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서 입력 2004.08.10 16:00 댓글 0
불교는 계시의 종교가 아니다
■붓다-다카하시 신지 지음, 김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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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기 《붓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깨달음을 얻기까지 갈등하고 고민하는 싯다르타의 내면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부처님과 제자들의 수행생활과 당시 인도 사회의 풍습과 제도, 생활을 그렸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부처님의 고민과 열반하실 때의 설법은 부처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부처님의 전기임에도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 천계(天界)를 열반하신 후 돌아갈 곳으로 본 점이나 부처님이 신의 의사를 인간에게 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졌다고 본 점 등이 그렇다.
저자는 이 글이 경전에 근거하지 않고 “부처님의 영적 계시에 의해 불러주신 대로 받아 쓰여진 것”으로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처와 예수의 영적 대화도 싣고 있다. 부처와 예수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을 보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죽음을 맞으려 할 때 아몬(예수 그리스도의 전생)이 나타나 중생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라고 다그친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전할 대상을 생각하다가 같이 수행하던 5명을 찾아보라는 아몬(예수)의 목소리가 들려 일러준 대로 나선다.
그러나 이러한 저자의 관점은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지적하듯 불교를 ‘계시의 종교’로 전락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또한 저자 본인은 계시를 받아 적었는지는 모르지만 불교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부처님은 깨달은 자인데 그런 부처님이 다른 이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행했다는 말은 일러준 사람이 예수라는 것을 문제삼지 않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천계 또한 윤회의 여섯 가지 굴레 중 하나일 뿐이고 부처님이 열반 후에 가는 곳일 수 없다.
저자는 부처와 예수를 중생 구제를 위해 애쓴 동료로 표현하고 있고, 진리는 결국 하나라는 식의 섣부른 사고를 토대로 부처님 일대기를 썼다. 결국 이 책은 부처님의 법을 오해하게 하고 가르침과 어긋난 면이 있다는 점에서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