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6

〈74〉번뇌에는 ‘애착’과 ‘성냄’두 종류 있다 - 불교신문

〈74〉번뇌에는 ‘애착’과 ‘성냄’두 종류 있다 - 불교신문




〈74〉번뇌에는 ‘애착’과 ‘성냄’두 종류 있다

이미령
승인 2013.08.13 15:54

인욕바라밀①-나를 찾아오는 두 사람


信者 공양은 대중 인기보다 무서워

인기와 칭송도 비난만큼 잘 견뎌야

강의를 마치면 수강생들이 박수를 쳐줍니다. 재미있게 잘 들었다, 유익했다, 덕분에 고민거리가 좀 줄어드는 것 같다… 이런 칭찬도 이따금 받습니다. 그런데, 백 사람의 청중이 내게 박수를 보내면 마음이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다가 강의실 저 끝 어딘가에서 “흥, 뭐 별로…. 들을 것도 없네”라는 작은 소리에 기분이 착 가라앉고 맙니다.

백 명의 칭찬도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고 단 한 사람의 비난이 몇 날 며칠 나를 지배합니다. 온 세상이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아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백 명의 칭찬은 당연히 제 것인 양 받아들이면서도 단 한 사람의 비난에는 마음이 바늘귀보다도 더 좁아지니 말입니다. 이런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대지도론>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두 종류의 사람이 찾아온다. 첫째는 나를 칭찬하고 좋아하고 존경하고 공양하려고 찾아오는 사람, 둘째는 나를 비난하고 꾸짖고 화내고 욕하고 심지어 때리려고 찾아오는 사람이다.”

<대지도론> 제14권의 이 말보다 더 정확하게 우리 살아가는 세상의 인간관계를 규정한 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세상일이란 게 꼭 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란 법은 없지요. 그건 압니다. 문제는 일희일비, 즉 한 번 기쁘면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기분 나쁘고 울화통 터지는 일이 꼭 한 번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좋은 일이 생겨도 맘껏 행복해하되 그 행복에 도취되어 너무 휘둘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요, 분한 일이 생겨도 ‘이 또한 흘러가겠지. 좋은 일도 금방 끝났잖아’ 하면서 눈 질끈 감고 버텨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비난이나 매도, 욕설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인기와 칭송도 너끈하게 견뎌야 합니다. 세상이란 건 양면의 날과도 같아서 채찍과 당근은 항상 한 조를 이루어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인기와 칭찬만 덥석 품고, 비난과 욕설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세상입니다.

특히 대중들의 인기로 살아가는 연예인은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중은 연예인을 보통 사람이 아닌 저 하늘의 별처럼 아득히 먼 존재로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예인을 ‘스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비방도 동시에 커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연예인뿐만이 아닙니다. 재가자의 존경과 공양으로 살아가는 출가자에게도 이 말은 매우 유효합니다. 특히 수행자에게 신자의 공양은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인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대지도론>에서는 말합니다. <대지도론>제14권에서는 번뇌에 두 종류로서, ‘애착에 속하는 번뇌’와 ‘성냄에 속하는 번뇌’를 말합니다. 이 가운데 앞의 것 즉 공경과 공양은 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마음이 애착하게 하니 이것을 일러 부드러운 도둑(軟賊)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공경과 공양까지도 잘 참아서 집착하거나 애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이 부드러운 도둑에게 덜컥 멱살을 잡힌 사람이 바로 데바닷타입니다. 그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계속 연마하지 않고, 어중간한 경지를 권력가에게 내보이고 자랑하여 왕자의 공양물을 탐하고 자기 세력을 규합하려고 한 사람입니다. 결국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자타삿투 왕자에게 배척당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승가공동체에서 자기 추종자를 거느리고 나왔다가 실패로 돌아갔으며, 끝내는 수행을 충실하게 해낸 아라한과 붓다에게 해를 입히려는 마음까지 먹은 인물입니다. 물론 데바닷타의 행적에 관해 학계의 반론도 있지만, <대지도론>에서는 전통적인 입장에서 데바닷타를 사람들의 인기와 존경에 눈이 멀어 자신을 해친 인물, 그러니까 인기와 존경, 공양을 견디는 데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불교신문2936호/2013년8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