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5

[김조년] 국제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국제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국제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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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명예교수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치부될는지 모르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생각했다. 서로 평화롭게 살려고 한다면 이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국경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민족과 민족 사이에 순수 혈통논쟁이 없어지고, 종교와 종교들 사이에 순수 진리논쟁이 없어지며, 기업들 사이에 지나친 경쟁과 기업비밀들이 가득히 쌓이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나는 바란다.

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같이 공부하는 동무들끼리, 같은 또래들끼리 무서운 경쟁을 하지 않고 서로 돕고 사이좋게 사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학교사회가 되면 참 좋겠다. 나라와 나라들 사이에서도 어떤 강력한 나라의 힘에 어떤 작고 약한 나라들이 제 주관대로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일 없이 서로 대등하게 떳떳이 마주서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러려면 거대하고 강력한 제국체제가 아니라, 작은 행정단위 정도로 국가경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말 속에는 거대한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작은 행정단위의 국가체계로 변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정치행정을 그렇게 하되 상호간의 교류는 지금 인터넷이 연결되듯이 온 세계가 아주 긴밀하게 엮여지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평화로운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온 세계가 진통을 겪는다. 누가 먼저 침공하거나 전쟁을 도발했는지에 대한 논쟁도 끝나지 않았고, 왜 일어나게 된 전쟁인지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언제 어떤 식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르는 무모한 전쟁이란 것만 느낀다.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고, 굉장히 많은 삶의 기초들이 파괴되며, 국제관계가 냉랭하게 진전된다는 것만 나는 알 뿐이다. 지극히 적은 수의 사람들이나 기관들만이 그 전쟁이 지속되기를 바랄 뿐, 대부분의 나라와 사람들은 전쟁이 곧 끝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나토회원국들의 정상들이 모인 이유는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국제패권경쟁에서 미국중심의 서방세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모임이었다는 것 역시 너무나 뻔하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미국행정부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모임이라는 것도 모두가 다 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나토의 비회원국 네 나라,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의 정상들도 초청되어 참여하였다. 그 의도는 너무나 분명한 것이 아니던가? 나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거부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보았지만, 한국에서는 참석하지 않기를 바랐다.

아직 새로운 정권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 국제 문제를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많은 국제정상들의 얼굴이라도 익히는 것이 좋겠다는 뜻으로라도 가는 것이 좋겠다는 심정으로 참여할 때 매우 안타까웠다. 우선 당장 그 회의의 결과가 우리 삶에 미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서히 그러나 빠르면서도 넓게 나타날 것이라고 나는 본다. 이러한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관계로서 평화의 문제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쉽게 달라질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물길이 흐르고 방향을 틀듯이 긴 시간과 공간을 두고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관계가 몹시 복잡하고 촘촘히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나 평화로운 생활에 관련이 있는 국제관계는 점점 더 빠르고 견고하게 평화체계로 전환되어 굳어져야 한다고 본다. 한반도에서처럼 입만 떼면 한 민족이라고 말하면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를 70년 가까이 유지하여 으르렁대는 데가 어디에 있을까? 얼마나 깊은 불편함과 불안함 속에서 쓸데없는 군비경쟁에 온 힘을 쏟아붓는가? 그래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남북한 간에는 빠른 시간 안에 정전협정을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모든 교류를 순조롭게 서로 협조하면서 할 일이다. 도토리 키재기 식의 다툼은 참으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저렇게 군비를 확충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어떠한 경우가 되어도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것은 옳다. 그러기 위하여는 안전한 평화체계를 서로 보장하고 확보하는 길이 가장 빠르지 않을까? 그렇게 하여 종국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들도 폐기되어 이 지구상에 핵없는 단계에까지 가야 한다. 안전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가장 견고하고 아름다운 안보체계는 좋은 평화체계라고 본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거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들 관계에서는 어디와도 종속관계나 적대관계로 대할 일이 아니다. 한미관계가 공고한 동맹관계라면, 이제는 한중관계, 한러관계 역시 견고한 동맹관계로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우선 미국도 포함하여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의 나라들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평화체계가 구축되면 좋겠다.

문명은 바람처럼 물처럼 흐른다. 하늘의 구름처럼 모였다 흩어지고 멈췄다 흐른다. 한 때 그리스 로마 이집트 영국 등을 높이던 문명,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을 높이던 문명, 한 때 고대 중국과 인도를 이끌던 높은 문명은 아메리카로 흘러갔고, 그 문명의 흐름은 곧바로 동북아시아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사이비 애국주의식의 주장이 아니라, 문명 전환과 흐름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원한 정점이나 바닥은 없다. 내가 분명히 전망하는 것은 거대한 국가체계는 작은 행정단위의 나라들로 갈라져서 활동할 것이다. 노자가 말했듯이 닭울음 소리가 들리는 작은 단위의 생활공동체 나라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둔 국제관계를 이루도록 우리 행정부는 노력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