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존중, 존엄, 존재
#소공녀
1. 집을 필수품에서 제외해버리는 미소를 이상하다 비웃을 수 없다. 필수품 집을 가졌지만, 사치품이라 생각한 담배와 술을 삼가고 염치를 차리며 살아오느라 자신의 취향을 잃어버린 내 부모의 삶이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없는 미소와 달리 부모가 있어서 이곳저곳을 전전하지 않았고, 독립할 때 집 보증금 백만원도 부모가 해주셨다.
그 이후로 내 스스로 산다 싶지만, 지금까지 곁에 계신 부모가 비빌언덕이 되어주셨기에 이만큼 산다. 미소가 집을 목록에서 지우듯 나는 자녀를 지웠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삶의 맥락을 타인은 알 수가 없다.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 대다수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이 존중 받을 수 있는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공동체를 바란다.
2. 윤여정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옷차림, 걸음 걸이, 화장 모두 자연스러 다큐멘터리 같다. 미국인들이 이걸 봤으면 아카데미 주연상을 주었겠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몸이나 팔고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가는 사람으로 뉴스에 나오지만, 양미숙의 삶은 세상이 모르는 사연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삼팔따라지 라는 단어로도 짐작했지만 6.25가 사람 팔자하나 잡았다. 역시나 1950년생 전쟁 고아.
1950년생 내 아버지가 또 생각났다. 망할 전쟁 때문에 백일도 전에 아버지를 잃은 내 아버지.
송정리 대처로 피난 나갔다가 두고온 아내와 어린 아들이 걱정 되어 나주로 다시 돌아온 길이 황천길.
목숨 걸고 돌아온 사랑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내 아버지는 공대에 가셨을까?...
타인에게 그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 쉽게 말하기 보다는 저마다 최선의 삶을 살고 있음을 기억하자. 모든 삶과 죽음이 존엄하다.
3. 혼자 사는 사람들도 혼자이되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서로 교류를 원하는 거리가 다를 수는 있지만 가족, 동료, 친구 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관심사가 달라 상대의 말이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들릴 때도 있고, 아재개그일지라도 정답을 맞추는 시험도 아닌데 그저 공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사와 공감이 선행해야 이웃이나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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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혼자보는 영화도 좋지만, 함께 보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 더 좋았다. 그렇지만 누구에게 굳이 같이 보러가자 권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직접 청한 사람은 오지 못 했다. 금요일 저녁 7시. 이시간에 대한 각자의 우선 순위가 다르다. 될 사람은 되듯 청하지 않아도 올 사람은 온다.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친한 언니가 어떻게 알고 찾아 와서 참 좋네, 힐링 되었어, 하자 미리 같이 가자 못한게 살짝 미안해 지면서도 또 왔으니 충분해지는 것.
4. 마르코 책방 오픈전 릴레이 영화 상영회는 끝났지만. 신명마을극장 은 매달 넷째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찾아옵니다. 기억나시믄 오세요.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저도 못 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