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7

각묵 스님 "禪만 강조하는 한국불교 잘못 가고 있어" - 매일경제

각묵 스님 "禪만 강조하는 한국불교 잘못 가고 있어" - 매일경제



각묵 스님 "禪만 강조하는 한국불교 잘못 가고 있어"

초기 불경 `위방가` 최초 완역한 각묵 스님



2600년 승가의 근본인

초기불경 등한시 안돼

허연 기자입력 : 2018.11.26

---



"출가해서 7년 동안 선방에 처박혀 무턱대고 화두만 붙잡고 수행했습니다. 무작정 하다 보면 문득 깨달음이 오리라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올바른 깨달음은 이론(교학)과 실천(수행)이 함께 있을 때 오는 것입니다. 막연히 `선(禪)`만 강조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이론)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초기 불교 핵심 경전인 `위방가(Vibhanga)`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각묵 스님(61·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은 "대승불교에 치중하는 한국 불교가 선이라는 늪에 빠져 초기 경전을 너무 등한시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님 말씀이 가장 생생하게 기록된 것이 초기 경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남방불교 것이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이번에 각묵 스님이 번역한 `위방가`는 불교의 핵심 주제 18가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담은 책이다. 스님은 산스크리트어 방언인 팔리어로 쓰인 원전을 2년에 걸쳐 번역했다. 두 권짜리로 전체 1200쪽 분량이다.



"경전 이름인 `위방가`라는 말 자체가 `분석`이라는 뜻입니다. `위방가`는 나와 세상과 진리, 이 세 가지에 관한 아주 상세한 이론과 수행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원리와 교리에서부터 실전 수행에 필요한 방법론까지 전방위로 망라되어 있습니다."



1979년 화엄사에서 도광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82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스님은 7년 만에 선방 생활을 그만두고 인도로 떠났다. 불교 명문인 푸네대학교에서 10년간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프라크리트어를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초기 경전 연구를 시작했다.



"인도에서 보니 한국 불교에는 힌두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큰스님들이 하시는 법문에도 불교가 아닌 힌두적인 요소가 발견됩니다. 초기 경전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왜곡된 습관을 받아들여 생긴 문제들입니다. 쉽게 말해 기본을 무시한 채 유행을 따랐던 거죠."



각묵 스님은 지금 한국 불교가 겪고 있는 심각한 불신 문제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본다.



"스님들이 불법(佛法)을 연구하지 않으니 불교의 본질이 흔들리는 겁니다. 출가자들은 부처님의 법을 연구하고 가르침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출가자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려고 하지 않고 사찰의 상속자가 되려고 해요. 이건 큰 문제입니다."



스님은 `팔리어 활용사전`을 만들 계획이다. 초기 경전 상당수가 팔리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불교 교리를 연구하는 데 팔리어는 필수다.



"초기 경전에는 2600년을 이어 온 승가의 근본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불자라면 이것들을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초기 경전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제공한다는 심정으로 팔리어 사전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님은 경전을 연구하면 `쓸데없이 머리만 쓴다`고 혼나는 잘못된 선방문화도 고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부처님이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이 남긴 가르침이 분명히 있는데 이것을 등한시하고, 하늘에서 갑자기 `툭` 하고 깨달음이 떨어진다고 믿는 게 말이 됩니까."



각묵 스님이 활동하는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 스님)은 종단이나 국가 지원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개원 이후 지금까지 한국 초기 불교 연구의 핵심 자료를 수십 종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