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4

나를 버리는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인간 실격' 스님의 행복하게 살기 연습 : 네이버 블로그

나를 버리는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인간 실격' 스님의 행복하게 살기 연습 : 네이버 블로그



나를 버리는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인간 실격' 스님의 행복하게 살기 연습

프로필

토마노타

2017. 4. 20.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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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는 연습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1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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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필자 소유의 다른 블로그 계정인 riproskaie.blog.me에 올렸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2010년부터 꾸준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 '생각 버리기 연습(원제: '생각하지 않는 연습')'의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의 책입니다.



코이케는 ​어떻게 보면 2010년대 초에 한참 불었던 불교 힐링열풍의 선구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이케는 2010년 '생각 버리기 연습'이 한국에 출간되면서 순식간에 유명해졌습니다. 그 뒤로 저 위의 '나를 버리는 연습'을 비롯해서 코이케가 쓴 다른 책들 역시 줄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나온 책들은 '생각 버리기 연습'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이 스님이 쓴 나머지 책들이 번역되었을 때는 힐링열풍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한 때였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이 스님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해도 항상 누군가가 빌려가서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책의 리뷰를 처음 쓰게 된 2015년 무렵만 해도 쉽게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힐링열풍이 잦아든 이유가, '힐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위로'랑 같은 뜻으로 쓰이면서 여기저기서 남발된 감도 있고, 이런 책들 때문에 힐링류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렇게 된 것도 있긴 합니다. 코이케의 책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앞서 말한 '생각 버리기 연습'은 우리나라에서 대개 좋은 평도 많이 받았지만, 짠 평가도 만만찮게 받았던 책입니다. '좋은 얘기인데,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그냥 똑같은 자기계발서'라는 이유도 있었고, 특정 종교(불교)의 사상을 일반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읽혀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

(이미지 출처: 네이버 책)







 이런 평가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코이케의 모국인 일본에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 앞서, 2008년 <침묵 입문>이 출판되면서 코이케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도쿄대를 나온 신세대 스님'이라는 타이틀로 여타 일본 내 스님들보다도 두드러질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스님이 일본에서 낸 책은, 2015년 기준으로 17권이나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코이케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들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몇몇은 비판이라기보다는 막말에 가깝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이렇게(출처는 2ch 및 일본 웹).



<책 내용에 대한 비판>

"책은 많이 나오는데, 내용이 계속 중복되고 이전만큼 짜임새있지도 않다. 단지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계속 비슷한 내용의 책을 내는 것이 아니냐."



"주지스님이라는, 일본에서는 고수익 직종에 해당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저술활동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사는데, '버리지 않는 연습(원제: '빈핍(貧乏)입문')' 같은 소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 위선적이다."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본인이 편한 대로 적당히 풀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뇌과학적인 설명은 '도파민의 작용'이라는 말 하나로 때워서 설명하니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도쿄대학 학력은 간판이고 사실은 공부도 제대로 안 한 거 아니냐."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설명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함종(*주: 2차대전 이후 세워진 일본의 초기불교계통 신흥종교. 그런데 알고 보면 아함종의 교리는 완전히 아함경의 내용에 기반을 둔 것도 아닙니다. 밀교 수행법과 짬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비스무리한 '코이케 교'같은 사이비종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 마침 자기네 절이 정토진종으로부터 독립까지 했겠다, 그냥 신흥종교를 세우려는 걸로 보인다."



"책에서는 불교명상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부작용 위험도 있거니와 현대 과학 시대에 종교적인 수행법을 치료약이라며 들고 나오는 것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코이케 류노스케 개인에 대한 비판>​

"​항상 자기 얼굴을 책에 찍어서 내는데, 스님치고는 오만한 마케팅 수법으로 보인다. 출판사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그걸 용인하는 본인도 책임이 있다. 이제 좀 있으면 40대가 되는 아저씨가 징그럽게 얼굴팔이하는 거냐."​



"​고민 상담을 하는 여자에게 "당신처럼 '받아 마땅하다'라고 생각하는 건방진 사람과 누가 사귀고 싶을까요" 같은 막말을 하다니. 심하다. 인생경험이 적어서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미성숙해 보인다."​



​"쇼와(昭和) 시대 때의 서생 코스프레라도 하는 거냐. 혼자서 고상해보이는 척한다."



​"태국에서 초기불교 명상을 수행한 적이 있는 스님치고는 계율도 제대로 안 지키는 것 같다."



"문체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아스퍼거증후군 환자같다." (이 정도면 비판이 아니라 인신공격 수준.)





사실 2ch에 올라오는 글들은 사이트 성격상 곧이곧대로 듣기에는 곤란한 게 많습니다. 애초에 "한국은 정신질환자가 많으니까 코이케의 책들이 인기를 끄는 거다" 같은 혐한성 발언이 난무하는 곳인지라. 그렇지만 저런 평들 중에서, 평소에 이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품어왔던 궁금증들이랑 겹치는 부분들도 있었기에, 그냥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기계발서 작가라는데 실상은 인간성이 영 아닌 걸로 드러나서 책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이 스님이 하는 말을 과연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요?

 ​

  그리고 저 위에서 '정토진종으로부터 독립'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스님의 집안은 대대로 정토진종 집안입니다. 하지만 정토진종의 '종교적'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종단과 갈등이 있었고, 결국에는 아버지의 절 쇼겐지(정현사, 正現寺) 주지 자리를 물려받을 때쯤 종단으로부터 제적당합니다. 교리에 어긋나는 저술, 강의, 출판활동을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코이케는 여기에 대응해 단가(우리나라로 치면 '시주댁'이랑 비슷하지만, 좀더 사찰 운영에 대한 권한이 센 집안)들의 지원을 받아서, 자기 집안의 절을 종단으로부터 독립된 종교재단으로 인가받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느 정토진종 스님들과는 달리, 코이케는 독경도 하지 않고, 장례식도 지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독립 종교재단을 만드는 건 취지는 좋아 보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새로운 종교를 차린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살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뢰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저는 이런 '훈남' 스님이 어떤 생각으로 저런 욕을 들으면서까지 세속인들을 위한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을 하게 됐는지가 순수하게 궁금해졌습니다, 그냥 돈 때문인지, 자기과시인지, 아니면 순전히 공익을 위한 것인지.



그래서 찾아보게 된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책, <나를 버리는 연습>이었습니다.



<나를 버리는 연습>은 간단히 말해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자서전 내지는 '젊은 날의 과오'에 대한 고백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코이케는 출가하기 전 상당히 무절제한 망나니에 가까운 삶을 살았지만, 불교 명상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이러한 반성 과정을 덤덤하고 관조적인 문체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자의식 강한 아이​



코이케는 어렸을 때부터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책 초반부에서 본인은 부모님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내버려둘 때마다 큰 소리로 울어젖히고,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던 아이였다고 고백합니다. 코이케의 부모님은 아들의 이러한 버릇을 고치게 하려고 수영교실도 보내보고, 피아노 학원도 보내봤지만, 코이케가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에는 둘 다 그만두는 바람에 허사였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류 군'(귀엽다...?)이라고 습관적으로 부르다가 또래 친구에게 '여자애같이 그게 뭐냐'는 핀잔을 받고 나서 이 버릇을 고쳤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코이케는 이러한 자신의 옛날 모습이 다름아닌 강한 자의식, 그러니까 불교식으로 말하면 '만(慢)'의 번뇌 때문이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코이케의 설명으로는, 아무리 순진무구해 보이는 아기들일지라도 태어나는 순간에는 이러한 자의식이나 자기보호 본능을 지니고 태어나며,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를 받아 그 트라우마가 무의식에 남는다고 합니다. 이는 어느 아기들이든 한 번쯤은 경험하는 보편적인 상처겠지만, 이 스님은 다른 아기들보다도 그걸 받아들이는 정도가 좀 심했던 모양입니다.



코이케는 가족으로부터 충족받지 못했다고 느낀 만의 번뇌를 친구 관계에서 충족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기를 반복했습니다. 잘 나가는 친구에게 집착한 나머지 자신하고만 놀아주지 않는 상황이 되면 상처를 받는다든지. 아이들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말을 걸곤 했는데, 롤링페이퍼 시간에 '짜증나'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든지.



  이런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코이케는 학교에서도 산만한 아이로 낙인찍혔다고 합니다. 이 역시 굶주린 자의식 때문에 자기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이 분이 초등학교 시절 요즘 기준의 정신과검사를 받았다면, 농담 좀 보태서 ADHD(주의력집중장애)나 위의 평 말마따나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코이케의 이러한 증상은 심리학적으로는 경계선 성격장애로 분류될 법한 증상입니다. (본 의견은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개인의 의견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인간 실격>



코이케는 어린 시절을 우리나라의 경상도와 비슷한 분위기의 도시라는 오사카에서 보내면서, 거친 문화에 익숙해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쯤 야마구치현으로 이사하면서 문화 차이 때문에 그곳 아이들에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기 스스로는 사랑받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노력했는데도 새로 이사온 곳에서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결국 코이케는 "처음부터 사랑따윈 필요없었어"라는, 요즘 들으면 말 그대로 중2병스러운 자기합리화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때쯤, 코이케는 다자이 오사무의 그 유명한 소설 <인간 실격>을 읽게 됩니다.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출판 더클래식



발매 20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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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오오바 요조)에게 공감하면서 그의 행동을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이케 본인은 이 당시의 어리석은 자신이 상처입은 자의식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로 <인간 실격>을 활용했던 것에 더 가까웠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는 그 소설에서 주인공이 말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같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입버릇처럼 읊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일본어 원제가 '스님 실격(坊主失格)'인 건, 바로 이 시절의 자신에 대한 코이케의 연민어린 자학개그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코이케의 청년기 인생은 정말 <인간 실격>의 주인공마냥 갖은 풍파를 겪게 됩니다.  ​



쿨한 척으로 어둠의다크한(?) 중학교 시절을 보냈던 코이케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자신이 두서없이 쏟아내는 말에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랑받고 싶다는 자신의 만의 욕망을 '개그맨'의 성격을 연기하는 걸로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가 사랑받고 싶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자, 마음에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연기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 것처럼. 그리고 친구에게 자신의 가면을 간파당해버린 요조처럼, 코이케 역시 친구들로부터 자신의 성격을 얼마 안 가 간파당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개그맨인 척 하는 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자, 코이케는 계속해서 상처받는 자신의 자존심을 '죽어버릴까'라는 말을 해서 시선을 끄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의 삶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코이케는​ 여자관계를 통해 내면의 어둠을 잊으려고 했던 요조처럼 숱한 여성편력을 거쳐 나갔습니다. 물론 요조처럼 자살시도까지 한 건 아니었지만, 유부녀와 사랑의 도피를 하기도 하고, 여러 명의 여자를 한꺼번에 사귀기도 하고, 여자친구를 함부로 대한 나머지 자살시도를 하게 만들기도 하고, 학생 신분으로 결혼했다가 아내를 손찌검하기도 하고...



여자관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코이케는 아버지에게는 폭언을 하고, 어머니에게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밀치는 등 물리적 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부터 해결되지 않은 코이케의 만의 번뇌는, 중구난방으로 헛돌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습니다.



대인관계뿐 아니라, 코이케의 정신은 개인적으로도 많이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지적 우월감에 취해있었지만 공허한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오히려 (머리를 무리하게 써서인지) 몸에 병을 얻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멋진 옷을 숱하게 사 모아도 마음의 구멍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코이케의 상태는 지나가던 행인에게 대고 '헤뇨헤뇨헤뇨', '게리 쿠퍼(??)'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해서 놀라게 만들기를 즐기는 지경까지 악화됐습니다. 이 정도면 정신분열 같은 걸로 분류돼서 병원에 집어넣어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입니다. 요조가 소설 거의 막바지에 인간관계는 물론 마음까지 산산이 망가진 채로 정신병원에 들어갔던 것처럼.



그러나 다행히도, 코이케의 <인간 실격>은 이쯤에서 끝을 고했습니다.





​명상으로 거듭난 <인간 실격>



통제불능이었던 ​코이케의 만의 번뇌를 멈추어준 것은, 다름아닌 '명상'이었습니다.



교사로 일하다가 가업을 따라 주지스님이 된 그의 아버지 코이케 노리오는, 점점 미쳐가던 아들을 보다못해 미얀마의 마하시 사야도 스님이 개발한 명상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코이케는 젊은 세대답게, 처응에는 불교 수행법 자체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이미 당시부터 법적으로는 스님이었고, 고등학교 때 승려라는 가업을 이어받아 잠깐 승려교육과정을 이수하기도 했지만, 열흘짜리 속성 교육과정이라 오히려 종파 불교에 대한 환멸만 들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음을 성찰한다기보다는 무조건적인 신앙심을 요구하는 정토진종의 분위기에도 회의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정토진종은 기독교와 비슷하게 인간을 죄스러운 존재로 보고, 자비로운 부처에 의한 타력구원에 의존하는 불교 종파입니다.)



이러한 환멸에도 불구하고, 한때 엄하고 폭력적이었던 자기 아버지 역시 이 명상법을 통해 변화하는 것을 보고 류노스케 스님은 자신의 방황을 멈춰줄 그 무언가를 명상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마하시 스님의 수행법은 부처의 사후 수백 년이 지난 다음에 생겨난 종파불교가 아닌, 초기불교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수행방법인 '위빠사나'로부터 비롯된 수행법이었습니다. 독경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저 숨을 쉴 때 배의 들고 나는 움직임을 관찰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를 따라 일주일간 명상을 하기로 결심했고, 또 실제로 수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코이케는 이 일주일간의 명상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명상이 계속될수록, 그는 점점 자신의 마음이 돌아가는 방식을 덤덤하게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었고, 마침내는 나란 본래 없고 조건반사적인 의식의 작용이 있을 뿐이라는 '무아(無我)'의 진리를 실감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명상 덕분에 자신이 이제야 '인간다운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스님 실격'



정리하자면, 코이케는 정토진종의 교리와는 불교를 바라보는 관점도, 불교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 과정도 다릅니다. 코이케는 종단으로부터 제적되기 전에도, 위빠사나 수행법을 한다는 이유로 이미 한 차례 추궁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의견대립 및 종단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 것입니다.



또한 코이케 본인은 이 책 서문에서 신자를 늘리거나 포교를 하려는 목적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 책의 원제가 '스님 실격'인 이유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 불교라는 특정 종교를 전파하거나 신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은 없다. '좌선 명상'은 다른 종교나 사상을 가진 사람, 혹은 무신론자라도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명상의 하나로 좌선 명상을 지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승려로서는 실격일지도 모른다. 좋은 스님이 아니라 그저 명상이나 즐기는 한 사람의 땡중에 지나지 않으니까. ―책 6페이지



결국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스님은 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되겠지만 스님이라는 형식에 매이지는 않겠다는. 그래서인지 계율을 별로 지키지 않는 듯하다는 사람들의 평도 아마 코이케 본인의 이러한 생각 때문에 비롯된 듯합니다. 그래도 채식을 하고, 안거(安居: 스님들이 여름이나 겨울 등 일정한 기간 동안 외출하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며 수행하는 것)에 들고 하는 것을 보면 지킬 건 지키는 사람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채식을 시도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저 두 가지만 제대로 하기도 참 쉽지 않으니까요. 본인은 '스님 실격'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제 개인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일본 스님 중에서는 꽤 드물게 '스님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자기계발서 작가로 유명한 코이케 류노스케가 아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인간 군상으로써 코이케 류노스케의 삶을 들여다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도, 이 사람이 고백한 내용이 과장되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코이케의 어린 시절과 어릴 적의 제 모습이 여기저기 겹치는 점들이 많아서, 오히려 공감이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혼란스러운 내면의 문제 때문에 어릴 적부터, 심하면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스님이 그렇게 자기가 한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비슷한 내용의 책을 내는 것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갈 만도 합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본인이 불교 명상을 통해 어느 정도 구원을 받았으니까, 그 방법을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부류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솔직히, 좀 양산형처럼 책이 나오는 것 같긴 하지만...읍읍)



물론 불교명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코이케 본인도 다른 책에서 '명상 과정에서 좋지 않은 무의식의 기억이 올라오면 우울증이 심해질 수도 있으니, 명상 전 미리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인용했던 코이케의 여러 논란이 된 언행들을 보면, 아직 본인의 그 '만의 번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걸로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불교 명상으로 인해 변화한 코이케의 모습이라면, 저는 차라리 저 사람이 그렇게 홍보하는 명상을 응원해줄지언정 대놓고 비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의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 '인간 실격'급 망나니가 그나마 저 정도까지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명상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코이케 본인도 자신의 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올라오던 자만심에 대해 고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창 인기를 누리는 사람이 오히려 이렇게 겸허한 태도를 보이는 건, 설령 예의상이라도 쉽지 않으니까요.



다만 명상의 효과에 대한 내용을 과학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전문가들과 책을 같이 쓰거나 하는 작업들을 통해서 좀더 논거를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저자가 스님이다보니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기보다는, 자신을 직접 명상으로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편인데, 아무래도 독자들 입장에서는 객관성 면에서 의심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명상 관련 서적이나, 명상 전통에 뿌리를 둔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저 역시 항상 느끼는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얼굴 팔이' 논란은... 개인적으로는 얼굴을 당당히 책 표지에 걸고 활동하시는 스님들이 우리나라에 정말 많다 보니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유별나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저 논란은 코이케 본인이 종교인이다보니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나를 버리는 연습>은, 이 스님이 쓴 책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책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책 외에 나머지 읽기에 좋은 책들로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명상수업>, <생각 버리기 연습>, <번뇌로 마음이 소란할 때> 등을 추천합니다. 나머지 책들은 좀 내용이 많이 겹치는 관계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