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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나이에도 매일 영어 공부하는 노력가 - 중앙일보



74세 나이에도 매일 영어 공부하는 노력가 - 중앙일보




74세 나이에도 매일 영어 공부하는 노력가
[중앙선데이] 입력 2010.04.25 02:07 | 163호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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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김환영 기자

『맹자』에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불쌍히 여겨 언짢아하는 마음’을 이른다. 누구에게나 측은지심이 있지만 그 마음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이기심 때문에 외면하거나 잊어버리기 일쑤다. 측은지심이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측은지심을 유지하고, 남의 측은지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불교 박청수 원로교무가 바로 그런 성직자다.





내가 본 박청수 원로교무남의 불행은 박청수 원로교무를 불행하게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 그는 밤잠을 설친다. 측은지심은 박 원로교무로 하여금 캄보디아 지뢰 제거 활동을 후원하고 이라크 전쟁 피해자를 돕고 아프가니스탄에 의족·의수를 지원하게 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돌아온 고려인에서 자연재해를 당한 중남미 사람까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본능적으로 못 견딘다.

박청수 원로교무가 말하기 시작하면 대상자들이 그의 측은지심을 같이 느끼기 시작한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보람과 대가, 성취감을 수확하고 싶지 않습니까”라고 그는 묻는다. 그는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따뜻한 가슴, 소외 계층을 살피려는 마음을 자극한다.

박청수 원로교무의 엄청난 설득력은 그가 공부하는 성직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가 스물두 살 무렵이었을 때 어른 교도들이 ‘요즈음은 교당에 와도 교무님 설교 내용이 들을 것이 없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듣게 됐다.

그래서 그는 ‘교무가 되려면 반드시 큰 실력을 갖추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독서 계획에 따라 각종 고전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박청수 원로교무는 ‘휴식을 두려워하는 학생’이었다.


박청수 원로교무는 74세인 지금도 매일 아침 5~10분은 영어 공부를 한다. 20년 동안 계속된 습관이다. 박 원로교무는 영어로 강연도 하고 축사도 할 수 있다. 원고 없이 즉석에서 30~40분 동안 자신의 체험과 하고 싶은 말을 중심으로 강연하는 게 가능하다.

50년 원불교 성직자 생활과 세계 55개국에 걸친 봉사활동으로 박청수 원로교무는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2000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식에 초청받아 손님으로 참석했다. 박청수 원로교무는 청와대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청와대 사람들은 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국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인도 라다크의 상가세나 스님은 1997년 『거룩한 어머니(The Divine Mother)』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박청수 원로교무가 히말라야 지역 라다크 사람들을 도운 미담을 영문으로 저술한 것이다.

박청수 원로교무는 2007년 은퇴했다. 그러나 그의 봉사활동은 멈출 수 없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하늘 사람』이라는 박 원로교무의 저서에 대한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박청수 교무를 아는 사람으로서 정년퇴임이 그의 봉사활동에 마침표를 찍으리라 예상하는 이는 없으리라 믿는다.” 아니나 다를까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에게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자리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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