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9

교도소에서 회복적 사법의 책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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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

16 mins · Public

동료가 요약하여 올린 <교도소에서 회복적 사법>의 책은 회복적 실천이라는 광의의 사회적 실천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요구한다. 한국은 이미 여러 흐름의 회복적 실천 모델이 있고 그 자체의 시원적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어 70년대 초에 시작하여 현재 전세계 55개국에 퍼진 재소자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인 ‘삶을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Alternative Violence Project)는 이미 한국에서 10년이 넘은 진행자 커뮤니티를 갖고 있고 미국의 퀘이커에서 시작하여 시민사회운동으로 퍼져나간 모델이다.

그 초기 시작이 나와 동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이제는 자체의 50명에 가까운 활동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미국의 종교친우봉사회가 이를 학교에 적용하기 위해 다시 자매모델인 ‘청소년평화지킴이(HIPP;Help Increase Peace Program)도 금년에 10년째 되면서 40여명의 진행자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HIPP는 교도되고 있는 청소년재소자에 대한 시범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금은 몇몇 대안학교의 청소년평화리더십과 관련된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성인진행자와 청소년진행자가 팀을 형성할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아쉬운 것은 여러차례 실험적으로 교도소에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주로 교도소사역잘이 아니라 시민사회활동에 관여하는 활동가로 구성되어 있어서 교도소와의 연결이 단속적이란 점과 경찰서보다 더 심각하게 외부에서 재정과 프로그램을 자원받아 운영하기에 파트너적인 시스템(재정지원, 교도행정가와의 연계, 교도행정가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자각과 협력 구조)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교도소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인프라 구조에 계속적인 관심을 쏟는 동료진행자들이 나오고 있어 그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실천가로서 기존의 회복적 사법운동가와 교도소 프로그램은 각각 그 중심이 조금 달랐다. 기존의 회복적운동 실천가는 주로 가피해대화의 연결과 중재에 그 핵심역량이 있다면 AVP/HIPP 모델등은 서클진행자로서 임파워먼트라는 훈련모델이라는 점이고 이들 모델은 물론 피해자치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회복적 실천은 각각 그 출발이 특정현장의 사건과 이에 관심을 둔 활동가들의 자각에서 시작했지만 역사가 흐르면서 보편적인 가치와 목적에 대한 각 역사적 지류의 합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이미 70년대 기원했던 각각은 이미 50년이 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중간기인 2000년대 전후반에서 서로를 알게된 상황이다. 물론 여기에는 빠른 통신수단의 정보교류로 인해 비슷한 활동을 누가 어디서 하는지를 알게된 독택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은 이미 현재상태에서는 시민사회 활동도 극제시민운동과  그 흐름을 고유해왔기에 뒤쳐져 있지 않고 동시간적인 속도를 갖거나 한국적인 독특성의 운동으로 변형되고 있다. 그 한 예가 2009년 11월 29일 캐서린 한, 이재영 그리고 본인이 함께 서대문의 영천시장에 있는 비폭력평화물결 사무소에서 그 첫모임로 시작한 ‘회복적정의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출발이다. 이는 그 의미가 비폭력대화NVC모델, 가피해중재VORP모델, AVP/HIPP(현재는 HIPP진행자들이 주로 활동)의 광의적이고 다원적인 협력적 파트너십이라는 독특한 한국적인 회복적실천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즉, 연대와 협력에서 서로의 자원을 교류하며 서로를 풍성하게 하는 실천 전략이 암묵적으로 새워진 것이며, 회복적 실천을 한 지류에서 광의의 흐름으로 그 경계선을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확대한 것이다.

각설하고, 회복적 사법에서 재소자와 그 공동체의 목소리가 회복적실천에서 한국에 소개된다는 것은 너무 늦은 인식이라 볼 수 있다.  피해자증심의 사법적 시스템의 전환도 최신의 인식변화이기에 가해자인 재소자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형평성에서 저항이 있기에 그 목소리들을 간과해온 측면도 있다.

향후 2020년이후에는 빠르게 회복적 실천의 다양한 영역이 서로의 장점과 자원을 공유하며 국가권력을 친시민적인 역량으로 변혁시키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제 금년에서야 경찰청이 255개 경찰서에 145개 서에서 “회복적 경찰활동”을 시작했으니, 더 보수적인 교도소는 아마도 몇년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그 가능성은 경찰청이 회복적 실천의 진행에 대한 시민역량이 있기에 문을 연것과 똑같이 시민역량이 세워질때나 가능한 것이다.(교수들은 이미 오래전에 이에 대한 사례를 보고해왔지만 정작 진행역량이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한가지 자각은 창조적 소수에 의해 시작된 진정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운동의 흐름은 샘이 되어 솟아나 흐르고 동료모델을 만나 강화되며 이들의 연합된 비전은 강력하게 사회에서 생존하면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나비효과처럼 큰 물줄기가 되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예가 회복적 실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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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baptist Kim-Park

26 May at 17:52 · Public

교도소에서의 회복적 사법

피해자나 범죄자가 아니라면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교도소, 소년원, 법원 관계자가 아니라면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집어 들었다. 읽고 난 뒤 소회는 그 어떤 회복적 정의/사법관련 책보다 포괄적이고 총체적으로 회복적 정의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깜짝 놀랐다.

저자 바바라 테이브스는 펜실베이니아 교도소 협회 프로그램 매니저로서 회복적 프로젝트를 진행한 실무자이자, 워싱턴에 위치한 타코마 대학의 사회복지 및 형사사법학부 조교수이다. 이 책은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매우 실용적인 책으로 회복적 정의의 실제적인 소용을 말해주고 있다.

회복적 정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만으로 회복적 사법의 철학, 기본 개념, 응보적 사법과 회복적 사법의 차이, 회복적 사법의 가치 및 공동체의 중요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응보적, 처벌적 사법이라는 말 대신 형사사법 시스템이라는 말로 기존의 사법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형사사법시스템은 남겨진 가족이 겪게 되는 어려움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공동체와 피해자는 사법 절차 과정에서 발언권이 없는 방청객으로 깨어진 채로 방치됨을 지적한다. 이러한 절차는 범죄의 인간적인 경험들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 피해자, 가해자 가족이나 공동체를 존중하지 않으며, 절차 자체가 명확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일종의 권력다툼이라고까지 표현한다(35).

반면 회복적 사법은 사람들을 사법절차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관계의 그물망을 재건하며 사람들, 관계들, 사회 사이의 전반적인 변화와 치유를 증진한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들 – 피해자, 가해자, 그들의 가족이나 공동체 –을 자발적으로 참여시켜 올바른 사법절차를 달성하려는 방법”이다(37).

이 책은 회복적 신념을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하였다.

- 모든 사람은 중요하다.

- 누구나 존중하고 귀 기울이며 이해해야 한다.

- 누구나 정당하게 대우받을 가치가 있다

- 누구나 자신의 요구가 충족된다면 변화와 치유를 할 수 있다.

- 사법은 사람들과 관계를 변화시키고 치유하는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 사람들이 함께 사법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이 책은 소책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에 충실하다. 존중, 돌봄, 신뢰, 겸손과 같은 회복적 가치를 다시 언급하여 설명해주고, 공동체 안에서 이들을 재연결하기 위해 모두 함께 ‘치유의 길’을 걷도록 초대한다. 특별히 개인의 치유가 일어나지 않으면 공동체의 치유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역량강화와 공동체의 역량강화를 동시에 중요시 여긴다. 즉 공동체와 구성원들이 모두 치유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회복이며, 회복적 사법은 과거에 얽매이거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회복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작은 책에서 공동체란 무엇인가 질문하면서 이에 대한 답으로 "돌봄 공동체"와 "넓은 공동체"라는 단 두 마디로 복잡한 공동체의 정의를 깔끔하게 답변하는 혜안에 감명을 받았다. "돌봄 공동체"는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가 아끼고, 우리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가족과 친구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넓은 공동체"는 지리적 또는 사교적 관계를 말하는 데, 이웃, 도시, 사교 또는 취미클럽, 종교 또는 종종 단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공동체를 하나의 숲에 비유하여 개인은 나무로, 공동체는 숲으로서의 생태계에 비유하여 나무가 건강해야 숲이 건강하게 된다고 피력하였다.

무엇보다 회복적 공동체의 특징은 하나의 실천사항으로 피해에 영향을 받은 공동체가 따라야할 지침처럼 다가왔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회복적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범죄에 영향을 받은 그룹의 요구사항에 관심을 기울인다.

2. 가해자와 그 가족들의 관계를 유지한다.

3.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관계를 유지한다.

4. 존중, 돌봄, 신뢰, 겸손의 가치를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

5. 더욱 평등하고 정당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6. 사법에 참여할 기회를 모색한다. (48)

이렇게 회복적 사법은 범죄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공동체를 절차의 중심에 놓는다. 이는 가해자, 가족, 피해자 및 공동체에 필요한 욕구이기도 하다. 52페이지의 나무 그림은 각 사람이 필요한 기본적인 8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관계와 안전, 권한부여, 스토리텔링과 감정표현, 정보, 성숙, 책임, 의미 확인이 필요하며 피해자, 가해자, 가족이 어떻게 돌봄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회복적 사법을 하나의 구체적인 철학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 가능한 실무로 소개하고 있다. 회복적 사법의 실무로 진행가능한 차원은 사회적, 관계적, 개인적 차원 세 부문으로 나누어 실천되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이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회복적 가치가 하나의 회복적 삶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한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하나의 Way of Life로서 회복적 삶을 이야기하며, 모든 회복적 프로그램의 활용이 가능한 완성형 회복적 사법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미 여러 논문과 책들이 소개한 회복적 프로그램들 즉 대면만남, 서클, 가족간대화모임,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대화그룹, 후원과 책임서클을 다시금 소개하였는데, 무엇보다 후원과 책임서클(Circles of Support and Accountability, CoSA)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CoSA 프로그램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해밀턴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구성원이 교소도에 수용중일 때 만남을 시작하고, 출소 후 통상 1주일에 한번 정도 만남을 이어가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만남에서 서클은 출소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사회 적응에 성공과 장애 요소는 무엇인지, 핵심구성원의 요구는 무엇인지 등을 공유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프로그램으로 건강하고 책임 있는 공동체적 삶의 표본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저자는 이러한 모든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하는 회복적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는데, 회복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사사법 시스템과 회복적 사법시스템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회복적 사법 시스템은 그물망의 원리와 회복적 신념과 가치에 기초하여 아래로부터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서의 회복적 프로그램은 단순히 도구적인 ‘부가물’이 아니라, 절차 중심이 되어 야 한다(104). 저자는 이러한 완성형 회복적 시스템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회복적 사법 실무, 사법, 교도소에 실현 가능한 프로그램 활용 방안을 제시하며 책을 마치고 있다.

마지막 10장 11장에 등장하는 각종 아이디어들은 읽기만 해도 금세 회복적 정의가 실현될 것만 같은 아이디어들이 박스로 처리되어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판단하건대, 굳이 가해자, 피해자와 관련이 없더라도 일상의 삶을 회복적 삶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유익한 아이디어로 적용할 만한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모든 아이디어를 다 옮길 수 없으니, 일단 119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는 ‘치유의 길’에 대한 내용만을 다음과 같이 옮겨본다.

치유의 길

사람들은 정작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너그러이 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복적 삶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살피고 ‘치유의 길’로 가야한다. 그 길 위에서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관조하고, 개인의 희망과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치유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경험에 당당히 맞서 이겨내고, 자신을 붙잡고 있던 고통의 경험들을 떨쳐내야 한다. 이것은 과거의 경험에 대한 수치심, 비난, 변명 또는 사나운 ‘터프가이’ 이미지와 ‘힘은 폭력으로 얻는 것’이라는 그릇 된 신념체계를 버린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치유란 나약함을 의미하지 않으며, 무방비 상태로 잠재적 피해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타인의 인간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옹호하는 것이다.

치유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아이디어

- 자신을 존중으로 대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와 선함을 발견한다.

- 자기 내면의 힘을 찾고, 자기 삶의 통제력을 복원한다.

- 자신의 범죄와 또 다른 비행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

- 타인에 의해 상처받고 피해 받았던 과거의 시간을 당당히 마주한다.

- 안전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가진다.

- 감정을 직시하고 버려라.

- 미움과 해소되지 못한 분노는 파괴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라.

- 영성과 용서에 대해 탐구하라.

12장에 실린 교도소 내에서의 회복적 삶은 교도소 밖에 사는 우리들이 읽어도 깨알 같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회복적 삶을 위한 지침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묵상의 자료로 써도 좋은 내용들이다.

앞서 나온 정의와 평화 실천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시도한 것처럼 책 끝에 번역한 용어를 일람표로 작성해 놓은 것 또한 역자와 출판사의 배려라 생각되어 책 추천할 맛이 난다.

오늘도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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