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신도를 부르는 대표적인 용어가 처사(處士)이다. 국어사전에는 “벼슬을 아니하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라고 기록되어 있다. 홍법원에서 발간한 <불교학대사전>에도 “세파의 표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야(野)에 파묻혀 사는 선비”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 출판부에서 펴낸 <불교ㆍ인도사상사전>도 비슷하다. 경인문화사에서 나온 <불교용어사전>에는 “직(職)이 없는 자. 낭인(浪人)”이라고 해설해 놓았다.

대부분의 사전이 세상 일에 관여하지 않고 조용히 묻혀 지내는 이를 처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처사라는 단어 속에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할 일 없이 세월을 보낸다는 부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자 신도의 또 다른 표현인 거사(居士)는 의미가 매우 깊다. <불교학대사전>에는 “범어를 음역한 것으로, 장자(長者), 가주(家主), 재가(在家)라고 변역한다”면서 “출가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불교에 귀의한 남자를 일컫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송나라 고승 목암선향(睦庵善鄕) 스님이 편찬한 <조정사원(祖庭事苑)>에는 “네 가지 덕을 갖춰야 거사라 일컫는다”면서 △벼슬 얻기를 바라지 않는 이(不求仕宦) △욕심을 없애고 덕을 쌓은 이(寡慾蘊德) △재물을 모아 크게 부유한 이(巨財大富) △도를 닦아 깨달음을 얻은 이(修道自悟)라고 구체적으로 밝혀 놓았다.

<보살행경(菩薩行經)>에서는 거사에 대해 △재물을 모은 사람(居財之士) △집에 거주하는 사람(居家之士) △불법에 머무는 사람(居法之士) △산에 사는 사람(居山之士)이라고 적시해 놓았다. 이처럼 거사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는 크다.

그럼에도 거사보다는 처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도의 유마거사(維摩居士), 중국의 방거사(龐居士), 한국의 부설거사(浮雪居士) 등 재가불자로 신심 깊은 이들이 많았다.

부정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처사보다는 불교적이고 깊은 뜻을 지닌 거사로 남자 불자들을 부르면 좋겠다. 물론 거사들 역시 ‘거사의 자격’에 맞는 신행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2995호/2014년3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