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6 농민신문에 실린 GS&J 이사 이병오 강원대 교수의 글입니다.
건강한 농촌공동체와 6차산업화
GS&J 이사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업의 6차산업화를 알기 쉽게 정의하자면 각 지역에 분산된 소규모 가족농들이 농산물과 그 부산물, 토종종자, 전통기술, 문화 등 지역의 부존자원을
발굴해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스스로 가공·판매하면서 체험관광도 가미해 부가가치를 올리는 농업경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농업도 공업과 같은 하나의 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농촌이라는 공간사회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특수성이 있다. 농촌공동체는 그 특성상 지역과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이웃 주민들과 더불어 공존하면서, 공평한 기회를 가지며 살아가도록 돼 있다. 이러한 환경은 개별 경영체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양인 동시에 공공재적인 성격도 갖기 때문에 구성원 전체는 이를 잘 보존할 책임이 있다.
농촌공동체에서는 구성원들이 농사나 일상생활에서 지역 내 다른 주민들과 돕고 협력하는 소박하고 따뜻한 배려정신이 마음 속에 깔려 있다. 그러
나 197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을 겪으면서 우리 농촌사회는 농업의 본질과 철학을 외면한 채 오로지 나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달려 왔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농촌의 공동체 정신은 훼손되고 각박해졌으며, 농업의 본질적인 룰도 무너졌다.
최근 이러한 반성에 기반해 공공 농업경영학, 활사개공(活私開公·사적인 이익을 잘 살리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도 배려한다는 개념) 농업경영, 공
유가치 창출형 농업경영(CSV·Creating Shared Value)과 같은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인, 정책 담당자, 연구자 모두 좀 더 장기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개별 경영체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공공선(social good)을 추구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서 공
공선이란 경영체가 자기의 생활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외부의 다른 사람에게 배려하는 복지의 개념으로서, 공적 기관이 시행하는 사회 전체의
공공복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국가나 지자체에 분배정책이나 사회안전망의 틀이 있다고 해도 고령화 소농구조하에서는 활사개공 농업을 기초로 삼아 농산물 생산과 공공선 실천
이 적절히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노력하고 이웃과 협력해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 나가는
자생력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며, 이 자생력이 잘 육성될 수 있는 농촌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농촌공동체는 어려움이 닥쳐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복원력을 가지는데, 이는 마치 건강한 사람이 생체 내에 면역기능을 가지고 있어 어
떤 질병이 왔을 때 스스로 대응능력을 가지는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는 농업의 어려운 문제를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고령화, 규모의 영세성, 정
부지원 부족 탓으로만 돌리면서 정작 건강한 농촌공동체를 복원하려는 노력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6차산업화는 앞의 정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참여 구성원들의 지혜와 아이디어 결집(집단지성), 지역에 분산된 소규모 6차산업 경영체들의 네트워
크 구축(연결의 경제), 협동과 배려 정신(공동체 기능)이 핵심요소다.
따라서 6차산업화가 성공을 거두고 오래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농촌공동체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혹자는 우리 민족이 단결이 잘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유전자(DNA) 속에는 품앗이·두레·계와 같은 상부상조의 배려정신이 녹아 있다. 일제강점기, 6·25 한국
전쟁 등 그동안의 각박한 생활 속에 많이 퇴화됐을 뿐이다. 이를 다시 살려내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6차산업화 정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한 농촌공동체를 육성하면서 차근차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경제적인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거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실적에 집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6차산업화가 교육·복지·문화·국제교
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업의 지원이나 평가 시에도 이런 점들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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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 멸사봉공(滅私奉公)
& 활사개공(活私開公)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비즈 : 우리는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 않는가?
by씩씩한 종윤아빠Mar 09. 2018
멸사봉공(滅私奉公) : 개인을 희생하여 공공의 일에 봉사해야 한다.
활사개공(活私開公) : 개인을 살려서 공공의 이익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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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멸사봉공이라는 단어에 주제로 적었던 글을 다시 꺼내어 보았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개인의 자유나 공익과 사익,,,,, 뭐 이런 문제에서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에서 바라본 멸사봉공의 이데올로기는 마을사업에 있어 '마을과 나', '국가와 마을', '관과 주민'의 관점에서 조금은 다른 결로 읽혀집니다.
지난 세월 우리의 지배적 가치관은 멸사봉공에 가까왔습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혹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당연시되었고 개인의 성장과 복지는 무시되기 일수였습니다.
지금은 나누어 줄 것이 부족하지만 파이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몫(분배)도 늘어날 것이라는 경제적 지배 가치관,
분단국가로써의 존립과 국제정세속에서의 생존이라는 이유로 중앙정부로 권력집중이 당연시된 정치적 지배 가치관,
계층이동이 막힌 사회적 경직성을 개인의 노력부재로 내모는 사회적 지배 가치관,
한국사회를 이끌어 왔던 가치관들은 이러한 멸사봉공에서 출발해 왔고 민주화 이후 아주 조금씩 개인을 돌아보며 세상의 시선이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문제로 단정 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는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사회에서도 속도와 결과를 중요시 여기어 왔고 여기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사회적경제, 커뮤니티비즈니스 역시 이러한 점에서 다시 바바보어야 합니다.
우리의 사회적경제는 멸사봉공인가 활사개공인가?
물론 이 쯤에서 정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당연히 활사개공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 할까요?
개개인을 기다려주고 있을까요?
개인의 욕구나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고 있을까요?
활사개공은 가치관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다른면에서 보면 우리 삶의 방식의 문제입니다.
협동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협동을 실천하는 것은 다릅니다.
인식하는 것은 머리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몸입니다.
가치를 인식하는 것은 머리이지만 가치를 실행하는 것은 몸입니다.
개인의 수요를 공공의 수요로
개인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얼마전 분임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조마다 마을활동에서 가장 중요ㅕ한 키워드를 몇개 선정하는 기회가 있습니다.
신뢰, 행복등등의 다양한 키워드중 하나는 '기다림'이었습니다.
'기다림'을 키워드로 다들 동의한다는 말은 결국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기다림이라는 뜻일겁니다.
개인의 이익을 무시하는 경우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실현될 기다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겁니다.
개인의 수요을 무시하기보다는
개인의 수요를 모아내는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겁니다.
속도와 효율, 경쟁, 목표,,,,,,, 이런 것들은 우리를 항시 긴장하게 만듭니다.
이런 것들은 활사개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를 개개인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됩니다.
이는 공동체 혹은 관계망에서 함께 합의하고 풀어내야 하는 문제입니다.
느리다는 것에 겁을 낼 필요도 두려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커뮤니티비즈니스는 느리게 가더라도 개인개인을 서로 보듬어 함께 가야하기에 '활사개공' 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합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마을
협동조합
===
[판화로 엮은 마을공동체] 2. 활사개공(活私開公)
기자명 이로운넷=최봉익 공동체 모닥 대표
입력 2022.05.24 05:30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8436
양파처럼 주민들마다 핵심역량 갖기
그림=최봉익
조촐한 우리 집 식탁은 언제부턴가 양파 장아찌가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열흘에 한 번꼴로 양파 겉절이가 곁들여진다. 집사람 왈, "모두가 당신을 위해서" 란다. 나이 들면 철든다고 밥상머리에서 이 말 들으니 집사람이 한량없이 고마울 뿐이다.
양파는 흔히 식탁 위의 불로초라 불릴 정도로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치매 예방, 항암, 심혈관질환, 고혈압, 안질환, 불면증, 당뇨, 혈액순환, 면역력 회복 등 무려 54가지 효능이 있다는 내용이 검색창에 있다. 보약으로 상징되는 인삼의 효능은 기껏 6가지인데 반해 이보다 아홉 배나 많은 양파다. 양파의 생김새, 그 형성구조를 살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까도 까도, 지극-정성-소통-융합-배려-협력’ 구조다. 늙은이의 생뚱맞은 생각일까. 사람들마다 갖추지 못한 핵심역량을 양파들은 모두가 갖추고 있어 놀랍다.
5월로 접어들어 코로나19 기세가 한풀 꺾이자 미뤄왔던 마을학교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나름대로 거버넌스 운영체제인 마을학교는 2014년에 NGO시민재단,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살기좋은마을만들기네트워크, 도시재생공동체센터, 자치구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시민조직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 마을학교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운영체계나 프로그램 다양성은 진화했으나, 체계적인 교육과정 구성 미비, 일방향 강의식 교육, 자치구센터와 교육내용 중복, 교육대상의 모호함 등이 개선점으로 제기되었다. 마을학교가 마을활동가 역량 강화에는 기여 했지만, 주민의 역량 강화에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운영위원들의 평가다. ‘주민역량’이 곧 ‘마을역량’이고, ‘마을역량’이 곧 ‘지역역량’이라는 등식 성립을 전제할 때, 앞서 제기한 마을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이 요구된다.
2015년 다보스포럼은 지구촌 사람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4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주민의 소통능력, 주민의 비판적 사고능력, 주민의 창의능력, 주민의 협업능력이다. 이는 마을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메시지라고 믿는다.
캐나다 노바스코시아주 안티고니쉬카운티에 있는 셰비어 대학의 사명을 소개하고 싶다. 지역의 성인교육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티고니쉬운동을 탄생시킨 셰비어 대학은 1853년에 설립됐다. 국민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대학이 지식의 탐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의 정신은 신부이자 철학교수였으며 코디 박사를 이끌어낸 탐긴스 교수의 소신이기도 했다.
당시 캐나다 동부 해안지역은 농업, 어업, 광업에 의존하는 매우 가난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조소의 대상이기도 했다. 탐킨스 교수와 코디 박사는 대학이 상아탑 만이 돼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와 어울리면서 지역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구자들은 초기에 지역에서 일할 대학생들을 애써 가르쳤지만, 대학생들은 지역에 남지 않고 대도시로 떠났다. 이들은 지역주민 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처음에는 교수들에게 주민교육을 맡겼다. 교수들은 ‘세익스피어’만을 가르칠 뿐 주민의 실생활 필요 욕구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선구자들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성인교육을 위해 대학이 학생을 찾아가는 교도부를 설립했다. 농어촌 현장을 찾아간 교도부는 지역주민의 생각을 모으는 토의·토론중심의 학습동아리 모임을 전개했다. ‘만인은 철인’이라는 자신감을 키우며 대학과 지역주민을 연결하면서 현장의 요구에 답하는 지역 리더를 양성했다. 당시 지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 주도의 지역개발 방법은 협동조합이었다. 대학과 지역주민이 협력하여 만든 다종 다양한 협동조합운동은 큰 성공을 거뒀고, 농어촌지역의 실질적인 학습운동으로서 안티고니쉬 운동은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됐다.
안티고니쉬 운동은 다음의 6가지 원칙으로 운영했다. 첫째,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둘째, 사회개혁은 주민의 기본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셋째, 교육은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문제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넷째, 주민은 사회구성원이기에 교육은 집단사고 활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섯째, 효과적인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운동의 궁극적인 비전은 주민들마다 ‘자기 운명의 주인공’으로서 보다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성취감을 누리는 삶이라고 믿는다.
주민의 역량이 지역의 역량이라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의 철학이 담긴 원칙으로 운영되는 셰비어대학의 코디연구소는 세계 대공황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나라에 영감을 줬다. 특히 한국의 신용협동조합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듭 말하지만 셰비어대학 코디연구소의 사명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주민이 주도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방법으로 지역리더 양성,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조직화, 사회혁신, 다양한 지역공동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또한, 지역문제를 풀어가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조직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자세를 중요시하며 실천해 나가고 있다. 셰비어대학 코디연구소의 사명은 우리들의 마을학교는 물론 지역의 대학들이 챙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우스갯말로 양파의 원산지가 캐나다가 아니기에 셰비어대학 코디연구소는 오히려 매력점수를 더 받는다.
[판화로 엮은 마을공동체] 2. 활사개공(活私開公)
기자명 이로운넷=최봉익 공동체 모닥 대표
입력 2022.05.24 05:30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8436
양파처럼 주민들마다 핵심역량 갖기
그림=최봉익
조촐한 우리 집 식탁은 언제부턴가 양파 장아찌가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열흘에 한 번꼴로 양파 겉절이가 곁들여진다. 집사람 왈, "모두가 당신을 위해서" 란다. 나이 들면 철든다고 밥상머리에서 이 말 들으니 집사람이 한량없이 고마울 뿐이다.
양파는 흔히 식탁 위의 불로초라 불릴 정도로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치매 예방, 항암, 심혈관질환, 고혈압, 안질환, 불면증, 당뇨, 혈액순환, 면역력 회복 등 무려 54가지 효능이 있다는 내용이 검색창에 있다. 보약으로 상징되는 인삼의 효능은 기껏 6가지인데 반해 이보다 아홉 배나 많은 양파다. 양파의 생김새, 그 형성구조를 살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까도 까도, 지극-정성-소통-융합-배려-협력’ 구조다. 늙은이의 생뚱맞은 생각일까. 사람들마다 갖추지 못한 핵심역량을 양파들은 모두가 갖추고 있어 놀랍다.
5월로 접어들어 코로나19 기세가 한풀 꺾이자 미뤄왔던 마을학교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나름대로 거버넌스 운영체제인 마을학교는 2014년에 NGO시민재단,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살기좋은마을만들기네트워크, 도시재생공동체센터, 자치구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시민조직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 마을학교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운영체계나 프로그램 다양성은 진화했으나, 체계적인 교육과정 구성 미비, 일방향 강의식 교육, 자치구센터와 교육내용 중복, 교육대상의 모호함 등이 개선점으로 제기되었다. 마을학교가 마을활동가 역량 강화에는 기여 했지만, 주민의 역량 강화에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운영위원들의 평가다. ‘주민역량’이 곧 ‘마을역량’이고, ‘마을역량’이 곧 ‘지역역량’이라는 등식 성립을 전제할 때, 앞서 제기한 마을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이 요구된다.
2015년 다보스포럼은 지구촌 사람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4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주민의 소통능력, 주민의 비판적 사고능력, 주민의 창의능력, 주민의 협업능력이다. 이는 마을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메시지라고 믿는다.
캐나다 노바스코시아주 안티고니쉬카운티에 있는 셰비어 대학의 사명을 소개하고 싶다. 지역의 성인교육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티고니쉬운동을 탄생시킨 셰비어 대학은 1853년에 설립됐다. 국민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대학이 지식의 탐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의 정신은 신부이자 철학교수였으며 코디 박사를 이끌어낸 탐긴스 교수의 소신이기도 했다.
당시 캐나다 동부 해안지역은 농업, 어업, 광업에 의존하는 매우 가난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조소의 대상이기도 했다. 탐킨스 교수와 코디 박사는 대학이 상아탑 만이 돼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와 어울리면서 지역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구자들은 초기에 지역에서 일할 대학생들을 애써 가르쳤지만, 대학생들은 지역에 남지 않고 대도시로 떠났다. 이들은 지역주민 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처음에는 교수들에게 주민교육을 맡겼다. 교수들은 ‘세익스피어’만을 가르칠 뿐 주민의 실생활 필요 욕구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선구자들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성인교육을 위해 대학이 학생을 찾아가는 교도부를 설립했다. 농어촌 현장을 찾아간 교도부는 지역주민의 생각을 모으는 토의·토론중심의 학습동아리 모임을 전개했다. ‘만인은 철인’이라는 자신감을 키우며 대학과 지역주민을 연결하면서 현장의 요구에 답하는 지역 리더를 양성했다. 당시 지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 주도의 지역개발 방법은 협동조합이었다. 대학과 지역주민이 협력하여 만든 다종 다양한 협동조합운동은 큰 성공을 거뒀고, 농어촌지역의 실질적인 학습운동으로서 안티고니쉬 운동은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됐다.
안티고니쉬 운동은 다음의 6가지 원칙으로 운영했다. 첫째,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둘째, 사회개혁은 주민의 기본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셋째, 교육은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문제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넷째, 주민은 사회구성원이기에 교육은 집단사고 활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섯째, 효과적인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운동의 궁극적인 비전은 주민들마다 ‘자기 운명의 주인공’으로서 보다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성취감을 누리는 삶이라고 믿는다.
주민의 역량이 지역의 역량이라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의 철학이 담긴 원칙으로 운영되는 셰비어대학의 코디연구소는 세계 대공황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나라에 영감을 줬다. 특히 한국의 신용협동조합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듭 말하지만 셰비어대학 코디연구소의 사명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주민이 주도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방법으로 지역리더 양성,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조직화, 사회혁신, 다양한 지역공동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또한, 지역문제를 풀어가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조직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자세를 중요시하며 실천해 나가고 있다. 셰비어대학 코디연구소의 사명은 우리들의 마을학교는 물론 지역의 대학들이 챙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우스갯말로 양파의 원산지가 캐나다가 아니기에 셰비어대학 코디연구소는 오히려 매력점수를 더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