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養生)
한의원 근처엔 공사현장이 많다. 아파트 재건축과 함께 낡고 오래된 집들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끊이지 않는다.
가끔 지나다니던 거리에서 한번 요란하게 집을 부수는걸 한번 보고 그다음에 지날 때면 건물이 아이들이 블록으로 만드는 건물마냥 착착 올라가 있곤 한다. 그 변화를 보는 재미에 산책을 할 때면 공사하는 현장들을 살핀다.
어느 아침 산책길에 본 한 공사 현장도 한창 집을 부수고 있을 때 한 번 보았는데 다시 보니 깨끗한 땅에 어느새 시멘트 바닥이 생겼다. 맨 흙이 드러나 있는 땅에 시멘트 바닥만 깔려있는 그 공터를 둘러싸고 접근금지를 위한 울타리가 있었는데 그 옆에 있는 ‘양생중’ 이라는 푯말이 눈에 띄었다. 공사판에 양생이란 말을 썼네, 무슨 뜻일까, 궁금해져서 한의원에 와서 검색을 해보았다.
어느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에서 가장 처음에 나오는 뜻이 ‘콘크리트 치기가 끝난 다음 온도, 하중, 충격, 오손, 파손 등의 유해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보호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한다.
큰 맥락은 사람에게 쓰이는 단어와 유사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양생은
1. 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 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
2. 섭생 섭양 양수, 병의 조리를 잘하여 회복을 꾀함의 뜻이다.
한의철학자인 정우진은 그의 책 『양생』에서 한의학이 발생한 시기의 유교, 불교, 도교의 언어들을 비교 고찰하며
양생이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돌보고 길러주는 방식과 관련된 문화이자 이론으로
수양과 수행을 포괄한다고 정의한다.
그는 장자의 『양생주』 편을 인용한다. 이 편에는 포정이 소를 잡는 이야기가 있다. 포정이 도축하는 모습을 문혜군은 처음에는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다고만 칭찬을 했다. 그러나 문혜군은 포정이 기술보다는 도를 좋아하고 신으로 소와 만난다는 말을 들은 후 자신의 칭찬이 잘못되었음과 또 다른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참으로 뛰어나도다. 나는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에 관해 알게 되었다” 한다. 간호 보살핌을 의미하던 양생은 삶의 태도와 관련된 단어로 확장된다.
양생은 한의학에서 “불치이병치미병(不治已病治未病;
이미 발생한 병을 다스리기보다는 병이나기 전에 예방하라는 뜻) ”을 위한 모든 방식이다,
병이 걸리고 심해진 다음에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고통, 병의 기미가 있을 때 그것을 알아채고 미리미리 더 나빠져서 큰 병이 되는 것을 막거나 아니면 아예 일상에서 잘 관리해서 병이 생기는 것을 애초에 예방하는 것을 더욱 높은 기술로 평가하며 중시한다.
생명을 기르고 보존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시간 속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체의 낡고 스러져가는 것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생명의 힘을 기르는 양생은 현재 팬데믹으로 일상이 무너진 지 2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양생으로 기르는 생명력은 우리 몸의 면역을 조절하는 힘이기도 하다. 앞으로 양생의 지혜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