《숨은 신을 찾아서》 《에로스를 찾아서》 등을 썼으며, 《경제학 철학 수고》 《철학으로서의 철학... 더보기
최근작 : <책 읽기의 끝과 시작>,<에로스를 찾아서>,<문학 고전 강의> … 총 4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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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 시대, 나의 삶이
영원한 고전을 만난다
체계적인 기본 지식도, 현실적인 지혜도 주지 못하는 인문학 공부는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과장하는 책이나 현실에 대한 표피적인 비판을 담은 조각 글들이 아니다. 인류의 오래된 지식에 관한 '총체적인 통찰'과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담긴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을 통해서라야만, 고전에 천착하여 당면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문학적 교양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신화(神化, 고귀한 삶)와 물화(物化, 천박한 삶)의 대립이라는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고대와 근현대의 주요 고전을 선정하여, 텍스트 안팎의 역사와 사상을 종횡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대와 삶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고전읽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을 하고자 하는 이, 고전 공부를 통해 인문 교양의 핵심을 얻고자 하는 이, 책과 세계 그리고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매개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 쓰인 책이다.
■ 책의 내용
여기서 다루는 고전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문학 텍스트도 있고, 역사적 성찰에 기여하는 것도 있으며,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힘을 기르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이 고전들은 역사적 배경으로도 철학적 내용으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떤 하나의 책에 관한 논의를 읽을 때에도 그것이 고립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강의는 서구 서사시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서구의 유년 시대에 해당할 것이다. 이 시대는 물론이고 이어지는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인간과 세계를 분리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항상 우주 혹은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을 보는 관점을 견지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안티고네》,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거쳐 《신곡》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세계가 하나가 되는 장쾌한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다.
《군주론》에서 《방법서설》, 《통치론》, 《법의 정신》을 거쳐 《직업으로서의 정치》, 《파놉티콘》, 《거대한 전환》에 이르는 과정은 서구의 근현대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힘의 약진과 그것의 파멸을 목격한다. 인간은 대단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때에는 결국 인간성을 벗어난 것, 즉 기계가 되고 만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된다. 이에 마지막으로 우리는 동아시아의 소박한 유년 시대가 담긴 《논어》를 들여다보면서 고대와 근현대를 잇는 자기반성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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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공부해서 남 퍼주는 사람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꼭꼭 2010-04-10 공감 (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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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에서 고귀함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책. 책을 읽고 마음에 간절함이 생겼다.
당근주스 2010-05-03 공감 (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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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책을 이렇게 만드는게 유행인가? 여백으로 채우는게...
봉천동 2011-04-29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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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 선생님의 강의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같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windwave21 2011-08-13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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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고전해설 요약집이 아니다. 일관된 흐름을 갖춘 인문고전강의의 정수이자 백미.
톨레레게 2011-05-18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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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고전 입문서
이 책은 서양의 고전 가운데, 특히 '사회/정치' 분야의 고전을 설명하고 있는데,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텍스트는 콘텍스트를 통해 제대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전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는 사실 거의 모든 책에 적용되는 진리이긴 하지만, 이런 기본을 제대로 지키는 인문학 입문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컨텍스트를 통해 고전에 접근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예컨대 로크의 '통치론'을 로크가 살던 시대적 상황과 홉스의 철학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해, 강유원의 책들은 수입된 지식을 충분히 소화하고, 한국의 현실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독성이 매우 좋은 것이 특징인데, 교수직을 꿰차고 앉아 귀신잡는 소리를 늘어놓는 샌님들이나 철학자 우려먹는 얼치기 도사들이 쏟아내는 똥닦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공의 측면에서 볼 때, 강유원은 인문 지식의 공유에 앞장서 온 유일한 사람이라 평가할 만한데. 오랫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MP3 강의, PDF 파일을 무료로 배포해왔고, 많은 질문에 직접 대답해온 오랜 노력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해온 학자가 얼마나 되는지 감안해본다면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지루한 인터넷 강의에 몇만원씩 받으면서 강남에서 철학 장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특히 돈과 명성을 경계하면서도, 현실에 등돌리지 않는 진지하고 '래디컬한' 지적 태도는, 알라딘을 마치 자기 서재인양 도배해 눈을 피곤하게 하 는 로쟈나 석학 흉내내기 바쁜 이진경, '머리는 들뢰즈, 몸은 노빠'인 김재인 등의 현란하지만 공허한 수사학에 비해 얼마나 인문학적인가?
어쨌든 정치, 사회 고전 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고전도 이런 형태로 출간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헤겔을 전공한 저자가 정신현상학 입문서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었는데, 이 또한 기대할만한 일이다. 이 사람이라면 정신현상학이라는 난해하고도 중요한 저작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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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비니 2010-05-22 공감(5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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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생각하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고전, 철학, 이념과 관련된 책들은 읽지 않겠노라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그 말들에서 풍기는 고루함, 완고함이 싫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런 책들이 풍기는 이미지가 싫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세속적인 성공과는 담을 쌓는 ‘패배자’의 사유에 마음을 뺏기지 않도록 경계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이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의 이런 ‘금수조치’는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짧은 서평들을 쓸 때도 밑천 없이 장사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서설이 길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바로 이제 ‘밑천’ 좀 넉넉하게 마련해보자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읽기를 꺼려왔던, 그리고 내심 두려웠던 어려운 책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처음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겠냐마는 ‘친절하고 쉬운 고전 안내서’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꾸준히 읽었는데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다 읽고 나서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일리아스>, <안티고네>, <신곡>과 같은 책들이 그렇게 재밌는 책인지 몰랐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거대한 전환> 등 여기 소개된 책들도 꼭 시간 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강의’라는 책제목과 어울리는 편한 대화체 형식의 글들이 막연한 부담감을 잠재워주었다. 또한, 책들이 저술된 시대와 배경, 지은이에 대한 소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흥미를 돋우었다. 또한 책의 곳곳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예시도 되어있어서 고전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이 책은 좋은 책이기 이전에 재미있는 강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두 가지만 들자면 ‘자기분열’과 ‘학생’이 아닐까 싶다. 먼저 ‘자기분열’은 ‘어떤 행동을 하는 나’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로 분열된 상태를 말한다. 책에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공자의 <논어>의 세계는 정치와 윤리가 동떨어지지 않은 세계였다. 공동체에서 사는 시민의 덕성이 중요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생활 자체에서 윤리가 적용되는 세계다. 하지만 로크와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서구사회에서 윤리는 더 이상 공적인 영역에서 논의되지 않는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생활을 이끌어가는 가치가 더 이상 윤리가 아닌 이윤과 효율이었던 것이다. 근대 서구는 이런 의식 전환을 통해 물질적 발전은 이루었지만 오히려 인간은 그 안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근대사회의 실패에 대한 해답을 고전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오직 돈이 숭배되는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다시 한 번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보며 성찰해보는 자세, 이 건강한 자기분열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전에서 찾은 힌트다.
대체로 사람들은 눈앞에 이익이 나타나면 그걸 잡으려고 합니다. 그때 한 발짝 물러나서 그것이 의(義)인지 리(利)인지 판단하는 것이 자기반성입니다. 이 장면에는 이로움을 취하려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나'가 있습니다. 이것은 극기를 하기 직전의 단계입니다. 달리 말하면 좋은 의미에서 자기분열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리(利)에 밝은 사람은 자신이 얻게 될 이득에 푹 빠진 나머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자기 분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익에 완전히 몰두해 있습니다. 자나 깨나 돈 생각만 해야 돈을 번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합니다. (본문 560쪽)
하지만 우리는 성인을 존경하지만 스스로 성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더군다나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자기분열은 더더욱 피하고 싶어 한다. 일부 대형교회에서 ‘물질적인 부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설교하는데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물욕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나칠 때 그것을 경계하기도 하는, 태초부터 분열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 분열은 죄책감에 빠지게도 하고 사사건건 행동에 제동을 걸어 귀찮기도 하다. 바로 이 때, 재부(財富)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그 갈등을 하향으로 통합해버릴 때, 우리는 분열에서 해방되고 마음 놓고 자신의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하늘로부터 받은 인증서를 휘날리면서 말이다.
저자는 건강한 자기분열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기분열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고 부끄러워하라고 다그친다. 또한, 그 자기분열이 매 순간 행동할 때마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우리더러 성인이 되라는 이야기냐고 궁시렁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저자는 현실과 이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초월적 역사주의’라는 말로 제시하는데, 한 마디로 이거다. 인간의 한계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 요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자신에게 한 번씩 더 물어보라는 거다.
고전은 개인과 공동체, 현실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에 대해 모두 이야기합니다.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는, 인간 삶의 비루한 모습을 볼 때에는, 현실을 넘어선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이 현실의 역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유념해야만 합니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초월적 역사주의’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나 할까요. 또한 우리는 고전을 읽을 때 개인의 정체성을 중시하면서도 그러한 개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를 고려하는 ‘개인적 공동체주의’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본문 572쪽)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학생'이다. 저자는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고전을 읽으라고 말한다. 프로이센의 신학자였던 슐라이마허는 명성을 얻은 뒤에도 ‘신학생’을 자처했다고 한다. 학생이라는 단어는 겸손함, 진지함을 의미한다. 고전공부는 오래해도 그 뜻을 다 알 수 없고, 안다는 것은 또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뜻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죽은 뒤, 지방에 ‘현고학생(顯考學生)~’이라고 적히는 것도 얼마나 영예로운 이름인가 싶다. 5급 이상 사무관이 돼야 ‘학생’ 대신에 ‘현고사무관~’이라고 적힌다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이 떠오른다. 나도 그 말씀에 혹해서 공직에 진출하면 5급 이상은 달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헛된 명예를 탐한 것은 아니었는지 부끄러워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학생이라는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말이다.
저자는 고전을 ‘충분히 읽고 음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전을 언급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고 말하며 더 나아가 ‘섣불리 아무 곳에나 고전에 대한 소감을 적는 것도 좋지 않다’고까지 말한다. 고전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일 터이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고전 그 자체로 훌륭하긴 하지만 후대 사람들이 그 책에 주석을 달고, 원전에 대한 해석을 통해 지평을 넓혔기 때문에 고전이 그만한 명성을 얻게 된 것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현재 나오는 책들도 후대에 고전이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또, 고전에 대한 지나친 경외감은 읽는 데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읽고 나서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고전에 대해서 너무 엄격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엄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경계해야 한다. 고전에 대한 엄숙함은 털어버려야 고전이 평가받아온 2000년을 넘어서, 앞으로 2000년도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고전이 당대 사람에게 읽힐 때도 엄숙하게 읽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일리아스>나 <안티고네>와 같은 책들은 당대에 인기 있는 작품이었지 않은가.
끝으로, 이 책을 통해서 ‘함께 읽는다는 것, 같이 배운다는 것이 정말 좋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일리아스를 읽었다면, 우리는 숨을 거두었다고 표현하지만 고대희랍에서는 눈을 감았다고 표현했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으며 따라서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찔렀다는 표현의 의미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또 하나! 이 책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강의를 기초로 씌어졌다고 한다. 지역사회도서관에서 이런 좋은 강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앞으로 지역사회도서관을 좀 더 많이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재미와 생각들을 토대로 앞으로, 지금까지 기피해왔던 고전과 철학책들도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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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11-01-09 공감(2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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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읽어야 할 고전 읽기 가이드... 강유원 '고전 강의'
허니가이드란 게 있다.
꽃들을 보면, 대여섯 장의 꽃잎의 특정한 꽃잎에 특정한 점들이 쿡쿡 찍혀있다.
그 점들을 <허니 가이드>라고 하는데, 그 점들은 대개 수술의 위쪽(햇볕이 비치는 쪽) 꽃잎에 자리잡고 있다.
곤충들이 보기에, 허니 가이드는 자외선의 영향으로 번쩍번쩍 빛을 내게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꽃들이 한창 에너지를 붉은 빛깔에 쓰고 있을 때, 곤충들이 허니 가이드를 따라 날갯짓을 하면서 꿀을 빨아들이는 동작에 따라 그의 날개와 다리들에 수술에서 꽃가루가 묻어 암술머리에 붙게 된다고 한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술과 암술들은 한결같이 허니 가이드를 따라 휘영청 구부려져 있다. (김규항의 예수전 리뷰에 내가 쓴 글 재인용)
식물이 살아남기 위하여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안내선을 번쩍거리게 만들어둔 것인데...
강유원의 이 책은 '고전'을 소재로 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넌지시 하고 있는 책이며,
인간이 도대체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일은 도대체 어떤 사고의 틀에 다다르게 하는 것인지를 자신도 모르게 깨닫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다.
마치 곤충들이 자기도 모르게 꽃들의 수정을 도와주게 하는 것이 허니가이드의 역할이듯,
이 책을 따라 읽고, 고전을 함께 읽노라면,
도대체 세상은 왜 이렇게 팍팍하며, 재미가 하나도 없고, 앞으로 살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명확하게 모르면서도 자기 안에 새로운 "씨앗 하나" 심을 수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런 것이 이 책의 가치다.
전에 강유원 샘의 강의를 들을 때, '인문학 스터디'란 책을 소개하셔서 읽고는, 그 책을 사 주자...고 리뷰를 올렸더니,
샘이 좀 삐치신 눈치로 안 사주셔도 됩니다...란 댓글을 다셨던 적이 있다.
지금도 내 생각엔 별로 변함이 없다. 그 책은 꼭 사서 읽기엔 좀 '스터디 목록'에 치우친 감이 컸던 것 같다.
이제 이 책을 읽고는, 이렇게 써야겠다.
이 책은 꼭 사서 밑줄 치면서 여러 번 읽어야 할 것이라고...
인류가 가장 처음 남긴 문학이라고 알려진 <일리아스>를 읽는 데서부터 근대를 거치는 <신곡>과 <파놉티콘>이 다다른 징그러운 자본주의 세상을 강유원은 '제 목소리' 아닌 '고전'을 통해서 가이드하고 있다.
그의 가이드라인이 마지막에 닿는 곳은 '논어'인데, 이 책이 마지막이란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의 오랜 기록을 통해서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사정을 따져보다 보니...
자본주의!라는 징그러운 괴물체가 인간!이라는 추악한 생물체와 결합한 결과물이었고,
결국 그가 읽은 책 중에 <규범 위기의 시대>를 진단할 가장 적합한 책으로 논어를 들이민 것일 뿐이다.
자본주의 세계화가 국가독점 자본주의국가 대한민국에 철퇴를 쳤던 IMF 구제금융기를 거치면서,
아, 추악하고 험악한 세상에서 다투지 말고 살아남아야 할 일이라며, <노자>가 졸지에 인기 서적이 되었듯이,
이명박이 튀어나와서 중학생들도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며 촛불을 들던 빈익극빈, 부익거부의 시대와 함께,
<규범 위기의 시대>를 온몸으로 느낀 사람들이 집어들었던 책이 <논어>였다.
이천 년도 더 된 시대의 책들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상의 흐름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곰곰 따져보고(따지는 법이 철학이고, 그 대상은 역사다.)
오래 전부터 역사에 대한 철학적 사변들을 다양한 <표현법>으로 기록한 것이 <문학>이기도 한 것이므로...
고전 읽기란 곧 문사철을 읽는 것이다.
서양 철학에 경도된 철학자들이 데칸쇼(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를 읽더라는 이야기들이 옛 글들에 나오지만,
강유원의 가이드라인에는 칸쇼가 빠졌다. 데카르트만으로도 근대는 이미 충분히 팍팍해진 것이다.
칸쇼의 난해한 개념의 바다에 빠질 필요도 없이 데카르트의 <이성>은 곧 근대적인 <몸>의 시대를 예고한 것이고,
물질이 이성과 몸 자체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절망을 듣게 하는 통찰력을 가진 것이다.
이 책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하나의 시선일 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읽었던 어떤 책에서도 고전을 이렇게 '가이드'한 이는 없었다.
신영복의 '동양 고전 강의'를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이 책에서 얻는다.
이 책에 등장한 '일리아스'와 '안티고네', '니코마코스 윤리학' 등과, '군주론'이나 '방법 서설' 등을 다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일리아스와 신곡은 언젠가 읽을 계획이지만... 논어야말로 읽을수록 길을 잃게 만드는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 책을 언젠가 다시 읽으면서, 세상이 왜 이렇게 굴러왔는지,
지금 삶의 좌표가 어떤 지향점 위에 서 있는 것인지,
등...대...로...
가지 못하는 목마와 숙녀처럼 페시미즘의 좌절이 아닌...
별이 빛나는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였던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 를 이야기했던 루카치처럼 행복하지는 못할지라도,
언제나 흔들리면서도 항상 지향점을 향하려는 나침반처럼 짱구를 굴리고 마음을 다지는 일이 필요한 노릇이다.
그의 인문과 고전과 강의 행간에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온고이지신과 학이시습지의 실천을 그로 인하여 얻을 수 있다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유원의 책을 읽는 일은 늘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의 공부 방법이 그렇게 독한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 이 책에서 적어두기 하고 싶은 부분들을 가려 적는다.
일리아스
59. ‘있음’에 대한 철저한 의식, 이것이 고대 희랍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리아스>는 고대 희랍인들의 사고방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 사태를 대하는 태도, 심성 구조 등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서사시는 고전으로서 가치가 있게 됩니다. 거듭 말하지만 어떤 시대와 인간을 철저하게 거울처럼 반영하는 것이 고전인 것입니다.
89. 서평을 쓸 때는 이 텍스트에서 무엇을 핵심으로 취해서 끄집어낼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 텍스트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세 가지 들면 서평의 기본 뼈대가 만들어지고, 이 뼈대에 살을 붙이면 서평이 됩니다. ... 서평은 책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보도 자료가 아니라, 책이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을 뽑아서 쓰는 것입니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이 책을 지탱하는, 이것을 빼면 책 전체 구조가 무너질 것 같은 핵심 문장을 딱 하나만 뽑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안티고네
102. 아이스퀼로스는 신에 기울어져 있고,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위대함과 한계를 함께 다룹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는 신에 대한 믿음도 없지만 인간에 대한 믿음도 굳건하지 않습니다. 소포클레스를 로마네스크 양식(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에 비유한다면, 에우리피데스는 고딕 양식(신에 대한 믿음의 쇠퇴)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확고하게 질서잡힌 구조에 따라 세워진 단아하면서도 치밀한 로마네스크와, 한없이 이어붙이는 고딕의 대비... 따라서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이어서 읽으면, 인간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과 세계 파악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 보여주는 서사 양식과, 모든 이해 가능성과 세계 지배 가능성이 포기된 상태에서 좌절한 인간이 보여주는 서사 양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희랍 비극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성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106 고대 세계의 고전을 읽을 때는 반드시 머릿속에 ‘고귀함(noble)'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합니다. 자신의 고귀함을 어떻게 드러내 보일 것인가. 이것이 고대인들이 일생 동안 추구하는 바라 할 수도 있습니다.
144. 저는 ‘인간적으로’라는 말을 ‘고귀한 존재로서’라는 뜻으로 씁니다. 인간은 본래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신곡>을 읽으려는 이유는 진정한 인간, 즉 신을 닮은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짐승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뜻에 따라 신이 되려 합니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뭔가를 세워놓고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짐승처럼’과 ‘인간처럼’을 대비시켜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165. 마땅히 그래야할 때, 또 마땅히 그래야 할 일에 대해, 마땅히 그래야 할 사람들에 대해, 마땅히 그래야할 목적을 위해서, 또 마땅히 그래야할 방식으로 감정을 갖는 것은 중간(중용)이자 최선이며, 바로 그런 것이 탁월성에 속하는 것이다.
군주론
262. 미 합중국에서 우파라 불리는 사람들과 한국에서 우파라 불리는 사람들은 많이 다릅니다. 다르다는 말, 그 말만 해두겠습니다. 미합중국에서는 우파 학자들이 고전을 번역한 경우가 제법 됩니다.
276. 특정한 역사적 국면(장소와 시간)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자만이 군주가 될 수 있다. 군주론을 읽을 때는 마키아벨리가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방법’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눈여겨 보아야
294. 군주론을 읽을 때는 마키아벨 리가 주장하는 새로운 군주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읽어야.
무장한 예언자는 설득, 비전을 보여주는 자. 비전을 제시해서 대중을 끌고가는 힘.
비전을 제시하고 그곳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확인, 격려, 질책하는 자.
308. 그러면서도 군주는 항상 인민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317. 밀어붙이면... '밀어부치면'의 오타... 앞의 것이 맞다.
<방법 서설>
333. 문명인(교양인)이란, 무엇이 덕스럽고 악한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이해에 의해 결속 (앨런 블룸)
그러나 오늘날의 대학생은 그들의 취향과 상상력을 형성해주는 책이 존재하지 않음
337.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된다는 것, 이성
방법 : 이성을 사용하는 방법
344. 공부를 집어치우고, “내 자신 속에서” 성찰 반성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속에서” 학문을 발견
<로크 통치론>
375. 17세기 신흥 부르조아 계급의 당파성을 충실히 대변한 사상가
<법의 정신> 몽테스키외
427. 근대 정치의 근본 원리
나라가 기울어지면 공통적인 징후 : 쓸데 없는데 돈을 쓰는 것.
재정 파탄, 불평등 과세, 조세 저항
438. 사법권은 계급 이익의 충돌에서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입법권은 계급 이익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452. 오늘날 국가는 강제력을 사용할 권리의 유일한 원천.
‘정치’란 국가들 사이에서든 한 국가내 집단 사이에서든, 권력에 참여하는 노력 또는 권력 배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노력을뜻한다.
466. 근대는 어리석고 비열
거대한 악을 불러올 가능성.
정치가는 좌절하지 말고, ‘열정과 균형감각’
도덕이 통용되는 정치, 삶의 구원으로서의 정치 : 고전에서 생각의 원천
<파놉티콘> 벤담
근대 문명 파산의 원인 규명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계산 가능한 것으로써 모든 것을 판단하는 원리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하다면 그것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통제
노동과 검소를 삶의 규칙으로, 유용성의 원리
기술 공학적 아이디어의 시대적 배경
근대 감옥의 목적은 노동의 가치와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습득하는 것.
487. 벤담에게 감옥은 공장이고 공장은 감옥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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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4-21 공감(1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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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지학
“공부는‘자기학대’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매저키스트가 된다면 남이 뭐라하든 신경쓰지 않고,공부를 해서 명예를 얻지 않아도 슬프지 않으며, 공부가 돈이 되지 않는다 해도 서럽지않다.”
강유원선생의 책『몸으로 하는 공부』의 말미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강유원 선생은 이러한 공부를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평했다.
돈이 모든 것의 잣대가 되는 지금, 공부도 남보다 더 높이 올라가 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러나 강유원 선생이 말하는 공부는 그런 공부가 아니다. 나를 위한 공부, 나를 바르게 갈고 닦아 나를 바르게 세우는 공부, 바로 위기지학인 것이다.
언젠가 강유원 선생이 강연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을 많이 남겨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몸으로 공부한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는, 정말 흉내 내기 어려운 멋진 표현이다. 공부와 스펙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지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명언이 아니가 한다.
이 책은 ‘강유원식’ 대로 표현 한다면 한 마디로 ‘엑기스’ 되시겠다. 그러나 이 한 권 만으로 효과를 보려고 한다면, 당신 역시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그런 부류들과 다르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다.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두 권의 기본 도서를 같이 통독하며 읽어 나가야 제대로 약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이 또 하나 있다.
열두 권의 기본도서 이외에 참고로 필요한 도서들까지 섭렵한다면 헤쳐 나오기 힘든 인문학 공부의 파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커다란 행운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제레미 벤담의《 파놉티콘 》부분만 해도 푸코의 《감시와 처벌》등 한 두 권의 참고 서적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일리아스 편에서도 일리아스 연구자인 강대진 선생의 다른 책들도 참고가 많이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한권의 책이 결국엔 수십 수백 권의 독서로 이어지게 되는 인문학 공부의 빅뱅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강유원 선생님이 수업중에 언급 하셨던 "구입옵션 도서" 목록이나, 이 책 중간 중간에 제시되고 있는 도서들을 참고한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아! 녹음파일도 있는데 깜빡했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실제 강의를 강유원선생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가서 다운받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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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adic1 2010-07-22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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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의 전범
저자 서문에서 이책을 읽는 유형들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첫째로 고전에 관심이 있으나 막상 혼자 읽기가 버거운 사람,책을 그냥 한번 읽어본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는 사람, 물론 후자가 더 많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저자는 고전을 읽고 아주 크게는 인생관이 바뀔수도 있고 생활습관이나 태도의 변화가 올수도 있다고 한다.물론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가능한 이야기다.나같은 나이도 먹고 더이상 인생이 특별히 바뀔것도 없는 사람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회사업무와 전혀(진짜 눈꼽만치도) 상관이 없는 책을 주구장창 읽고 있는 나도 좀 어쩔때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간혹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로 직장동료들이 이야기할때 책읽은 소감을 대화로 나눌때도 있지만 거의 주식,자기계발,경영이론이나 읽는 사람들 (그래도 이들은 책이라도 읽으니 그나마 다행이다)과는 대화거리가 사실상 없다.그래서 이나이에 뭐 독서클럽에 들어갈수도 없고(나이가 많아도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하긴 있지만)...근본적으로 나같이 새벽 7시에 나가 10시가 넘어 집에오면 주중에는 거의 다른일을 할수가 없으니...
이 책은 서평이라긴 뭐하고 고전독서의 길잡이라고 해야 될듯.이전에 읽은 책을 읽을 자유는 너무 방대한 책소개에 사실 정신이 없었으나, 나름 이책은 똘똘한 몇놈 골라 집중적으로 풀어나가니 읽기도 쉽고 특히.존대식 강의투의 문장이 이해도 잘되는 편이다.전에 강유원의 [책]도 읽었는데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책에서 소개한 고전들을 살펴보면 [일리아스],[안티고네],[니코마코스윤리학],[신곡],[군주론],[방법서설],[통치론],[법의정신],[직업으로서의 정치],[파놉티콘],[거대한 전환],[논어]이다.만만한 책이 하나도 없다.그나마 이책을 통하여 대충이라도 한번 훓어 볼수 있다는게 다행이다.
[신곡],[군주론]정도는 향후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머지는 부담스럽다.굳이 이 고전을 다읽어 수능 논설 대비할 일도 없고...이책이 나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교양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질 좋은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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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2010-12-12 공감(6)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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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향기에 풍덩 빠져보자.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는 2009년 2월부터 11월까지 동대문구에 있는 정보화도서관에서 1주에 2시간씩 40주씩 80시간에 걸쳐 강의한 내용이다.나도 처음에는 가서 직접 강의를 들으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집에서 멀고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흐지 부지 안가게 됬고 어둠의 통로를 통해서 강의 파일을 몇 개 다운받아 들을 수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올 봄에 강의한 내용이 책으로 나오게 된다
저자는 인문 고전 강의에 호메로스 <일리아스>,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단테 <신곡>, 마키아벨리 <군주론>, 데카르트 <방법서설>, 로크 <통치론>,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벤담 <파놉티콘>, 폴라니 <거대한 전환>, 공자 <논어>의 12권에 대해 소개하고 강의를 하는데 아마도 소개된 책중에서 일리어드,신곡,군주론,법의 정신등 몇권은 많은 이들이 알겠지만 나머지는 생소한 책들이 대부분으로 나역시도 12권중에 읽은책이 3~4권 정도 되지만 대부분 수박 겉핧기로 읽은 것들이다
사실 이들 책들은 '누구나 알지만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 고전들의 목록인데 흔히들 고전을 읽는 일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실제 고전을 읽은 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일부 학원가에서 대입 논술에 유리하다고 이런 고전들을 읽히도록 하고 있으나 대개는 학원에서 나누어준 다이제스트 판본만 읽고 고전을 섭렵했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에게 고전의 향기를 맡기 위해 차분히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은 우리 교육 풍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고전의 우수성에 대해서 말하고 책을 읽기를 권하지만 의외로 주변에 고전을 읽은 이가 드문 이유중의 하나는 우리 말로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세줄만 읽으면 무슨 뜻인 지 헷갈리게 만들어 버리는 누구나 바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된 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전을 읽기에는 독자들이 배경 지식이 일천하여 그 참뜻을 헤아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인문 고전 강의에서 저자인 강유원은 스스로 길 안내자임을 자처하며 책속에 소개된 고전 작품들이 어떤 시대 배경하에서 쓰여 졌는지,어떻게 해서 고전이란 타이틀이 붙게 되었는지,책속에 있는 유명한 문구들은 무엇이 있는지,후대 문학에서 어떤 식으로 인용 혹은 차용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고전 지식에 일천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유머러스운 말투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이 책을 읽으므로서 고전 원본을 읽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문 고전 강의의 첫번 째 소개된 책인 일리아스는 아마도 대부분 원문이 아니더라도 그리스-로마 신화속의 축약된 내용으로 읽었을 것이다.
인문 고전 강의의 일리아스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그리스 미녀 헬레네의 납치에 대한 그리스 용사들의 응징이란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신과 인간과 우주의 관계,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인간의 속성뿐만이 아니라 영웅들의 사실적인 죽음에 대한 묘사를 볼 때 단순한 고전 문학이 아닌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것은 도덕적 가치 논란 이전에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냉정하게 기록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 방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감지하지 못했던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대한 묘사에 대해 방패가 우리가 그닥 신경쓰지 않는 방패의 경우 당시에는 매우 중요한 무기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친구의 죽음 이후 복수를 위해 전쟁터에 다시 나서는 아킬레우스의 모습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졌던 공동체를 위한 나의 희생을 통해서 칭송던 명예에 대하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인문 고전 강의는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있었던 행간 하나 하나에서 당시의 상황을 찾아내서 우리에게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려 보여주고 있다.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는 고전이라고 하면 무언가 답답하고 묵직한 느낌을 받는 이들을 고전의 향기속으로 빠질수 있게 만드는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고전을 읽었다는 뿌듯한 자신감과 함께 원전을 한번 독파해 보겠다는 마음이 들거란 생각이 든다.
고전은 너무 어렵다고 외면한 이들은 저자의 안내에 따라 고전의 강물속에 한번 풍덩 빠져봄이 어떠할까 생각된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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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20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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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강의는 이런 것!
강유원의 『인문古典강의』는 제목 그대로 강의록이다. 서울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10개월 동안 진행한 강의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말하듯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워낙 입담이 구수하고 지식이 해박하여 막걸리처럼 술술 넘어간다.
12권의 고전을 강의했는데, 이 책들은 명성이나 취향에 따라 무작위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골라낸 것이다. 한 권 한 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서양 고전 11권을 연대순으로 세우면 우리 인간의 가치관이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문학, 역사, 철학 등이 뒤섞여 있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긴밀한 연관을 가진 이 고전들의 조합은 인간과 세계의 총체적 모습을 거시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왜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며 이렇게 살고 있는가? 를 질문해 본 적이 있다면 이 강의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모든 것을 ‘유용성’의 관점에서 따진다. 우리는 먼저 “그것이 너한테 무슨 이익이 되니?” 라고 묻는다. “그것이 정말 고귀한 일이니?” “그것이 신이 바라는 것이니?” 라고 묻는 법을 잊어 버렸다. 희랍 시대에 삶의 기준이 되었던 것들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 무엇이 우리의 정신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한 사회의 준거틀로 작용하는 텍스트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 사회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저자가 선택한 서양 고전 11권은 각 시대의 패러다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이다.
그러나 누구나 느끼다시피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무한한 인내를 요구하는 지루한 작업이다. 더욱이 아무 맥락 없이 고전에 덤벼들다가는 별 다른 가치도 찾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닌 것’ 이 고전이라 해도 한편으로 고전은 그 책이 쓰인 특정한 시대의 정신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준거틀’ 을 그 사회와 무관하게 읽어낼 수는 없다. 고전은 추상적 보편성이 아니라 구체적 보편성을 가진 텍스트이다.
『인문古典강의』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가 각각의 고전을 직접 읽는 것만으로는 쉽게 알기 힘든, 시대적 배경과 역사 속의 맥락을 짚어줌으로써 전체 역사 속에서 각 고전이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전들을 살펴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인간 정신의 변화를 알아 볼 수 있다. 과거의 삶의 방식은 현재 우리의 것과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도, 그리고 미래의 우리 삶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마지막 고전은 앞의 11권과는 달리 동양의 대표적 고전인 공자의 『논어』이다. 저자는 정치사상가로서의 공자의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자가 평생 동안 묻고 답한 주제는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가?’ 이었다. 공자는 정치는 올바름을 세우는 것이며, 올바름은 의義 이고, 의가 겉으로 드러난 형태가 예禮 라고 말했다. 서구 근대 사상과는 확연히 다른 정치철학이다. 11권의 서양 고전들이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를 낳은 인간 정신의 변화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면, 공자의 사상은 우리가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말해 주고 있다. 뭐 나는 공자의 사상에 그다지 공감하지는 않지만, 서구 근대정신의 몰락과 함께 ‘물건으로 변해 버린 인간’ 에 대한 저자의 한 가닥 위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부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스 윤리학』 그리고 단테의 『신곡』이다. 근대 이전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텍스트들이다. 고대 희랍 세계에서는 ‘고귀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유용성이나 합리성이 아니라 고귀함이 가치 판단의 기준인 것이다. 중세적 삶의 기준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신의 뜻이다.
둘째 부분은 근대적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일곱 권의 텍스트들이다. 근대적 사고의 신호탄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세운 주체성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상업부르주아 계급의 당파적 이익을 국가 통치의 근간으로 만든 로크의 『통치론』, 로크를 토착적으로 수용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근대 국가를 폭력의 독점적 지배조직으로 바라본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이익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을 합리성으로 인정한 공리주의자 벤담의 『파놉티콘』, 근대 패러다임의 몰락을 통찰한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있다.
셋째는 마지막 장에 덧붙여 놓은 공자의 『논어』다.
근대는 영어로 modern 이다. 그러나 modern은 현대로 번역되기도 한다. 번역자들은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할까? 나는 늘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대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모던’이라는 말이 15세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세계를 구조적 틀의 측면에서 가리킬 때는 ‘근대’로 옮기면 적절합니다. 이를테면 ‘21세기 한국사회는 근대적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관철되고 있는 시공간’ 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5세기부터 오늘날까지를 역사적으로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선 시기는 15세기부터, 과학혁명, 계몽주의를 거쳐 19세기 중반까지이고, 이어지는 시기는 19세기 중반 -굳이 연대를 특정하자면 18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입니다. 저는 앞의 시기를 ‘근대’라 하고 이어지는 시기를 ‘현대’라 합니다. 근대적 패러다임 안에 역사적 시기로서의 근대와 현대가 있는 것입니다. p445」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사실상 근대와 다르지 않다. 근대가 만든 패러다임 안에 그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대기 상으로 근대와 현대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modern은 근대이자 근대 안의 현대이다. 우리에게 약 600년 전의 고전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우리 시대정신의 뿌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대적 패러다임, 근대의 정신은 무엇일까? 근대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통일국민국가, 자본제적 생산양식, 개인주의 혹은 합리주의 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기나 물처럼 자연적으로 느껴지지만, 중세 말과 근대 초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물론 근대사회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약 600년 전에 처음 등장하여 수 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전환기를 살았던 인간들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느껴졌을 변화는 아마도 신의 몰락일 것이다. 세계의 중심을 차지하던 신이 쫓겨나고 인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근대는 인간이 중심인 세계이다.
15세기 이후에 쓰인 7권의 고전들은 근대적 패러다임이 정치와 경제, 사상에 가져온 변화의 방향을 뚜렷이 가리켜 준다. 현재 우리 사회의 준거틀인 근대적 패러다임이 이 7권의 고전들에 어떻게 나타나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몽테스키외는 몇 마디로 정리할 내용이 보이지 않아 생략하고 실제로는 6권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는 신이 사라졌다. 『군주론』은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학 교과서이다. 도덕과 신을 철저히 배제한 이 현실성이 바로 근대적 사고의 맹아이다.
데카르트는 주체성의 철학자이다. 코기토를 통해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놓았다. 인간 정신 이외의 모든 것은 심지어는 인간의 육체마저도 동물, 자연 등과 함께 대상으로 전락했다.
로크는 인간의 정신이 아니라 인간의 ‘소유권’ 을 세계의 중심에 놓았다. 로크는 인간을 이성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키는 존재로 규정했다. 로크는 17세기에 새롭게 대두한 상업부르주아 계급의 당파성을 충실히 대변하는 사상가였다. 영국의 입헌군주국은 개인의 소유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자산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킨 자유주의국가였다. 로크의 사상은 미합중국의 건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세계를 지배한 영국과 미국의 통치 기반이 된 이 자유주의 사상은 전 세계에 전파되어 지금까지도 확고부동한 원리로 기능하고 있다.
베버는 이렇게 틀이 잡힌 근대국가의 논리가 얼마나 냉혹한지, 정치가 어떻게 악마적인 힘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지를 암울하게 설파한다.
한편 벤담의 파놉티콘은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세계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인간을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기계의 부속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벤담은 파놉티콘이라는 감옥을 설계함으로써 감옥 운영과 수감자의 노동력 착취에 최대한의 효율성을 도입했다. 벤담은 감옥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 등 사회의 모든 기관에 파놉티콘을 적용하여, 감시의 내면화를 통해 경제성을 획득하려 했다.
폴라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몰락과 서구 근대 문명의 파산 과정을 샅샅이 탐색했다. 폴라니가 볼 때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상품화가 불가능한 토지, 화폐, 노동을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자기조정 시장은 파산하고 서구 열강은 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식민지 침략에 나섰다. 1차 세계대전은 식민지를 둘러싼 쟁탈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데카르트적 근대 인간의 몰락을 처참하게 보여주었다.
「개인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가족, 국가, 공동체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오롯이 독자적인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 중심주의는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이 명제에서는 나의 생각이 모든 것의 출발점입니다. 데카르트는 철저하게 개인의 주체성을 내세운 철학자입니다. 그가 천명하는 근대적인 주체성은 모든 공동체적 연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유산과 전통을 끊어낸, 말 그대로 독자적인 개인입니다. 내 몸과 내 정신은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데카르트적 자아의 사회적 함의입니다. 이것과 사적 이익이라는 로크의 사상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로크는 《통치론》에서 인간의 신체와 그 신체의 산물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카르트적 자아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자적 개인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노동의 산물이 오로지 개인의 것일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개인의 소유권' 위에 세워진 자유주의 입헌국가 역시 허구적인 것입니다. 폴라니는 자기조정 시장의 붕괴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지만, 사실 근대 세계는 ’데카르트적 자아‘ 라는 형이상학적인 토대부터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역설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자적인 개인을 강조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시스템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 개인을 집단 속에 무자비하게 집어넣은 것입니다. 폴라니의 말에 따르면 “사람을 맷돌로 갈아버리는” 파시스트 체제로 귀결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폴라니의 분석을 통해서 데카르트적 자아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p512~3」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근대적 패러다임 속에 살고 있다. 구 공산권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 너머를 상상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대한 전 세계적 저항이 줄을 이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체제에 대한 그 어떤 청사진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유토피아를 꿈꾸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근본적인 변혁도 기대할 수 없다. 한바탕 푸닥거리가 끝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평화로운 일상이 디디고 있는 발판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가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애써 불안을 누르고 행운에 삶을 기대어 산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버텨낼 수 있을까? "안녕들하십니까? " 란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인문古典강의』의 교훈은 인간이 세상을 바꾸어 왔다는 것이다. 신을 쫒아낸 오만한 자신감도 인간의 것이고, 국왕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린 것도 민중의 힘이다. 인간은 역사의 거대한 고비마다 진보의 방향을 틀고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 우리 사회의 준거틀은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 그 낡은 틀이 우리 모두의 삶을 치명적으로 옥죄고 있다면 그 틀은 깨져야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대적 패러다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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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2013-12-1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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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고전강의
강유원 선생님이 수년전에 서울에 한도서관에서 하신 고전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서양 주요 고전에 대한 세밀하고 통찰력있는 이해를 도와줍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시작으로 소포클레스의《안티고네》, 아리스토텔레스의《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거쳐 단테의《신곡》을 통하여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서구의 고전을 해설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면 혼자서 공부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현대인에게는 이는 쉽지 않아 강유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이러한 서양의 고전들을 어느정도만 이해하고 있으면, 서구 문화의 토대를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후대의 서양 근대 문학과 현대문학을 이해하는데 까지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저자는 이에 나아가, 마키아벨리의《군주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존로크의《통치론》, 몽테스키외《법의 정신》, 막스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레미 벤담의《파놉티콘》까지 서양의 정치사상과 철학의 주요 고전을 해설함으로써 현대의 철학과 사회과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글을 어떻게 쓰는지 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이 다른지, 서양의 산업혁명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인문학은 어떻게 공부하며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스스로 터득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주입식 교육이 난무하고, 무엇이든 요령껏 간단히 외워서 수박겉핡기식으로 공부하는데 익숙한 학생들이라면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줄 것입니다. 다만, 이 책만 읽기보다는 강의 파일을 직접 구해서 이 책의 바탕이 된 강의를 직접들어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평생 살아가는 자산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되고 서양 문화와 지적 전통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공부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추천하는 참고도서도 구하여 틈틈이 참조하신다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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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 2015-06-0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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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다는 것에의 통찰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것, 무턱대고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이후로 이제껏 간과라기보다는 애써 무시해 온 일이다. 분명 내가 놓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던가, 지금 읽고 있는 책 이전에 읽어야 할 다른 책이 있다던가 하는 그런 느낌.. 하지만 애써 무시하고 꾸역꾸역 읽어나갔던 것이 지금까지의 글읽기였다. 짬짬의 시간에 책을 읽는 이유로 정독이 아닌 통독에 가까운 독서와 함께 내가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는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나는 마음 안에서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난 듯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책이 쓰여진 시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때로는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을 요하는 일임을 책의 곳곳에서 읽는 일은, 그래서 시대마다의 고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깨닫는 일은 이제껏 내가 '읽는다는 행위'를 얼마나 무식하게 해왔던 것인지, 제대로 이해를 하지도 못하고 독후감을 씀으로서 '읽었다는 흔적'이상도 이하도 아닌 끄적거림에 불과한 짓을 해왔는지 절절하게 깨달아야 했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도 통찰이 필요한 일임을 깨닫게 한다. 그 통찰은 입체적이다. 하나의 고전이 가지는 의미가 역사적 시점을 중심으로 한 일정범위 안에서의 통찰을 요하는 일이라면, 시간을 따라 현재로 오면서 만나는 시대마다의 고전은 역사의 흐름안에서 인간의 생각과 사회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라는 통찰을 요하고 동시에 통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동시에 독서는 의미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해준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이 책의 내용중에 잠깐 나오고 마는, 내용의 의미와는 다른 단어가 마치 중심적 의미를 지닌 것처럼 호도되어 자본주의자들의 헤게모니 유지에 이용되듯, 책읽기는 내용의 분명한 이해를 획득해야 하는 일이다. 읽다보면, 우리가 알고있는 수많은 책의 내용을 근거로 제시된 개념이나 단어들이 실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의도로 호도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힘과 깊이가 있고 폭넓은 통찰이 있으면서도 강의의 흐름속에 긴장과 짜임새가 있어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고전은 그 자체로 읽기가 무척 어렵지만, 저자가 이야기해주는 고전은 무척 친근하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책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제안은 무척 소중하게 다가온다. 모든게 그렇듯, 책을 읽는다는 것도 쉽고 가볍지만은 않은 일이다. 호되면서도 후련하게 내려치는 꾸지람이 그래서 더욱 큰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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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yw2 2012-10-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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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인문 고전 강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스 윤리학」, 단테의 「신곡」 등 고대에서 근현대에 이르기 까지 서양문명의 형성에 바탕이 되어온 고전에 대한 강의입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소개되어 달달외우던 주요 철학개념들이 나오는 고전들에 대해 그 저술의 시대적 상황과 내용의 해석, 그리고 오늘날의 의미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거의 6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인데도 서양철학개론이나 사상사를 소개하는 책에서 느끼는 딱딱함, 지루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책에 나오는 고전의 원전을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입니다.
˝아하 ~ 그래서 이 책을 썼구나~˝, ˝지금 사회의 형성에 이 고전의 사상이 이렇게 깔려 있구나~˝
하고 또 한번 배움의 기쁨을 얻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흥미로운것은 각 고전들을 서로 분리해서 소개하지만, 사상사적으로 서로 어떻게 연계되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구문명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사상적 배경의 흐름을 재미있게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분야에서 꽤나 명성이 있으신가 봅니다.
나 정도의 독자에게 이정도로 그딱딱한 고전들을 이해하기 편하게 소개할 정도면 공부를 얼마나 지독하게 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소감은 삼가하고 싶습니다. 섣부른 소감이 자칫 저자에 대한 모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만,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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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soon 2016-01-03 공감(1)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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