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 Ju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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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우주보다 크다고 무식한 소리를 했다. 우주가 얼만한지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지. 우주의 크기를 설명하는 글을 읽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우주를 설명하는 글이 크기를 말하는지 개수를 말하는지 복잡함을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눅 들기 딱 좋은 우주라는 단어를 왜 썼지? 차라리 신이라고 할 걸. 우주라는 알 수 없는 말 대신 영원이니 무한이니 하는 간단한 말을 썼어야지. 무슨 말을 하건 산타할아버지는 몇 살인지 궁금한 아이의 호기심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사람의 마음이 우주보다 크다는 말은 수사적 표현이었다. 물리적인 우주가 아니라 상상의 우주, 관측 가능한 우주가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준의 우주다. 거기에는 공간과 시간이 담겨 있다. 평행우주니 접혔다느니 하는 이상한 모습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굳이 틀릴 수밖에 없는 상상을 하지는 않겠다. 빛이 반짝하고 나에게 오기까지 광년이라는 단위만큼 떨어져 있다니까 꽤나 먼 공간이 상당히 긴 시간도 포함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교감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감히 우주에 빗대어 말해보았는데 물론 후회된다. 마음의 연결이래야 기껏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 20만년 정도를 넘기 어려울 것인데 우리은하의 길이가 약 190만 광년이라니까 벌써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만일 삼엽충이나 암모나이트도 애완하겠다면 조금은 더 커지겠지만,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깝다는 안드로메다은하가 약 250만 광년 떨어졌다는 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약 오르지만 포기. 마음은 우주에게 대들지 않기로 한다.
광년이 된 기분으로 덧붙인다.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우쭐했던 마음은 첫사랑의 달콤했던 허니문이었다. 더 잘 알다시피 결혼생활은 허니문을 끝내면서 시작된다. 굳이 그리스도를 신랑이라 표현한 사도바울은 심술궂지. 셋째 하늘에 다녀왔다느니 약을 올리더니 기껏 로만카톨릭이라니. 그 지루하고 팍팍한 일상을 이천 년 견딘 인류가 대견하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우주를 구골로 쪼갠 조각 하나만도 로만카톨릭보다는 크다. 구름과 같은 허다한 무리보다 더 많은 마음이 왔고 오고 올 것이다.
사람은 신과 벗이 되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우주보다 크다.
아, 창조론이 아니니까 그냥 내 유치한 상상력이라 여기고 좀 봐주세요.
광년이건 말건 나와 함께하며 위안이 되어주는
적지만 귀한 호모사피엔스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냅니다.
#광년이의우주론
5 comments
Hyeonseok Kim
광년..ㅎㅎ
· Reply · 1 h
Hyun Ju Kim
김현석 한글이 좋아
· Reply · 1 h
Yongyee Kim
Hyun Ju Kim 괄호 치고 한자를 쓰면 그 묘미가 사라지지…
· Reply · 57 m
Philo Kalia
글의 흐름과 취지 방향 공감합니다
· Reply · 43 m
Hyun Ju Kim
심광섭 마지막 문장으로 답합니다♡
· Reply · 42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