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의 한중일 정원 삼국지
돌 하나 쓰임새도 각기 다른 한·중·일 정원
입력 : 2014.04.26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에서는 정원에 기괴하게 생긴 특이한 모양의 돌을 써서 사람들이 석가산을 만들거나 돌 그대로를 놓고 완상했다. 정원석은 나라별로 각기 다르다. 돌은 자연에서 수집되며 수집 장소나 방법 등이 서로 다른 것 같다.
김홍도의 '단원도(檀園圖)'. 초가집 우측 연못가에 중국풍의 괴석이 보인다.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1801년 신유사옥辛酉邪獄에 연루되어 강진으로 유배되고, 1808년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사경첩茶山四景帖’에는 바닷물에 침식된 기괴한 모양의 돌을 가져와 연못에 석가산을 만들었다 한다,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 시는 다산초당에 거처를 옮긴 다음 해에 쓴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강진의 다산초당에 가면 연지석가산을 볼 수 있다.
따라온 사람이 6, 7명이었다. 바닷물이 침식한 곳에 기이하고 이상한 돌이 많았다. 사람들이 수십 덩이를 주워다가 배에 싣고서 돌아왔다. 뒤에 그것으로 석가산을 만들었다.
蓮池石假山 연지석가산
沙灣怪石聚爲峯 모래벌판의 괴석 모아 봉우리 만드니
眞面還輸飾假容 진짜 산보다 만든 산이 더 멋있구나.
巀嶭巧安三級墖 가파른 곳 묘하게 삼층으로 앉히고
谽谺因揷一枝松 오목한 곳 모양따라 한 그루 소나무 심었네.
蟠廻譎態蹲芝鳳 서리고 휘감긴 묘한 모습 이끼낀 봉황모양 돌을 쭈그리고 앉힌 듯
尖處斑文聳籜龍 뾰족한 곳 얼룩무늬 죽순이 치솟은 듯
復引山泉環作沼 다시 산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 빙 둘러 연못을 만드니
靜看水底翠重重 고요히 물밑을 바라보면 푸른 산빛이 어렸구나.
중국 정원에서는 태호석을 가장 많이 사용하며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즐기는 돌이다. 중국 당시대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태호석기太湖石記’에서 태호석을 상찬했다.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 연못 속의 석가산.
대통으로 연못에 물이 흘러들어온다.돌에는 종류가 있으니, 태호太湖에서 모은 것이 으뜸이고 나부산羅浮山과 천축天竺의 것이 그다음이다.…구불구불 높이 솟아 신령스런 언덕에서 피어나는 고운 구름과 같고, 바르고 의젓하게 꼿꼿이 서 있는 것이 도사道士나 신선과도 같고, 치밀하고 윤택하며 깎아지른 듯한 것이 홀이나 제기와 같고, 날카롭고 모난 것이 칼이나 창과 같은 것도 있다. 또 뿔 없는 용이나 봉황 같은 것이 있어 웅크리는 듯 움직이는 듯하거나 날아오르려는 듯 뛰어오르려는 듯하고, 귀신이나 짐승과 같아서 걷는 듯 달리는 듯하거나 후려치거나 싸우려고 하는 것도 있다.
바람이 거세고 비 내려 어두운 저녁에 골짜기가 열려 구름을 들이마시고 우레를 토해내는 듯 우뚝하여 바라보기에도 두려워할 만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안개가 걷히고 경치가 아름다운 새벽에 바위 낭떠러지에 구름이 잔뜩 껴서 마치 푸른 산기운을 품어내는 것 같아서, 자욱하니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 이런 모습이 아침저녁으로 바뀌어 이름 짓거나 형용할 수가 없었다. 즉 삼산三山과 오악五岳, 수많은 골짜기와 계곡들이 촘촘히 모여 모두 그 안에 있다고 하겠다. 백 길이 한 주먹이 되고 천 리가 눈 깜짝할 사이가 되어 앉아서 얻을 수가 있으니, …그러나 저절로 한번 이루어져 변화되지 않은 후로 몇천만 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지만, 바다 한 귀퉁이에 버려지거나, 호수 밑바닥에 잠기기도 했을 것이다. 높은 것은 거의 몇 길이나 되고 무거운 것은 천 균鈞(무게 30근)에 가까운데, 하루아침 사이에 채찍질하지 않았는데도 왔고 다리가 없는데도 도착하여 기이함을 다투고 괴이함을 자랑하여…
중국 북송때의 문인 미원장米元章이 말하는 이름난 돌 즉 태호석은 네 가지 빼어난 점을 갖춰야 한다. '투透 ․ 준浚 ․ 수秀 ․ 수瘦’의 사원칙이다. ‘투透’는 구멍이 뚫려 있고, ‘준浚’은 석면의 주름이 있어야 하고 ‘수秀’는 격조 높은 기품을 풍겨야 하며 '수瘦’는 돌의 살이 여위어 있고 그러면서도 강한 선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중국 북송때의 문인 미원장米元章이 말하는 이름난 돌 즉 태호석은 네 가지 빼어난 점을 갖춰야 한다. '투透 ․ 준浚 ․ 수秀 ․ 수瘦’의 사원칙이다. ‘투透’는 구멍이 뚫려 있고, ‘준浚’은 석면의 주름이 있어야 하고 ‘수秀’는 격조 높은 기품을 풍겨야 하며 '수瘦’는 돌의 살이 여위어 있고 그러면서도 강한 선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청말 부유한 상인 호설암 고거의 석가산. 20세기 초 복원되었다.태호太湖는 중국 장수성과 저장성 사이에 있다. 태호 안에는 자그마한 산들이 많이 있다. 태호석은 바로 수조우의 동서쪽 동정산 부근의 호수 밑바닥에서 산출된다.
태호석은 결이 가로세로 사방으로 뻗어 있어, 이리저리 뒤엉켜져서 있다. 돌 표면에는 전체적으로 구멍이 많이 뚫어져 요철凹凸을 만들며 풍랑에 의한 충격 때문으로 이것을 탄자와(彈子窩 총알에 벌집처럼 난 구멍)이라고 부른다. 두드리면 은은한 소리가 난다.
태호석을 채취하는 사람은 송곳과 끌을 휴대하고서 깊은 호수 속으로 들어가 기이하고 교묘한 형상을 찾아 떼어낸다. 그리고는 큰 새끼줄로 수석을 꿰어서 큰 배 위에 설치한 나무시렁에 매달아 물 위로 들어올린다.
태호석은 키가 크고 몸체가 거대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헌당軒堂의 건물 앞에 세워놓는 재료로 적합할 뿐이다. 혹은 키가 큰 소나무나 기이한 꽃나무 아래에 놓기도 한다. 가산을 만들 적에는 정원의 널찍한 정사亭榭의 건물 속에 나열하는데 그럴 경우 웅장하고 위엄있는 풍경을 한껏 보여주게 된다.
태호석은 결이 가로세로 사방으로 뻗어 있어, 이리저리 뒤엉켜져서 있다. 돌 표면에는 전체적으로 구멍이 많이 뚫어져 요철凹凸을 만들며 풍랑에 의한 충격 때문으로 이것을 탄자와(彈子窩 총알에 벌집처럼 난 구멍)이라고 부른다. 두드리면 은은한 소리가 난다.
태호석을 채취하는 사람은 송곳과 끌을 휴대하고서 깊은 호수 속으로 들어가 기이하고 교묘한 형상을 찾아 떼어낸다. 그리고는 큰 새끼줄로 수석을 꿰어서 큰 배 위에 설치한 나무시렁에 매달아 물 위로 들어올린다.
태호석은 키가 크고 몸체가 거대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헌당軒堂의 건물 앞에 세워놓는 재료로 적합할 뿐이다. 혹은 키가 큰 소나무나 기이한 꽃나무 아래에 놓기도 한다. 가산을 만들 적에는 정원의 널찍한 정사亭榭의 건물 속에 나열하는데 그럴 경우 웅장하고 위엄있는 풍경을 한껏 보여주게 된다.
일본 우지에 있는 헤이안 시대의 뵤도인. 불당앞 연못가에서 거친 바닷가의 풍경을 나타내는 잔자갈을 깐 스하마를 볼 수 있다.일본 헤이안 시대 정원석은 그림과 문헌 속, 또 정원 발굴 때 나오는 질감이 거친 돌이다. 교토 북쪽의 기타야마 산지에서 수암이 생산되는데, 강 속에서 오랫동안 구르면서 둥그런 모양이 되는 화강암이나 현무암과 달리 수암은 강도가 다른 퇴적층으로 만들어져 침식이 진행되면 아주 복잡한 모양을 만든다. 이 돌을 정원 만들 때 썼다.
교토 동쪽 경계를 이루는 히가시 산은 대부분 화강석이며, 이 화강석은 흰색 장석과 회색 석영, 검은색 운모다. 화강석은 지표면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되며 산에서 흘러가는 강에서 볼 수 있는 하얀 모래를 만든다. 정원의 남쪽 뜰에 바닥을 깔거나, 연못이나 계류에 거친 바닷가의 풍경인 스하마(洲浜)를 만들 때 이 모래를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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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동쪽 경계를 이루는 히가시 산은 대부분 화강석이며, 이 화강석은 흰색 장석과 회색 석영, 검은색 운모다. 화강석은 지표면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되며 산에서 흘러가는 강에서 볼 수 있는 하얀 모래를 만든다. 정원의 남쪽 뜰에 바닥을 깔거나, 연못이나 계류에 거친 바닷가의 풍경인 스하마(洲浜)를 만들 때 이 모래를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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