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7

이기론(理氣論)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기론(理氣論)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기론 (理氣論)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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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개설

이기의 개념
1. 이의 의미 특성
2. 기의 의미 특성
3. 이기의 관계

이기론의 전개
1. 주리적 이기관
2. 주기적 이기관
3. 일원적 이기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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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도설 본문
유교 개념 이와 기,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존재 구조와 그 생성근원을 유기적으로 설명하는 성리학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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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이와 기,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존재 구조와 그 생성근원을 유기적으로 설명하는 성리학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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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
신유학은 중국 남송대의 성리학자 주희(朱熹)에 의해 완성되었고, 명·청대, 그리고 조선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상체계이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은 이(理)와 기(氣)로써 구성되었으며, 이와 기에 의해 생성 변화된다고 말한다. 즉, 유형적 존재는 모두 무형의 원리 또는 원인에 의해 생성, 변화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와 기에 의한 존재론적 규정과 생성론적 설명은 두 가지 원칙 위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이와 기는 서로 떠날 수 없는 관계 위에 있고, 동시에 서로 섞일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기론은 적어도 이 없는 기나, 기 없는 이만을 전제할 수 없으면서도, 이는 이고, 기는 어디까지나 기라고 규정한다.

이기론의 전개는 사실상 이와 기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 하는 이해 방법에서 그 내용과 전개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기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기 개념에 대한 이해와 규정을 선행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이·기 개념에 대한 특성과 의미를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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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의 개념
이의 의미 특성

이는 모든 사물의 존재와 생성과 관련된 법칙·원리 또는 이치라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사물은 이러한 원리 또는 이치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이의 이러한 법칙성에 근거해 이는 모든 사물의 생성 현상에 대한 원인·이유를 나타내기도 한다.

모든 사물은 현상적 개체로 생성될 때 그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 또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물 생성의 원인·이유를 소이연(所以然)·소이연지고(所以然之故)라고 부른다. 소이연이란 ‘그렇게 되는 까닭’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모든 사물은 생성 원인·이유에 의해 생성된다고 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그런데 이는 사물 생성의 필연적인 원인을 나타낼 뿐 아니라, 사물 존재에 있어서 한 사물이 그 사물로 형성되도록 하는 기준 또는 표준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 사물이 마땅히 따라야 할 기준 또는 표준에 해당하는 말을 이른바 소당연(所當然)·소당연지칙(所當然之則)이라고 부른다.

소당연이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란 의미다. 예를 들면 ‘무릇 배가 마땅히 물 위로 가야 하고, 수레가 마땅히 육지로 가야 하는 것과 같은, 수레가 수레 구실을 하게 하고 배가 배 구실을 하게끔 하는’ 당위 원리를 말한다.

한 사물이 따라야 할 이러한 표준으로써의 당위 원리는 사물 생성의 필연적 근거로서의 소이연과 구별하여 사용될 때도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원리(主宰)’라는 근원적 의미에서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理)는 이러한 사물 생성의 원인 또는 존재 이유와 같은 성격으로 인해 “소리와 냄새도 없고, 부피도 없고, 겉과 속도 없고, 정의도 없고, 헤아림도 없고, 조작도 없다(無聲臭 無方體 無內外 無情意 無計度 無造作).”고 규정한다. 이러한 특성은 무형·무위(無爲)로써, 직접 감각할 수 없는 성질을 말한 것이며, 이(理)의 이러한 초경험적 특성을 형이상자(形而上者)라 부른다.

형이상자란 구체적·경험적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생사(生死)·궁진(窮盡)도 없는 특성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생사·궁진이 없는 바로 이 성질 때문에 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무(無)로 돌릴 수 없는 존재로써 오히려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의 특성에 근거하여 이는 실재(實在)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의 실재성은 기의 가변적 현상성에 비해 선험적 불변적 존재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기보다 귀한 것일 뿐 아니라, 우월한 것이고, 선(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개념의 의미와 특성은 유학 경전에 나오는 천명(天命)·도(道)·태극(太極)·성(性)·중(中)·선(善) 등의 형이상학적 개념과 혼용해 사용될 때, 더욱 넓은 의미 영역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기의 개념을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는 관계 개념이라는 점에서 기와 일정한 관련 속에서만 해명될 수 있다.

기의 의미 특성

기는 모든 구체적 사물의 존재와 생성과 관련된 질료(質料)·형질(形質)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사물을 이루는 데 있어서 필요한 ‘현상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을 이루는 이러한 현상적 요소를 형이하자(形而下者)라고 말하는데, 이는 직접 감각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 성질을 뜻한다. 사물 존재의 구체적 특성은 음양(陰陽)·오행(五行 : 水火木金土)이라 하고, 구체적 성질로는 경중(輕重)·청탁(淸濁)·수박(粹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는 또한 사물의 구체적 생성 현상으로서 ‘모이며, 흩어지며, 굽히며, 펴는(聚散屈伸)’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그 낢과 그 뜀(其飛其躍)’을 뜻하기도 한다.

기의 이러한 취산, 굴신하는 동작 현상은 또한 생멸(生滅)·궁진의 성질도 가지고 있는데, 기의 이러한 성격은 전문용어로 유위(有爲)·유욕(有欲)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기의 유위·유욕의 성질로 인해 악(惡)의 현상도 있게 되는데, 악의 현상은 기 때문에 이가 소당연이라는 마땅히 드러내야 할 행위(역할) 기준에 맞게 드러낼 수 없는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 자체는 비록 악하지 않지만, 악의 현상은 기 때문에 있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는 이에 비해 천(賤)하다고 규정한다.

기의 의미 특성은 유학 경전에서 사용되는 태극·음양·오행·심성정(心性情)·사단칠정(四端七情) 등의 개념과 혼용해 논의될 때 더욱 넓은 의미 영역을 갖는다. 그러나 기는 이와 상호 규정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 개념과의 관계 속에서 해명될 수 있다.

이기의 관계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의 성격은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원리로써, 무형·무위의 특성을 가지며, 기의 성격은 모든 사물의 현상적 요소로서, 유형·유위의 특성을 가진다.

또한, 이의 무형·무위의 특성에 근거해 이는 생사·궁진 없는 불변의 존재로 규정되며, 기는 유형·유위의 특성에 근거해 가변적 생멸·궁진성을 가진 존재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기론에 있어서 이·기의 특성은 각기 개개로 독립해 존재할 수 있는 구체적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와 기를 별개의 존재로 논의한다 해도 결코 실재 사실적으로 떼어 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이·기의 상호 역할 관계를 구별한 데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이·기의 상호 역할 관계를 이기불상리(理氣不相離)·이기불상잡(理氣不相雜)의 관계라고 하고, 또는 이이일(二而一)·일이이(一而二)의 관계라고도 말한다. ‘이·기가 서로 떠나 있지 않다.’는 명제는 현상적 사물의 특성을 두고 한 말이다. 현상적 사물의 존재란 실상 기의 존재이며, 기가 있어야 이는 사실상의 실재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기불상리’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사물상으로 보면 이 두 가지는 혼륜해 있어 나누어 각각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없다(在物上看 則二物渾淪 不可分開 各在一處 : 『朱子大全文集』, 卷46, 答劉叔文).”

이의 존재는 현상적인 기에 의해 그 존재성이 구현되는 반면, 기의 존재는 그 원인·이유로서 이가 있어야 바람직한 존재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 관계는 사물상의 관점에서 살펴본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기란 본래 시간적·공간적 이합(離合)이 없는 것이지만, 이는 기를 주재(主宰)하는 존재요, 기의 소이연자(所以然者)이며, 기의 근저(根柢)라는 점에서 이가 기보다 선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이가 기보다 먼저 존재(理先氣後)한다는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이치상에서 보면 비록 사물이 아직 있지 않아도 사물의 이치는 이미 있다. 그러나 역시 다만 이가 있을 뿐, 아직 이 사물은 실제로 있지는 않다(在理上看 則雖未有物而已有物之理 然亦但有理 而未嘗實有是物 : 『朱子大全文集』, 卷46, 答劉叔文).”

모든 사물이 현상 세계에 아직 나타나 있지 않았을 때도 사물이 그렇게 된 원인이나 이유는 선행한다고 설정할 때, 이러한 시각은 사실상 이와 기를 이미 분리해 보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때의 이·기 관계를 유행(流行)상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행상의 관점은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이일분수(理一分殊)’, ‘통체태극 각구태극(統體太極 各具太極)’이란 명제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술한 ‘이기불상잡’, ‘이선기후’, ‘이유동정(理有動靜)’, ‘이생기(理生氣)’와 동일한 관점에서 진술된 명제라 할 수 있다.

전술한 이·기개념에서 사물 생성의 원인으로서의 이나, 사물 존재의 생멸성을 가지는 기의 규정은 이미 이러한 유행론적 의미를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물 생성에 대한 유행론적 해명은 『주역』의 ‘역유태극 시생양의(易有太極 是生兩儀)’라든지, 주돈이(周惇頤)의 『태극도설』의 ‘태극동이생양……정이생음(太極動而生陽……靜而生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역(易)에 태극이 있다.’고 할 때, 역은 변화하는 현상적 요소를 의미하며, 태극은 변화하지 않는 요소를 지시한다. 변화 요소를 기, 불변 요소를 이라고 할 때, 변화하는 기와 불변하는 이는 상호 공존하고 있음을 이 명제는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것(太極)이 양의(兩儀)를 낳는다.’라거나 ‘태극이 동하여 양을 낳는다.’라고 할 때, ‘낳는’·‘움직이는’ 주체가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형이상적인 이가 어떻게 동할 수 있으며, 이것(태극)이 어떻게 양의를 낳을 수 있는가 하는 논리적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가 존재 생성의 원인·이유로서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의 생(生)·동(動)의 문제는 논리상의 변별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당위 근거를 제시한 논의임을 알 수 있다. 이·기 관계를 이렇게 이미 생성된 사물의 존재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사물의 존재 이전부터 이후까지를 일관하는 생성의 차원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이·기 관계의 유행론적 설명은 더욱 복잡한 이·기의 의미 특성을 전제한다. 존재 현상 차원의 생성 과정을 시간적으로 추리해 사물이 생성되기 이전의 생성 근원자에 소급하고, 반대로 사물 생성의 근원자로부터 현상적 개체에 이르고 미래에 미치는 과정을 유행론적으로 설명할 때, 이기론의 전개는 다양한 특징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기론 체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심(心)·성정(性情)에 확대되고 그 발현현상으로서 발(發)의 개념에 확대 적용될 때 이기론적 체계화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논리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기론의 전개는 이상과 같은 범위 안에서 논의되고 전개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이기론의 전개

이기론은 중국 남송대 이후 명·청대 그리고 조선조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조선조를 중심으로 전개유형을 보면 16세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탐구되었다.

그 이론 탐구의 중심 인물은 이황(李滉)과 이이(李珥)였다. 그들이 전개한 이기론의 특징은 우주의 존재와 생성에 관한 문제보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심성정의 문제를 이기론적으로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시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에 앞서 이언적(李彦迪)의 ‘태극설’이나 서경덕(徐敬德)의 ‘일기장존설(一氣長存說)’, 더 소급해서 정도전(鄭道傳)의 『심기리편(心氣理篇)』, 권근(權近)의 『입학도설(入學圖說)』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론 체계는 질·양의 면에서나, 사상사적 의미에서 이황·이이의 이기론 체계에 비교될 수 없다. 특히,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이황의 이기론적 탐구는 사상사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황의 탐구는 비록 심성론에 한정된 부분적 연구에 불과하지만, 조선조 성리학으로 하여금 당시 중국의 성리학 수준을 능가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왔다. 또한 사단칠정의 이기론적 탐구를 계기로 비로소 조선조 성리학계에 문제 중심의 학파가 형성될 수 있었다.

이른바 퇴계학파·율곡학파 또는 주리파(主理派)·주기파(主氣派)로 불리는 학파의 형성 역시 이황과 이이를 계기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국 성리학의 전개 방향이 심성론에 대한 이들의 이기론적 해명에서 문제의 소재를 발견하고 그 이론 전개의 단서를 찾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상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즉, 조선조 성리학은 문제 중심의 학파적 성격을 띠고, 독자적 명제를 제시하고 새로운 이기론을 전개한 것이라 하겠다.

주리적 이기관

주리적 이기관(主理的 理氣觀)의 대표적 이론은 이황에서 비롯되었으며, 이현일(李玄逸)에 의해 계승되고, 이진상(李震相)에 의해 전개되었다. 이황의 이기론은 이기론적 체계를 자연 현상의 해명에 그치지 않고, 당위론적 관점에서 인간 도덕 실현의 준거를 해명하려는 데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이해 태도는 전술한 소이연과 소당연을 동일시하는 이기론의 기본 체계를 그대로 계승한 이론이지만, 직접적으로는 이황의 가치 지향 의식, 즉 ‘인간의 도덕 실현 능력’을 확실히 밝히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황은 우주 생성론적 이기관에 근거하여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도덕 실현의 당위 문제를 유기적으로 접근시키고 있다.

“천하에 이(理) 없는 기(氣) 없고 기 없는 이 없다. 사단(四端)은 이가 발(發)해 기가 따르는 것이요, 칠정(七情)은 기가 발해 이가 타는 것이다. 따라서 기가 따름이 없으면 발현할 수 없고, 기에 이가 탐이 없으면 이욕(利欲)에 빠지므로 금수(禽獸)가 된다. 이것은 바꾸지 못할 정한 이치이다(『陶山全書』, 卷51).”

이것은 기대승(奇大升)에게 보낸 글로써, 사단과 칠정의 발현 문제를 이기론적으로 어떻게 해명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 준다. 여기에서 사단이란 『맹자』 공손추(公孫丑)편에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인 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의 네 가지를 뜻한다.

그리고 칠정이란 『예기』 예운편(禮運篇)에 나오는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의 일곱 가지 정서를 가리킨다. 성리학 체계에서 사단과 칠정을 원칙적으로 이와 기에 분속시켜 인식하는 것은 일반적 견해였다. 이러한 분속 방법에서 볼 때 이황의 수정·보완은 전적으로 자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대승은 사단도 칠정 외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기를 떠난 이가 따로 설정될 수 없다는 원칙에서 볼 때, 이·기를 양립시켜 이발(理發)·기발(氣發)을 표현하면 큰 잘못이 되며, 이·기관계의 기본 원칙인 이 무위, 기 유위의 논리에도 큰 모순을 낳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황은 이에 대해 이·기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긍정하며, 사단과 칠정이 다같이 하나의 정(情)이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지만, 성에도 이미 순선무악(純善無惡)한 본연지성(本然之性)과 선악 미정의 기질지성(氣質之性)을 구별하는 것과 같이, 정이라 하더라도 이에 관계하는 것과 기에 관계하는 것을 엄격히 구분해 진술할 필요가 있다고 반증한다.

그리하여 ‘사단 이발이기수지(四端 理發而氣隨之)’와 ‘칠정 기발이이승지(七情 氣發而理乘之)’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황의 이 명제는 본래 이원적 혐의를 완화하고자 고심한 최선의 명제였으나, 후세에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이라는 특정 명제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기호발설은 종래 성리학적 지평에서 미비점으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한층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기호발설’의 중요한 의의는 인간 내면에 자리한 도덕 준거로서 이의 자발(自發)을 주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금수화를 방지하고, 타고난 선한 본성을 실현하려는 방법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황이 전개한 ‘이기호발설’은 이현일의 이기론에 계승되었다. 이현일의 이기론은 이이의 ‘이기호발설’ 부정에 대한 비판이라는 반 명제적 성격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현일은 먼저 기발만을 주장하는 주기론자들은 만화(萬化)의 근원인 이를 허무공적(虛無空寂)에 떨어뜨렸다고 깊이 우려하고 이발설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현일의 이기론은 이는 무위의 정태적(靜態的)인 존재가 아니며, 능동적 자발적 실재자로서 이의 우월성을 확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현일이 전개한 이발론은 이황으로부터 주장되었던 인간의 도덕적 준거를 확인하여 행위 실현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의 능동성에 대한 탐구를 더욱 투철하게 전개시킨 이론은 이진상의 이기론에서 볼 수 있다. 이진상은 심즉리(心卽理)란 명제를 제시하고 이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였다. 이진상은 성과 정을 모두 하나의 이라 규정하고 성정의 발현 관계 역시 하나의 이로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이로서의 성정은 심에 의해 통솔된다는 점에서 심은 곧 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심즉리’는 바로 이러한 논리 귀결에서 나온 명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진상의 ‘심즉리’의 명제는 성즉리(性卽理)라는 성리학의 기본 명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중국 명대 왕수인(王守仁)의 명제와 크게 혼란을 야기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진상은 성의 발현 현상에 근거해 이발을 주장하고 기발을 철저하게 부정함으로써, 이황의 이기호발설에서 미흡하게 강조되었던 이의 능동성·자동성에 강한 의미 부여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 우위의 이기론 전개는 이황의 주리적 이기관을 계승시킨 학파적 전통을 수립하게 하였다.

주기적 이기관

주기적 이기관(主氣的 理氣觀)의 대표적 이론은 이이(李珥)에서 비롯되었으며, 송시열(宋時烈)에 의해 계승되고, 한원진(韓元震)에 의해 전개되었다. 이이의 이기론적 관점은 선대의 서경덕이나 이황의 학설에 비해 특징적인 전개 양상을 나타낸다. 이·기를 논하는 문제 의식은 동일하지만, 인식의 관점은 크게 달랐다.

이이는 송대 성리학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으며, 서경덕과 이황의 학설을 반명제적으로, 또는 선별적으로 수용, 전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이는 분명히 이기론에 퇴계학설과 그 관점을 달리한다.

이이는 주희(朱熹)나 이황과 다름없이 이 우주현상은 이와 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와 기에 의해 생성, 변화한다고 파악한다. 그러나 이이는 이른바 이와 기를 두 물건이나 두 물체처럼 판이하게 이원적(二元的)으로 규정하려는 듯한 이황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이이는 이·기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기는 본래 합해 있는 것이므로 비로소 합함이란 있지 아니하다. 이·기를 둘로 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도(道)를 아는 자가 아니다.(『栗谷全書』, 卷10, 答成浩原)”

또한, 이이는 사물 생성의 현상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이론 전개를 보여 주고 있다. 동향의 학자 성혼(成渾)에게 보낸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기가 원래 서로 떨어지지 아니하여 일물인 것 같으나, 그 구별되는 바는 이는 무형이며, 기는 유형이다. 이는 무위이며, 기는 유위이다. 무형무위하여 유형유위의 주재가 된 것은 이요, 유형유위하여 무형무위의 기재자(器材者)가 된 것은 기다. 이는 무형한 것이며, 기는 유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통하고, 기는 국한된다. 이는 무위하고, 기는 유위하다. 고로 기는 발동하고 이는 승재(乘宰)한다.(『栗谷全書』, 卷10, 答成浩原)”

이이는 이는 무형무위한 특성에 의해 불변의 보편자의 성격을 가지는 반면, 기는 유형유위한 특성으로 가변적 차별상을 가진다고 파악한다. 따라서, 무형과 유형의 외적 차이는 이의 관통성과 기의 국한성을 설명하는 기준이며, 또한 무위와 유위의 작위성은 기발이승(氣發理乘)을 해명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이가 제시한 ‘이통기국(理通氣局)’이라는 독자적 명제는 후기 주기적 이기론 학파의 전개 방향을 제시한 기본 명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이는 이와 같은 이기관에 기초하여 인간 내면의 심성 문제를 같은 논리로 이해하고 해명한다.

이이는 사단과 칠정을 이와 기로 분속, 적용하는 이황과 견해를 비판한다. 즉 이가 발한다는 전제 아래서 “사단은 이가 발해 기가 따르는 것이요, 칠정은 기가 발해 이가 탄다.”라고 주장한 이황의 명제에 대해, 이이는 이가 발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에서 ‘이발이기수지(理發而氣隨之)’를 반대한다.

이이는 기만이 능동성·자발성을 가진다는 이·기 관계의 기본원칙에서 ‘기발이이승지(氣發而理乘之)’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가 발하는 사단이란 칠정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기가 발한 칠정 중에서 특히 선한 부분을 택하여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이는 강경한 입장으로, 만약 주자가 이·기가 양립하여 서로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면 주자도 잘못이 있다고 덧붙여 말한다. “대저 발하는 것은 기이며 발하는 까닭은 이이니, 기가 아니면 발할 수 없고, 이가 아니면 또한 발할 까닭이 없다.……성인이 다시 나온다 하여도 이 말은 고칠 수 없다.(『栗谷全書』, 卷10, 答成浩原)”라고 말하여 굳은 확신까지 보였다.

이이의 이러한 독자적 이기론을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조선조 후기에 나타난 인·물성(人物性)에 대한 동이(同異) 문제, 인간 내면의 미발심체(未發心體)에 대한 선악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준거가 되었다.

그런데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은 그의 독자적 논리와 체계에 의해 정립된 명제이지만, 이황의 ‘이기호발설’ 명제 가운데에서 그 일부인 ‘기발설’만을 선별해 계승 전개한 사상사적 의미를 도외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이의 이기론의 전개는 이황의 이기론과 대립된다고 하기보다는 반명제적 계승이라는 지평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을 철저하게 전개한 이론은 송시열의 이기론에서 볼 수 있다. 송시열은 이황의 ‘이발설’을 부정하고 이이의 심성론에 대한 이기론적 해석을 더욱 명료히 하였다.

송시열은 이·기의 동정 선후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계승하면서도 발의 문제에 있어서는 무위·무형으로 규정되는 이 개념에 입각해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이황의 ‘이발설’을 비판한다.

“퇴계의 이발이기수지(理發而氣隨之)라는 이 일구는 큰 착오다. 이는 정의 운용 조작이 없는 물이다. 이는 기 안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는 능히 운용 작위를 하며, 이는 이에 부여된다.”

송시열은 이황의 ‘이발설’이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 크게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주자서(朱子書) 전체를 고구해 보니 기록자의 잘못이거나, 일시적인 발언인 것 같으며, 주자의 정론(定論)이 아니라고까지 근거를 밝히고 있다. 송시열은 또한 이황의 “기의 발은 칠정이 바로 이것이며, 이의 발은 사단이 바로 이것인데 어찌 둘이 있어서 그런 것이랴(氣之發 七情是也 理之發 四端是也 安有二致而然耶)!”라고 한 진술을 들어, 기발·이발을 전제하면서 둘이 아니라고 주장함은 논리적으로 큰 오류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송시열은 이와 같은 ‘기발설’에 근거해 ‘심즉기(心卽氣)’라는 새로운 명제를 제시하였다. 그는 “동하는 것은 심이며, 능히 동하게 하는 소이의 물은 성이다(動者是心 所以能動之物是性).”라고 성과 심을 대비시키면서, 성은 발하지 못하고 발하는 것은 심이므로 심의 능동성에 근거해 ‘심시기(心是氣)’라는 명제를 도출한 것이다.

그런데 ‘심즉기’라는 명제는 명료한 개념적 규정의 시도이지만, 다시 혼동을 가져올 소지를 후기에 남겼다.

주기적 이기관이 이이·송시열로 계승된 뒤, 이를 보다 철저하게 심화된 이론으로 정립한 것은 한원진이다. 한원진은 ‘이통기국설’을 근거로 이기·성정에 대한 개념을 재검토하고 그 논리적 타당성에 의한 이론의 체계화를 모색하였다.

한원진은 기본적으로 성을 간단히 이로 간주하지 않는다. 성을 일정한 기와 결부된 사물의 개별성으로 한정시켜 이해한다. 다시 말하면 이는 형이상학적 세계에 제한시켜 사용하고, 성은 인간 내지 인간의 마음이라는 구체적 현상계에 국한시켜 사용함으로써 개념의 혼란과 모순을 막으려고 시도한다.

한원진은 성은 기질이 형성된 이후 붙여진 개념이며, 이가 기 중에 내재한 이후에 성립된 개념이라는 전제에서 사람과 사물의 성이 한결 같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사물 현상계에서 기질을 고려하지 않은 이의 보편성을 전제하는 어떠한 이론도 성립하기 어려움을 ‘이통기국설’에 기초해 설명한다.

“율곡이 기국을 논하여 말하기를 ‘사람의 성이 사물의 성이 아님은 기의 국 때문이다.’고 하였고, 또 ‘이의 만수(萬殊)는 기의 국 때문이다.’고 하였으며, ‘만물은 곧 성의 전덕을 품수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런 말은 다만 기만을 논한 것이다.”

한원진의 이 발언은 이간(李柬)과 함께 인·물성에 대한 문제를 놓고 논의한 내용의 일부지만, 존재 차원에서 구체적 인간과 현실 세계에 대한 이기론적 해명을 시도한 것으로써 주기적 이기관의 학파적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원적 이기관

일원적 이기관(一元的 理氣觀)을 전개한 대표적 인물은 기정진(奇正鎭)과 임성주(任聖周)이다. 기정진은 중심 명제로서 이일분수설(理一分殊說)을 새롭게 제시하고, 임성주는 기일분수설(氣一分殊說)로서 이론적 전개를 시도하였다.

이 두 사람이 공통으로 제기하고 있는 일원적 이기론의 과제는 인·물성 동이론(人物性同異論)을 해명하는 데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인물성동이론’의 논리적 기초는 ‘이통기국설’에서 그 기초와 단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원적 이기론은 주기적 이기론을 계승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일분수설’과 ‘기일분수설’은 ‘이통기국설’에서 미비점으로 나타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일과 분수의 논리적 관계를 재분석한 검토라고 할 수 있다.

기정진은 이일분수설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인물성동이론’을 해명하고자 한다. 기정진은 한원진과 이간 사이에 거론된 인·물성에 대한 동이(同異) 문제를 분석한 다음, 양인의 논술은 모두 한편에 치우친 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정진은 현상과 본체를 설명할 때 본체로서의 이일(理一)은 초월적 존재로 제한하고, 현상으로서의 분수(分殊)는 형기 속에 떨어진 뒤에 성립하는 존재로 설명함으로써, 본체와 현상이 사실상 매개점을 갖지 못하고 서로 떠나 있는 결과가 된 것이라고 파악한다.

따라서 기정진은 이일지리(理一之理)와 분수지리(分殊之理)가 대대관계(對待關係)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기초로 해결점을 찾고자 하였다. 대대관계란 하나의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 상대방의 개념을 필연적으로 요청하는 내포 관계를 뜻한다. 기정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들은 바로는 분(分)이란 이일(理一) 가운데의 세조리(細條理)이니, 이와 분은 층절(層折)이 있을 수 없다.……이일을 말할 때에 분이 이미 함유된 것을 알 수 있으며, 분수를 말할 때에 이미 일(一)이 자재함을 볼 수 있다.(『蘆沙集』, 卷12)”

이일과 분수가 이러한 관계에 있다면 이일은 개념 그 자체에 분수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으며 분수에도 이일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기정진은 종래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에 근거해 인·물성의 문제를 해명하였기 때문에 논의가 더욱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하면서, ‘이일분수설’을 새롭게 해석하여 이의 주재성을 더욱 부각한다.

즉, 그는 “이의 존귀함은 상대가 없는 것이다.”, “기는 역시 이 가운데의 일이요, 이가 유행하는 데 있어서의 손과 발이다.(蘆沙集, 卷12)”라고 주장하며, 기의 일체의 작용성을 이에 부여하는 이일원적 체계를 전개하였다.

기정진의 이 일원론은 후에 유리론(唯理論)이라고 불리는데 ‘이통기국’설을 반명제적으로 계승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임성주가 전개한 이기론의 과제는 기일분수설에 근거하여 인·물성 동론의 이론적 결함을 체계적으로 전개하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사람들은 매양 이일분수를 이동기이로 인식해 이지일(理之一) 기지일(氣之一)에 즉해 드러나는 것임을 도무지 모른다. 진실로 ‘기지일’이 아니면 무엇으로부터 이가 반드시 일(一)임을 알겠는가, ‘이일분수’는 주리의 입장에서 말한 것이니, 분자도 당연히 이에 속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주기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기일분수’라 해도 불가할 것이 없다.(『鹿門集』, 卷19)”

임성주는 이렇게 ‘인물성동이론’에 있어서 낙론(洛論)은 성즉리(性卽理)에만 치우쳐 모든 현상을 일원지리(一原之理)의 소생으로 파악, 동론(同論)을 주장한 것이라 지적하면서, 사실상 ‘성즉리’와 ‘성즉기’는 다를 것이 없으며, 또한 ‘이통기국설’은 이기를 분리하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따라서, ‘이통기국설’을 근거로 우주와 사물 세계를 해명하는 방법은 이원적 분화를 초래하므로 ‘기일분수’의 기일원관(氣一元觀)에 기초하여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통기국’을 논함에 있어 오로지 기를 ‘만수’에 돌리며, 또 담일청허지기(湛一淸虛之氣)를 다유부재(多有不在)라 하였다. 그러니 그 끝을 궁구해 보면 이기를 이물(異物)로 여기는 의혹을 면치 못한다.(『鹿門集』, 권14)”

임성주는 더욱 기를 강조해 이란 기의 작용 법칙으로서 우주의 본질인 기의 속성에 불과하며, 이 자체가 독자적 능동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기와 상대 또는 대등한 개념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임성주의 이론 배경은 서경덕의 ‘태허설(太虛說)·일기장존설(一氣長存說)’에서 문제의 발단을 제기하고 있으며, 자(自)·연(然)의 개념 분석도 서경덕의 ‘능자이(能自爾)·기자이(機自爾)’에서부터 유추하여 전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성주의 ‘기일분수설’은 후대에 유기론(唯氣論)이라고 하며, ‘이통기국설’에서 미비점으로 나타난 문제를 재체계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이·기론은 조선조 성리학에서 수용, 전개된 명제에 한정하여 소개하였지만, 사상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기 개념의 출현과 적용 범위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주역』의 형이상·형이하의 명제로부터, 태극·음양·오행, 『맹자』의 이른바 이의(理義)·호연지기(浩然之氣), 정호(程顥)·정이(程頤)의 천리, 장재(張載)의 태허지기(太虛之氣), 그리고 주희에 이르러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기 문제는 황간(黃榦)·진순(陳淳)·정복심(程復心) 등에서 이·기 분리의 경향이 나타나고, 육구연(陸九淵)과 왕수인(王守仁)의 심즉리설(心卽理說), 나흠순(羅欽順)의 성즉기설(性卽氣說)에서 이기 합일의 새로운 명제 제기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이기론은 정도전·권근에 이르러 학적 대상으로 되었고, 서경덕·이언적에서 학문적 탐구를 보였으며, 이황과 이이에서 학문적 성과를 이룩하였다. 이황의 이발, 이이의 기발설의 독자적 명제를 비롯해, 주리·주기적 특징은 후기 이기론 전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주리·주기의 대립적 전개는 이현일·이진상을 고비로 심즉리로써 주리설의 철저화·체계화가 이루어지고, 기정진에 이르러 유리론적 성격으로 전개되었다. 주기설은 송시열·한원진을 정점으로 심즉기(心卽氣)로써 범주명제가 확립되고, 임성주에 의해 유기론의 성격으로 전개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기론의 학파적 전개 과정에서 우리는 남송 성리학의 이론 체계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조의 성리학자들은 주체적이고 객관적인 사고와 논리를 통해 성리학 체계에서 일찍이 제기되었어야 할 개념적 정의와 논리적 체계화를 시도하였다는 점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 개념의 기본 의미 특성에서 이는 소이연·소당연으로서의 원리·도리를 가리키는 반면, 기는 모든 사물 현상과 존재의 바탕이 되는 질료를 의미함을 보았다. 이때 이의 의미가 당위적 준거를 나타내는 도리의 뜻을 함축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이와 기는 사실 현상과 가치 현상으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다.

그런데 특히 가치의 측면으로 볼 때 기는 그 자체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가치 중립적인 성질을 갖는다. 그리고 이는 소당연이라는 의미에서 선의 원리 혹은 실천의 도리를 뜻하며, 이러한 이를 실재시할 때, 이 자체는 순수선이라는 이론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에 치중하는 주리적 관점은 기에 치중하는 주기적 관점보다 가치 의식이 높으며, 규범적 요청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주리론자들이 이존기비(理尊氣卑)·이주기복(理主氣僕)·이명기수(理命氣受) 등을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의 측면보다는 이의 이러한 당위적 요청성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기에 치중하는 주기적 관점은 이에 치중하는 주리적 관점보다 경험적 사실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사실의 객관적 기술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기론에 있어서의 주리설·주기설에 대한 이해는 이와 같은 경향성으로의 분류나, 논리적·철학적 분석보다는 오히려 그 시대, 그 사회의 구체적인 조건과 관련해 검토될 때, 이기론에 내포된 공통된 가정과 전제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주자대전(朱子大全)』
『주자어류(朱子語類)』
『성리대전(性理大全)』
『퇴계전서(退溪全書)』
『율곡전서(栗谷全書)』
『퇴계율곡철학연구』(이종술, 한국사상연구원, 1997)
『한국사상사』(류명종,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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