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0

호사카 유지 영화 ‘파묘’가 반일영화니

고대사연구 - 호사카 유지 교수님의 글…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보고 싶어졌다. 이번 주말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 Facebook

고대사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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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교수님의 글…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보고 싶어졌다.
이번 주말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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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가 반일영화니 좌파영화니 민족감정을 악용한다는 기이한 비판이 나왔지만 
관객수 600만을 넘었으니 나도 보러 갔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영화를 만든 장재현감독은 일본의 음양도를 제대로 공부한 훌륭한 감독이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일본에서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당히 일본문화가 녹아 들어 있는 영화였다. 

우선 영화에는 악지에 묘지를 만든 키쓰네(=여우)라는 일본 스님이 언급되는데 그 키쓰네 스님은 음양사였다고 설명되었다. '파묘'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음양사'다

음양사란 일본역사에서 6세기쯤 백제로부터 전래된 음양오행설을 설파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일본 왕조에 들어가 국가기관을 만들어 점을 보기도 하고, 땅의 길흉(풍수)을 보고, 천체관측, 달력작성, 날의 길흉판단 등을 직무로 했다.     
이후 음양사들은 일본의 신도나 불교를 이용해 주술적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일본 왕조나 무사정권에서 중요한 역직을 맡게 되었다. 한마디로 일본역사에서 음양사, 음양도는 사무라이시대가 끝나 근대화된 일본이 시작된 후에도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할 때까지 일본중앙정부의 체계화된 역직이었다.

그런 일본의 음양사들(=여우들)이 범(=한반도)의 허리를 끊었다고 영화는 주장한다. 이것은 음양사들이 조선의 기운을 죽이기 위해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땅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의미다. 

쇠말뚝은 한반도의 명산 여러곳에서 발견되어 한때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쇠말뚝은 일제가 한반도의 기운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대적 개발을 위해 박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영화 '파묘'는 그런 쇠말뚝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시켰다. 
예를 들어 북한산(삼각산)의 정상에는 26개나 쇠말뚝이 한곳에 박혀 있었다고 그것을 기억하는 강북구의 전 공무원이 증언한다. 사람의 이름을 쓴 종이나 헝겁 등에 쇠말뚝을 박아 저주하는 방법은 일본에서 음양사들이 자주 사용한 저주방법 중 하나였다. 

영화 '파묘'에서는 음양사는 스님의 모습을 빌려서 키쓰네(=여우)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일본에서 음양사들은 불교나 신도를 저주를 버풋기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불교의 경전 중 반야심경을 독경하면서 그 독경의 힘으로 상대를 저주하는 것이 음양사들의 유명한 수법이었다. 영화에서도 무사 귀신이 독경을 했는데 그것이 반야심경인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반야심경은 상대방의 저주를 막아내는 힘도 있기 때문에 김고은, 최민식, 유해진 등이 몸에 반야심경을 써서 무사 귀신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파묘'의 감독은 일본의 음양도와 불교(=밀교), 신도 등의 융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훌륭하게 영화 속에 녹였다.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으로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일본의 군부는 음양사들을 시켜 저주의 힘으로 미영 연합군이 불타서 전멸하도록 매일 열렬하게 저주를 올리게 했다. 이런 이야기는 모두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저주는 결국 잘못저주를 사용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성질이 있어 일본은 도쿄대공습,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에 상징되듯 반대로 비참하게 불에 타 버렸다. 음양도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잘못 저주하면 그 저주가 자신에게 돌아와 반대로 저주를 받는다는 일본 음양도의 역습을 스스로 체현한 것이 당시의 일제였다. 

즉 일제는 1945년 패전까지 음양사들을 국책에 동원했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에 음양사들(=여우들)이 조선침략(1592-1599)과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1600)를 통해 만명을 베어 죽여 신이 된 일본 무사 귀신의 미라에 쇠말뚝을 넣어 한반도(=범)에 허리 부분에 그 귀신을 박아넣아 한반도를  영원히 지배하려고 했다는 게 '파묘'의 모티브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런 일제의 저주를 풀어서 한반도의 진정한 해방을 성취해야 한다는 게 영화 '파묘'가 말하고 싶은 주제라고 나는 이해했다. 영화에서는 무사 귀신이 두 번 큰 불덩어리가 되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래 일본의 유령은 불덩어리가 되어 주변을 날아다닌다. 그런 영혼의 모습을 '파묘'에서는 노여움으로 불탄 정령으로 표현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해 영화처럼 음양사들을 시켜 한반도에 주술적 공작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때 음양도는 일본의 국책이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귀신이 말했다. "자신은 남산의 조선신궁에 묻혔어야 했는데 음양사들이 나를 이런 것에 묻었다." 만명을 베어죽여 신이 된 자신은 당연히 조선신궁의 신이 되어 조선인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어야 했는데 자신을 이상한 곳에 묻었다고 주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