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3

Kang-nam Oh 틱낫한 스님과 그리스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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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과 그리스도교
요 근래 한스 큉 교수, 존 쉘비 스퐁 주교가 타계하셨는데, 어제(1월21일)는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진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이 95세를 일기로 입적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세 분 모두 제게 영감을 주신 분들입니다. 두 분에 대해서는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기에 오늘은 틱낫한 스님에 대해 몇자 적고 싶습니다.
저는 스님이 쓰신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1997, 2013)라는 책과 <귀향>(2001)이라는 두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인연으로 그 후 틱낫한 스님을 정신적으로 가까이 모신 셈입니다.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라는 책 제목에서 보듯 스님은 부처님과 예수님이 인류 역사에 핀 두 송이 아름다운 꽃이라고 존경하며 부처님과 예수님 상을 그의 제단에 함께 모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또 <귀향>에서는 그를 찾아오는 여러 전통의 종교인들을 향해 그들 자신의 종교로 되돌아가 그 심층을 맛보라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광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브라이언 피어스 가톨릭 신부님의 책 <깨어있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는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이 그리스도인들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죽음 이후의 삶을 과도하게 염려하여 윤리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지금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와 환희“를 만끽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해 있는데,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지금 여기서 천국을 맛보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틱낫한 스님의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피어스 신부님의 말에 동의하실 것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돌아가셨지만 그의 가르침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등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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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nam Oh

책 이야기

불광출판사에서 

브라이언 피어스라는 베네딕토 계 가톨릭 신부의 책 
<We Walk Together: Learning from Thich Nhat Hanh and Meister Eckhart>라는 책을 
<깨어있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라는 제목으로 번역출판했습니다.  


피어스 신부가 이 책을 위해 주로 참고하고 인용한 틱낫한 스님의 책,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와 <귀향>이라는 두 책을 제가 오래 전에 번역해 낸 적이 있는데, 그 인연으로 저에게 추천사를 쓰라고 부탁한 것 같습니다. 그 책이 방금 나와서 거기 쓴 추천사를 여기 옮깁니다.  페친들 중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서로 어울릴 수 있는가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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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향력 있는 가톨릭계 출판사인 Orbis Books는 세계적 신학자 폴 닛터Paul F. Knitter의 책들을 비롯하여 종교간 대화에 대한 책을 많이 내고 있다.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불교서적 전문인 불광출판사에서 번역하기로 한 것에 우선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자체가 종교간 대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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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가톨릭 전통의 관상기도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영성수행을 직접 체험한 후, “위대한 영성전통들을 연결하는 지하수맥을 응시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가 틱낫한 스님의 글을 접한 저자는 “불교의 가르침이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자기 전통을 재발견하게 한다.”고 한다.  “죽음 이후의 삶을 과도하게 염려하여” 윤리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그리스도교의 일반적 경향성 때문에 “영성생활을 통한 자유와 환희를 만끽할 수 없는 위험”을 경고하며, 지금 이 순간에 천국을 체험하게 하는 ‘마음챙김’의 영성수행을 강조한다.

피어스 신부는 이런 수행이 그리스도교 전통에도 있는데, 특히 중세의 위대한 신비주의[심층]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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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는 종교들이 심층에서는 서로 통한다는 필자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이 책의 출판을 크게 기뻐하며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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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원고지 4매 정도로 쓰라고 해서 좋은 내용들을 소개하지 못하는데, 주옥 같은 생각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성경에 나오는 열처녀 비유에서 “깨어 있으라”라는 것은 미래에 올 신랑을 위해 깨어 있으라는 뜻이기 보다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 임하는 은총에 눈을 뜨는 것이라 풀이한다. 

 '붓다'라는 이름이 '깨어난 자' '각자'가 아니던가. 또 탕자 비유도 돌아오는 탕자를 두 팔 별려 반기는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이라기보다 자기의 진정한 고향으로부터 떠났다가 다시 “돌아옴”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풀고 있다.  

모세에게 “네가 서 있는 땅은 거룩한 땅”이라고 한 말도 우리가 마음챙김을 수행하면서 걸으면 한 걸음 한 걸음이 거룩한 땅을 디디는 것“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현존에서 걸어가기 때문이라고.*

즐독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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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이언 피어스 ( Brian J. Pierce )
    작가소개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제도의 도미니코 가족수도회의 성소 담당자, 도미니코 관상수녀회 총장의 지도신부였다. 이후 전임 순회 설교사로 돌아왔다. 가톨릭과 불교, 두 종교의 영적인 생각과 지혜를 하나로 묶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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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도서] 깨어있음
    [eBook] 깨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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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종교간 대화가 서로의 목표와 영적 실천을 더 풍부히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저서로 『예수와 탕자 : 전적인 자비의 하느님(Jesus and the Prodigal Son: The God of Radical Mercy)』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