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6

이병철 -도덕경 62 道者萬物之奧를 읽다, 사람을 어찌 버릴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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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62 道者萬物之奧를 읽다/

사람을 어찌 버릴 수 있으랴.

매달 한번 씩 숲마루재에 모여 책읽기를 핑게삼아 수다를 즐기는 모임에서 지난 해부터 읽어온 노자의 도덕경과 케이티의 도덕경 해설판?인 '천가지 이름의 기쁨'을 올해도 이어 읽는다. 한번 모임 때마다 5장씩을 내리 읽지만 한달에 한번이니 진도가 더디다.

매번 겉핥기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여러 말씀 가운데 한 두 말씀이라도 가슴에 담을 수 있다면 언제가는 그것이 씨앗이 되어 싹틀 때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로 읽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 함께 읽을 분량은 61장에서 65장인데. 케이티의 4가지 질문 연습도 함께 하기로 했으니 시간이 짧아 본문은 대충 뛰어넘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
내가 도덕경 읽기에 참고하는 책이 무위당의 "노자이야기'다. 스승과 사형이 대담 형태로 나눈 이야기를 사형이 풀어쓴 책인데, 지금 참고삼아 보고 있는 이 책도 스승과 사형이 내게 보내준 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치악산 자락의 봉산동 그 작은 집에서 두 분이 앉아 묻고 답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 모습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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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62장, '도는 만물의 아랫목'이라는 대목을 읽는데, 선생님의 음성이 유난히 더 생생히 들려와 가슴이 아릿해진다.

선생님이 타계하신지도 어느새 27년, 이제 관옥사형도 일흔 아흔에 접어들었구나.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미소를 짓고 만트라를 외우곤 하지만 갈수록 어지러운 세상을 바라보면 가슴이 절로 무거워짐을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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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사형이 나눈 대화 한 부분을 여기에도 나눈다.>

-착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어찌 그를 버릴 수 있겠느냐, 이런말이지. 왜냐하면 그도 역시 속에 道를 모시고 있는 사람이거든. 사람을 버린다는 건 곧 그 속에 모셔져 있는 道를 비린다는 것인데, 그게 道를 모시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찌 가능한 일이겠느냐, 이런말이야.
-옳습니다. 그래서 성인(聖人)은 무기인(無棄人)이라고 했지요.
-그래. 아무리 못된 사람이라 해도 말이지 그를 버릴 수는 없는 거라.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너무나도 쉽게 아무개는 착한 사람, 아무개는 못된 놈 하고 판단하지요. 그러고는 자기 판단에 따라서 누구는 잡고 누구는 버리고 그러지요.
-모두 미망(人) 속에서 헤매고 있는 거지.
-그러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반갑고 어떤 사람은 싫고, 그런 저의 감정을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아직 깨달음의 완성에 이르지 못했으니 어쩌겠는가?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면서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면서 가는 거지.

내가 좋은 친구들을 시내에서 만나 술 한잔 하고는 道가 어떻고 德이 어떻고 한참 저도 모르는 주접을 떨잖겠나? 그러고 나서 말이지 원주천 뚝방을 걸어 달빛 그림자 밟으며 집으로 돌아올 적에 말이야, 아이구, 내가 이거 오늘도 또 빈 달구지마냥 괜히 시끄러웠구나 하는 생각에 얼마나 참담한지 그 심정을 자네는 모를 걸세. 그렇지만 어쩌나? 울음은 속으로 혼자서 울고 다음날이면 또 친구들 만나러 나가는 거라.

-저도 비슷한 심정일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가 목사(牧師)로 되고 보니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말을 많이 한 날 모임이 끝나고 혼자 남으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지요.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야 한단 말인가? 무슨 글을 또 이렇게 많이 써야 하는가? 울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러면서도 이게 다 내가 져야 할 업보(業報)거니 생각하며 살아가는 거지요.

-비틀거리는 건 좋지만 곁길로 빠지거나 뒤를 돌아보는 건 안돼! 이 길로 들어섰으니 가는 데까지 곧장 가는 거야.
-알겠습니다.
-문자공부(文字工夫)만 가지고는 안 되네!
-예.
-몸과 마음을 항복시켜야 해.
道를 모셨으니 몸과 마음을 그분께 항복 시켜야 한다구.
-예.

-사람이고 물건이고 함부로 버리는 건 道를 모신 자의 할 짓이 아닌 거라. 모든 사람, 모든 물건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얘길세.
-알겠습니다. 애써 보겠습니다.


선생께서 사형에게 하신 그 당부의 말씀이 오늘따라 내게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인가.
You, 김두화, 강길모 and 9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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