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

알라딘: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 한국적 페미니즘, 한국적 포스트모던 영성 이은선 2016

알라딘: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 한국적 페미니즘, 한국적 포스트모던 영성 
이은선 (지은이)모시는사람들2016-01-31




Sales Point : 37

8.0 100자평(0)리뷰(1)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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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적 여성신학자, 기독교적 유교인'을 자임하는 저자가 페미니즘을 매개로 기독교와 유교의 대화를 시도하고, 타자의 거울로 자아를 재조명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독교, 다른 유교를 탐색한다. 이로써 기독교는 다시 한 번 개혁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참된 주체성을 함양하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며, 유교는 자기의 종교성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다시 깊어지고 사람들의 영성과 창조성을 배양하는 데 이바지하게 되기를 지향하는 책이다.

저자는 궁극적인 초월에 관한 질문인 종교-형이상학적인 물음, 젠더 정치도 포함해서 우리 공동체 삶의 치리의 문제인 정치와 경제사회의 물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물음들이 도달하게 되는 문화와 교육, 사람의 성숙에 대한 물음을 모두 함께 어울러서 통합적으로 살펴본다. '유교적 굴레'에 구속되었다고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유교 여성들의 실제 삶과 생각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목차


제1부 | 다른 유교
1장 한국 유교의 종교적 성찰
2장 한류와 유교 전통 그리고 한국 여성의 살림영성
3장 21세기 여성 주체성과 유교 전통
4장 21세기 포스트모던 영성과 큰 배움(大學), 큰 공동체(大同社會)
5장 내가 믿는 이것, 한국 생물(生物) 여성정치와 교육의 근거


제2부 | 다른 기독교
1장 한국 천지생물지심(天地生物之心)의 영성과 기독교 영성의 미래
2장 인(仁)의 사도 함석헌의 삶과 사상
3장 왕양명의 양지(良知)와 함석헌의 씨알, 생물권 정치학 시대를 위한 존재 사건
4장 포스트휴먼 시대에서의 인간의 조건
5장 한국 교회와 여성, 그리고 인류 문명의 미래


책속에서


P. 51 유교 전통은 인간성(仁)이 가장 기초적으로 길러지는 곳을 가정이라고 보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를 핵심으로 보았다. 물론 이러한 유교의 가족 중시 사상은 현실 속에서 많이 타락하였고,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억압적인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성품과 특징이 바로 이러한 친밀한 가족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시대의 변화와 함께 가족의 외적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기본 정신을 보유하는 일은 여전히 긴요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교 전통의 입후제도를 가부장주의 전통의 나쁜 악습으로 규정한다. 사실 최근까지 남성 혈통 중심의 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남아 선호 사고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오늘날 호주제도도 폐지되고, 여아에 대한 차별이 거의 옛이야기가 된 상황에서 과거 입후제도의 시행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접기
P. 96 유교의 길은 일상의 삶에서 초월을 실현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불교나 도교, 또는 서구의 기독교처럼 일상과 속(俗)의 세계와 급진적으로 구분되는 성직자 그룹을 따로 두지 않는다. 또한 삶의 모든 일 속에서 도를 실천하려는 구도였으므로 배움(學)이 곧 종교적 추구가 되고, 정치의 일이 곧 성인(聖人)이 되고자 하는 길이다. 나는 유교영성이 이처럼 ‘학(學, 공부 또는 교육)’이나 ‘정치(사회생활 또는 직업)’ 등의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common) 일을 초월의 일로 보면서 가장 적게 종교적이면서도 그 안에 풍성한 영적인 추구와 실천적 수행의 차원을 담고 있기 때문에(minimal religion) 그것이 오늘날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도 세속화와 다시 탈세속화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찾고 있는 포스트모던적(postmodern) 영성, 세속주의적 종교(secular religion), 아니면 탈세속적 종교성(post-secular religiosity)과 크게 부합한다고 보았다. 접기
P. 144 나는 오늘날 인간에 대한 실천력 있는 신뢰(信)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의 신뢰의 근거는 ‘탄생했다’는 참으로 보편적인 ‘존재의 사실(sui generis)’에 기초해 있으므로 모두를 포괄할 수 있고, 실천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오늘 우리 시대는 그렇게 다시 그러한 존재의 원리에 근거해서 인간의 성성(聖性)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고 긴요하다. 만물을 싹틔우는 생명의 원리(仁)가 인간 자체이고(仁者人也, 仁也者人也), 이 세상이 살 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 인간의 측은지심과 차마 못하는 마음(不忍之心)과 인간성이 어떤 종교나 정치의 구호를 넘어서 마지막 보루이며, 그래서 그것은 인간 마음의 네 가지 덕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고 만물의 생명원리가 됨을 말하는 것이다. 접기
P. 201 한국인의 심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맹자는 고대 성인왕(聖人王) 순 임금의 인격을 한마디로 ‘사기종인(舍己從人, 나를 버리고 타자와 함께 한다)’의 인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선을 남과 함께하여 자신을 버리고 남을 따르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취하여서 선을 행하는 것을 기뻐하셨다(『맹자』 「공손추 上」, 8)”고 한다.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은 그의 『성학집요(聖學輯要)』 「위정편(爲政篇)」에서 이러한 맹자의 선여인동(善與人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서 남이 선을 행하도록 도와주는 일보다 더 큰 일이 없다고 한 것을 계속 언급하면서 인간 삶에서의 공적 영역과 공을 세우는 일의 중요성, 그 일을 위해서는 누군가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점과 그 버리는 일의 위대함을 밝혔다. 나는 이러한 유교 전통의 공적 자아의 일이 한국 여성들의 살림살이에 그대로 녹아 있으며, 그들의 모성과 가족을 위한 희생과 염려가 결코 공적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근본적인 공적 안녕의 토대가 됨을 말하고자 한다. 접기
P. 304 일반적으로 유교 전통의 입후 제도는 유교 가부장주의의 가장 나쁜 악습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가운데서도 유교 여성들이 이렇게 비록 자신이 낳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입양해서 자신이 직접 낳은 자식만큼, 아니 그보다 더 극진하게 모자관계를 이루어 냈다는 것은 그녀들의 극기복례의 예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드러내주는 스토리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오늘 우리 시대에는 그것을 새롭게 의미화할 수 있다고 보는데, 즉 오늘의 포스트모던 상황에서 이제 누가 낳았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인간적인 돌봄과 배려의 관계가 이루어졌는가에 따라서 부모--자식과 가족관계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되었다면(모성의 탈본질화), 유교 여성들에 의해서 행해졌던 이 실행을 새롭게 볼 수 있다. 특히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해외 입양을 보내고 미혼모나 가정을 잃은 많은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이은선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한국 여성통합학문(Korean Feminist Integral Studies for Faith) 연구가이다.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대화를 통해서 인류세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한국적 신학(信學)과 인학(仁學)의 구성을 위해 ‘신학(神學)에서 신학(信學)으로’라는 모토와 함께 종교와 정치(性), 교육 등의 영역을 가로지르며 글쓰기를 한다. 한국여성신학회와 아렌트학회 회장을 엮임했고, 한국양명학회, 유교학회, 종교교육학회, 교육철학학회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 세종대 명예교수이고, 한국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더보기

최근작 : <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그때도, 지금도 그가 옳다>,<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 총 2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적 여성신학자, 기독교적 유교인’을 자임하는 저자가 페미니즘을 매개로 기독교와 유교의 대화를 시도하고, 타자의 거울로 자아(기독교, 유교)를 재조명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독교, 다른 유교를 탐색한다. 이로써 기독교는 다시 한 번 개혁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참된 주체성을 함양하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며, 유교는 자기의 종교성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다시 깊어지고 사람들의 영성과 창조성을 배양하는 데 이바지하게 되기를 지향하는 책이다.

■ 출판사 서평

왜 이 시대에 유교에 주목하는가?
탈레마-알카에다-IS로 이어져 가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와의 ‘준 세계대전’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세계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인류 삶을 크게 좌우할 관건은 유교 문명권과 기독교 문명권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최대 쟁점인 (정치적 측면에서든 경제적 측면에서든) 남과 북의 통일과 관련해서도 북한 사회는 변형된 유교 가부장제 국가라는 진단과 아울러, 남한 사회문화 전반의 기반이 되고 있는 ‘유교적’ 풍토, 그리고 현실적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기독교(천주교, 개신교)와의 대화와 상호 이해는 중차대한 의미를 낳는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경제적(일본, 중국), 정치적(중국), 문화적(한류-한국) 비중의 증대는 3국을 아우르는 공통분모로서의 ‘유교’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독교 문명이 오늘의 세계를 지배한다는 차원에서 이는 다시, 세계사적인 지평으로 확장된다. 특히 한국은 20세기에서 21세기에 걸쳐,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극적인 만남을 경험하였고, 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오늘의 인간사회의 제 모순을 해결할 혜안을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

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가?
저자는 동-서의 두 전통(유교-기독교)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궁극적인 초월(聖)에 관한 질문인 종교-형이상학적인 물음, 성(性-gender) 정치도 포함해서 우리 공동체 삶의 치리(治理)의 문제인 정치와 경제사회의 물음(性),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물음들이 도달하게 되는 문화와 교육, 사람의 성숙에 대한 물음(誠)을 모두 함께 어울러서 통합적으로 살펴본다.

유교와 기독교를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오늘의 우리가 능동적으로 추구할 가치로 보는 데는 남다른 용기와 근기가 요구된다. 저자는 오늘날 생명윤리학이나 에코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는 살림과 생명의 원리가 유교의 중용적 ‘성물(成物)’과 ‘생물(生物)’의 원리와 다르지 않고, 특히 유교 여성들의 삶은 지극하게 그것들을 실천하고 산 삶이었음을 강조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생명을 살리고 창조하는 만물일체의 유교영성(天地生物之心)이야말로 오늘날의 여성들, 기독교인들 그리고 현대인들이 다시 체득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밝힌다.

오늘 우리 사회의 유교 지성인이든 (유교)생활인이든, 사람들은 유교를 ‘종교’ 전통으로서보다는 철학이나 윤리, 도덕이나 정치적 담론으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유교적 세속주의 종교영성’, 다시 말하면 외형적으로는 최소한으로 종교적이지만 현실의 구체적 삶에서는 참으로 풍성하게 영적인 유교 종교성이야말로, 세속화를 넘어서 다시 ‘세속화 이후’를 말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꼭 요청되는 새로운 포스트모던 종교성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유교적 굴레’에 구속되었다고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유교 여성들의 실제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인간 마음속에서 (유교) 영성을 찾아 싹 틔우고,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세상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해서 섬세하게 의례화를 통해서 지극히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여성의 일들이 ‘초월’과 ‘궁극’의 유교적 실천이었음을 새롭게 조명한다.

유교와의 대화로서 기독교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유교와 기독교 대화의 관점을 명확하게 보이기 위하여 저자는 함석헌(咸錫憲, 1901~1989)의 삶과 사상을 새롭게 탐구하였다. 일반적으로 함석헌은 한국 개신교 사상가로 알려져 있고, 주로 도교와 많이 관계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그는 매우 유교적인 사상가이다. 예컨대 그가 스승인 유영모로부터 이어받아서 전개시킨 씨알사상은 바로 유교적 인(仁) 사상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함석헌 사상의 전모를 그의 전기적 삶과의 관계 속에서 크게 ‘인(仁)’과 ‘ 의(義)’, 그리고 ‘성(誠)’이라고 하는 유교의 대표적인 세 개념의 틀과 더불어 살펴보면서 어떻게 그의 삶과 사상이 유교적 영향 아래서 형성되고 전개된 것인지 살펴보았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개혁의 개혁을 준비하는 기독교는 오늘 우리 사회와 인간이 빠져 있는 자아절대주의와 세계소외를 치유할 가능성을 우리 유교 전통에서 발견하여, 그것으로써 스스로를 정화하고 개신(改新)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선조들이 자신들 마음속 깊은 곳(性)에 하늘 초월(理)의 편린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갈고 닦는 일을 통해서 하늘과 하나가 되고, 참된 인간성에 도달하고자 했던 노력과 성실(成人之道/學)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인 조선의 성학(聖學)과 도학(道學)으로서의 유교 속에서 한국 기독교가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에 새로운 문화적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한류’는 세속적 종교성으로서의 유교 종교성이 서구 기독교 문명의 표현 방식을 만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해석의 연결을 통해 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기독교가 자신의 역할과 의미를 극대화하는 내적인 매개로서의 유교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특히, 오늘의 한류가 주로 여성 주인공들의 삶을 통한 ‘의미 만들기’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인류 근대의 과학기술 시대에 한쪽으로 치워져 있던 ‘인간성(仁)’이 다시 추구되는 것이기도 하고, 한국 문화 전통의 ‘착함’이 인간적인 뜻을 이루기 위해서 오랫동안 안내하면서, 그러나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그 뜻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포스트휴먼적 인간상으로 나타내 주고 있기 때문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서구 기독교와 현대 페미니즘을 통해서 스스로가 직접적으로 궁극과 초월과 관계할 수 있는 방식을 얻은 현대의 한국 여성들이 그 유교적 전통을 다시 자신의 자산으로 끌어안는다면 참으로 창조적이고 풍성한 열매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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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유교와 기독교의 바람직한 만남, 대화를 생각하며... 

이은선의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는 한국 유교의 종교성을 여성들의 삶, 리더십 등과 연결시킨 책이다. 1부 다른 유교, 2부 다른 기독교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영정조 시대의 여성 성리학자인 임윤지당(任允摯堂: 1721 – 1793)과 강정일당(姜靜一堂: 1772 – 1832)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제시한다.

강정일당은 지극한 종교인,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남편에게 삶에서 도를 추구하는 삶이 가장 귀중한 일임을 일일이 강조하고 부귀나 생계, 과거 시험 등이 결코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음을 누누이 상기시켰다.

저자는 이런 의식이야말로 오늘날 어떤 현대의 페미니스트 주체의식보다 더욱 견실한 주체의식이라 규정한다.(48 페이지) 저자는 유가적 도(道)의 특성이 성인지도(聖人之道)의 추구라고 보면서 그것이 단순히 어떤 정치경제적 의미나 윤리, 도덕적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움을 통해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깊은 내재적 초월성과 종교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또한 유교 종교성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공적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 유교 영성과 종교성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포괄성과 지속성의 영성을 준다고 본다.

저자는 가정의 안녕을 기초로 해서 정치와 문화와 경제를 통괄해서 보는 안목, 드러나는 일순간의 효과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뜻을 실현하고자 하는 결심, 자신의 가정이나 사적 울타리를 넘어서 세상의 만물에 마음과 관심을 두는 포괄적 배려심과 생명적 책임감 등의 덕목과 배려심이야말로 오늘 여성들에게도 긴히 필요하고 그것을 강정일당과 같은 유교 여성들의 삶에서 배울 수 있다고 여긴다고 말한다.(53 페이지)

1부의 두 번째 장인 ‘한류와 유교 전통 그리고 한국 여성의 살림 영성’은 우리가 어떻게 유교 전통에서 새롭게 배울 수 있고 어떻게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지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물은 글이다.

저자는 유교의 내성외왕(內聖外王),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 등의 가르침을 공과 사, 이념적 삶과 물질적 생활, 타자와 자아 등 오늘날 여성들도 포함해서 현대인들이 첨예하게 느끼는 삶에서의 근본적 간극들을 매우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조화시키려 한 노력으로 본다.

내성외왕은 안으로는 성인(聖人)이며, 밖으로는 임금의 덕을 함께 갖춘 사람이라는 뜻으로, 학식과 덕행을 모두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학이상달은 낮고 쉬운 것을 배워 깊고 어려운 것을 깨달음을 이르는 말이다.

저자에 의하면 성적 차별과 무관한 유교의 태극론적 우주관이 리(理)의 현실적인 활동을 위해 다시 음과 양의 우주론적 기(氣)의 원리를 받아들여 형이상학적으로 존재의 구별과 차별을 말하기 시작했다.(60 페이지)

현실의 인간 삶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별이 차별이 되었고 종법(宗法) 질서는 지독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주의의 위계질서가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유교 성속 체계의 사각지대이다. 이일분수(理一分殊)의 세계관을 가졌지만 현실에서는 속(俗)의 전 영역을 거룩의 영역으로 화(化)하게 하기 위해 출발점을 필요로 했을 것이고 그 출발점을 모든 세속 가정의 적장자 가부장으로 본 것이라고 이해(61 페이지)하는 저자는 조선 시대 여성들의 삶도 또 하나의 성화(聖化)의 과정으로 본다.(62 페이지)

이(理)는 하나이지만 여럿으로 나뉘어져서 다르다고 직역할 수 있는 이일분수(理一分殊)란 모든 리는 태극이라는 하나로 귀결되며 모든 만물에는 각자의 태극이 존재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주희(朱熹) 철학의 핵심이다.

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한류의 바람과 그 밑바닥에 오랜 기간의 유교적 살림의 과정에서 다듬어진 한국 여성들의 살림의 영성과 리더십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63 페이지)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의문이 든다. 유교 이전에 있었던 ‘장구한 세월의 비유교적 가치관들’은 오늘날의 한국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다.

저자는 유교 전통 여성들보다 오히려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현대 여성들이 오히려 사적 영역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유교 여성들은 당시 하나의 공적 영역이기도 했던 가계의 유지와 계속을 위해 모자 관계를 극진히 일구었다. 반면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현대 여성들은 대부분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사적 영역에 갇힌 것이라는 논리이다.(67 페이지)

저자는 사기종인(舍己從人)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사기종인이란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남이란 공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한 논리이다. 문제는 그런 대의를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에게 보상책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다.

저자는 한국 유교의 사기종인의 종교성과 영성을 영적 종교성, 세속적 종교성, 탈세속적 종교성 등으로 부른다. 저자는 생명을 낳고 살리고 보살피면서 공적 영역을 가능하게 하는 여성의 역할을 극진한 의미의 주체성의 표현으로 본다.(69 페이지)

저자는 사기종인의 리더십이 어짊을 구해 성인(聖人)됨을 이르는 구인성성(求仁成聖)의 리더십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74 페이지) 저자는 원망은 곧음으로 갚고 덕은 덕으로 갚으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그것이 사기종인과 구인성성의 덕을 실행하는 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왜곡될 수 있으며 자기 부정과 굴종, 억압의 덫이 되는지 잘 알려준 것이라 말한다.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의 세계는 인간 문화 자체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과 같은 인간적 토대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관건은 누가 사기종인과 구인성성의 도를 행하는 사람이 되는가, 이다. 저자는 이는 단순히 정치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안목만으로는 되지 않으며 훨씬 더 궁극으로 밀고 가서 존재론적으로 또는 영적으로 탐구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82 페이지)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성(聖)과 속(俗)을 분리하는 종교로는 할 수 없는 것을 성과 속이 급진적으로 하나됨을 지향하는 유교적 도의 가르침으로 한 번 진지하게 살펴보자고 말한다. 저자는 맹자가 말한 무군(無君)을 공적 영역의 훼손과 함몰에, 무부(無父)를 가족적 삶의 해체에 견준다.(87 페이지)

저자는 오늘날 서구 기독교 여성신학자들이 가부장적 전통을 여성해방적으로 재해석하여 다른 관계를 맺고 있듯 유교 진영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88 페이지)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유교의 포스트모던적 종교성이다. 저자는 서구적 포스트모던의 탐색과 유교의 궁극 이해가 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에 비해 여성 인권 면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고려 시대가 당면했던 문제로 혼인이 성립하면 신랑이 신부의 집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을 든 저자는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논의에 의거해 너무 단기적인 과정과 정태적인 개별 대상에 대한 집중에서 벗어나 좀 더 긴 기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판단하면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남귀여가혼의 문제점은 여자 집에서 혼수를 마련하고 사위를 거주시켜야 하는 제도였기에 실제 상황에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집안의 여성들은 버림받을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고 도이힐러의 논의란 조선 사회에서 16세기 중반과 17세기 후반의 큰 인구 증가로 효율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서 토지가 더 이상 작게 나뉘어서는 안 되었기에 출가한 딸에게까지 상속을 해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 여자와 남자의 대결 구도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91 페이지) 저자는 모든 역사적 추세를 부동적이고 진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는 역사의 정태주의, 역사에서 오직 끊임 없는 변화만을 보고 그런 변화의 기저에 있는 질서와 역학 구조, 방향 등을 무시하는 역사 상대주의를 모두 배격하고 장기간에 걸친 역사적 경험을 실증적으로 살펴보면 거기에는 분명 뚜렷한 포괄적인 사회발전의 방향과 구조가 드러난다고 역설한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92 페이지)

1930년대에 주로 활약했던 엘리아스는 1970년대 아날학파에 의해 재발견된 이후 빛을 보았다. 아날 학파는 사건들로 시끄러운 역사의 표면 아래에서 거의 무의식과도 같은 평형들을 밝혀냈다. 즉 시원으로부터의, 그리고 시원으로의 목적론적 과정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의 평형 뒤에 찾아오는 급격한 변환의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변증법적 역사 철학의 패러다임을 파기시켰다.(이정우 지음 ‘담론의 공간’ 146 페이지)

‘시원으로부터의, 그리고 시원으로의‘란 말을 들으니 베르그손이 거부한 기계론과 목적론이 생각난다. 엘리아스는 유럽인들의 삶의 변화를 문명화 과정으로 보았다. 이에 영감을 받은 저자는 조선조(朝鮮朝)가 성립한 이래 유교적 예(禮)를 국가 삶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키고자 한 조선의 예치(禮治) 노력이 조선 사회를 유교화해 갔고 그 과정 안에 여성들의 삶과 살림살이도 포괄되었다고 말한다.(92 페이지)

저자는 조선조 이전에는 여성들이 문화의 각 분야에서 그렇게 폭넓게 활동한 적이 없었다는 한국 여성사 연구를 소개한다.(수긍할 수 있지만 여성들의 활동이 기록보다 더 크고 많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의문을 전하고 싶다.)

저자는 문해력을 갖추고 외국어 성서를 번역하거나 여신도들을 계몽한 조선 여성들을 거론한다.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조선사 이전에 미미했던 여성들의 활동을 감안하면 조선은 특히 여성의 주체적 능력면에서 발전했다는 말이다.

저자는 유교화 과정을 단순히 간단한 윤리, 도덕적 차원에서의 예화(禮化: 매너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화(聖化)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저자가 말하는 성화란 성과 속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영역을 서로 깊이 연결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유교를 가장 적게 종교적이면서도 그 안에 풍부한 영적 추구와 실천적 수행의 차원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96 페이지) 물론 저자가 말했듯 공자 자신도 유교 가부장주의에 갇혀 있었다.

유럽에 가서 서양 지도교수로부터 명나라의 신유교 사상가 왕양명을 소개받고 단번에 빠져들었다는 저자(85 페이지)는 체(體)와 용(用), 지(知), 행(行), 안과 밖의 하나 됨을 훨씬 강조하는 양명은 대학 팔조목의 모든 공부가 결국 하나를 이루는 것이며 결코 안팎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121 페이지) 팔조목이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이다.

저자는 5장 ’내가 믿는 이것, 한국 생물(生物) 여성정치와 교육의 근거‘에서 한나 아렌트가 19세기 부르주아 제국주의로부터 파생된 20세기 전체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원리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 탄생성의 원리라 말한다. 탄생성의 원리란 오직 태어남에 근거해서 귀한 존재이고 존엄한 존재임을 말한다.



2부 다른 기독교의 1장 ’한국 천지생물지심의 영성과 기독교 영성의 미래‘에서 저자는 오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실리주의와 공리주의, 경제제일주의는 경제라는 하나의 원리에 의해서 삶의 다른 모든 차원이 무시되고 억압되는 것으로 서구적 근대 문명의 물질주의와 깊이 관계되어 있고 그 문명의 토대가 되는 기독교 절대주의와 거기서 실체론적으로 굳어진 기독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179, 180 페이지)



저자는 여성신학자로서 우리 시대의 물음을 위해 유교와 대화하려는 이유는 유교의 보편성과 인간주의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탈세속적이거나 선험적인 방식이 아닌 보편과 다원성, 이곳, 수행의 인간성 속에서 답을 찾는 유교의 비근한 특성이다. 저자는 서구 전통의 배경에 있는 기독교 영성의 초월 신관과 실체론적 세계관을 신유교의 내재 신관과 생명 유기체적, 역동적 사고와 밀접히 만나게 한다면 생명 경시와 공동체 파괴의 인류 문명적 난제를 푸는 데 좋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185 페이지)



책의 중요 부분은 2부 4장 ’포스트 휴먼 시대에서의 인간의 조건‘과 5장 한국 교회와 여성, 그리고 인류의 미래’이고 핵심적인 장은 4장이다. 이 장은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다룬 장이다. 저자는 유교 전통을 하나의 특별한 종교적 전통으로 보며 거기서 여성들이야말로 그 유교적 영성을 아주 잘 체현하면서 살아왔다고 본다.(281 페이지)



유교 영성의 핵심은 이 세상의 세간적 삶에서 도를 이루려는 것이다. 유교 전통 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은 이 세상의 온갖 살림살이를 맡아오면서 그 유교적 삶을 살아온 경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아가 신이 되고 원리가 되고 법이 되는 서구 근대성이란 유(有)의 사고를 극단적으로 펼친 결과라고 생각한다.(283 페이지)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無)의 사고이다. 저자는 사기종인 극기복례, 구인성성 등을 유교적 무의 세 가지 방식으로 본다. 이 세 덕목은 서구 근대주의가 빠져들기 쉬운 자아 절대 의의 유(有)의 언어에 대한 대안으로서 유교적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의 무(無)의 언어이다.(298 페이지)



물론 전통 사회에서 이 세 언어는 한편으로 여성들에게는 혹독한 억압의 언어였고 오늘날에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저자는 여성들도 도덕적 주체성을 세우는 일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적 사기종인, 여성적 극기복례, 여성적 구인성성이란 말이다.



저자는 모든 포스트휴먼적 논의에서 나오는 관계성의 의미나 익명성의 의미 같은 것들이 유교 전통, 특히 거기에서의 여성들에 의해서 실행된 유교적 삶 속에서 이미 잘 녹아 있다고 본다.(303 페이지)



저자는 맺는 말에서 기독교 성경의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이 동시에 전하는 수로보니게(가나안) 여자의 믿음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귀신 들려 괴로워하는 딸을 고쳐달라는 여자의 이야기로 예수가 그녀가 이방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을 먼저 먹여야지 개들에게 빵을 던져줄 수 없다는 말로 거절하자 여자는 개들도 주인의 상 아래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얻어먹는다는 이야기로 예수를 굴복시킨다는 내용을 갖는다.



신약 성경에서 예수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뜻을 꺾고 승복한 예는 이것이 유일하다. 여인에게 승복했다는 점이 중요한데 그녀는 다름 아닌 어머니이다.(311 페이지) 저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속된 것을 거룩으로 선포하는 하나님의 창조 사건, 말씀 사건, 언어 사건이 계속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그리스도 영역의 확장이고, 한 청년 예수가 그리스도로 선언되는데 그치지 않고 이방여인과 온 피조물이 그리스도로 선언되는 것을 고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필요한 것은 변화이고 대화이고 질적 도약임을 알게 하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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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7-07-09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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