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5

[한자이야기] 서(恕)

[한자이야기] 서(恕)



[한자이야기] 서(恕)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서(恕)는 "용서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서(恕) 자는 같을 여(如)에 마음 심(心)이 합하여 된 글자입니다. "마음이 같다"가 서(恕)의 뜻입니다. 너와 나의 마음이 같아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삼천 번 이상 바뀌는 것이 마음이라는데, 이것이 합해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나의 잘못을 내 스스로 용서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것은 참으로 큰 수양이 없고는 어려운 일입니다. 가까운 가족, 친척 간에도 용서하지 못하여 겪는 고초가 얼마나 큰지요. 이 서(恕)에서 용서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용서(容恕)라는 말은 논어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용(容)자는 여기서는 "담다"라는 뜻으로 쓰인 말입니다. 곧, 용서는 서(恕)를 용(容)하는 것입니다. 서무식(恕無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무식한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입니다. 무엇을 알지 못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알고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과는 다릅니다. 또 배우지 못해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배운 자들은 모름지기 이런 사람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공자의 제자 여러 명이 모였습니다. 그 중에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공자님께 여쭈었습니다.

"선생님, 평생을 두고 마음에 담아 실천할 만한 좌우명 하나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님이 "있고 말고" 하며 천천히 일러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恕)니라" 라고.

이 서(恕)가 바로 용서(容恕)입니다. 서(恕)자는 같을 여(如)자 밑에 마음 심(心)자가 붙었습니다. 자기를 용서함같이 다른 사람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서(恕)입니다. 남의 잘못을 이해해 주고, 용서함에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참을성입니다. 6.25 때 지리산 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자신의 두 아들이 빨치산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곧바로 이 공비들이 잡혔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용서해 준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용서만 해 준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양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입적하여 자기 자식과 똑같이 사랑한 거룩한 이야기가 널리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절대로 가식으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비우고, 사랑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어서 공자님은 "한 시간이나 하루, 또는 한 달쯤 용서해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평생토록 용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리고 공자님은 평생을 두고 이 말씀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언행을 일치시키신 분입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성인의 말씀으로 전해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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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서(恕)의 윤리
그것이 바로 예(禮)이니라 
by김준Dec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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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전자상가 판매원

약 4년 전 노트북을 새로 장만하려고 전자상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전자기기를 살 때 꽤나 꼼꼼하게 이것저것 따져보고 모델을 고르는 편입니다. 그 당시에도 인터넷으로 보면서 골랐던 2-3가지 노트북의 스펙은 완전히 숙지한 상태로 전자상가로 향했습니다. 

전자상가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 섹션으로 가서 인터넷으로 보고 왔던 그 노트북들을 만지작 거렸습니다. 그때 마침 판매원분이 말을 걸었습니다. 

"고객님 어떤 제품 찾으세요?" 

"아 15인치 노트북 보러 왔어요." 

"아, 지금 보시고 계신 노트북 같은 경우에는 휴ㄷ.."

"SSD라 휴대성이 높고 부팅속도도 빠른 대신에 시디롬이 안 들어가서.. 근데 가격이 인터넷에서 본 것 보다 조금 비싼데 프로그램 깔아주시고 사은품 챙겨주시나요?" 

빈 깡통이 더 시끄럽다고 조금 아니까 더 아는척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구요. 공자님이 이 대화를 하늘에서 들으셨다면 형편없는 놈이라 생각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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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와 태묘 관리인 

태묘가 무엇인지 궁금하실 텐데요. 태묘는 쉽게 말해 중국에서 황제의 선조를 제사하는 종묘입니다. 공자가 노나라 주공의 태묘에 참배를 하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공자는 그곳에서 태묘 관리인에게 참배 절차에 관해 일일이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렇게 쑥덕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유명한 공자가 어찌 태묘 관리인보다 참배에 대해 모르는가!" 

"예(禮)를 잘 안다고 해서 보러 왔더니 공자도 별거 없구먼" 

예(禮)에 있어서 끝판왕이었던 공자가 참배 절차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공자의 제자가 이에 관해 공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은 태묘 참배 예절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입니다. 그런데 어찌 일일이 물어보시어 저희를 창피하게 만드시는 것입니까?"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 압권입니다. 

태묘에 들어왔으면 태묘 관리인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것이 바로 예(禮)이니라

공자의 넘사벽 겸손과 배려심이 느껴지시나요? 공자는 이 태묘 관리인이 자긍심을 갖고 태묘를 관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감추고 상대를 이기려 들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공자가 말하는 서의 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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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공이 물었다.

"종신 토록 실천할 만한 한 마디 말이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바로 '서(恕)'다. 자기가 바라지 않는 일은 남에게 행하지 말아야 한다." 

이 서(恕)의 윤리에 따라 공자는 태묘 관리인이 싫어할만한 행동을 자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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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기가 바라지 않은 일을 남에게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서로 한 발짝 물러서 배려하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예(禮)의 구체적 실현입니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과정에서도 바로 이 서(恕)의 윤리가 간과되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늘 읽어본 이 서(恕)의 윤리를 떠올리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기려 들지 않는다면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겠지요. 하지만 노력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