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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나이듦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정희원 (지은이)두리반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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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할 노화와 노쇠,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다. 노화와 노쇠의 정의부터, 노화가 일어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 그리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화를 늦추는 방법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년내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생물학을 공부한 이학박사인 지은이가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노년기 질병의 특성과 치료 방법,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노인의학적 문제들, 그리고 공동체로서의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노인 문제들까지 짚어보며, ‘나이듦’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제언들을 살펴본다.
목차
프롤로그 노인,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부 시간: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
01 노화란 무엇인가
02 노후 준비는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
03 달콤한 것이 이로울 가능성은 적다
04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날까?
05 노화를 지연하는 메커니즘
06 지속가능한 3차원 절식
07 변동성,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08 채울 것과 비울 것
09 인생의 포트폴리오
2부 질병: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0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02 만성질환은 대개 노화 축적의 결과다
03 노년기 다약제 사용의 문제
04 오컴의 면도날과 히캄의 격언
05 질병만 보아서는 안 되는 노년의 입원
06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07 노쇠를 되돌릴 수 있을까?
08 신체적 노쇠를 방어하는 다섯 가지 요소
09 노쇠의 끝과 연명 의료
3부 사회: 초고령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
01 누가 노인일까?
02 스냅샷의 오류
03 중위 연령과 N포세대
04 인구가 줄면 집이 남을까?
05 고령화 사회와 육류의 미래
06 돌봄이 필요해지는 노년
07 노년 의료 서비스 체계에 명확한 선을 그을 순 없다
08 노인과 연령주의
에필로그 지속가능한 나이듦에 대하여
접기
책속에서
한편으로는 노화를 질병, 치료 대상으로 간주하고 암이나 감염병처럼 치료 방법을 개발하려고 한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노력한 지 2,00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아무도 성공한 사례가 없지만, 그런 방법이 개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주도적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일부 암과는 달리, 사람의 노화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구조, 기능 이상이 오랜 시간 동안 섞이고 상호작용한 최종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떤 생물학적 경로에 개입하는 한 가지 약물이 ‘이미 노화의 결과물인 노쇠가 나타난 사람’에게서 눈부신 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수십 년간 동물과 사람을 통해 연구된 결과들이 이를 증명한다. 오히려 많은 연구들을 종합하면 노화의 속도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그다지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또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접기
P. 136~138 의과대학에서는 질병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그 질병의 증상이나 징후, 검사 패턴이 어떤지를 주로 배운다. 반면에 환자는 불편함을 가지고 병원에 온다. 거꾸로다. 실제 진료에서 환자의 불편함에서 시작해 문제를 푸는 과정은 주로 전공의를 하면서 학습하게 된다. 전공의 수련 과정은 이상적으로는 아기들이 손을 이리저리 뻗어보면서 세상을 배우는 과정인 팅커링tinkering과 비슷하다. 지도전문의가 책임을 지고 안전망을 유지해주면서, 전공의는 여러 가이드라인이나 교과서에 근거해서 어느 정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시도한다. 전공의는 스스로 내린 다양한 의사결정에 대해 지도전문의와의 회진을 통해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피드백을 받거나 또는 조금 더 공부해야 할 학습 목표를 제공받게 된다. 윌리엄 오슬러 같은 19세기의 대가들이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을 시작으로 이런 도제식 교육 방법을 확립했고, 지금은 전 세계의 전공의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수련하고 있다. 이런 수련 끝에 의사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사고 과정의 컴퓨터 회로가 형성되는데, 환자가 가지고 온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런 생각의 과정을 행동경제학적 방법을 차용해 재미있게 기술한 책이 제롬 그루프먼Jerome Groopman의 《닥터스 씽킹》이다. 요약하자면 의사들은 불확실성 속에 경험에 기반한 휴리스틱heuristics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직관적 어림짐작과 베이지안Bayesian이라고 하는 이성적이고 수치화된 확률 계산을 이용해서 잠정 진단을 수정해나간다.
― <오컴의 면도날과 히캄의 격언> 중에서 접기
P. 149~150 40세 남자인 C는 별다른 지병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오다가, 건강검진에서 담낭(쓸개)에 용종이 발견되었다. 담낭 절제술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고, 종합병원에 입원해 첫째 날 간단한 검사를 받고, 둘째 날 수술을 하고, 셋째 날 통증은 아직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퇴원을 할 수 있었다. …… 그러나 C 씨와 동일한 담낭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른 D 할머니의 사례를 보자. C 씨와 D 할머니는 모두 내가 경험한 실제 환자다. 84세 여성인 D 할머니는 집에서 실내 일상생활은 독립적으로 할 수 있었고, 무리하지 않게 집 앞 산책 정도는 해오고 있었다. 그동안 당뇨, 고혈압과 무릎 관절염, 척추관 협착증으로 여러 병원들을 다니고 있었다. 2년에 걸쳐서 담낭염과 담도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이번에 담낭을 절제하기로 했다.
수술은 잘 됐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할머니는 계속 자려고 하고 먹지 않았다. 앞 장에서 보았던 섬망이 생긴 것이다. 누워서 자기만 하는 할머니 몸에 들어가는 것은 수액과 항생제뿐이었다. 얼마 후 가래도 늘고 열이 나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산소 수치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폐 사진을 찍어보니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 공간에는 물도 찼고, 폐렴도 생겨 있었다. 광범위 항생제가 처방되었고, 할머니는 계속 자기만 했다. 가만히 누워 있다 보니, 엉덩이에는 욕창이 생겼다. 며칠이 지나면서 다행히도 열이 떨어지고, 할머니는 눈을 떠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었다. 죽을 떠먹여드려도 잘 넘기지를 못했다.
― <질병만 보아서는 안 되는 노년의 입원> 중에서 접기
P. 260~261 사람이 기계가 아니고 생명체라는 점을 놓치면, 간혹 현상을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 보고서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서비스가 분절되고 중복된 상태에서 제대로 서비스가 연계되지 못한 채 운영되다 보니 요양이 필요한 노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노인이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더보기
청량음료나 주스라는 것은 아예 세상에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포도당과 과당 등 단순당은 노화를 지연시키는 기능을 정반대로 끌고 간다. - blessing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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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무서운 늙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의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젊고 건강하고 아름답지 않은 모든 것은 버려질 위기에 처하게 되는 한국 사회에서,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는 모두가 애써 외면하는 어두운 미래의 모습이자 인구 소멸의 지름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려 깊은 노년내과 의사인 지은이는 그의 풍부한 생의학적・인문사회적 지식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노년을 감당할 수 있는, 어쩌면 손꼽아 기다릴 수도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분절된 정책과 의료와 인간에 대한 생각들을 통합해서 노화라는 ‘코끼리’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 김선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 책은 노화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과학 저술서가 아니다. 지은이의 임상적 경험과 과학적 성찰, 그리고 사회적 고민을 엮어 나이듦을 맞이하는 개인과 사회의 편향된 인식을 날카롭게 지목한다. 그리고 문제의 근본을 찾아 담담하게 생각과 정책의 변화를 주문한다. 그래서 이 책은 건강에 관심 있는 일반인, 노화에 입문하는 의사와 과학자, 그리고 정책을 기획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모두에게 한정된 시간, 이 책으로 개인과 사회가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없길 바란다.
-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저자 및 역자소개
정희원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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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던 중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내과 전공의 시절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에는 한두 가지 법칙에 따라 끼워 맞춰지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에게서 노화와 연관된 파라미터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을 연구했으며, 같은 방법을 써서 소규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기도 했다. 노인의학 학술지 《AGMR》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문제 풀기를 좋아하나 교조주의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두려워한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로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있다. 접기
최근작 : <지속가능한 나이듦 (리커버)>,<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지속가능한 나이듦> … 총 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모두가 외면해온 고령화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다”
의학의 발달과 사회적 자원의 증가로 인해 노년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지만 초고령 사회 진입 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특히 저출산 현상과 맞물리면서, 고령 인구의 증가는 미래 세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사회에서 ‘노화’, ‘노쇠’, ‘나이듦’이라는 주제는 누구도 들추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반드시 공론화되어야 할 주제다. 노년내과 의사인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서 ‘나이듦’에 대한 통시적이며 광범위한 접근을 시도해 우리가 개인적・사회적으로 노인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1부 <시간: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에서는 생물학적 노화가 어떻게 노년의 모습을 만드는지, 그리고 과학이 알려준 노화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노화의 정의나 노쇠의 메커니즘을 다루는 것뿐 아니라 왜 노화가 발생하며 어떻게 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지에 대한 실용적인 팁도 제공한다. 또한 TV나 언론에서 광고하는 항노화 건강식품들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노화를 방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좋지 않은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2부 <질병: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서는 노화의 결과이기도 한 노년기 질병이 가지는 특징들과 우리나라에서 특히 간과되고 있는 여러 노인의학적 문제들에 대해 짚어본다. 특히 노년내과 의사로서 직접 진료하고 경험한 노인병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지 못해 다수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노인들이 각각 다른 병원에서 다른 담당의를 만나야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데서 오는 노년기 다약제 사용 문제나 노인의 경우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괄적인 처방이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3부 <사회: 초고령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에서는 범위를 좀 더 넓혀 노화와 고령화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노인 복지 시스템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사회적 이슈와 해결 방안을 살펴본다.
“나이듦의 문제, 외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지은이는 서울아산병원의 노년내과 의사다.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수많은 과가 있지만 노년내과는 왠지 익숙하지 않다. 그만큼 노인의학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생소한 분야에 속하며, 노년내과를 갖추고 있는 병원도 드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에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이르게 되며, 2030년대가 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기대수명이 긴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의학은 점차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고령화를 앞서갔던 나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인의학을 육성해왔음에도 우리나라는 노인의학에 대한 교육이 산발적일 뿐 아니라 교육의 양과 질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특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 준하는 처방을 하기 일쑤다. 이러한 처방은 드물지 않게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노화가 진행된 노인에게 부작용이 생기는 약을 처방해, 건강하던 노인이 순식간에 미음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젊은이들은 사나흘이면 퇴원할 수 있는 담낭 절제 수술을 한 할머니가 기존 체력과 근력 부족 때문에 수술 이후 몇 주가 되도록 퇴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쇠, 인지기능 저하, 다중이환, 근감소증 등 노년기 주로 나타나는 질병과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로 인해 큰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이에 지은이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노인성 질병과 사회적 노인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좀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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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여주면서 노화/노쇠/노년/나이듦에 대한 접근과 진료를 하는 경험을 들려주는 것은 좋았지만,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만큼 미치지 못했던 같다. 하지만 이 책이 한국에서 노인학이 굳건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라로 2022-11-06 공감 (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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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나이듦에 대해 폭넓게 조망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추천합니다.
! 2021-11-29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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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노년 내과 의사가 친절하게 풀어서 알려주는 노쇠, 노화, 나이듦의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여 정책방향까지 차분하게 제시한다. 이 책을 3주만에 작성했다는 사실에 더 깜짝 놀랐던 후기.
돌맨 2023-01-09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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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노화라는 코끼리를 위한 사회계약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관악 갑 후보로 출마한 김대호 씨는 지역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함으로써, 사실상 정치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흥미로운 점은 김대호 씨의 발언이 “장애인 차별”이 아닌, “노인비하”로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일종의 모욕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두려움을 보여준다. 점점 침침해지는 눈, 나도 모르게 절게 되는 다리, 예전 같지 않은 소화력 등 나이가 들수록 달라지는 몸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장애인”이라는 말에 갑작스레 폭발한 건 아닐까. 의도한 것 같지는 않지만, 김대호 씨는 어쨌거나 노화라는 “방 안의 코끼리”를 모두에게 드러낸 셈이다.
물론 코끼리의 존재를 인지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덩치에 놀라 호들갑을 떨며 잘못된 대책을 내놓거나, 최악의 경우 책임소재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자멸할 수도 있다. 그 점에서 노년내과 의사인 정희원이 쓴 『지속가능한 나이듦』은 흔치않은 책이다. 코끼리를 못 본 체 하지도, 그렇다고 그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지도 않는다. 담담하고 차분하게,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노화라는 코끼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사회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노인과 비노인을 아우르며 각 층위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지은이의 탁월함과 진지함에 여러 번 놀라며 책을 읽었다.
책은 노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법을 다룬 1부와 노년의 질병에 대한 2부, 사회 차원의 대안을 고민하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목차를 그대로 따라가면 재미없으니 순서를 뒤집어 보자. 지은이는 이른바 “초고령사회”에 대한 일각의 두려움은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여긴다. 오늘날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폐지 줍는 노인들과, 앞으로 노인이 될 이들은 꽤나 이질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현재의 기준에 따르면 머지않아 노인으로 분류될 1960년대 생은 현 시점의 노인인 1930~40년대 생과 달리 비교적 건강하고, 아직 일할 능력이 있으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췄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앞으로 노인인구가 늘어난다 해서 정확히 이에 비례해 부담이 커진다는 건 터무니없는 진단이다.
오히려 문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는 현재의 기준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충분히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은퇴시키고, 연금까지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은이는 무려 70년 동안이나 바뀌지 않고 있는 노인의 기준을 조금씩 뒤로 밀어내서, 최종적으로 77세 정도로 상향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이에 따를 여러 혼란과 저항을 알고 있기에, 지은이는 앞으로 15년간 1년에 4개월씩 노인 기준을 상향하고, 그 뒤에는 28년간 1년에 3개월씩 상향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만약 2022년부터 이렇게 상향을 시작하면 2065년에는 노인 기준 연령이 77세에 도달하므로, 국민연금 고갈과 과도한 총부양비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사회적 저항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노인의 기준이 뒤로 밀리면, ‘젊은이’의 기준 역시 똑같이 밀린다. 1950~60년대에 젊은 청년이 장군도 되고 건설회장 사장이 될 수 있었던 건 당시 중위 연령이 19세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시 20~30대는 오늘날 40대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1972년생인 유재석의 현재 나이는 1960년생인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던 때와 같지만, 어느 누구도 그때의 이경규와 지금의 유재석이 ‘똑같이’ 늙었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1981년생은 만으로 쉰이 되는 2031년에야 1967년생이 만으로 서른이었던 1997년에 누린 사회적 지위에 이를 수 있다. 앞 세대가 똘똘 뭉쳐 기득권을 수호하고 사다리를 걷어차 버려서가 아니라, 생애주기가 전체적으로 길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맞춰 사회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재정비하고, 개인 역시 더 길어진 삶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살게 되었다 해도 노화를 피해갈 수는 없다. 또 앞으로 노인이 될 60년대 생이야 그렇다 쳐도 이미 노인인 30~40년대 생의 질병과 장애, 빈곤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화라는 ‘정해진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은이는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라는 현재의 재가 중심 서비스에 의문을 던진다. 서비스 제공자가 여러 곳을 순회해야 하는 만큼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봄은 저밀도의 재가 중심이 아니라 고밀도의 시설 중심이어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아마 눈 밝은 독자라면 마강래의 『지방도시 살생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원격의료의 도입 역시 고려해봄직하다.
나아가, 지은이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쪼개려는 일각의 움직임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 그도 그럴 것이 특히 노인에게 질병과 장애, 돌봄은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느 하나만 떼어내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기력이 쇠하고, 병에 걸리기도 훨씬 쉬워지며,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가 한국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되리라는 점이 무척이나 자명한 만큼, 보다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보건과 복지의 긴밀한 연계는 꼭 필요하다.
노인 문제를 고민할 때의 이러한 ‘복잡성’은 노화에 따른 질병을 다룰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적어도 노년의 질병에 대해서만큼은, 해결책은 간단명료할수록 좋다는 “오컴의 면도날”이 제 역할을 못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얻게 된 여러 지병과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는 장기가 상호작용하며 일종의 복잡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무려 1년 넘게 소화 장애와 파킨슨병 증상이 멈추지 않던 70대 후반 A씨의 고통이 고작 진통소염제 한 알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진통소염제와 함께 처방한 소화제가 신경계 부작용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처방받은 파킨슨 약이 구역과 구토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소화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 것이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등산과 골프를 즐길 만큼 건강하던 A씨는,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는 걷지도 못하고, 흰죽과 미음밖에는 먹지 못할 정도로 약해지고 말았다.
주치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급격히 의료자원이 풍부해지며 환자가 곧바로 전문의를 만날 수 있게 된 한국의 ‘독특한’ 의료시스템 역시 A씨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구토를 하면 내과 의사를 찾고, 손발이 떨리면 신경과 의사를 찾는 식으로 질병 중심의 진료를 받은 결과, 오히려 약물 사이의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은이는 A씨가 지난 1년간 복용했던 약들의 ‘자서전’을 꼼꼼히 살핀 결과 복잡계를 건드린 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A씨는 밥과 김치를 먹고 지팡이 없이 병원에 걸어올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노인의학은 얽히고설킨 이어폰 줄을 풀어가는 일과 비슷한, 일종의 역추적 문제풀이인 셈이다.
이렇듯 노년의 질병은 원인을 찾기도, 상태를 호전시키기도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지은이는 노화에 대응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노화를 (아예 막을 순 없지만)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노화에 따른 변화가 진행되는 50대 이전에 이를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마치 적금을 드는 것처럼 매일 매일의 조그만 실천이 노화의 그래프를 최대한 길고 완만하게 ‘연착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단언한다, 기술이 발전해 노화를 멈추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무병장수를 선물하리라는 희망은, 마치 컴퓨터 게임을 잘 하기 위해 반도체 공학을 공부하는 것과 같은 전형적인 “생목의 오류”다. 심지어 지은이는 어린 시절에는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나이가 든 뒤에는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1960년대 생에 비해 어릴 때부터 전자기기와 불량식품에 둘러싸여 생활한 1980~90년대 생의 평균수명이 더 낮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내놓는다. 한때 트위터에서 유행했던 글처럼, 우리는 고장 난 스마트폰 같은 몸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운명이다.
이 운명은, 아무리 영양제와 건강식품을 챙겨먹는다고 한들 절대 바꿀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낼 뿐이다. 방법은 단 하나, 절식하고,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길 뿐이다. 특히 절식! 설탕은 금물이다. 탄수화물도 줄일수록 좋다. 인간은 좀 적게 먹는다고, 식사횟수 좀 줄인다고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해진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어차피 고기를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면 대체육 시장이 발달하고 소고기는 최상류층의 사치품이 될 테니 미리 적응한다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고기를 줄이면 된다.
당연하겠지만, 책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아니, 동의하지 못한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노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로드맵이 너무나 따라가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솔직히 이건 뭐 평생 수도승처럼 살라는 얘긴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그저 노화라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는데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된 전현우의 『거대도시 서울 철도』와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나이듦』 역시 노화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안한다. 노인의 기준은 몇 살로 잡을 것이며 새로운 기준에 따라 개인과 사회의 라이프 사이클은 어떻게 재조정될 것인지, 노인에 대한 의료와 복지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물적, 제도적 조건이 필요한지, 노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까지, 노화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할 사항이 이렇게나 많다. 노화라는 코끼리에 어찌 대처할지 몰라 쩔쩔매지 않고 보다 나은 사회계약을 고민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첫 단추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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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근 2021-12-11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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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노화란 어떤 의미일까
나이드는게 무섭고 늙어가는게 싫어서
나이들기 전에 죽어버릴까?하는 무서운 생각도 했었다.10대 시절에.
대체 나이들고 늙어가는게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했다.
사실 지금도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머리와는 다르게 늙어가는 내 신체가 두렵다.
아플것이고 신체 능력도 떨어질 것이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할 것이고 . .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치매같은 기억력 감퇴 관련 질환으로 내가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이 책을 쓰신 정희원 교수님은 우리에게 생소한 노년내과에서 겪은 임상과
노화의 의학적 의미,사회적인 노화,그리고 우리가 잘 구분하지 못하는 노화와 노쇠에 관한 이야기,
의학적으로 나이먹었으나 시간을 거슬러 사는 사람이 많아진 현재 노인들에 관한 이야기 등등
굉장히 다양한 관점에서 나이듦에 관해 설명해주고 고찰하고 있다.
단순히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는 노화와 노쇠에 관해 의학적인 개념을 곁들어 설명해주셔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찾아오는 노화라는 신체 현상에 대해
더 이상 막연히 두려워하고 터부시해선 안될것 같다.
이유는
내가 이미 노화를 맞이하고 있어서,
이왕 나이들어갈 거 즐겁게 맞아야 앞으로 남은 삶을 행복하게 보낼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이 책을 쓰신 정희원 선생님도
우리 모두 다 나이들어간다.
신생아보다 노인의 수가 더 많아진 지금
우리가 나이듦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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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2021-12-1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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